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2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2
앞서 치른 두 번의 경기가 소문이 나서인지 꽤 많은 인원들이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네, 부끄럽구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머리를 긁적이는 나를 보며 우혁이 가볍게 웃었다.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러냐, 이기면 이기는 거고 지면 지는 거지. 실전에서는 그런 거 신경 쓸 여유도 없을걸?”
녀석은 재민에게 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보다 전투를 해도 수천 번은 더 했을 건데… .’
하지만 딱히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란 걸 알았기에 웃어넘길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악독한 녀석이 되는 걸까?’
다시 생각해 봐도 미래의 녀석과는 매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너 맨손으로 싸울 거냐?”
“당연하지, 남자는 맨주먹이지. 우리 아버지한테도 그렇게 배워왔어.”
“흠··· 그러면 나도 맨손으로 해볼까?”
그 말에 잠시 멈칫한 우혁이 씨익 웃었다.
“너도 뭘 좀 아는구나. 사나이들은 역시 주먹이지.”
자신을 무시하냐며 화를 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우였던 것 같다.
“자 그럼 재미있게 붙어보자!”
***
내가 맨손으로 나서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이준혁 검 사용하지 않았냐? 저 덩치를 상대로 맨손이라고?”
“체급 차이도 심한데 아무리 게임이지만 너무 무모한 거 아닌가?”
분위기가 바뀌자 양아치 무리들은 신이 나서 입을 털기 시작했다.
“운 좋게 두 판 이겼다고 겁을 상실했네.”
그중에 우혁을 만나 탈락한 녀석이 몸을 떨며 말했다.
“나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박살 나서 처박힌다에 건다. 저놈 괴물이야.”
3.. 2.. 1
곧 카운트다운이 끝났지만 정우혁은 쉽게 덤벼들지를 못 했다.
‘뭐지.. 빈틈이 보이질 않아.’
아니 빈틈이 보이긴 하지만 어느새 빈틈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그동안 아버지나 삼촌들과 대련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저런 경우는 대부분 함정이고 물었을 때 크게 당했던 적이 많았다.
‘흠 제법이네. 이렇게 틈을 보여줬는데 이걸 안 문다고?’
정우혁이 머뭇거리며 들어오지 않자 녀석을 향해 외치며 달려들었다.
“뭐야 안 오냐? 그럼 내가 간다.”
순식간에 접근하여 돌려차기를 날리자 정우혁은 가드를 올렸고 그 위로 묵직한 충격이 전해져 왔다.
“크윽!”
미처 충격을 흘리기도 전에 나는 다리를 걸었고 녀석은 바닥을 뒹굴었다.
“이야 너 제법.. 헉!”
감탄을 토하려던 우혁은 자신의 머리를 내려찍는 발차기에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실전에서는 다른 데 신경 쓸 틈이 없다고.”
“큭… .”
나는 우혁을 일방적으로 공격했고 녀석은 버티는 것만으로 힘겨워 했다.
“제길 한 대만 좀 맞아라!”
“동작이 너무 크다, 그러면 여기가 비잖아.”
힘들게 버티던 우혁이 균형을 잃으며 넘어졌고 곧바로 그 위로 올라가 마운트 포지션을 잡은 뒤 일방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양 무릎으로 어깨를 고정시킨 채 주먹으로 계속 얼굴을 내려치자 빠르게 체력 게이지가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우혁이 아웃되면서 나의 승리로 경기가 끝이 났다.
정우혁은 바닥에 대자로 엎어져 숨을 고르고 있었다.
‘졌다… 그것도 완벽하게.’
무기를 이용한 대결은 어쩌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맨손으로 하는 대결에선 자신이 있었다. 상대가 맨손으로 덤벼올 때는 조금은 얕보기도 했었고. 하지만 상대는 기량도 움직임도 자신을 훌쩍 뛰어넘었고 압도적으로 패배해 버렸다.
‘그동안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나… 또래 중에 이런 괴물이 숨어 있을 줄이야.’
경기장을 나온 우혁은 황급히 어딘가로 달려갔다.
***
밖으로 나오니 재민이 급히 다가왔다.
“준혁아 대박이다, 어떻게 그렇게 잘 싸워?”
“내가 강하고 상대가 약해서?”
재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진심이야?”
“당연히 농담이지. 운이야 운.”
한유나 역시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말했다.
“뭐 따로 훈련이나 교육받은 적 있어?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기술이나 움직임이 아니던데.”
“그런 거 없어. 굳이 따지면 타고났다고 할까?”
그 말에 한유나는 아까보다 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재수 없어.”
“크흠… .”
그렇다고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대충 둘러대야 했다.
그 순간 옆에서 거대한 덩치가 달려들었다.
“뭐, 뭐야?”
“싸부!”
정우혁이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널 사부로 모실게.”
갑자기? 워워 저리 가
“야야 뭔 소리야, 너도 나도 학생이야.”
“우리 아부지가 그러셨어. 뭐라도 하나 배울 게 있다면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물며 너는 매우 뛰어난 실력을 지녔잖아.”
‘얘는 또 왜 이러냐.’
“어차피 스탯과 스킬, 거기다 장비도 차이가 나는 실전에서는 절대 이렇게 되기 힘들어 그냥 나한테 이게 잘 맞았을 뿐이지.”
“스탯, 스킬, 장비가 동일하다면 네가 무조건 이긴다는 거잖아.”
‘어…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안 받아주면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 할 거야.”
‘재민이도 아직 제대로 훈련 시작 안 했는데 다른 녀석 신경 쓸 겨를이 있으려나.’
‘아.. 끔찍하다.’
상상하기 싫었지만 지크가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서 상상이 되어버렸다.
‘그래, 어차피 녀석에 대해 좀 더 알아둘 필요가 있기는 해.’
곁에 두고 지켜보면 녀석이 변하게 되는 이유를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그냥 학교에서만 틈틈이 같이 훈련하는 정도로 하자. 어차피 재민이도 같이 할 거니까.”
“오 고마워. 그걸로도 충분해 싸부.”
“그 싸부라는 말은 그만 두면 안 되겠냐? 곰 같이 생겨서는.”
“그래, 알았어!”
주변을 둘러보니 예상 밖의 결과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와아.. 정우혁도 잡았어.”
“야야 그래도 이건 완전 실전은 아니잖아.”
“그래도 이긴 게 어디야. 그것도 무기도 안 쓰고 주먹으로.”
그걸 지켜보던 강민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한숨을 내쉬었다.
‘와 씨 저놈 겁나 세잖아?
물론 실전에서라면 다를 수도 있지만 저 정도면 스탯이 낮아도 방심할 수준이 아니었다.
‘당분간은 까불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다짐을 하는 강민호였다.
***
‘어쩌다 보니 4강에 들어버렸네.’
그냥 한 판 정도만 재미로 하고 빠르게 떨어지려 했지만 상황이 마음대로 흘러가지를 않았다.
‘이제 설렁설렁해야겠다.’
“준혁아 너 결승 진출이야.”
“엉?”
내 상대인 녀석이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기권을 했다고 한다.
“아니 실제로 전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뭔 몸이… .”
“몰라 머리가 아프다나 뭐라나.”
그렇게 결승까지 오르게 되었고 내 결승 상대는 한윤호, 한유나의 남매 대결에서 승리한 한윤호였다 .
“아오 또 졌네!”
투덜거리는 동생을 보며 한윤호가 이죽거렸다.
“뭘 새삼스럽게. 네가 나한테 이긴 적이 몇 번이나 된다고.”
계속 말해봐야 자기만 손해였기에 유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어때 보여?”
“뭐가? 아아.. 생각보다는 뛰어난 친구 같긴 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질 거 같진 않아.”
“그러시겠죠, 잘난 오라버니 눈에 누군들 안 그러겠어.”
“꽤 실력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결국 실전에서 능력치가 따라줘야 그 실력이 100프로 발휘되는 걸 잘 알면서 그러냐?”
“어쨌든 동일한 조건이면 오빠도 쉽게 못 이길걸?”
“그래, 너보다는 훨씬 어려운 상대일 수도 있겠다.”
유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진짜 재수 없어. 꼭 두들겨 맞고 졌으면 좋겠네.”
한윤호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일은 없을걸? 갔다 온다.”
***
결승이다 보니 탈락한 인원 모두가 경기장에 모여 구경을 하고 있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 전 한윤호가 말을 걸어왔다.
“준혁이라고 했지? 생각보다 잘 싸우더라.”
“칭찬 고맙다.”
피식 웃은 한윤호가 말했다.
“네가 오늘 상대한 친구들 중 가장 강할 거라 생각해.”
“그럴지도 모르겠네.”
나른한 표정으로 대꾸를 한 내 눈에 양손에 검을 들고 있는 한윤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너 검으로 싸우게?”
“그래, 내 포지션은 마법사지만 검 역시 꾸준히 훈련을 해왔다. 딱히 널 무시하는 것은 아니야”
“음 그래… 대단하구나.”
“걱정하지 마. 혹시나 내가 진다고 해도 마법을 사용했다면 달랐을 거다 따위의 말은 하지 않을 테니까.”
‘전생에 내숭이었는지 아니면 크면서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좀 그렇지?’
내가 알던 한윤호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었는데 아무리 훈련이라지만 자신의 장기를 쓰지 않는 것은 의외였다.
3.. 2.. 1
곧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한윤호가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어디 실력 좀 볼까?”
한윤호는 쌍검을 무장하고 있었고 순식간에 열 번이 넘는 검광을 그리며 칼을 휘둘러 왔다.
채챙챙챙!
빠르고 현란한 공격이었지만 나는 검을 휘둘러 수월하게 공격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제법이네? 역시 평범한 실력은 아니야.”
녀석은 호기롭게 외치며 계속해서 공격을 하였다.
검과 검이 부딪히며 사방으로 불꽃이 비산했고 구경꾼들은 아까와 다르게 꽤 치열한 대결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야야, 한윤호 저 정도면 대단한 실력 아니냐? 마법사 클래스인데 쌍검을 저렇게 능숙하게 잘 다루다니 쩐다. 괜히 다이아 뱃지가 아닌가 봐.”
“나는 상대인 이준혁이 더 대단해 보인다, 스탯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도 저 무지막지한 공격을 저렇게 버티다니. 솔직히 나 같으면 몇 번 못 버티고 끝났을 거 같은데.”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검의 궤도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어. 근데 그걸 대응을 하며 반격까지 하고 있네 대박.”
현장의 모두가 감탄과 경악을 하고 있었지만 오직 한 명만은 그렇지 않았다.
‘이만하면 실력은 대충 알겠네, 끝내 볼까.’
솔직히 전력을 다한다면 순식간에 경기를 끝내버릴 수도 있었다. 한윤호가 나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체면을 세워줄 겸 어울려 주고 있는 중이었다.
‘제법 단련을 한 흔적이 보이지만 아직 학생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네.’
허점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지만 그건 내 입장에서 그렇지 같은 또래 중에는 손에 꼽힐 실력이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접전을 펼친 것처럼 보이겠지.’
쩌정!
한윤호의 연속 공격이 끝나자 서로가 튕겨져 나가며 거리를 벌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헉!”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한윤호가 경악하여 다시 검으로 방어를 했지만 일격에 오른손의 검을 놓쳤고 이격에 왼손의 검이 날아갔으며 삼격에 심장이 찔려 단숨에 아웃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특급 루키고 어린 나이부터 훈련을 받아왔더라도 그동안 쌓아 온 경험과 기본적인 기술의 수준이 달랐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경기장 밖으로 나온 한윤호가 다급히 외쳤다.
“너! 방금 그건 도대체!”
“너무 자만하지 마, 넌 아직 어려. 더 성장할 수 있고 더 강해질 수 있는데 또래 중에 강하다고 우쭐하다가는 정체돼 버릴 걸?”
“…. 충고 정말 고맙다.”
‘아니 근데 저 녀석도 어리지 않나?’
자신과 동갑인 녀석이 저런식으로 말하니 이상한 기분이 드는 한윤호였다.
순식간에 경기가 끝나버리자 관중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 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몰라,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더니 갑자기 이준혁이 달려들었고 경기가 끝났어. 나도 너무 빨라 제대로 보질 못 했다.”
관중들 중 그 움직임과 기술을 제대로 확인 한 사람은 오직 최영민 교관뿐이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
그는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나라고… 그런 움직임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
최영민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좀 더 자세히 조사를 해봐야겠어. 그냥 평범한 학생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