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20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20
“지금… 날 보고 한 말이냐?”
“귀까지 나쁜 놈인가? 너 맞다.”
베르무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를 마주하고 겁에 질리지 않은 것은 칭찬해주마. 하지만 그렇다고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것까지 용서할 생각은 없다.”
그 말에 레이카르트와 정령왕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풉!”
“저거 뭐라는 거냐?”
“대마왕들이 직접 와도 우리가 이렇게 모여 있으면 물러날 것인데
“악마에게 저런 소리를 들은 것도 오랜만이네요.”
배를 움켜잡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이놈들이!”
베르무스의 몸에서 폭발적인 마기가 터져 나와 전방을 향해 쏘아졌다.
“위, 위험합니다!”
주변의 헌터들이 다급히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 했지만.
“걱정할 것 없다. 멈춰라.”
레이카르트의 말 한마디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날아오던 마기도 마찬가지였다.
“제법 강한 놈인 것 같지만 상대를 보고 까불어야지.”
“무, 무슨… .”
베르무스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신의 시련을 통과하며 자신의 힘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아직 권능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막힐 수준도 아니었다.
“너는… 뭐냐? 옆에 있는 놈들은 정령 같은데.”
레이카르트가 의도적으로 힘을 감추고 있는 상태였기에 베르무스 입장에서는 제대로 파악을 할 수가 없는 상태.
“궁금하다면 알려줘야겠지. 이 몸은 위대한… .”
“어라? 영감님은 또 여기 왜 왔어요?”
“영감님… 이 아니라 이놈이!”
피해를 줄이고자 최대한 빠르게 달려왔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았다.
나는 레이카르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어르신, 저놈이 누군지 아세요?”
“누군데?”
“제가 물어봤잖아요.”
“…. .”
레이카르트는 입을 뻐끔거리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위대한 영감님께서는 저런 하찮은 녀석 상대하지 마시고 저한테 맡기시죠.”
“흠… 그럴까? 하긴 내가 저런 놈과 드잡이 하는 것도 우습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대화에 베르무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베르무스 님 저놈이 바로 드래곤 나이트입니다!”
옆에 있던 악마의 말에 베르무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괴상한 가면과 제법 강한 힘. 그렇군, 저놈이었나?”
레이카르트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에 시선을 돌렸다.
온몸 가득 분노를 뿜어내며 붉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악마가 보였다.
“넌 또 뭐냐? 악마는 맞는 것 같은데.”
“나는 베르무스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베르무스라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네.”
“베르탄스를 아느냐?”
“베르탄스면… 내가 죽였던 악마인데.”
베르탄스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녀석은 내 동생이다.”
“아, 그래? 이름이 비슷하긴 하네. 그런데… .”
나는 녀석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니까 동생 복수를 하려고 왔다.. 이거냐?”
“약해서 인간 따위에게 죽었으니 그놈의 잘못이지. 하지만 형으로써 복수는 해줄 생각이다.”
베르무스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세상도 내 손아귀에 쥘 것이다.”
베르무스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뿜어지며 공간을 잠식해갔다..
“꿈이 야무지네.”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
아니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녀석의 마력이 주변 일대를 장악하며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크윽… .”
주변의 헌터들이 마기의 영향으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만만한 놈은 아닌 것 같네.”
지금까지 만나본 악마 중에서 가장 강해 보였다.
하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그 기분 나쁜 연기는 좀 치우자고.”
나 역시 마력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베르무스의 마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 헌터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하게 바뀌었다.
그 모습에 베르무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역시 보통 놈은 아니구나.”
나는 헌터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놈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우선시해 주세요. 저놈 말고는 그렇게 강한 놈은 없는 것 같으니까요.”
“괜찮겠습니까?”
카일과 이고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저 아시잖아요. 그리고 저 혼자 싸우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드래곤 나이트의 말이 맞았다.
자신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그럼 부탁합니다.”
헌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베르무스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세력이 약해졌다지만 저 인간들만으로 이곳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냐?”
“글쎄..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녀석은 모르겠지만 이미 서영준에게 악마들을 처리하라고 명령을 내려둔 상태.
눈앞의 녀석이라면 힘들겠지만 자잘한 놈들은 서영준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제대로 붙어볼까?”
“좋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것이 있지.”
베르무스의 몸에서 검은 불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불꽃은 사방으로 퍼지며 공간을 장악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이건… .”
검은 하늘, 검은 대지, 검은 강, 검은 숲.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검은색뿐인 공간.
“여기는 마신의 시련을 겪고 얻은 힘으로 만든 고유 영역. 이 전장에서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약해지게 되어있지.”
“어째 만나는 놈들마다 비슷한 것을 들고나오네. 창의성이 없어.”
하지만 허세는 아니었는지 꽤 강력한 억제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누구도 이곳을 나갈 수 없다. 그리고 누구도 들어올 수 없지. 결국 넌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자신의 힘을 막아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
그놈과 눈앞의 인간을 떨어뜨린 것만으로 성공이라 생각하는 베르무스였다.
“그러니까.. 널 이기면 간단히 끝날 문제겠네.”
“네가 상대한 악마들과 나는 다를 것이다.”
“너도 그래봤자 공작급 정도 아니냐?”
어느새 공작급 정도는 쉽게 여길 정도로 강해져 버린 상황에 피식 실소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녀석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나는 고작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새롭게 마왕이 될 존재란 말이다!”
분노한 베르무스가 손을 내젓자 사방에서 검은 불꽃들이 쏘아졌다.
콰쾅!
나는 날아오는 불꽃들을 하나하나 쳐냈다.
동시에 놈에게 접근해서 검을 내질렀다.
서걱!
녀석의 머리를 노린 공격은 가벼운 상처를 남기며 빗나갔다.
베르무스가 뺨을 타고 흐르는 피를 슬쩍 닦으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피라..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그 대가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대가도 살아있어야 받을 수 있지. 네가 받을 일은 없을 거다.”
황금빛 검기의 폭풍이 베르무스의 사방을 점하며 불어닥쳤다.
“그따위 얄팍한 공격이 나를 상대로 통할 것 같으냐!”
베르무스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한계까지 끌어올린 마력이 그의 몸을 감싸며 공격을 막아내었다.
황금빛의 검기가 검은 마기를 찢고 베르무스의 육체에 생채기를 냈지만 말 그대로 생채기. 큰 타격을 줬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상처였다.
“그럼 계속 두들겨 맞던가.”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연신 공격을 날렸으나 유효타는 전무한 상황.
“이 공간.. 생각보다 더 거슬리는데.”
생각보다 내가 받는 압박감이 더 강했다.
능력치의 변화는 없는 상태였지만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디버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도 버프를 쓰면 되겠지.”
능력치 증가 스킬과 드래곤 오러가 동시에 발동되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주변의 압박감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내 몸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흐름에 베르무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법이구나. 좀 더 즐길 수 있겠군. 이번에는 내가 가지.”
베르무스의 양손에서 검은 마력이 뭉치며 커다란 손톱 모양을 이루었다.
“네 놈의 육체가 이걸 버틸 수 있을까?”
베르무스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손톱으로 사방을 할퀴기 시작했다.
콰아아!
공간을 찢고 마력을 가르는 그 공격을 나는 연신 뒷걸음질 치며 막아내야만 했다.
“확실히… 거들먹거릴 수준은 되는 것 같네.”
분명 강했다.
그러나 못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뻔히 노리는 곳이 보이는 상황에서 당해주는 것이 이상한 일.
콰앙!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는 쪽은 베르무스고 방어하기 급급한 쪽은 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것은 베르무스였다.
“대체… 어떻게 이곳에서 날 상대로 버티는 것이냐!”
“내가 강하니까 그렇겠지?”
나는 검으로 손톱을 찍어누르며 몸을 돌려 베르무스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베르무스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지만.
“걸렸다 요놈!”
그것은 실수였다.
나는 검을 내던지며 주먹으로 녀석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쾅! 콰앙! 서걱!
지크는 스스로의 의지로 녀석의 후방에서 틈을 노리며 공격을 했고 나 역시 마력과 신성력이 깃든 공격을 사방에서 날려대었다
콰아앙!
베르무스의 단단한 육체에 하나둘 흠집이 생기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겼을 공격이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확실하게 약해지는 중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상처가 나지도 않던 육체에 조금씩 흠집이 생겼고 어지간한 부상은 바로바로 회복시키던 재생력 역시나 줄어들고 있는 상태.
“이노오옴!”
베루무스가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달려들었다.
필사적이기까지 한 공격은 대단히 강력해 보였으나.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퍼어억!
결국은 의미 없는 공격이었다.
눈부신 황금빛 검기가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꽈아아앙!
베르무스에게 직격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크아악!”
폭발 속에서 튀어나온 베르무스의 상태는 조금 전과 많이 달랐다.
조금씩 금이 가고 있던 육체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금이 번진 상태였고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 역시 그 기세를 잃은 상태.
“이제는 여유가 좀 없나 봐?”
내 이죽거림에도 베르무스는 아무 말 없이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약간의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확실히… 악마들이 당할 만 했구나. 신성력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공격을 계속 허용하며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인간은 강하기도 하지만 신성력까지 사용했기에 자신이 이렇게 밀리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그에 맞춰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겠지.”
“뭐가 또 남았냐? 빨리 좀 꺼내… .”
오싹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나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굳혔다.
베르무스의 몸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더니 어느새 셀 수 없이 많은 그림자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것까지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제 끝이다.”
그림자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힘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뭐.. 분신술이라도 쓴 건가? 치사하게 쪽수로 밀어붙이네.”
“크하하! 누구도 널 도와줄 수 없다. 이제 그만 죽어라.”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까닥였다.
“아니지. 나도 친구라면 좀 있거든.”
동시에 내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빛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소환이라니.”
“오! 계약하고 처음으로 도움을 청한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다.”
“갑자기 사라져서 우리 버리고 간 줄 알았어요.”
알록달록한 동물 넷이 나타나자 베르무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금 장난하는 것이냐? 고작 정령들 넷으로 나를 상대해?”
베르무스는 고작 정령 넷이 어떻게 이 공간을 뚫고 들어올 수 있는지부터 생각했어야 했다.
“고작이라… 고작 넷일지 아니면 넷씩이나 일지는 당해보면 알 거다.”
보통 정령들이 아니거든.
“재미있겠는데? 역시 싸움 구경이 제일이지.”
“어?”
순간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나는 어이가 없어 웃어버렸다.
“이건 절대로 질 수가 없는 싸움인데.”
드래곤 로드와 정령왕 넷이 포함된 파티플이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