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5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5
“그러고 보니 자네 이번에 손주를 봤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에 레드 드래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허허··· 우리 아들 놈이 일찍 장가를 가더니 벌써 손주를 데려왔지. 태어난 지 10년 되었다네.”
“어이구 아직 아기구만. 한창 귀여울 때지”
“이제 말문이 트여서 할아부지 할아부지 하는데 어찌나 귀여운 지 자네들은 모를 거야.”
그 말에 다른 로드들이 가볍게 웃었다.
“팔불출이구만. 우리도 빨리 손주를 봐야겠어.”
“그래서 그 귀여운 손자 한 번 보여주겠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그러지 뭐, 따라들 오시게.”
그는 다른 드래곤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레오야 할아비 왔다.”
도착한 곳은 휘황찬란하게 꾸며 놓은 방이었다.
아기자기한 장식물들과 곳곳에 놓인 가구들이 딱 봐도 어린 아기를 위해 준비해 둔 것을 알게 해주는 방.
“음? 이 녀석이 또 어디 혼자 돌아다니나.”
방 어디에도 레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넓다고 해도 드래곤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 아마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했다.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 레어 밖으로는 내 허락 없이 나갈 수 없고 위험한 것들도 없으니.’
그는 레어를 관리하는 집사를 불렀다.
“우리 레오 어디 갔는지 혹시 아느냐?”
“도련님이라면 아마··· 아까 주인님의 방으로 가시는 걸 봤습니다.”
“그래? 크흠 할애비가 보고 싶어 왔는데 어긋났나 보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던 그가 멈칫했다.
“방금··· 어디라고?”
“주인님의 방이라고 했습니다.”
레드 드래곤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자네 왜 그러나? 아이는 어디 가고?”
“그··· 우리 게이트 열어 놓고 왔지?”
“헤츨링들로 시험해 본다고 열어 놓지 않았나. 한 번 여는데 차원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니 굳이 닫을 필요도 없고.”
“으, 으악 레오야 안 된다.”
“이, 이보게 무슨 일인가?”
레드 드래곤은 대답하지 않고 부리나케 방으로 이동했다.
“저 친구 왜 저러나?”
“레어에서 텔레포트까지 쓸 정도면 급한 일인가 본데.”
다른 두 드래곤들도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바닥에 주저앉은 레드 드래곤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어라 여기 게이트는 어디 갔어? 자네가 닫았나?”
레드 드래곤은 세상이 무너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닫은 게 아니야··· 와보니 이미 닫혀 있었어.”
그 말에 다른 두 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우리 말고는 닫을 수 있는 존재가 없을 텐데?”
“그렇지 누군가 넘어가지 않는 이상에야··· 서.. 설마?”
레드 드래곤이 훌쩍 거리기 시작했다.
“레오야 이 녀석아 어쩌자고 거길 들어갔니 ”
그리고 곧 대성통곡으로 이어졌다.
“으허헝 우리 손주 어찌 하누”
다른 두 명이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이, 일단 진정하고 방법을 찾아 봅세.”
“그래 우리가 못 넘어가도 다른 녀석이라도 뽑아서 에너지가 모이는 데로 바로 보내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거기다 그곳은 그 아이를 위협할 존재는 없지 않나. 아무리 어려도 드래곤일세.”
“으허허엉 레오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도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차원 에너지를 모으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차원축이 달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어린아이가 다른 차원에 덩그러니 떨어진다면 얼마나 당황할 지도 문제였다.
“부디··· 무사해야 할 텐데.”
***
시간은 흘러 또 주말이 되었다.
“심심하군.”
“행복해요.”
고개를 돌려보니 피자 세 판을 먹어치운 릴리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하아··· .”
왠지 모르게 발끈해서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얏!”
릴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왜, 왜 그러세요.”
“넌 인마 내가 돈 좀 벌어온다고 먹어치우는 게 더 늘어났다?”
알바비를 벌어오는 걸 알고는 본격적으로 더 먹는 릴리였다.
“헤헤 죄송해요. 근데 저 티비라는 것 참 재미있네요.”
혹시나 내가 먹는 걸 줄인다는 말을 할까 다급히 화제를 돌리는 릴리였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물었다.
“신계에는 저런 게 없어?”
“있기는 있는데 거기는 별로 재미없어요. 인간 세상으로 치면 종교 방송만 계속 나오는 식이랄까?”
“아··· 이해했다, 그건 참 고통이지. 아니 근데 넌 천사가 그런 말 해도 되냐?”
“헛.. 이건 비밀이에요.”
“그러니까 누구한테 비밀인데 말할 사람도 없는데.”
확실히 어린 천사라 그런가 많이 어설펐다.
으음··· 설득력이··· 있어!
“뭐야 이 고철덩이가!”
나는 또다시 서로 물어뜯는 둘을 내버려 두고 휴대폰을 뒤적였다.
“뭐 재미난 거 없나··· .”
그렇게 한참을 빈둥거리던 내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어라··· 저건 또 뭐야?”
아주 멀리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디서 불이라도 났나?”
옆에서 릴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준혁 님!”
“왜 또, 뭐 더 시켜줘? 이건 내가 돼지를 데리고 있는 건지.”
잠시 볼을 부풀린 릴리가 투덜거렸다.
“그게 아니라요. 아니 물론 먹고 싶은 게 있지만··· 그보다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요.”
“어딜? 귀찮아 안 갈래.”
“이레귤러 게이트가 나타났어요. 위치는 저곳이네요.”
릴리가 가리키는 곳은 방금 내 눈에 들어온 장소였다.
***
레오는 혼란스러웠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찾아간 방에 큰 구멍이 있었고 신기한 느낌에 그냥 구멍으로 들어간 것뿐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낯선 곳에 자신 혼자만 덩그러니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아직 10살도 안 된 어린 헤츨링에게는 매우 두려운 상황이었다.
“우으··· 으아아앙!”
빼애애애액!
그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본능적으로 힘을 발휘하며 사방으로 불을 뿜어냈고 순식간에 주변이 불타기 시작하였다.
겁이 나서 울고 있는데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자신의 불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며 굉장히 강한 힘이 느껴지는, 모습은 좀 달랐지만 익숙한 느낌.
레오는 울음을 멈추고 멍하니 말했다.
“아쁘아?”
***
나는 급히 릴리가 알려준 장소로 달려갔고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소설이나 게임, 영화 속에서 나오고 묘사되던 존재.
실제로 있다고는 하는데 한 번도 못 본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
“어··· 그러니까… .”
작다?
덩치가 엄청 작았고.
빨갛다?
피부가 엄청 빨갛고.
귀엽다?
결정적으로 엄청 귀여웠다.
“드래곤··· 같은데?”
“드래곤이네요.”
빼애애액!
산을 불태우고 있는 것은 작은 드래곤이었다.
정신없이 불을 뿜으며 난리를 치던 드래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아쁘아?”
그 소리를 들은 지크가 물었다.
“멀쩡한 사람 유부남 만들래?”
“일단 저 녀석부터 진정시키자.”
천천히 녀석에게 걸어갔다.
“앗 뜨뜨, 불부터 꺼야겠네.”
나는 지크를 휘둘러 마나를 담은 풍압으로 불을 꺼버렸다.
그 모습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던 드래곤이 아장아장 걸어와 내 다리에 달라붙었다.
부비부비
“아쁘아 아쁘아.”
녀석은 보석 같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엽긴 한데… .”
“준혁 님,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릴리의 말처럼 다가오는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품에 안은 채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
집에 돌아와 방으로 들어온 나는 녀석을 내려놓았다.
녀석은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녀석 딱 봐도 어려 보이는데.”
“저도 드래곤을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마 50살도 안 된 어린아이 같아요.”
“드래곤은 수천 년을 사는 존재니까. 인간의 50년은 어른이 되고도 남는 시간이지만 드래곤에게는 매우 짧은 시간이야. 인간으로 치면 1년 정도 되려나.”
“그런데··· 이 녀석이 이레귤러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거지?”
“네.. 이 아이가 나오고 게이트가 닫힌 것 같아요.”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체 뭐지 저번에도 이상한 녀석들 토해내더니.’
“근데.. 어쩌죠? 이 아이를 풀어 줄 수도 없고.”
풀어놨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납치되어 실험용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사냥 당할 수도.
“그렇게 쉽게 정할 게 아니야.”
어라?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천사에 이어 드래곤이라… 이러다 악마도 키우겠어.
어허 어허허…
“아쁘아 아쁘아.”
드래곤은 또다시 내 무릎으로 올라오더니 품에 파고들었다.
“후··· 넌 이름이 뭐냐?”
그다지 기대를 하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대답이 들려왔다.
“레오, 레오오.”
“어라, 내 말을 알아 들었나.”
“아쁘아 아쁘아.”
아직은 제대로 말은 못 하는 모양이었다.
“근데 애는 왜 나보고 아빠라고 하지?”
릴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준혁 님의 지금 능력치면 어지간한 성인 드래곤을 능가하는 힘이니까 착각을 할 수도 있어요.”
일단 호칭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아빠는 안 돼. 혹시나 나중에 친부모라도 튀어나오면 난리가 날지도 모르니까.. 삼촌이라고 불러라 레오야.”
“삼쵼?”
“그래.”
“삼~초온.”
“아니다, 지금 일단 17살인데 삼촌이라고 하기도.. 형이 나으려나?”
그 말에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횽아?”
“그래··· 형이야.”
너무 귀여웠다.
‘이런 게 심장 폭행인가.’
그 모습에 릴리도 한 마디 거들었다.
“꺅! 귀엽네요 레오야 나는 릴리 누나야.”
“누우나아?”
“어··· 그러네?”
나는 레오를 요리조리 살펴보았지만 성별을 알 수 있는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음··· 드래곤은 성별을 뭘로 구분하냐?”
내 물음에 릴리도 당황한 듯 말했다.
“저도 잘..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에이 몰라 문제는 그게 아니지.”
일단 중요한 것은 어디서 키우느냐였다.
나는 레오를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집에서··· 키우는 방법밖에 없겠지?”
“아무래도… 그렇죠?”
그렇다면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문제였다
“어디서 테이밍 했다고 하면··· 믿으시려나?”
동물형 몬스터들을 테이밍 스킬로 길들여 키우는 경우도 제법 되었기에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작은 녀석이라면 부모님도 거부감이 덜 하실 것 같았다.
“어차피 이쪽에 드래곤이란 존재는 없고 그냥 날개 달린 도마뱀 정도로··· 어라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네?”
드래곤들이 들으면 피를 토하며 달려들 말을 스스럼없이 하였지만··· 뭐 꼬우면 오던가.
“언제 이 아이 부모가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우리가 데리고 있죠.”
“후.. 그래 일단 그렇게 해야겠네. 근데 내가 학교에 가있을 때가 문제인데.”
아무리 아기라도 드래곤이며 아까 전의 불난리를 보면 잘못하면 집이고 뭐고 다 날려먹을 수도 있었다.
릴리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제가 있잖아요. 결계를 치고 같이 놀아주면 돼요.”
“저렇게 작아도 꽤 세던데 네가 감당 되겠냐?”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릴리를 바라보았다
“맡겨만 주세요.”
“음.. 일단 좀 더 생각해보자.”
“아쁘아? 삼쵼? 횽아!”
내 속도 모른 채 레오는 옹알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