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63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63
갑자기 들이닥친 레이카르트.
그가 가지고 온 소식은 굉장히 충격적인 종류의 것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냐?”
“망나니 녀석이 귀가 먹었나? 사탄 놈이 아케시아를 침범했다니까!”
다니엘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건 알겠는데 그전에 말이다. 이놈이 차원문을 열 수 있다고?”
“뭐야? 너 몰랐냐?”
“몰랐지.”
동시에 나에게로 향하는 시선.
다니엘은 어서 대답하라는 듯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어… 제가 차원문을 열 수 있는 것은 맞는데요…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니엘이 신경질을 부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 미친 꼰대! 대체 인간한테 어디까지 힘을 주려는 거야.”
“너희들의 신도 굉장히 괴팍하신 것 같기는 하더군.”
레이카르트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자세히 이야기를 좀 해보세요.”
“아, 그러니까… .”
레이카르트의 입에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따로 연락하도록 대비를 해두었다.”
“전에 사탄의 부하들이 침범했을 때는 별로 신경 쓰시지 않으셨잖아요.”
“그때는 따로 연락이 오지 않았으니까. 다른 드래곤 로드들이 쉽게 막아내기도 했고.”
그 당시의 공격은 마계에 있는 마왕들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위장 전술이었고 모든 전력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막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럼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래.”
레이카르트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사탄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침공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벌써 대륙의 왕국 하나는 사탄의 손에 떨어져서 마계의 전초기지가 되어가는 중이라더군.”
“음… .”
사실이라면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대체 왜 이곳이 아니라 아케시아를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레이카르트는 굳은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차원 에너지가 모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무리를 하면 차원문을 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꽤 큰 힘을 소모하고 부작용까지 있을 수 있지.”
“넘어가면 사탄과 바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건 좋지 않은 선택이겠네요.”
내 말에 레이카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지. 그래서 널 찾아온 것이다.”
대략적인 상황은 파악이 되었다.
문제는…
“어… 그게 쿨타임이 좀 많이 남았을 것 같은데요.”
마계에서 돌아온 후 겨우 사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마계에서 일주일을 머문 것을 포함해도 열흘가량.
차원문의 쿨타임은 세 달이었기에 아직 한참이나 남은 상황.
“뭐라고? 그럼 지금 당장 사용이 안 된다는 이야기냐?”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요.”
나는 상태창을 열어 스킬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응?”
– 다음 사용 시간까지 남은 시간 45시간. –
“쿨타임이… 왜 이래?”
분명 두 달이 넘게 남아있어야 할 쿨타임이 이틀 정도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 왜지?”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랬지.”
“어라?”
그럴싸한데?
스킬 쿨타임의 기준이 주변의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 느끼는 시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음, 그러면 조금만 더 있으면 사용할 수 있겠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이카르트가 다급히 물었다.
“그러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냐?”
“네. 이틀 정도 지나면 사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레이카르트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거 다행이군. 드디어 네가 밥값을 하는구나.”
“남의 집에서 얹혀사는 분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양심 없는 레이카르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와중에 다니엘이 다가왔다.
“저기 말이다.”
“네?”
“진짜 차원문을 열 수 있다는 거냐?”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가능해요.”
“저기 그러면… .”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는 다니엘.
“?”
갑자기 달라진 그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나도 좀 데려가 주면 안 되겠냐?”
그의 입에서 예상 밖에 말이 흘러나왔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 여기서 계속 갇혀 있다 보니 너무 심심하단 말이지. 근데 보통의 방법으로는 나갈 수가 없어.”
“그런데 차원문을 이용하면 된다는 겁니까?”
“바로 그거지!”
손가락을 튕기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는 다니엘.
“차원문을 다루는 능력, 분명 그 꼰대가 준 것일 거고 그럼 이곳을 벗어나는 것도 분명 가능할 거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으니.
“근데… 마구잡이로 나가도 됩니까? 일단은 여기 유배 오신 것으로 아는데… .”
그것은 다니엘이 벌을 받아 이곳에 갇혀있는 상태였다는 것.
막무가내로 데리고 나갔다가 나중에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흥! 무슨 상관이냐.”
다니엘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너를 가르친 것만으로 내 임무는 다했어.”
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유배가 먼저고 날 가르치는 것은 뒤에 내려온 명령.
분명 저 말은 구멍이 숭숭 난 논리였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꼰대가 뭔가 반응을 보이겠지. 라디언트 녀석이 나타나던가.”
“음… .”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보였다.
라디언트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하면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 경우에는 아직 반응이 없으니 기다려 봐도 될 것 같았다.
“일단 고민해 보겠습니다.”
내가 확답을 내려주지 않자 다니엘이 초조한 얼굴로 매달렸다.
“그리고 넌 아직 완벽하게 모든 것을 배운 상황이 아니야.”
“음… 그건 그렇죠.”
“분명 강해졌지만 아직 신격을 발휘하는 것은 불안정하다. 앞으로도 옆에서 지켜보며 다듬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겠지.”
“그게 다니엘 님이라는 말입니까?”
“바로 그렇다.”
“흐음… .”
사실 아직 불안정한 것은 맞았다.
신격의 출력도, 유지 시간도 다른 절대적 존재들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내가 있다면 충분히 널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음.. 그러면 뭐… .”
내가 거의 넘어가려는 순간.
“하하, 멍청한 소리를 하는구나.”
레이카르트가 이 판에 끼어들었다.
“뭣이?”
“저 녀석을 가르치는 걸 왜 네놈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거지?”
“끼어들지 마라, 개차반.”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너까지 데리고 갈 이유가 전혀 없지.”
“이, 이놈이 그런데.”
부들부들 떨며 레이카르트를 노려보는 다니엘.
레이카르트가 그 살벌한 눈빛을 무시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놈은 여기 내버려 두고 나랑 같이 가면 된다. 어차피 너도 같이 넘어갈 것 아니냐?”
“어… 일단 그래야겠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나도 합류하는 것이 나았다.
사탄이 우리 쪽을 노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연합해서 상대하는 것이 나을 테니까.
“그러니 어서 나가서 넘어갈 준비나 하자.”
“으음… .”
내가 레이카르트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급해진 다니엘이 앞을 막아섰다.
“잠깐만! 저놈 말을 굳이 들을 필요가 없지 않냐? 나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천하의 개망나니가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후달리냐?”
“후달려? 이 개차반이 어디서!”
서로의 머리채를 붙잡고 다시 개싸움을 벌이는 둘.
나를 훈련시키는 동안은 좀 잠잠하나 싶었는데 역시나 잠깐의 평화였던가 보다.
‘그래야지.’
나는 사이에 끼어들어 억지로 둘을 때어놓았다.
“자자, 나이도 수천 살 드신 분들이 유치하게 뭡니까.”
“에잉!”
“흥!”
꼴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둘을 보니 묘하게 웃음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다니엘 님이 있어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아요.”
내 말에 환해지는 다니엘의 얼굴.
“바로 그거다!”
악마 놈들을 상대하는데 신성력이 있는 천사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거기다 그 천사가 대마왕과 동급의 힘을 가진 존재라면 더더욱 그렇고.
“저 녀석의 힘이 필요할 만큼 우리가 약하지는 않다.”
레이카르트가 불만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지만.
“누가 네놈을 돕는다고 했냐? 난 이 인간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제길!”
다니엘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다.
대충 상황이 정리된 것 같았기에 결정을 내렸다.
“그럼 차원문을 이곳에서 열어서 같이 떠나는 거로 하죠.”
다니엘이 수련의 탑을 벗어날 수는 없으니 차원문을 여는 장소를 이곳으로 해야 했다.
“고, 고맙다. 이제 보니 넌 정말 착한 놈이었구나.”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리는 다니엘.
“에이… 뭘 이 정도 가지고요.”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대가는 뭐로 하실 생각이세요?”
“대가라고?”
다니엘은 갑작스러운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차원문을 이용하는 대가를 내셔야죠. 아, 거기다가 이곳을 탈출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니 추가 요금도 붙겠네요.”
잠깐의 침묵.
다니엘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돈을 내라는 거냐?”
“에이, 천사한테 돈을 받아서 뭐 합니까. 그리고 돈은 저도 충분히 많아요. 다른 무엇인가를 주셔야죠.”
“지, 지금 나를 삥 뜯겠다는 이야기냐? 천사인 나를?”
나는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어허, 삥이라니요. 정당한 거래에 따른 대가입니다. 저기 드래곤 영감님도 다 대가를 내고 이용하셨는데 다니엘 님만 공짜로 해드리면 문제가 되죠.”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레이카르트가 반색하며 끼어들었다.
“그렇지! 차원문을 이용하려면 대가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으하하!”
“이, 이런 양아치 새끼들. 천사를 등쳐먹으려 들어!”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떠는 다니엘.
하지만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었다.
“전 강요하지 않습니다. 굳이 싫으면 이용하지 않고 여기에 계시면 됩니다.”
“그, 그건… .”
물론 다니엘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제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는데 말이죠.”
“…. .”
나는 승리를 확신하며 미소 지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후우… .”
길게 한숨을 내쉬는 다니엘.
“내가 무엇을 해주면 되냐.”
“음… 지금 당장은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 차차 생각해보겠습니다. 천사가 되어서 말을 바꾸시지는 않겠죠.”
“하아… 뭐 이런 놈이… 그래 내 이름을 걸고, 신에게 받은 내 능력을 걸고 너의 부탁을 들어주겠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적당한 선에서 부탁을 드릴 테니까요.”
“끄응… .”
다니엘의 찌푸린 얼굴을 보며 레이카르트가 비웃음을 날렸다.
“크하하하! 제대로 당하는구나. 꼴 좋다.”
나는 웃음을 터트리는 레이카르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영감님은 뭘 주실 겁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설마 공짜로 차원문을 열어달라고 하시는 것은 아니죠?”
“어… 아니 난 저번에 분명 대가를 냈는 걸로 기억하는데 .”
나는 가볍게 혀를 차며 말했다.
“에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매번 이용할 때마다 이용료를 내시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레이카르트의 눈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그, 그러니까 지금… .”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내밀었다.
“네, 영감님도 요금 내시라고요.”
어디 무임승차를 하시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