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26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26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이곳에 머무르는 대가는 이미 줬잖아!”
“어허.. 그건 숙박료고 이번에는 아주 귀한 스킬을 이용하는 것인데 경우가 다르지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이카르트.
“고작 차원문 하나 여는 것 가지고 로드인 나를 부려먹겠다는 거냐?”
“고작이라니요? 저도 꽤 큰 대가를 치러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저 말고 어르신을 도와줄 사람이 있나요?”
3개월에 한 번 사용이 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부담도, 대가도 없었지만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는 일.
‘저 영감님은 골리는 재미가 좀 있으니까.’
레이카르트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스치기 시작했다.
“그거야… 그렇지만… 잠깐, 왜 처음인데 더 비싸? 보통 처음에는 더 싸게 해줘야지!”
“그거야 제 마음이지요.”
“…. .”
잠시 머리를 굴려보던 레이카르트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을 다른 로드들이 알면 수백 년은 놀림감이 되겠군.”
“어디 소문내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끄응… 그래서? 또 뭘 원하는 거냐!”
사실 처음부터 대가를 받고 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레이카르트를 골려줄 생각으로 했던 말.
역정을 부리는 레이카르트를 보니 더 이상 놀리는 것은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았다.
“딱히 원하는 것은 없어요. 영감님이 수련의 탑 만드는 것도 많이 도와주시고 여러 가지로 저한테 도움 되는 것도 많은데 차원문 한 번 열어드리는 것은 그냥 해드려야죠.”
그러자 레이카르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 정말이냐? 아까는 대가를 비싸게 받는다고 했잖아.”
“에이… 그거야 장난이지요. 제가 어르신에게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굴지는 않아요.”
“이 녀석… .”
레이카르트는 조금은 감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속마음은 달랐다.
‘어차피 나중에 뜯어낼 방법도 많고 당근과 채찍은 적당히 조절해야 하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레이카르트는 헤실헤실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서.. 언제 문을 열어줄 거냐?”
“글쎄요… .”
지금 당장 열어도 상관은 없지만 준비를 확실히 해두고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일단 며칠만 기다려 보세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요.”
당장이라도 넘어가고 싶었던지 살짝 이마를 찌푸리는 레이카르트였지만
“하하, 뭐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라도 로드인 이 몸에게는 찰나의 순간이니까.”
곧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웃음을 터트렸다.
‘오… 그러면 먼저 한 번 써보고 다음 쿨타임에 영감님 보내줘도 되겠는데.’
레이카르트가 알았다면 억울해서 난리를 칠 생각이었지만.
“다른 로드 녀석들에게 자랑할 것들을 준비해야겠군.
이미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 레이카르트는 절대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
다음 날 재개된 교류전은 수호 학교의 독무대였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다른 학교와의 수준 차이가 심했고 단체 종목에서 서영준이 제대로 활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종목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며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날 예정된 개인전 4강과 결승.
“이야… 결국 우리 학교가 3명이나 올라왔네.”
4강 진출 멤버는 나, 한윤호, 서영준, 임예린이었다.
“근데 서영준이라는 친구도 보통은 아닌 것 같던데?”
서영준은 우혁이와 조승호에 이어 재민이마저 압도적으로 꺾으며 4강에 올랐고 예린 선배가 상대로 정해진 상황이었다.
적당히 힘을 숨기며 대회를 치렀지만 서영준 입장에서는 어린아이들과 노는 정도로 수준 차이가 심했기에 결승 진출은 무난해 보였다.
“예린 언니. 괜찮겠어?”
예린에게 패배하며 탈락한 한유나 입장에서는 예린이 결승까지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글쎄… 최선을 다해봐야겠지.”
예린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 아무리 강해도 여기 있는 준혁이보다는 강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져도 준혁이가 우리 모두의 복수를 해주겠지.”
어… 내가 더 강한 것은 맞는데.
이미 녀석을 제압하고 부하까지 만든 내 입장에서는 조금 우스운 상황.
“뭐야? 왜 다들 준혁이가 복수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도 있어.”
한윤호가 어깨를 펴며 자신 있게 나서자 한유나가 혀를 차며 말했다.
“오빠가 준혁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
너무나 당당하게 부정을 하니 말문이 막히는 한유나였다.
“근데 오빠가 어떻게 복수를 해?”
한윤호가 한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동생아. 예린 누나가 결승 가고 나랑 그 녀석이 3, 4위 전에서 만나면 내가 복수를 할 수 있잖아.”
“어… 그렇기는.. 아니 그러면 예린 언니가 이미 이겼으니까 상관없는 거 아닌가?”
“그러네?”
분명 똑똑한 녀석이었는데 요즘 우혁이와 자주 어울리더니 뇌가 근육으로 바뀌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어차피 우승은 준혁이잖아. 어우준.”
우혁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한껏 배를 내밀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아무리 영준이라는 친구가 강하다지만 준혁이는 못 이기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켰다.
“내가 방심하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고 매번 말하지 않았냐?”
“당연히 알고 있지. 근데 준혁이 너는 다르잖아.”
“물론 난 다르지.”
“아.. 재수 없어.”
사실 우혁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서영준과 내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격차가 있었으니까.
‘뭐… 그렇지.’
억지로 패배하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충할 생각도 없었다.
이미 유성민의 제자로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이런 교류전에서 우승 못 하는 것이 더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윤호랑 4강전에서는 훈련보다 더 빡세게 상대해 줄게.”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데!”
한윤호가 뒤늦게 애원을 했지만
“걱정 마. 죽지는 않잖아.”
단지 기절할 만큼 아플 뿐이지.
***
4강전은 모두의 예상처럼 일방적인 결과로 끝이 났다.
엄청나게 사정을 봐주며 했지만 워낙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이었기에 한윤호는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기절하며 패배해야 했다.
“와.. 진짜 기절을 시키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래도 최대한 안 아프게 때린 거다.”
“거짓말하지 마!”
‘그래도 예전보다 더 조절이 능숙해진 것 같기는 해.’
학교 친구들과 훈련은 나름 힘을 조절하고 분배하는 것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한참을 투덜거리던 윤호의 시선이 예린에게로 향했다.
“누나도 아쉽게 되었네요.”
“에이 뭘… 딱 봐도 상대가 봐주는 것이 보이더라.”
임예린 역시 서영준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하며 탈락했다.
하지만 초반에는 정령인 실리를 활용한 공격으로 녀석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고 정령술사의 존재를 널리 알리며 수많은 길드의 눈도장을 받은 상태였다.
물론 서영준이 엄청나게 봐준 것도 맞았지만.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서영준에게는 다칠 정도로 심하게 하지 말라고 말을 해두었지만 분명 초반에 녀석이 보인 모습은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뭐.. 잠깐 딴생각이라도 했나 보지.’
굳이 자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준혁아.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복수하고 우승을 가져와라.”
“그래, 우리의 스승이자 친구인 준혁이 너라면 할 수 있어.”
우혁과 윤호가 어깨동무를 하며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징그러워. 저리 가.”
나에게는 딱히 힘이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잠시 후 결승전이 시작된다는 방송이 들려왔고 나는 메인 광장으로 이동을 했다.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네?”
4강부터 더 넓은 대련장에서 치러지는 영향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대답은 앞에서 들려왔다.
“그.. 뭐냐. 연합 길드? 그런 것에 대한 공개를 결승전 끝나고 한다고 하던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서영준이었다.
“아.. 그거?”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수련의 탑에 관해 공개하기로 한 계획은 라디언트와 레이카르트 때문에 미룬 상태였기에 악마를 상대하기 위한 헌터들의 국제 연합체에 대해 공표를 하기로 했다고 협회장이 연락했었다.
“확실히 그거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은 하네.”
단순히 지망생들의 대결만으로는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참여한다고 말은 했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닌데.’
그냥 간단하게 정보만을 알려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공식적으로 선언을 할 것인지는 발표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지.”
나는 고개를 털며 서영준을 바라보았다.
“관객들이 많으니 적당히 싸우다가 끝내자.”
바로 엊그제 싸워서 승부가 난 상황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또 대결을 벌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대충 합만 맞추면 괜찮은 그림은 나올 것 같았다.
“적당히라… .”
서영준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어차피 내가 지는 것은 당연하고.. 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것 같은데.”
“아, 괜찮아. 안 아프게 살살 할게. 내가 다른 친구들 가르치면서 그쪽으로는 꽤 능숙해졌거든.”
“내가 생각을 좀 해봤어.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그림이 나올까.”
“그래? 결론은 났냐?”
서영준이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내 결론은 이거야.”
녀석이 갑작스럽게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기권입니다!”
“….?”
경기장이 순간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사방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권?”
“갑자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나름 기대를 하고 왔던 관객들과 유망주들을 노리고 온 헌터들, 그리고 많은 학생들. 모두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나였다.
“하하하… 너 이 새끼.”
“그러면 나중에 또 보자고.”
손을 흔들며 내려가는 서영준을 보며 나는 미소지었다.
“그래, 나중에 제대로 갈궈야겠다.”
차원문을 열어주는 조건으로 레이카르트에게 요구할 것이 지금 막 생각이 났다.
“저놈 저거… 죽도록 굴려야겠네.”
***
잠깐의 소란이 있었지만 이미 기권을 한 상황에서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잠시 뒤에 시상식이 예정된 상황에서 나는 일행과 떨어져 나왔다.
인적이 없는 곳에 도착한 후 세이를 불러내었다.
“세이 왔어.”
도플갱어 세이는 내 모습을 한 채 내 앞에 서 있었다.
“세이야. 그냥 평소처럼 친구들이랑 어울리면 되는 거다. 내가 상을 줄 때도 그냥 받기만 하고.”
“알겠어.”
내가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기에 세이를 불러 대타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세이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준 후 관계자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드래곤 나이트 이쪽입니다.”
협회장이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작스럽게 부탁드렸는데 굉장히 빨리 오셨군요.”
“드래곤 나이트는 텔레포트 스킬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장소는 상관없을 겁니다.”
‘그런 거 없는데… .’
물론 텔레포트 셔틀로 쓸 존재는 있지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저는 시상만 하면 되는 겁니까?”
“네,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도 해주시면 더 좋고요.”
“어렵지 않죠.”
전생에도 비슷한 일을 한 적이 많았기에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우와아아!
나는 엄청난 함성을 받으며 단상으로 올랐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드래곤 나이트다!”
사람들의 소란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후 말을 하려던 순간.
화아악
허공에 환한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야?”
눈이 부신 빛무리가 사라지고 그곳에 나타난 것은.
“지구의 인간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얀색의 천사 가면을 쓴 의문의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