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52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52
“왜 그런 표정으로 절 보십니까?”
내 말을 들은 레이카르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얼굴에 구멍 나겠네.
“와… 진짜 넌… .”
뭐라 말은 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나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잠깐 손을 잡았다고 해도 결국은 악마들인데 끝까지 신경을 써 줄 이유가 없죠. 거기다 애초에 제가 엘리스에게 약속했던 것은 사탄의 침공을 막아주고 그 부하들을 엘리스의 부하가 되도록 해주는 거였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전 약속은 충분히 지켰으니 이제 뒷감당은 엘리스가 해야겠죠.”
“뭐..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
레이카르트 입장에서도 굳이 엘리스를 위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물론 엘리스는 앞으로 내가 사는 세상을 위협할 수 없을 테지만.’
낙인의 효과는 계속 유지가 될 것이니 적어도 하나의 세력은 확실하게 처리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엘리스를 통해 마계의 정보도 꾸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니 나에게는 남는 것이 많은 거래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 엘리는 다시 아공간에 들어가고… 다른 녀석들은 어쩌지?”
내가 직접 테이밍을 한 것이 아닌 다른 악마들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여기에 남겨두고 가는 것이 나으려나.”
하지만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했다.
“뭐야? 이 녀석들도 들어가지네?”
엘리의 부하들이라 그런지 카이러스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도 아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그럼 데려가면 되겠네.”
상황을 지켜보던 엘리가 앞으로 나섰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왜?”
“저희는 당분간 마계에 남아서 활동을 해도 될까요?”
뜻밖의 말이었다.
“갑자기? 무슨 이유라도 있냐?”
“언제 다시 마계를 올지 모르는 일이니 이곳에서 좀 더 정보를 얻고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도 있고요.”
“흐음… .”
엘리스나 바리스타 쪽이 있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져 내 사람들은 아니다.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엘리와 그 부하들이 남는다면 이래저래 도움은 될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저 녀석들을 당장 지구로 데려간다고 해도 딱히 써먹을 곳도 없을 것 같고.
조교, 아니 교육을 받지 못하는 조승호가 좀 아쉬워할 수는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
엘리나 엘리에게 홀린 부하들이 날 배신할 일은 절대 없기에 안심하고 남겨둘 수 있었다.
“근데 하고 싶은 일이 뭔데?”
“아… 저도 저만의 세력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요. 물론 주인님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을 할 생각입니다.”
“음… .”
확실히 지금 엘리의 부하들은 꽤 화려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공작급 중 손에 꼽히는 카이러스와 카이러스보다는 약하지만 공작급으로 분류되는 엠블로, 거기다 크라비우스와 다른 자잘한 녀석들까지 더하면 충분히 위협적인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터.
“알았다. 그럼 보고할 것이 있으면 연락을 하고 괜히 무리하지는 마라. 어차피 나에게 마계는 그렇게 중요한 곳은 아니니까.”
여차하면 아공간을 통해 다시 불러들여도 되니 큰 문제는 없을 듯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너희들은 일단 바리스타의 세력과 함께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엘리스와 함께 하기에는 사사건건 충돌을 할 확률이 높았고 엘리스 입장에서도 자신과 거의 같은 엘리를 마주하는 것은 꺼림칙한 일일 테니까.
게다가 에밀리의 삼촌일지도 모르는 바리스타였으니 조금은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으로 대화를 좀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래? 아무튼 알아서 해라. 나랑 영감님은 갈 테니까 너희도 빨리 여기를 벗어나라 사탄 놈이 언제 올지 모른다.”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엘리와 부하들은 고개를 숙인 후 자리를 벗어났다.
“자, 그럼 우리도 가볼까요.”
“오냐.”
레이카르트가 마법이 발동되며 주변이 모두 빛에 잠겼다.
빛이 사라진 후 제단과 구조물들이 파괴되고 남긴 약간의 잔해들만이 쓸쓸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파아앗
“이놈들! 가만두지 않겠다!”
압도적인 마기를 몸에 두른 사탄이 나타났다.
여기저기 그슬리고 얼음과 흙투성이가 된 것이 자연 결계에 상당히 곤욕을 치른 모습이었다.
“당장 네놈들을 찢어… 음?”
하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휑한 공간뿐.
“이게… 뭐야?”
사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남은 것은 가루가 되어 사라진 제단과 산산조각이 난 마법진들뿐.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조금 전까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마기를 뿌리던 제단이, 검은빛을 뿌리던 마법진이, 마신의 모습을 본뜬 동상이 싹쓸이된 상황.
사탄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노였고 다음은 부정. 마지막으로는 약간의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빌어먹을… 이대로 놈들을 놓치면 안 된다.”
사탄은 서둘러 마검의 힘을 끌어냈다.
“찾아, 놈들이 지금 어디로 간 것인지 당장 찾아!”
“아까 날 공격했던 도마뱀과 버러지를 당장 찾으라고!”
마검이 몸을 떨며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거기냐? 결코 살려두지 않겠다.”
사탄의 몸이 검은 안개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
“횽아!”
“준혁 어디 다친 데는 없나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인님.”
레이카르트와 함께 차원문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반겨왔다.
“멀쩡해요. 별일 없었죠?”
“네, 조금 심심했지만 레오랑 놀아주면서 기다렸어요.”
레이나는 내 몸을 이리저리 살폈고 레오 역시 다리에 달라붙어 얼굴을 비벼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허망하게 바라보는 레이카르트.
“저기… 얘들아? 할아비도 왔는데…. .”
“할아버지도 수고하셨어요.”
너무나도 담백한 레이나의 인사.
“아니! 나는 걱정도 되지 않냐?”
그러자 레이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누굴요? 할아버지를요? 준혁은 약하니까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할아버지는 다르잖아요.”
“저놈이 어딜 봐서 약해! 당장 대마왕이랑 붙어도 어느 정도 버티던 놈인데.”
억울함에 마계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친 레이카르트.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할아버지보다는 약하잖아요. 아니 그리고… 준혁이 대마왕한테 공격을 당했다고요?”
“어? 아, 그게 그러니까… .”
“할아버지는 뭐하셨어요! 약한 사람을 보호해야지.”
“아니 다시 말하지만 저놈 안 약하다니까. 그리고 난 저놈이 일을 시킨 것이 있어서 그거하고 뒤늦게 가서 도와줬는데… .”
“그럼 빨리 일을 마무리했어야죠!”
분명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미, 미안하다.”
결국 눈물을 삼키며 사과하는 레이카르트.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레이나 그만 해요. 영감님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준혁은 마음씨도 곱네요.”
“아니 뭐.. 그렇지는 않은데… .”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좋게 봐주는 것은 양심에 찔리기는 했다.
“이노오옴!”
레이카르트가 억울함에 온몸을 떨며 나를 노려보았지만.
“지금 준혁에게 화를 내시는 건가요?”
“아, 아니다.”
레이나의 눈짓에 물러나야만 했다.
“에이잉, 거기 악마! 네놈은 뭘 하는 거냐? 빨리 돌아갈 준비 안 해?”
갈 곳을 잃은 레이카르트의 분노가 갈릭에게로 향했다.
“네? 준비는 아까 전에 끝났습니다.”
“어디서 말대답이냐!”
“…. .”
할 말을 잃은 갈릭과 드디어 만만한 존재를 찾은 레이카르트.
“괜히 갈릭한테 화풀이하지 마시고 빨리 들어가세요. 갈릭, 너도 들어가.”
내 말에 두 사람의 안색이 바뀌었다.
“넵! 주인님의 명을 따릅니다.”
“아니.. 나는 좀 대화도 하고… .”
“여기 혼자 남으실래요?”
“끄으으응…. .”
그건 또 싫었는지 서둘러 차원문 앞으로 이동한 레이카르트였다.
“자, 다들 들어가세요. 내가 마지막으로 들어갈 테니까.”
“준혁, 바로 따라 들어와요.”
레오를 안고 레이나가 차원문으로 들어갔고 뒤를 이어 갈릭도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레이카르트와 내가 들어가려는 순간.
“거기 서라!”
분노를 담은 외침이 주변을 울렸다.
콰콰쾅!
검은 안개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사탄.
“어딜 도망가려는 것이냐!”
“타이밍 기가 막히는구만.”
사탄이 핏발 선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레이카르트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감히 내 영역을 공격해? 그걸로 모자라 의식을 망쳐. 지금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모르겠는데?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사탄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마신께 의식을 드릴 준비를 했으면 제물을 드려야 하는데 네놈이 다 망쳐버렸다. 제대로 의식이 완성되지 못하면 어떤 신벌이 내려질지 모른단 말이다!”
“아.. 그러냐?”
한마디로 의식이 망해서 마신이라는 양반이 빡쳐서 뭔가 난리를 칠 것 같다는 이야기.
“근데 그거야 네 사정이잖아.”
벌도 저놈이 받을 것이고 대가도 저놈이 치러야 한다.
“내가 알게 뭐냐. 영감님.”
“오냐.”
놈이 도착하는 즉시 브레스를 준비 중이던 레이카르트.
그의 손에서 거대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본체도 아닌 상태에서 쓰는 브레스 따위가 내게 먹힐 것 같으냐!”
콰콰콰쾅!
검은 마기가 브레스와 충돌하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마검의 힘으로 더 강해진 사탄에게 약화된 브레스는 큰 피해를 주기 힘들었다.
“너희들을 제물로.. 응?
하지만 브레스는 눈속임.
“뭐야… 도마뱀 놈은 어디로 갔냐?”
그 잠깐 사이 레이카르트는 차원문 너머로 사라진 후였다.
“바쁘셔서 먼저 갔어.”
“흥! 하찮은 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은데 소용없다. 네 마검이 있는 이상 너희들이 어디로 가든지 찾아낼 수 있으니까.”
“이야.. 그거 대단하네.”
아마도 지크가 가지고 있는 영혼의 향기를 찾는 능력과 비슷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거 다른 차원에서도 통하는 거냐?”
“물론 이 마계에서만 통하는 것이지. 마계에서는 네놈들은 내 눈을 벗어날 수 없다.”
“아아.. 그렇구나.”
나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여유롭게 팔짱을 끼었다.
“그럼 상관없겠네.”
나는 또 한 번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건 무슨 의미냐?”
“이거? 넌 아주 대단하고 멋진 놈이라는 뜻이지.”
“뒤늦게 겁이 나는 것 같은데 이미 늦었다.”
“어이쿠… 그러세요. 아무튼 고생 좀 많이 해라. 난 이만 간다.”
그 말과 함께 뒤로 몸을 던졌고 나를 집어삼킨 차원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얕은 수작을 부리는군. 찾아라!”
사탄이 자신의 마검을 들어 올리며 마기를 주입했다.
그리고 잠시 후.
“뭐라고?”
사탄의 얼굴에 짜증이 깃들었다.
“무슨 헛소리야? 장난치지 말고 빨리 찾아라.”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사탄.
“그, 그럴 리가 없다. 이 마계라는 곳에 있는 이상 놈들은 벗어날 수 없어.”
“서, 설마… 다른 차원으로 간 것인가?”
드래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아케시아에서 넘어온 놈들이라는 이야기.
드래곤들이라면 차원문을 여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마계로 넘어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도마뱀들… 내가 이대로 끝낼 줄 아느냐.”
마신의 의식은 어떻게든 완성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게 엄청난 반작용이 돌아오기 때문.
“이렇게 된 이상… 아케시아를 한 번 더 침공해서라도 너희들을 찾아내겠다.”
사탄의 분노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