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37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37
내 시선을 느낀 레이카르트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보는 거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갑자기 영감님이 엄청 대단해 보여서요.”
“으하하! 드디어 이 몸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이구나.”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자, 그렇게 되었으니 이 근처에 너와 교류하고 있는 사탄의 부하들에 대해 다 털어놔라.”
“저, 전부 다 말입니까?”
“그래, 대충 위치도 알려주면 좋겠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책상으로 급히 뛰어간 메이슨이 무엇인가를 들고 돌아왔다.
“그건 뭐냐?”
“고위 악마들끼리 공유하는 도시의 좌표를 기록해둔 일종의 지도입니다.”
“오호… .”
이건 꽤 쓸만할 것 같았다.
나는 지도를 받아 갈릭에게 건네었다.
“이건 네가 챙겨둬라.”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이놈을 어떻게 처리한다?”
“부하로 써먹으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부하 1호는 무조건 저입니다.”
“흐음… .”
낙인으로 행동을 제약하고 써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려두고 싶은 생각도, 필요도 없기는 했다.
“그냥 죽여 버릴까?”
그러자 메이슨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나름 큰 도시인데 지배하던 놈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갈릭의 말에 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메이슨.
“하던 짓을 보면 이놈이 죽었다고 슬퍼할 녀석들도 없을 것 같은데? 오히려 좋아하면 좋아했겠지.”
하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조금 더 멀리 떨어졌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렇지만 잘만 이용하면 이 도시를 주인님의 휘하에 둘 수도 있습니다.”
“흐음… .”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길어야 일주일 정도 머무를 예정인데 굳이 내 세력을 만들어서 뭐 하냐. 대신 관리를 해줄 녀석들을 만들어 놓기도 어렵고.”
“엘리가 있었다면 여러 가지로 편했을 것인데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네.”
엘리의 매혹이라면 어중간한 악마들은 저항을 하지 못할 것이고 사탄의 세력에 좀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잠깐만… .”
순간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엘리도… 테이밍으로 길들였잖아.”
“네? 아, 그렇죠. 낙인과 다르게 몬스터로 인식이 되어서 테이밍… 어?”
그렇다면 케로를 불러낸 것처럼 엘리도 불러낼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곧바로 아공간을 열며 엘리를 소환해 보았다.
“주인님!”
빛과 함께 엘리가 반가운 얼굴로 등장했다.
“이게 되네.”
“어디 다치거나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아.. 그 가면 너무나 멋집니다.”
“그래, 멀쩡하다. 그런데 그쪽은 별문제 없는 거냐?”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으음… 그렇구나.”
내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니 뭔가 기분이 묘하기는 했다.
“그런데.. 그쪽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냐?”
“주인님께서 넘어가시고 대략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일주일이라… .”
이곳에서 거의 이틀 정도를 지냈으니 3 ~ 4배 정도의 시간차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아, 그 수련의 탑이라는 것 때문에 약간의 소란이 일어나고는 있습니다.”
“그거 등장했냐?”
“아뇨, 아직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천사가 또 한 번 메시지를 통해 곧 등장할 예정이니 준비하라는 정보를 인간들에게 전했거든요.”
“흠… 뭐 어느 정도 언질은 줬으니 나타나도 알아서 잘하겠지.”
지금 내 입장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지만 다른 녀석들에게는 꽤나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자, 내가 지금부터 너에게 지시를 내릴 거야.”
“뭐든 말씀하세요. 그동안 외로우셨다면 당장… .”
이상한 쪽으로 급발진하려는 엘리는 말리며 말했다.
“그런 쪽 아니다. 너 매혹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냐?”
엘리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의 힘이 강해지면 저도 영향을 받아서 처음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메이슨을 가리켰다.
“일단 저놈부터 부하로 만들어라.”
“명을 받듭니다.”
“자, 잠깐! 죽기 싫어!”
“걱정하지 마라, 살려는 줄 테니까.”
대신 앞으로는 네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겠지만.
엘리스의 몸에서 연보라색의 마력이 피어났고 그대로 메이슨을 집어삼켰다.
“크, 크억!”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던 메이슨의 눈이 멍하게 풀렸다.
그리고 잠시 후.
“주인님을 뵙습니다.”
완벽하게 매혹에 당해 충실한 종이 되었다.
“자, 그러면 이 녀석을 어떻게 활용한다?”
아직 사탄은 우리 쪽의 움직임을 전혀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잘만 이용하면 녀석이 꾸미고 있는 무엇인가를 크게 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다른 악마들도 찾아가서 똑같이 만드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지금 순간에도 영혼의 항아리가 차곡차곡 모이고 어쩌면 벌써 사탄에게 전해진 것들도 있을지 모르니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나는 영감님이랑 엘리 데리고 다녀올 테니까 갈릭 너는 여기 남아서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 있어라.”
“명을 수행하겠습니다.”
나는 레이카르트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텔레포트 좀 써주시죠?”
“?”
“아, 텔레포트 좀 써달라고요.”
레이카르트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놈! 감히 위대한 로드에게 그런 불손한 태도라니!”
“뭘 새삼스럽게 그러세요. 전 항상 이랬는데.”
“어?”
어…. 틀린 말은 아닌데.
말문이 막힌 레이카르트가 역정을 냈다.
“에이이! 싫다. 귀찮기도 하고 네 녀석이 구르는 것을 봐야 속이 시원하거든.”
“아.. 그러세요?”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레이카르트에게 비수를 날렸다.
“아까 슬쩍 물어봤는데 레이나랑 레오는 저랑 같이 집에 남겠다네요.”
“뭐?”
“그러니까 영감님은 돌아가시면 혼자 나가서 지내야 한다는 말이죠.”
레이카르트의 두 눈이 지진이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거,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럼 가서 물어보시던가요.”
“…. .”
레이카르트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다 멈칫했다.
그리고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제길… .”
직접 가서 듣지 않아도 충분히 답변이 예상되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냐.”
“간단합니다. 여기 이 좌표들로 텔레포트만 해주시면 끝이에요. 어디 보자.. 대략 20곳 정도 되는 것 같네요.”
텔레포트 없이 직접 이동을 했다면 아마 시간 내에 절반도 돌아다니기 어려웠을 것이다.
“텔레포트가 얼마나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마법인지 아느냐?”
“모르는데요?”
“… 그건 굉장히 어렵고 또 까다로워서 보통의 수준으로는 엄두도… ”
“천하의 로드께서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요. 후달리십니까?”
“후달려? 나는 할 수 있지. 위대한 로드니까.”
“그럼 하세요. 쫓겨나기 싫으시면.”
내 말에 입을 뻐끔거리며 뭔가 말을 하려던 레이카르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안 쫓아낼 거지?”
“하는 거 봐서요.”
“끄응… .”
사랑하는 손녀와 손주를 두고 다른 곳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
거기다 눈앞의 악독한 놈은 밖에 나가는 순간 자신을 들어오지 못하게 할 확률도 있었다.
“오냐, 내가 텔레포트 수십, 수백 번이라도 써주마.”
“뭐…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을 것 같지만 굳은 의지가 느껴지네요.”
“잠깐 기다려라.”
레이카르트가 가벼운 손짓으로 바닥에 마법진을 완성했고.
“자, 이리로 들어와라.”
나는 엘리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럼 다녀올 테니까 이곳에 항아리들이랑 마법진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레이나랑 레오한테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전해주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 그럼 출발하죠.”
“그래.”
환한 빛이 주변으로 모여들며 나와 일행을 집어삼켰다.
“음… 가셨군.”
무릎을 꿇고 있던 갈릭이 몸을 일으키며 거만하게 손짓했다.
“어이. 거기 메이슨이랬나? 이리 와봐.”
“부르셨습니까.”
“나는 주인님의 1호 부하이며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존재다. 알아모셔라.”
“알겠습니다.”
떠나기 전에 갈릭의 말을 들으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메이슨은 아무 저항이 없는 상태였다.
“자… 그럼 가장 먼저 할 일을 알려주겠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주인님의 동상과 제단을 도시 곳곳에 만든다.”
마계 변두리에서 시작된 작은 소동이 이제는 큰 도시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
수많은 악마들이 모여 있는 화려한 연회장.
사탄은 그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보고를 듣고 있었다.
“엘리스 측의 동태는?”
“그것이… 지금은 너무나 조용합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사탄이 턱을 괴며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흐음… 먼저 움직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키기만 하고 있다라… .”
“물론 몰래 밖으로 빠져나가는 소수의 병력들을 확인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추적자는 붙여놓았습니다만… 어떻게 처리를 할까요?”
“글쎄… 어찌할까?”
사탄은 오히려 되물어왔고 부하는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있지만 혹시나 모를 변수는 미연에 차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흐음… .”
무엇인가 말을 하려 입을 우물거리던 사탄이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냥 두어라. 고작해야 지원을 요청하는 정도, 대충 예상 범위 내의 일이다. 그보다… .”
사탄의 시선이 오른쪽에 있는 악마에게로 향했다.
“마신의 의식을 위해 작업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되었지?”
“문제없이 진행 중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국경과 변방 지역의 악마들이 꽤 많이 동조해오는 덕에 더 빠르게 모이는 중입니다. 예정된 기간보다 며칠은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주 좋은 소식이군. 엘리스의 왕국을 먹어 치우는 것보다는 그쪽이 더 중요했는데 마음에 들어.”
자신의 계획은 고작 다른 마왕의 세력을 먹어 치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롯한 마계의 지배자가 되고 다른 차원까지 정복하려면 이번 마신의 의식을 꼭 성공해야만 했다.
“이번 계획은 실패하고 싶어도 실패할 수가 없겠군. 크하하하!”
사탄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걸음을 옮겼다.
***
악마 백작 라누스의 성.
혼자 술을 마시며 사색에 잠겨있던 라누스의 감각에 무엇인가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다.
“뭐지?”
분명 공간이동의 낌새였다.
하지만 성에는 결계가 깔려있고 아무리 좌표를 알고 있어도 자신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이었다.
“누구냐!”
빛과 함께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야… 이거 빠르네요?”
“흥,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위대한… .”
“셔틀이죠.”
“그거 무슨 의미냐?”
“아주 좋고 훌륭한 의미입니다.”
“아닌 것 같은데… .”
성의 주인은 라누스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불청객을 보며 분노를 터트렸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죽여주마!”
“시끄럽고 빨리 끝내자.”
콰아앙!
“커억!”
“엘리야.”
“넵, 주인님.”
“자, 잠… 끄아악!”
“한 놈 성공했고. 자, 그럼 다음.”
파아앗!
악마 백작 레밍톤의 침실.
새로 들인 첩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도 갑작스러운 방문객을 맞이했다.
“뭐, 뭐냐? 웬 놈이냐!”
“와… 아직 한낮인데 뜨겁네.”
“그러게? 빡치는데 넌 좀 더 맞자.”
“끄아악!”
“엘리야, 이놈도 매혹 걸어라. 아, 그리고 그 짓은 못하도록 성욕을 없애버리고.”
“알겠습니다.”
“시끄럽다. 영감님 다음으로 이동해요.”
“에휴… 이게 무슨 짓인지.”
레이카르트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마법을 실행했다.
“시간 아까우니 미리 텔레포트 준비하고 있으랬잖아요!”
“끄으응… .”
그렇게 반나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사탄이 준비하고 있던 계획이 와장창 박살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