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50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50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숨겨둔 한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도망치다니.
게다가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는 정체불명의 동작.
처음에는 마법이라도 사용하는 것인가 생각했으나 아무 의미가 없었고 묘하게 기분이 나쁜 것이 거슬렸다.
“노오옴! 이곳은 나의 왕국이자 내 영역, 내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콰콰콰콰!
사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압도적인 마기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러니까 잡아보라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 중 위협적인 것은 피하고 가벼운 것들은 받아치며 사탄과의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멈추라고 한다고 멈추면 도망은 왜 치겠냐.”
애초에 도망치면서 시간을 끌기로 작정한 이상 아무리 대마왕이라도 날 쉽게 잡는 것은 힘들었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시간을 끌고 있던 순간.
“이런 쥐새끼 같은 놈!”
콰아아앙!
내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사탄의 공격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콰르릉!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이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퍼퍼펑!
하늘에서 수십 개의 검은 칼날이 쏟아져 내리며 커다란 나무를 구멍투성이로 만들었다.
“와, 이제 광역으로 때리기로 작정했네.”
속도는 아까보다 좀 느려졌지만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진 상황.
사탄의 공격은 계속해서 날아들었고 주변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나 보자!”
“사탄님!”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옆을 돌아본 사탄.
함께 온 부하 중 하나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뭔가 좀 이상합니다.”
“무엇이 말이냐?”
“아스타로트와 그 부하들이 침범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언데드의 흔적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모두 소멸되어 사라진 거겠지.”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흔적이 없습니다. 저희가 오고 나서 언데드와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음… .”
“거기다 지금 쫓고 있는 놈도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끌겠다는 목적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사탄 자신도 조금씩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애써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상황. 사탄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저놈이… .”
조금 전까지 꽁지 빠져라 도망치고 있던 놈이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춘 상태로 자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도망을 칠 생각이라면 절대 하지 않아야 할 행동.
“어이! 포기했냐? 잡으러 안 와?”
꿈틀!
그 모습에 사탄의 눈이 또 한 번 돌아갔다.
“상관없다. 어차피 중앙의 제단은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고 아스타로트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결계를 풀 수 있는 놈도 없다는 소리겠지. 일단 저놈을 잡고 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니 잠깐… .”
잠시 고민하던 사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희는 중앙 제단으로 가라. 그곳에는 카이러스와 엠블로도 있을 것이니 합류해서 상황을 지켜보다 나에게 전달해라.”
“사탄님만 두고 저희만 떠날 수는… .”
사탄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지금 내가 위험에 빠질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놈들이 어떤 함정을 준비해 두었더라도 나에게는 소용없다. 어서 가라.”
악마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합류 후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나에게 바로 전달이 되었다.
“혹시나 나 안 따라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네.”
중앙 제단에는 작업 중인 레이카르트와 엘리가 홀린 악마 부하들이 대기 중이었으니 사탄의 부하들은 바로 제압이 될 것이다.
“어… 대충 절반 정도 파괴한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게 달아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계획인 다 있었다.
내가 움직이는 장소마다 중앙 제단과 연결되는 마력의 축들이 존재했고 사탄은 그곳을 스스로 파괴하며 나를 따라오고 있었던 것.
물론 내가 직접 파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파괴하며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다.
“그럼… 나머지 절반도 파괴를… 이크!”
“거기 서라!”
나는 또다시 달려드는 사탄을 뒤로하고 다시 도주를 시작했다.
콰콰쾅!
콰르릉!
퍼어엉!
사탄의 공격은 계속해서 주변을 파괴했고 나 역시 그에 호응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가던 도중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응?”
주변의 동상 하나를 파괴하는 순간 주변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흠… 이게 마지막이었나?”
중앙 제단과 연결된 마력의 축들이 다 파괴된 듯했다.
“그러게.”
이상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네놈… 이게 목적이었나?”
눈앞에 나타난 사탄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분노를 발산했다.
“맞아. 보기보다 눈치가 느리네.”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사탄.
하지만 곧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제단에 있는 결계를 공략할 수 있는 놈은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니 그동안 네놈을 처리하고 돌아가면 되겠지. 겁도 없이 기어들어온 대가는 네놈의 목숨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내가 겁이 좀 없기는 하지.”
얼굴을 왈칵 찌푸리는 사탄.
“끝까지 기고만장하구나. 주둥이만큼 실력이 있는지 확인해볼까?”
살기를 내뿜는 사탄의 두 눈.
먼저 움직인 것은 사탄이었다.
사탄의 검에서 불길한 검은 안개가 흘러나왔고.
콰아아앙!
사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거 성질도 급하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옆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검은색의 창 한 자루가 꽂혀있었다.
“일부러 맞추지 않은 것이다.”
“아, 그러셨어요?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사탄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확실하다. 넌 나보다 약해.”
“그거야 붙어봐야 알.. 뭐야?”
그 순간 검은색의 창이 깨지며 주변을 강하게 빨아 당기는 불꽃의 소용돌이가 되어 나를 덮쳐왔다.
급히 마력을 일으키며 저항을 했지만 움직임이 제약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동시에 사탄의 손이 검게 물들며 불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데스파이어.”
레이카르트가 즐겨 사용하던 헬파이어와 비슷해 보이는 마법.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완벽하게 달랐다. 헬파이어가 순수하게 불꽃의 기운만을 품고 있었다면 저 마법은 굉장히 꺼림칙한 마기를 품고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맞으면 꽤 아플 것 같네.”
이미 피하기는 늦은 상황.
급히 마력을 뿜어내어 황금빛의 방패를 만들며 사방을 둘러쌌다.
동시에 거대한 불꽃들이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거세게 몰아쳐 왔고 그대로 방패에 직격했다.
콰과과광!
폭발의 여파로 대지가 진동하였고 방패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나는 뒤로 몸을 빼며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위력이 장난 아니네.”
폭발이 직격한 주변은 어마어마한 열기로 인해 땅이 녹아내리고 대기가 불타고 있었다.
“고작 이 정도가지고 놀라면 안 되지. 지금까지 날 귀찮게 했던 것에 대한 대가는 크다.”
“별로 대가를 치르고 싶지는 않은데.”
사탄은 상대의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고 달아나는 적들은 수도 없이 보았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는 자신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뭐.. 상관없겠지. 제압하고 난 후 심문하면 그만이다.’
생각을 정리한 후 몸을 움직이려던 사탄이 멈칫했다.
“뭐야?”
눈앞에 있던 놈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싸우다가 딴생각을 하면 처맞아야지.”
나는 블링크를 이용해 사탄의 측면으로 이동했고 마력을 모아 검격을 연달아 날렸다.
콰콰콰콰쾅!
황금빛의 섬광이 번뜩이며 사탄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꽈아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사탄의 몸이 계속 뒤로 밀려났고 나는 순식간에 녀석의 뒤로 이동해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큭… 계속 귀찮게 하는구나.”
순간적인 공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사탄.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귀찮음 때문이었지 고통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는 좀 아프게 해줘야겠네.”
나는 능력치 증가 스킬들까지 사용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퍼부으며 사탄을 몰아붙였다.
꽈아아앙!
배를 강타하는 주먹.
“크으읍.”
사탄의 허리가 부러질 듯 앞으로 접혔다.
콰아앙!
황금빛으로 빛나는 검은 공간을 가르며 사탄의 목을 노렸고 사탄은 급히 검을 휘둘러 공격을 막아냈다.
물론 나 역시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앞으로 들이밀며 놈의 검이 움직일 공간을 제한시켰고.
서걱.
덕분에 사탄의 가슴을 가르고 지나가는 긴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크흐흐.”
상처를 입은 사탄이 웃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계속해서 몰아붙이려던 나는 꺼림칙한 감각에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각.
본능이라고 봐도 될 그 느낌이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사탄이 들고 있는 검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법이야, 정말 제법이야.”
순간적으로 사탄의 얼굴에 어떤 감정이 떠올랐다.
그것은 즐거움.
“기대 이상이구나. 게다가… 지금 네놈이 쓰는 힘, 분명 신성력이 확실해.”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공격을 허용하면 할수록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기를 뚫고 오는 기분 나쁜 기운, 상처의 회복을 방해하고 더 큰 상처를 남기는 황금빛의 마력. 분명 신성력이었다.
“어떻게 신성력을 쓰는 놈이 이 마계에서 당당히 돌아다니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우선 널 제압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군.”
사탄이 쥐고 있는 검에서 소름 끼치는 마기가 뿜어졌다.
“자, 네가 만족할만한 상대가 나타났다. 나와서 잡아먹어라.”
사탄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고 마기는 주변 일대를 장악해갔다.
그리고 곧 공간의 흐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난 변신 시간을 기다려 주는 편이 아니라서 말이야.”
놈이 무엇인가 수작을 부리기 전에 빠르게 공격을 시작했다.
콰콰콰쾅!
사탄의 검과 지크가 순식간에 수십 차례 격돌하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계속 이어지는 공격에 사탄은 다시 뒤로 밀려났다. 아까와 비슷한 전투 양상.
하지만.
“크하하! 이미 늦었다.”
결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건… .”
주변의 시간이 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느려지는 공간. 그 속에서 오직 사탄만이 정상적인, 아니 더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나는 사탄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급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주변에서 검은 불꽃과 번개의 폭풍이 떨어져 내렸고 정면으로는 불길한 안개에 휩싸인 검격이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크윽!”
능력치 증가 스킬이 없었다면 진작 패배했을지도 몰랐다.
“대마왕은 대마왕이네.”
빠르게 이어지는 공격에 이제는 내가 연신 뒤로 밀려나야만 했다.
기회를 보다 반격을 하려는 그때.
사탄의 공격이 네 갈래로 갈라지며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다급히 튕겨내는 순간.
서걱!
검은 안개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
얕은 상처였다.
하지만 얕은 상처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절대 작지 않았다.
신성과 마력으로 보호받는 신체를 뚫은 기운은 탐욕스럽게 안으로 파고들려 했고 상처 부위에서 황금빛 마력과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었다.
“이제야 나와 너의 수준 차이를 알겠느냐?”
공격을 멈추고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사탄.
“그래. 강하기는 한 것 같다.”
“뒤늦게 깨달은 듯하지만 어차피 네가 살아날 길은 없다. 대신 정보만 토해내면 곱게 죽여는 주마.”
“글쎄… .”
내 반응에 사탄이 눈을 찌푸리며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쿠아아아아!
어마어마한 열기를 머금은 붉은 빛줄기가 사탄을 직격했고 놈은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크아아아악!”
나는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투덜거렸다.
“아, 늦었잖아요!”
그곳에는 거대한 육체를 드러낸 붉은 드래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