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41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41
내가 당당하게 엘리스의 영역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
나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도 있었지만 레이카르트의 존재가 더 컸다.
엘리스는 이래저래 약해졌다는 정보를 들었으니 어지간하면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고 여차하면 레이카르트를 내세워서 압박을 해도 되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 압박이 내게 향하고 있었다.
“저기… 영감님?”
“…. .”
레이카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하하! 네놈은 고자라 통하지 않지만 저놈은 다르지. 너희들끼리 치고받고 싸워 보아라.”
엘리스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고 동시에 사방에서 헬파이어가 날아들었다.
“아나… .”
콰콰쾅!
급히 공격을 피하면서 검을 휘두르려던 나는 멈칫했다.
“와… 이 영감님 제대로 홀렸네.”
어느샌가 내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싼 수많은 마법들.
하늘에는 거대한 번개의 창.
정면에는 조금 전보다 더 커다란 헬파이어가 다섯 개.
측면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화살이 나를 겨누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건 좀… 너무 심하지 않나?”
내 뒤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기운.
“브레스까지 쓰냐, 이 미친 영감아!”
쿠아아아아!
사방에서 공격들이 날아들었고
“에라이!”
나는 능력치 증가 스킬과 드래곤 오러까지 동시에 사용하며 힘겹게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콰콰콰쾅
연달아 이어지는 대폭발.
엘리스의 화려했던 궁전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아오! 진짜 로드씩이나 되어서 홀리기나 하고 도움이 안 되네!”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대응을 했지만 진심으로 달려드는 레이카르트는 확실히 버거웠다.
그나마 인간 형태라 브레스의 위력이나 마법이 드래곤 본체일 때보다는 약하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으나 그렇다고 내가 유리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하하, 생각보다 더 강하구나. 너는 내 충실한 노예로 써먹어 주겠다.”
옆에서 연신 입을 털어대는 엘리스
표정부터 말투까지 너무나 얄미웠다.
“그래, 그게 낫겠다.”
뒤에서 날아오는 레이카르트의 공격을 검기로 막아내며 그 반탄력을 이용해 엘리스에게 달려들었다.
“헉!”
여유롭게 전투를 구경하던 엘리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나를 보호해라. 내 노예여.”
그녀는 여유롭게 손짓하며 명령을 내렸고.
콰아아앙!
“꺄아아악!”
그대로 내 공격에 직격당하며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여, 여왕님!”
당연히 레이카르트가 막아서리라 생각하고 있던 엘리스와 그의 부하들은 경악에 찬 음성을 터트렸고.
“어라? 이걸 안 막는다고?”
나 역시도 조금 당황한 얼굴로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퍼어어엉!
그러나 당황은 잠시.
“크악!”
뒤에서 날아온 공격에 직격당해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나를 앞에 두고 다른 상대를 노리다니 버릇없는 인간이로군.”
레이카르트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으… 매혹 당해도 말버릇은 여전하시… 어라?”
순간 무엇인가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뭔가 좀… 이크!”
콰아앙!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레이카르트의 공격이 계속 이어졌고 나는 피하기에 급급한 상황이 되었다.
“아오! 진짜 레이나한테 다 일러야지.”
움찔.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레이카르트.
“어라?”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떠올린 생각에 점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실험을 해볼까.”
나는 최대한으로 마력과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황금빛은 온몸을 채우고 검 끝에 모여 또 하나의 검이 되었다.
“자… 이걸 막아 봐라.”
그리고 그대로 엘리스에게 돌격했다.
“뭐, 뭣?”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킨 엘리스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익! 나를 지켜! 저 인간을 막으란 말이야!”
하지만 레이카르트는 오로지 나를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하며 엘리스를 보호하지 않았고
콰아아앙!
“꺄아아악!”
엘리스는 또 한 번 내 공격에 직격당하며 비명과 함께 나가떨어졌다.
물론 그 대가로 나 역시 꽤나 강력한 공격을 허용해야만 했지만.
“크윽… 이제야 알겠네.”
바닥을 뒹굴면서도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아오… 진짜 이렇게 뒤통수를 치신다?”
나는 레이카르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꺾었다.
“지금이라도 어설픈 장난 그만두시고 사과하시죠.”
“무슨 소리냐?”
“아하.. 발뺌을 하시겠다? 그럼 뭐… 레이나랑 레오한테 다 말을 해야겠네요.”
움찔.
“할아버지가 대마왕의 매혹에 당해서 날 공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
움찔.
“그래도 명색이 위대한 드래곤 로드인데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요?”
움찔.
“자.. 그래서 대답은?”
잠시 눈동자를 굴리던 레이카르트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 눈치챘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매혹 안 걸렸네. 이 영감님!”
“아… 그, 그게 저 마왕이 되지도 않는 수작을 부리길래 한 번 어울려 준다는 것이… .”
“뻥치지 마세요. 그냥 나 때리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그, 그것도 조금은 있지만… .”
그랬다.
레이카르트는 처음부터 매혹 따위는 전혀 걸리지 않은 것.
사실 나에게도 걸리지 않는 매혹이 대마왕과 동급인 드래곤 로드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엘리스가 다른 대마왕도 다 홀려서 최강이 되었어야 했지.
“어떻게 눈치를 챈 거냐?”
“기본적으로 영감님은 연기를 너무 못해요.”
“음… 이번에는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이번에는 살짝 속을 뻔했죠. 그런데… .”
나는 저 멀리 처참한 몰골로 주저앉아 있는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매혹에 걸렸다는 양반이 주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공격하는 것만 신경을 쓰는 것은 너무 이상하잖아요.”
“어…. 그런가?”
“당연하죠. 주인의 안전이 최우선인데 ‘주인은 두들겨 맞더라도 나는 너를 팰 것이다’라는 기세로 달려들면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죠.”
레이카르트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거기다가 매혹에 당했다는 양반이 레이나한테 이른다는 말을 왜 신경 써요? 그리고 엘리스가 노예라고 말할 때마다 움찔거리며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고.”
“그, 그랬었나?”
“아오… 진짜 온몸이 쑤시네.”
나는 과하게 몸을 주무르며 아픈 척을 했다.
“어.. 그,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 최대한 조절해가면서 안 아프게 공격했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인간 모습이라 약한 것인 줄 알았지만 레이카르트의 말처럼 사정을 보면서 공격을 했기에 그렇게 느껴진 것.
하지만 그렇다고 용서를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아이고… 이거 레이나랑 레오한테 뭐라고 이야기를 하나.”
“자, 장난이었다니까.”
“이야.. 장난 두 번 했다가는 죽어서 신이랑 만나겠네요.”
“이익! 거짓말하지 마라. 네놈 정도 되는 녀석이 고작 그 정도로 죽을 리가 없잖아!”
나는 얼굴 가득 황당함을 담으며 말했다.
“아니.. 지금 잘못을 해놓고 오히려 화를 내시는 겁니까? 위대한 로드께서?”
“그게 아니라…. .”
레이카르트 입장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젠장… 적당히 하다가 매혹 깨진 척하며 끝내려고 했는데.’
너무 신이 나서 앞뒤 안 보고 놀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자..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뭐, 뭘 말이냐?”
“음.. 얼마 전에 뒷담화했던 것은 그냥 넘어간다 쳐도 이번 경우는 그러기 힘든데요.”
“아니 고작 이것 가지고… .”
레이카르트가 얼굴을 찌푸렸지만
“아앙? 뭐라고요?”
삐딱한 내 태도에 급히 꼬리를 내렸다.
“미,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든 나중에 보상을 할 테니까 그… 레이나랑 레오에게는… .”
“말하지 말라고요?”
레이카르트가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흐음… 좋아요. 일단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나중에 생각해 보죠.”
“저기… 그럼 뒷담화했던 것은 넘어가는 거지? 나 집에서 살아도 되는 거냐?”
나는 무슨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말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따로 계산합니다.”
레이카르트가 얼굴 가득 억울함을 담으며 투덜거렸다.
“좀 전에 그냥 넘어간다며!”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이.”
“끄응… .”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잘못은 자신에게 있었고 지금 성질대로 했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니까.
“자, 그럼… .”
한숨을 푹 내쉬는 레이카르트를 뒤로하고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진지하게 대화를 좀 나누어 볼까?”
단 두 번의 공격이었지만 꽤 타격을 입은 것인지 꼴사나운 모습의 엘리스.
“이익… 지금 날 놀리는 거냐?”
표독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닌데… 먼저 수작을 부린 것도 너고 난 그냥 대응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
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내가 진심으로 임했다면 네 부하들 다 죽었다는 것은 알지 않냐?”
“…. .”
분명 사실이었다.
힘 조절을 하면서 무력화에 중점을 두어서 그렇지 안 그랬다면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악마들은 거의 없을 테니까.
“건방진 놈! 감히 여왕님께 그런 불손한 언사라니!”
크라이스가 검을 뽑아들며 달려들려 했지만.
“그만!”
엘리스가 막아섰다.
“여왕님?”
“저 인간의 말이 맞다. 지금 주도권은 우리가 아닌 저쪽에 있어. 일단.. 대화를 나누어 보겠다.”
엘리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음… 지금 상황이 썩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엘리스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그래, 여기 앞에 있는 누구 덕분에 말이지.”
“말은 똑바로 해야지. 애초에 먼저 내가 살던 세상을 건드린 것도 너희였고 나는 그저 방어 차원에서 대응을 했을 뿐이야.”
엘리스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논쟁은 그만하고… 그래, 좋지 않아. 지금 사탄의 병력들이 시시각각 밀려오고 나의 수하들은 계속 패배하고 있다. 얼마 후면 내 성으로 들이닥칠지도 모르지.”
“여왕이시여… 저희가 목숨으로… .”
“되었다. 이미 다 알고 온 것 같은데 굳이 허세를 부릴 입장이 아니야.”
“그런 태도는 마음에 드는군.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는 사탄의 계획을 방해할 생각이다.”
“사탄의 계획? 아.. 그 얼토당토않은 의식을 말하는 건가?”
“그래.”
내 말을 들은 엘리스는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더 황당한 놈이군. 하긴 그러니 인간 주제에 이곳에 올 생각을 했겠지.’
그러고 보니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너… 마계에는 어떻게 온 것이지? 그리고 내 성에는 무슨 수로 들어왔고.”
“굳이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하… 그것도 그렇네.”
원래라면 윽박질러서라도 알아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매혹도 통하지 않고 힘도 함부로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지금은 그저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하는 입장.
“그래서.. 어쩔 셈이지?”
“내가 사탄의 계획을 방해하려는데 기왕이면 스케일을 크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더라고.”
“크게 한다라… .”
“지금 사탄의 공격에 꽤 고생하고 있잖아. 내가 쳐들어오는 놈들을 때려잡아 주지.”
엘리스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네가? 굳이 왜?”
“뭐.. 이유가 여러 가지지만 굳이 하나만 꼽자면 사탄의 신경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고 할까?”
사탄의 영역에 들어가서 깽판을 치려면 녀석의 전력이 최대한 분산되는 것이 좋았다.
지금 거의 이겼다고 생각하는 전쟁에서 갑자기 변수가 등장해서 밀린다면 당연히 추가 병력이나 강력한 부하들을 보낼 것이고 그렇다면 그만큼 본진이 허술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공짜는 아니겠지? 원하는 것이 뭐냐?”
“흐음… 원하는 것이라… .”
잠시 고민하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