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54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54
저녁이 되자 밖에 나갔던 세이가 돌아왔다.
“준혁, 돌아왔구나!”
내 모습을 유지한 채 반갑게 포옹을 하는 세이.
“오냐, 그동안 잘 지냈지?”
“응,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다양한 경험을 했어.”
“그래, 일단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래?”
아무리 그래도 나 자신과 뜨겁게 포옹하고 싶지는 않았다.
빛과 함께 세이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뭐야?”
나는 세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 뭔가 좀 변한 것 같다?”
세이의 모습이 내가 알던 것과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형태 자체는 기존의 슬라임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좀… 커졌는데?”
전에는 작은 강아지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중형견 정도의 크기.
“그것도 그러네.”
검은색의 몸에 하얀색 눈동자를 가진 세이였는데 지금은 황금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묘한 색깔이 되어있었다.
“너 무슨 일 있었어?”
세이는 커다란 눈동자를 끔뻑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그래? 흠… .”
내가 테이밍한 몬스터들은 내 힘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
엘리의 경우도 힘과 마력이 더 강해지기도 했으니 세이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뭐… 나쁠 것은 없겠지?”
딱 봐도 해가 되는 변화는 아닌 것 같았다.
도플갱어는 동조율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힘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갈릭에게 들었으니까. 세이의 경우는 굉장히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니 좋은 쪽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자, 그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봐. 아, 부모님은 잘 지내고 있으시지?”
내 덕분에 집안이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어지게 되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시던 일을 그만두시고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기로 하셨다.
여러 가지 취미활동도 즐기시고 여행도 자주 다니시며 금슬이 더 좋아지는 바람에 늦둥이 동생이 태어나지나 않을까 조금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응. 일주일 전에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오시겠다며 떠나셨어.”
“아들이 마계에서 구르는 동안 너무 잘 지내고 있으신 거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
살짝 섭섭할 뻔했어.
내 눈치를 살피던 세이가 말을 이어갔다.
“수련의 탑이 생겨났고… .”
“아, 그건 들었어. 나중에 직접 가서 확인해볼게. 학교는 별일 없었고?”
“음… 조승호와 서영준은 여기 마련된 수련 공간에서 계속 수련을 했어. 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야.”
“그래도 훈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나 보네.”
레이카르트가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공간에서 계속 훈련을 한 것 같았다.
“학교에는 큰 문제는 없었어.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아.”
“방학이라… .”
그러고 보니 시간상으로는 방학이 한창인 시기였다.
“잠깐, 근데 방학인데 넌 어디 갔다 온 거냐?”
학교를 가지 않는다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세이였기에 드는 의문.
“유성민 헌터의 센터에서 최현호를 가르치고 왔어.”
“최현호? 그 녀석은 또 왜?”
“유성민 헌터가 수련의 탑에 들어가면서 센터 관리를 나보고 해달라고해서 매일 센터에 나가는 중이야.”
“아니… 그 큰 센터를 고등학생한테 맡긴다고?”
물론 직원들도 다 있으니 정말 복잡한 사항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큰 센터의 결정권을 넘기는 것이 보통 사람이 할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리 거의 제자처럼 지내고 있다지만 그 양반도 제정신은 아니네. 그래서?”
“그냥 거기서 최현호를 만나서 매일 대련해주는 것뿐이야.”
“흐음… 그래도 열심히는 하고 있나 보네.”
“내년에 수호 학교에 들어올 생각이라고 하던데.”
“그래?”
그렇다면 녀석이 열심히 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
교류전에서의 맹활약으로 학교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상황에서 내년에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해질 확률이 높았으니까.
“뭐.. 그 녀석 수준이라면 무난히 합격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물론 최현호 본인은 당연히 수석 입학을 목표로 할 것이고 나를 이기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녀석은 아직 내 진짜 실력을 모르니까.”
재능은 확실해서 한 살 많은 우혁이나 윤효와 붙어도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커녕 조승호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
“그래도 자기가 의지를 가지고 뭔가 하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은 맞네.”
나에게 갈굼을 먹은 영향이었지만 전생에 녀석을 생각해보면 좋은 현상이었다.
“그리고… 에밀리라는 헌터가 연락했었어.”
“에밀리? 아, 다녀온 결과를 알려주기는 해야겠구나.”
그녀 덕분에 사탄이 수작을 부리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넘어가서 일을 망칠 수도 있었다.
누구보다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그녀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리스타가 그녀의 삼촌이 맞는지도 확인을 해야겠네.”
“그 외에 다른 일은 없었어. 수련의 탑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제안은 받았지만 혹시 몰라 거절했어.”
“그건 잘했어.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으니 굳이 급하게 들어갈 이유가 없지.”
내가 마계에 가 있는 동안 특별하다고 할 일은 수련의 탑이 나타난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았다.
“일단… 수련의 탑이라는 곳에 가볼까?”
대충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는 레이카르트가 만들던 당시 확인을 했지만 천사들이 끼어들면서 또 바뀐 점들이 있을 것이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그럼 셔틀부터 챙겨야겠지.”
나는 집안 어딘가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레이카르트를 찾아 나섰다.
***
아리엔의 궁전으로 만들어진 레이카르트의 영역.
드래곤답게 매우 화려하게 치장된 임시 레어에서 레이카르트는 느긋하게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흐음… 이곳의 인간들도 포도주 만드는 솜씨가 제법이군.”
아케시아에 있던 당시에 주변의 인간들과 이종족들을 쥐어짜며 귀한 포도주를 모아왔던 레이카르트였기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예상외로 이 세상의 포도주는 뛰어난 맛과 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음… 좋아.”
우아한 동작으로 잔에 포도주를 따른 후 향을 음미하는 레이카르트.
천천히 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그의 눈이 찌푸려졌다.
“또 뭐냐?”
건방진 인간.
손녀를 홀리는 요망한 인간.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버릇없는 인간.
그럼에도 자신이 뭐라고 할 수 없는 인간.
그 인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야… 3개월 동안 비워놨는데도 멀쩡하네요.”
내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는 레이카르트.
“흥, 날 뭐로 보는 것이냐. 드래곤들은 길면 수백 년을 레어를 비우는 경우도 있다. 그 거대한 레어도 아무 문제 없이 유지하는데 고작 이런 작은 레어, 그것도 3달 정도는 아무 문제 없지.”
“고작이라… .”
나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대형 마트가 생각나는 거대한 규모의 레어를 보고 작은 레어라고 하니 진짜 레어는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면 앞으로는 영감님이 전부 관리하시면 되겠네요. 청소, 유지, 리모델링이 필요하면 리모델링도 하고요.”
“어?”
“마법이면 간단하잖아요. 괜히 토레타나 갈릭을 괴롭히지 말고 직접 말이죠.”
“어… .”
뭔가 이상했지만 아니라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좋아. 앞으로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지.”
그렇게 드래곤 로드를 집사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냐?”
“네? 그냥 왔는데요.”
레이카르트가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헛소리 말고 제대로 이야기해라. 네 녀석은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만 나를 찾잖아.”
“쳇, 이래서 눈치 빠른 드래곤은 싫다니까.”
“뭐 인마?”
“별 건 아니고 저랑 어디 좀 같이 가시죠.”
“날 또 부려먹겠다는 거냐?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아직 정산할 것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
“생각해보니 너무 집안에만 있는 것도 좋지는 않은 것 같구나.”
“우리 마계에서 돌아오고 반나절밖에 안 되었습니다만?”
“반나절 씩이나지. 그래서 어디로 갈 거냐?”
나는 씨익 웃기만 할 뿐 굳이 대답해주진 않았다.
도착하면 다 알게 될 것인데 미리 설명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에잉. 또 귀찮은 일을 하려고 하는 거냐.”
레이카르트는 내 웃음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또 누구랑 싸우는 거냐? 근데 여기에서 널 위협할 놈들은 없을 텐데? 그리고 마계의 놈들 중 대마왕급이 넘어오는 것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고 말이야.”
“일단 독도 근처로 텔레포트 해주세요.”
“독도? 독도라면… 저기 동쪽에 있는 작은 섬을 말하는 거냐?”
드래곤의 탐구욕은 대단해서 이미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을 대부분 파악한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셔틀로 데리고 가려는 것이지.’
단순히 독도에 있는 수련의 탑만 갈 생각이면 나 혼자 움직여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 퍼진 24개의 탑을 다 다녀볼 생각이었기에 빠르게 움직이려면 반드시 셔틀이 필요했다.
“잘 아시네요. 지금 당장 이동하죠.”
“크흠… 잠시만 기다려라.”
레이카르트의 손짓에 마력이 모여들었고 마력은 우리 주변에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 간다.”
레이카르트의 선언과 함께 우리는 독도로 이동을 했다.
***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다.
그 바다 위에 환한 빛이 모여들었다.
빛은 두 개의 인영을 토해낸 후 사라졌다.
“흠… .”
도착 즉시 주변을 살피던 내 눈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아, 저거구나.”
제법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그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탑.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지만 신기하게 눈길을 잡아끌고 있었다.
“저것 때문에 오자고 한 거냐?”
레이카르트 역시 탑을 발견한 것 같았다.
“네. 저게 영감님이 만들던 수련의 탑이에요.”
“흠… .”
레이카르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저렇게 수수해. 내가 처음에 만들 때는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어차피 수련이 목적인데 겉모습이 뭐가 중요합니까. 안에만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되는 거지.”
“에잉! 내가 갑자기 마계만 가지 않았어도 저렇게 만들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자자, 그쯤하고 어서 가보죠.”
투덜거리는 레이카르트를 달래며 탑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더 작은데?”
가까이 도착해서 본 탑은 기껏해야 5~6층 높이의 건물 정도 크기였다.
“겉모습이 뭐가 중요하냐. 어차피 안쪽은 각종 마법과 기술들이 합쳐져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상태일 것인데.”
조금 전에 겉모습이 수수하다고 투덜거리던 분이 누구였지?
나는 주변을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여긴 관리인도 따로 없나?”
먼저 들어간 인원들이 나오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분명 관리인이나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에는 개미 한 마리 없이 조용한 상태였다.
“음.. 무작정 기다리기도 그렇고 어쩐다.”
“넌 날 옆에 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네?”
“이 탑을 제일 처음 만든 것이 누구냐.”
“그야 영감님…. 아!”
레이카르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위대한 이 몸이 만든 탑인데 내가 조금만 손을 대면 들어가는 것 정도는 문제가 아니지.”
“역시 위대한 로드십니다.”
“크하하!”
“웃지 말고 빨리 문이나 여시죠.”
“크흠… .”
레이카르트가 탑으로 다가가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흐음… 역시 기본 뼈대는 내가 만든 것과 똑같군. 아무 문제 없겠어.”
잠시 후 눈앞에 하얀색의 문이 나타났다.
“자, 이것이 탑과 연결된 문이다. 들어가면 바로 탑 어딘가로 이동이 될 것이야.”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고요?”
“내가 마무리를 지은 것이 아니니 모르지. 대충 시작 지점이 아니겠냐?”
“흠… .”
일단 들어가야 뭐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들어가 보죠.”
나는 천천히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