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65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65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
나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같은 방에 머무는 것은… .”
물론 지금도 매일 한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지만 같은 방을 쓰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많았기에 지금 상황과는 분명히 달랐다.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하는 레이나.
“흠흠… 그건 아닌데… .”
그녀에게 문제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나한테 있지.’
나 역시 남자.
예쁜 여자를 보면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다 레이나의 외모는 인간을 초월한 외모.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떠나 독특한 분위기의 매력을 풍기는 그녀를 보며 흔들리지 않는 것은 고자다.
‘캬악! 아니라고.’
고유 스킬 때문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었지 그녀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가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는 상황.
드래곤 본이라는 귀한 것을 스스럼없이 나에게 넘겨주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그녀는 내게 신호를 보냈으니까.
‘이놈이 못 하는 말이 없어.’
사실 나도 살짝 의아하기는 했다.
나는 인간이었고 드래곤들과 비교하면…
‘야, 근데 생각해 보니 그렇게 딸리지도 않는 것 같은데?’
레이카르트야 드래곤들을 대표하는 지도자인 로드라 내가 밀리는 것이지 그 아래 급의 드래곤이라면 사실 내가 밀릴 것이 없다.
아니 지금 새로운 힘을 각성한 상황에서 로드 급이라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드래곤 여자 친구라… .’
이미 평범함과는 우주적 차원으로 아득하게 멀어져 버린 삶에서 드래곤과 연애하는 것 정도가 뭐가 그리 문제가 될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어야 했다.
‘스킬이 문제야.’
인생 2회차는 고자.
이 스킬의 정확한 유지 조건을 모르는 상황에서 돌발적인 변수를 만드는 것은 곤란했다.
더구나 이틀 뒤에는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서 괜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하는 입장.
‘근데 뭐… 같은 방에서 지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진작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했다.
‘내가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결정을 내린 나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아무 문제 없죠. 그냥 같이 지내면 아주 좋죠.”
“다행이네요. 혹시나 불편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요. 어차피 집에서도 같이 지내고 있잖아요.”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는 순간.
“횽아! 얼굴이 이상해!”
나를 바라보던 레오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폴짝 뛰어올랐다.
“으응? 무슨 소리니 레오야?”
“변태가 짓는 표정이야.”
“…. 왜 그 말은 그렇게 정확하게 하는 거니?”
“앙?”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레오.
‘에이 설마… .’
우리 레오가 얼마나 착한데. 그럴 리 없다.
“마싯는 냄새!”
음식 냄새를 맡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레오.
저 모습을 보니 착각이 분명했다.
이미 주문을 해둔 상황인지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있었고 레오는 음식을 돌진했다.
멈칫.
순식간에 음식을 사냥하려던 레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레오.
“레오야, 왜 그래?”
“횽아, 이거 머거두 대?”
“지금… 형한테 물어본 거니?”
“앙!”
세상에…
레오가 먹기 전에 허락을 구한다.
음식만 보면 눈 돌아가서 마구 먹어 치우던 레오였는데 엄청난 발전이었다.
“당연하지. 레오 먹으라고 준비한 음식들인데 마음껏 먹어.”
그러자 다시 음식으로 돌진하는 레오.
하지만 이번에도 레오는 내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레오가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양손에 들고 낑낑거리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걸 내게 내밀며 미소 지었다.
“횽아! 이거 먼저 머거!”
“지금 형 먼저 먹으라는 거야?”
“아앙!”
“이야… 우리 레오 이런 건 누가 가르쳐 줬어?”
“테레비에서 배워써!”
딱히 교육을 시키지는 않았는데 스스로 터득하다니 역시 레오는 천재가 틀림없는 것 같다.
‘어허, 레오는 아직 아기잖아.’
레오는 그사이 레이나에게도 똑같이 스테이크를 가져다주었고 그 후에 접시에 코를 박으며 음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레오야, 천천히 먹어. 모자라면 더 시켜줄게.”
“아앙!”
“준혁도 어서 먹어요. 우리끼리 먹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네요.”
“그러게요. 앞으로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지죠.”
내 말에 살짝 눈웃음을 흘리는 레이나.
그 모습에 살짝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 거지?’
분명 레이나의 외모는 예쁘다.
하지만 거의 매일 마주 보며 지내면서도 이런 느낌은 잘 받지 않았는데 오늘은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했다.
‘뭐지… 분위기 탓인가?’
단둘이 호텔 방에 있는 상황.
물론 레오가 있기는 하지만 큰 방해가 되지는 않으니 상황 자체는 제법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음… 내가 마음가짐을 바꾸면서 영향이 간 건지도 모르겠네.’
의식적으로 레이나를 밀어내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정하면서 변화가 생긴 걸지도 모르는 일. 나쁘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지금의 시간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식사 끝나고 뭐 하고 싶어요? 바로 바다에 갈까요?”
무작정 레이나의 손에 이끌려 와서 제대로 계획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니 그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아 보였다.
“음… 바다 좋죠. 하지만… .”
깍지 낀 손으로 턱을 받치며 나를 올려다보는 레이나.
“전 그냥 준혁이랑 같이 다니면 어디라도 상관없어요.”
“어흠흠… 그, 그러면 일단 바다로 가죠. 레이나도 보고 싶어 했잖아요.”
“좋아요.”
배시시 웃는 레이나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진짜 좀 이상한데… .’
뭔가 마법이라도 걸린 기분.
하지만 나에게 매혹 같은 마법이 통할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진작 엘리스에게 홀려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일단..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되겠지.’
왠지 조금은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레이나는 잠깐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 상황.
“레오야, 많이 먹었어?”
“아앙!”
“그래, 이제는 밖에 나갈 거야. 밖에도 재밌는 것들 많으니까 형이랑 재밌게 놀자.”
“재미써?”
“그래 엄청 많아.”
“레오두 조아!”
초롱초롱한 레오의 눈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나저나 레이나가 좀 늦네.”
사실 옷이야 마법으로 간단하게 바꿀 수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재미가 없기는 했다.
“누나 요즘 이상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 그냥 이상해!”
“으음… .”
레오가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달라진 것이 있기는 한 것 같았다.
“도대체 뭐지?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오는 대답.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 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감탄사.
제대로 차려입은 레이나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넋을 놓게 만들 수준이었다.
쇄골이 살짝 드러나는 흰색 오프숄더 블라우스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치마.
얼굴은 살짝 화장기까지 보이는 것이 그동안의 레이나와는 확실히 달랐다.
이질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제외하면 차려입은 맵시가 완벽하게 이쪽 세계의 사람으로 보이는 상황.
“진짜 예쁘네요.”
“정말요?”
“네, 치장하는 법을 누가 가르쳐 줬어요?”
레이나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서 혼자 배웠어요.”
“아아… .”
확실히 똑똑한 드래곤 일족이라 현대 문물에 적응하는 속도가 차원이 다르더라니 어느새 그런 방향까지 다 섭렵했나 보다.
“근데 레이나는 따로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예뻐요.”
“고마워요. 그래도 한 번쯤은 이렇게 꾸미고 다니고 싶었어요. 그리고… .”
잠시 입을 오물거리던 레이나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준혁에게만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어흠흠.”
와.. 오늘 뭐지?
레이나는 노골적으로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다 이상한 것은 나 역시 자꾸 그녀의 행동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
“정말 행운이네요. 레이나의 예쁜 모습을 혼자 볼 수 있다는 것은.”
낯간지러운 소리가 잘도 나오는 것을 보니 나 역시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둘 다 이상해!”
나는 지크와 레오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그럼 슬슬 출발해 볼까요?”
“전 어디를 가도 상관없어요.”
“일단… 나가보죠.”
나는 레이나와 레오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
레이나의 외모가 드러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이미 겪어본 적이 있었기에 출발과 동시에 주변에 인식 방해 마법을 실행시켰다.
“그럼 바다부터 가볼까요?”
“전 아무거나 다 좋아요.”
나도 그래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풋풋한 감정이 나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나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단숨에 바다로 이동을 했다.
마법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이동에 드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 너무나 좋았다.
용언을 이런 일에 사용한다는 것을 레이카르트가 알면 난리를 칠지도 모르지만.
‘뭐… 그 영감님은 지금 여기 없으니까.’
집에서 놀고 있을 레이카르트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준혁, 이제 마법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네요?”
“네, 이번에 새롭게 배운 것이 있어서요.”
“역시 대단해요!”
레이나가 두 눈 가득 감탄을 담아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에이, 뭘 이 정도 가지고요.”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묘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가 바다예요.”
“와아아… .”
레이나는 감탄을 터트리며 바닷가의 경치에 빠져들었다.
“아케시아에도 바다가 있지 않나요? 딱히 다를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있기는 있지만 몬스터들이 사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경우는 잘 없다고 해요. 물론 아름다운 곳들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레어 밖으로 나간 적이 많지 않아서… .”
살짝 말끝을 흐리는 레이나.
그녀의 반응을 보니 다양한 세상을 경험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하긴… 그 영감님 성격에 손녀를 함부로 밖에 보내지는 않았겠지.’
레오만큼은 아니지만 레이나도 아직 완전한 성룡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레이카르트가 애지중지하며 관리를 했을 테니 경험적인 부분은 레오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오늘 마음껏 구경해요. 원하는 건 내가 다 들어줄게요.”
“그럼 이번에는 저쪽으로 가요.”
레이나는 내 손을 잡아끌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라갔다.
하루 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돌아온 숙소.
도착 후 나는 또다시 위기에 봉착해야 했다.
“어… 저기 그러니까 지금 뭐라고?”
“여기 큰 침대에서 같이 자면 되지 않겠냐고 했어요.”
그러면 저야 고맙… 이 아니라.
“아, 제가 그건 좀 곤란해서… .”
혹시나 내가 실수라도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일단 아케시아로 가는 차원문을 열기 전까지는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이렇게 넓은데 굳이 바닥에서 잘 필요가… .”
“제가 바닥에서 자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하하.”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레이나도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레오 데리고 침대에서 잘게요.”
“알겠어요. 일찍 자요. 내일도 또 가볼 곳이 있으니까요.”
“기대할게요. 그럼 아침에 봐요.”
“횽아, 조은 꿈!”
“그래, 레오도 잘 자.”
인사를 한 후 침실로 들어간 레이나와 레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시끄러! 내 상황 알면서 그러냐.”
투덜거리는 내 눈에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이 들어왔다.
“흠.. 오랜만에 술이나 좀 마셔볼까.”
한동안 술을 마신 기억이 없었기에 기분을 내는 것도 좋을 듯했다.
“레이나랑 같이 마시자고 할 걸 그랬네.”
하지만 방으로 들어간 그녀를 억지로 불러내는 것도 그랬기에 나는 혼자 술을 홀짝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잠에 빠졌다.
시간이 지나 해가 떠오른 아침.
“아오 머리야… .”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
팔에 느껴지는 무게감에 고개를 아래로 내렸고
“!”
내 팔을 베고 잠을 자고 있는 레이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
이게 무슨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