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23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23
“좋다. 그럼 나랑 내기하나 하자.”
“아니, 갑자기 또 뭔 내기입니까?”
“쫄?”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습니까.”
요즘 인터넷을 열심히 하더니 이상한 것만 배운 것 같았다.
한동안 말다툼을 하던 나와 레이카르트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르신.”
“그래.”
아무래도 레이카르트 역시 느낀 것 같았다.
아까부터 누군가의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렇게 대놓고 기운을 흘리면 모를 수가 없는데.”
숨기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듯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실 숨기려고 했어도 나와 레이카르트의 감각을 속이기는 어려웠겠지만.
“할 말이 있으시면 나오시죠.”
그러자 나무 뒤 그림자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당신은··· .”
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후 눈을 크게 떴다.
시선을 끄는 탐스러운 은발과 누가 봐도 아름답다 여길만한 외모의 미녀.
물론 단순히 외모 때문에 놀란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정체가 의외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계랭킹 10위 안의 유일한 여성 헌터.
에밀리 바야노바였다.
능력보다 그 외모로 더 유명한 헌터답게 대단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인간을 초월한 외모의 레이나와 엘리를 매일 보고 사는 내 입장에서 그녀의 외모는 그다지 감흥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물론 그녀도 이번 교류전에 참석한다고 했으니 나타난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유명세를 생각해 볼 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것은 이상한 일.
“내 은신을 파악하다니 역시 대단하네요.”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은신이었어?’
노골적으로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게 은신을 한 것이란다.
레이카르트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눈을 찌푸리고 있었다.
일단 무슨 일로 이렇게 나타났는지부터 확인을 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 에밀리 헌터 맞으시죠? 화면으로 본 것보다 더 아름다우시네요. 하하.”
나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지만 에밀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어.. 그러면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만… .”
내 입장에서는 딱히 그녀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기에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의외네요. 드래곤 나이트가 이렇게 어린 학생이었다니. 아니면.. 이것도 변장이나 위장 신분인가요?”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에밀리. 그녀의 말에 없던 관심조차 생기게 될 지경이었다.
지금 나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고 레이카르트 역시 적당히 모습을 바꾼 상태.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무작정 떠보는 것이라기에는 묘하게 확신에 찬 표정과 말투였다.
그녀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 분은 드래곤이시네요. 그것도 로드급은 되시는 것 같은데.”
“으하하! 너는 나의 위대함을 잘 아는 인간이구나.”
저기요? 영감님 지금 좋아할 때가 아닙니다만.
정체를 들켰지만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레이카르트.
나는 이마를 짚으며 고민에 빠졌다.
‘무작정 부정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
그녀의 태도를 보면 확실하게 우리의 정체를 파악한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단 악마는 아니었다.
악마탐지기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천사 쪽인가?’
그렇다기에는 그녀는 전생에도 활동을 하던 헌터였다.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내 모습에 에밀리가 미소지었다.
“드래곤 나이트. 제가 어떻게 당신과 옆에 계신 드래곤 로드의 정체를 알아냈는지 궁금하신가요?”
“일단… 부정해봐야 소용은 없다는 건 확실하네요.”
“그럼요. 저는 당신 주변의 다른 강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제국 학교의 서영준, 그리고 수호 학교의 조승호와 그 부하.”
이것도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었다.
조승호를 언급한 것도 모자라 녀석의 뒤에 있는 라스칼까지 파악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악마들도 몇 명 수하로 부리고 있으신 것 같군요.”
“당신… 대체 뭐죠?”
“일단… 조용한 곳에서 제대로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러죠.”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그녀의 외모는 많은 시선을 잡아끌 수 있었기에 자리를 옮기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어르신. 일단 집으로 가죠.”
“뭐? 갑자기?”
“아, 나중에 제대로 구경시켜드릴 테니 일단 좀 가요.”
“크흠… .”
레이카르트는 불만에 찬 표정을 지었지만 곧 마법을 발동했다.
곧 환한 빛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
집에 도착한 후 바로 대화를 시작하려 했지만.
“어서 와요, 준혁. 못 온다고 했… .”
“주인님! 엘리가 주인님을 위해… .”
부리나케 달려온 레이나와 엘리에 의해 잠깐의 소동이 벌어졌다.
“누구죠? 저 여자는?”
“주인님. 이 빨강머리도 모자라 이제 은발입니까?”
그리고 눈치 없이 끼어든 갈릭은
“오오! 집 나갔던 남편이 새로운 부인을 데려오는 드라마를 봤는데 이것이.. 꺄울!”
걷어차이며 저 멀리 나가떨어져야 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좀 중요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어서 데려왔어.”
내 말에 둘은 얼굴을 풀었지만 아직은 미심쩍다는 표정도 남아있었다.
“후… .”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아하하, 드래곤 나이트가 인기가 많네요.”
“거 이상한 말 그만하고 제대로 이야기나 하죠.”
“뭐.. 그렇죠. 우선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에밀리가 고개를 숙였다.
“저는 에밀리 바야노바. 러시아의 헌터로 알려져 있죠.”
“다 아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진짜를 말하세요.”
잠시 뜸을 들이던 에밀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악마입니다.”
“아… 그렇군.. 예?”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분명 악마탐지기는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였다.
탐지기가 문제가 생겼거나 그녀가 거짓말을 하거나.
“지금.. 장난치시는 겁니까?”
에밀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악마입니다. 그리고 인간이기도 하죠.”
이게 무슨 선문답 같은 소리인가.
하지만 레이카르트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작게 신음을 흘렸다.
“흐으음. 그랬던 건가?”
“뭐 아는 거라도 있으세요?”
“당연히 위대한 이 몸은 무엇이든 알고 있… .”
“알겠으니까 어서 말해보세요.”
“에잉… .”
잠시 투덜거리던 레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악마와 인간의 혼혈이다.”
“혼혈이라고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역시 위대한 로드께서는 단번에 알아보시네요.”
“으하하! 제법 싹싹한 녀석이로구나.”
“혼혈… .”
혼혈이라면 순수하게 악마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악마탐지기에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게.. 가능합니까?”
“뭐… 극히 희박한 확률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우리 드래곤과 인간의 혼혈도 아주 가끔 나오기도 하니까.”
“그렇군요. 근데 어떻게 저랑 여기 영감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까?”
지금까지 누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내 정체를 알아낸 것은 분명 특별한 무엇인가 있어야 가능했다.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악마의 능력 중에 상대의 강함을 파악하는 감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유 스킬 중에 상대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것이 있죠. 두 가지가 합쳐지며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야가미 왕자가 가진 것과 비슷한 종류인 것 같았다.
“능력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겁니까?”
에밀리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보다 강한 사람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알 수 없는 사람은 저보다 강하다는 이야기죠.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지만 저도 꽤 강하답니다.”
“그런 것 같네요. 아니 잠깐… .”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분명 각성을 했고 헌터로의 능력도 발휘했었다.
그런데 악마의 능력까지 사용을 한다고?
“혼혈이라고 했는데.. 양쪽의 힘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네, 운이 따라줘서 그렇게 되었네요.”
정말 희귀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흠… 당신은 어느 정도로 강합니까?”
“능력치로 따지면… 평균 4천 중반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 그리고 악마의 힘까지 포함하면 더 강하겠죠.”
내 예상을 벗어나는 답변.
사실이라면 지금 헌터들 중에서 그녀의 상대는 없었다.
“그런 힘을 가지고.. 왜 숨어만 지냈던 겁니까?”
그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했다면 전생에 최강자는 내가 아니라 에밀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서지 않았고 결국 나는 베르탄스를 막다가 죽어야만 했다.
이번 생에서도 그녀는 힘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내가 없었다면 미래는 바뀌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에밀리의 얼굴에 서글픔이 어렸다.
“나설 수 없었어요… .”
“그게 무슨… .”
“저는… .”
에밀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말하기 어려운 일이면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물어본 것인데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네요.”
“넌 나쁜 놈이 맞다.”
“적어도 영감님보다는 아니죠.”
나와 레이카르트가 다투는 모습을 보며 에밀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어차피 당신 앞에 나서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모든 것을 밝힐 생각이었습니다.”
숨을 고른 에밀리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저는… 대마왕 사탄을 죽이고 싶어요.”
“… 예?”
갑작스럽게 터진 폭탄 발언에 주변이 침묵에 잠겼다.
나는 어렵게 입을 때며 물었다.
“다른 대마왕들도 많은데 꼭 사탄인 이유가 있나요?”
“놈은… 제 부모님을 잔인하게 죽인 원수입니다.”
에밀리의 눈에서 독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사탄에게 충성을 바쳤던 악마였지만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졌죠. 어머니 역시 함정에 빠져 함께 희생되셨습니다.”
“음… .”
“제가 힘을 드러내고 활동을 했다면 어딘가에 숨어있는 사탄의 부하들에게 알려질 확률이 높았어요. 그에게 확실하게 복수를 하기 전까지는 저는 힘을 숨겨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내가 나타났다?”
“네. 당신은 수많은 악마들을 물리쳤고 대마왕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런 당신이라면 모든 것을 걸어도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탄의 부하들을 만났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까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갈릭이 급히 끼어들었다.
“가장 최근까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사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의 부하인 루시펠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루시펠… .”
에밀리가 입가에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루시펠이 아무리 사탄의 심복이라지만 그가 아케시아와 정령계를 침공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그게 무슨… .”
에밀리가 주변을 바라보며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루시펠은 사탄의 또 다른 신분입니다. 다른 대마왕들을 방심하게 만들려고 사탄이 수작을 부린 거죠.”
***
“루시펠 님!”
“무슨 일이냐.”
“베르무스가 당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힘겹게 세력을 유지하던 다른 악마 세력들 모두가 처단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흐음… 그 드래곤 나이트라는 놈과 드래곤은 어떻게 되었지?”
“정확하게 파악은 하지 못했으나 멀쩡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루시펠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어렸다.
“멀쩡하다? 아무리 그래도 마신의 시련을 통과한 놈인데 그렇게 쉽게 처리가 되었을 리는 없는데.”
잠시 고민하던 루시펠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 결국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놈이었던가.”
어차피 자신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녀석이 큰 피해를 주지 못했어도 상관은 없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디아블로는 아직 마신의 시련에서 돌아오지 않았겠지?”
“그렇다고 합니다.”
“흐음… .”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루시펠이 주변을 바라보며 외쳤다.
“모두 출정한다.”
“명을 받듭니다!”
“1차 목표는 엘리스의 왕국이다. 사흘 안에 모든 것을 점령하고 엘리스를 잡는다.”
정체를 숨기며 숨을 죽이고 있던 악마 루시펠, 아니 사탄이 다른 마왕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