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72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72
내가 생각한 계획은 간단했다.
지금 눈앞의 골드 드래곤 로드는 나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
그걸 이용해서 아주 약간의 수작을 부려보기로 했다.
“이야…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네요.”
“무슨 헛소리냐! 난 이런 금발 양아치랑은 급이 달라.”
“개념을 말아먹은 개차반과 날 비교하다니, 미친 것이냐?”
양아치와 개차반의 조합.
여기에 다니엘이 있었다면 망나니까지 추가가 되었을 것 같다.
‘확실히 드래곤 로드는 어딘가 정상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드래곤 로드들도 저렇다면 이 세상이 조금 걱정이 될 것 같았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나는 슬슬 떡밥을 던지기로 했다.
“그런데 골드 드래곤 로드시라고 하셨나요?”
“그렇다. 이 몸은 위대한 골드 일족을 다스리는 지도자이며 차원의 수호자인 아르메이어라고 한다. 나를 만난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야.”
드래곤들은 자기소개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인지 레이카르트와 거의 똑같은 말을 내뱉는 아르메이어였다.
“이야… 대단한 분이셨군요.”
“그렇지, 이제 보니 제법 눈치가 있는 인간이구나. 으하하!”
내 반응에 아르메이어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레이카르트의 얼굴은 살짝 일그러졌다.
‘저 녀석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눈앞의 인간이 누군가를 띄워주거나 좋은 말을 하는 경우는 항상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었기에 레이카르트는 한마디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아니 나서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볼 내가 아니지.
‘어허, 어딜 초를 치시려고.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 무슨 꿍꿍이냐.’
‘아주 재미난 일이 일어날 겁니다.’
‘크흠… .’
그렇게 레이카르트의 난입을 막아낸 후 다시 아르메이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골드 드래곤 로드라면 바람의 힘을 다루시는 겁니까?”
“위대한 골드 일족은 모든 종류의 힘을 다룰 수 있다. 단지 바람의 힘에 가장 많은 친화력을 보이는 것일 뿐이지.”
“이야… 저도 바람의 힘을 제법 다룰 줄 아는데 이거 우연이네요.”
“흥! 고작해야 인간인 네 녀석과 드래곤, 그것도 로드인 나를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아니 꼭 드래곤이라고 인간보다 더 뛰어나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뭣이?”
항상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서 다른 존재들을 아래로 두고 살아가는 드래곤이다.
그들에게 인간이란 자신들이 노예로 부리는 드워프보다도 낮게 여겨지는 존재.
내 말은 당연하게도 아르메이어의 신경을 건드리는데 성공했다.
“내가 아까 조금 놀아줬다고 네가 뭐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냐? 인간치고는 제법이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의 무례를 참아줄 생각은 없다.”
붉어진 얼굴과 크게 치켜뜬 눈을 보니 거의 다 넘어온 것 같았다.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우리 내기 하나 하는 것이 어떨까요?”
“내기라고? 지금 나에게 내기를 하자고 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아르메이어.
하지만 곧 너털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정말 겁대가리 없는 인간이군. 좋아, 내가 제대로 교육을 시켜주지.”
안 그래도 손주의 일로 망신살이 뻗친 상황.
눈앞의 인간이 스스로 수렁으로 들어오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위대한 드래곤이시니 내기 종목은 제가 정해도 되겠지요?”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질 일은 없다. 네 마음대로 해라.”
오케이, 거의 다 넘어왔구나.
예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반응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바람의 힘을 다스린다고 하셨는데.. 그럼 서로가 같은 공간에 바람으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겨루는 것이 어떨까요?”
“바람의 영향력이라… .”
아르메이어는 잠시 머리를 굴리며 고민에 빠졌다.
‘저 인간놈…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정령술에 조예가 깊거나 바람 마법에 엄청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드는 아르메이어.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인간. 드래곤 로드인 내가 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아르메이어가 조금만 침착했더라면 옆에서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는 레이카르트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생각을 다시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미 눈이 돌아간 아르메이어였기에 그는 두고두고 후회할 결정을 내리게 된다.
“좋아, 네 마음대로 해라.”
“역시 화끈하시네요.”
예상대로 넘어온 아르메이어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근데 저 영감님 너무 좋아하네.’
아르메이어가 승낙하는 순간 뒤에 있던 레이카르트의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났던 것이다.
‘남의 불행은 자신의 행복, 뭐 그런 건가?’
아직 레이카르트 자신의 불행도 끝난 것이 아닌데 너무 좋아하는 것 같지만 지금은 눈앞의 금발 드래곤이 먼저였다.
“자, 그럼 여기는 좀 그렇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죠.”
우리는 내기를 위해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
레어 안에 위치한 거대한 연무장.
나와 아르메이어의 내기는 이곳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냐.”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나를 바라보는 아르메이어.
그의 눈에는 가소로움과 함께 약간의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간단합니다. 이 공간에서 바람으로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영향력을 지워버리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는 겁니다.”
“간단하군, 그럼 시작할까?”
의욕적으로 마력을 일으키는 아르메이어.
하지만 그전에 짚고 넘어갈 것이 있었다.
“에헤이.. 성격도 급하셔라. 그 전에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죠.”
“뭐냐? 설마 내가 바람을 제외한 다른 힘을 사용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설마요. 로드나 되셔서 그런 치사한 짓을 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
“단지?”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기에서 이기면 어떤 대가를 치를 생각이신지 궁금해서요.”
“대가라고?”
잠시 눈을 굴리던 아르메이어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나에게 이기면 무엇을 줄 것이냐, 이 말이냐?”
“내기라는 것이 원래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군. 좋아,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 걱정이라고? 크하하하!”
목청이 터져라 웃음을 터트리던 아르메이어가 돌연 얼굴을 굳혔다.
“보자 보자 하니 정도를 모르는 놈이군. 좋아, 무엇이건 들어주겠다. 다만 네 녀석이 졌을 경우에는 끔찍한 벌을 내릴 것이야.”
내 도발에 너무나 쉽게 넘어 온 아르메이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대답했다.
“당연히 제가 진다면 그렇게 해야겠죠.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영감님 잠시만요.”
나는 시선을 돌려 레이카르트를 불렀다.
“나는 또 왜?”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판을 해줄 사람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크흠.. 공정한.. 크흡 그렇지. 심판은 크흡.. 있어야겠지.”
이미 이 내기의 사기성과 결과를 다 알고 있는 레이카르트였기에 자꾸 터져 나오는 웃음을 힘겹게 참아내고 있었다.
‘야 이 사기꾼 새끼. 이렇게 또 드래곤을 등 처먹으려 해?’
‘어허, 사기라니요. 지극히 정상적인 내기입니다.’
‘뭐.. 저 녀석이 골탕 먹는 꼴을 보고 싶기는 하니 나는 조용히 있어 주겠다.’
레이카르트까지 포섭에 성공한 이상 변수는 하나도 없었다.
“그럼 아르메이어 님부터 시작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나부터 말이냐?”
“아무래도 아르메이어 님의 실력을 먼저 봐야 제가 뒤늦게 포기할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내 말에 그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늦게 후회라도 하나 본데… 이미 늦었다. 내기의 대가는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
“암요 암요, 당연히 그래야죠.”
스스로 저렇게 다짐을 해주니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마웠다.
내 반응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 아르메이어.
하지만 곧 진지한 얼굴로 마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제대로 보여주마. 바람을 다스리는 골드 일족의 힘을.”
그의 몸 주변으로 마력이 용솟음치며 바람의 폭풍이 발생하였다.
폭풍의 연무장의 가운데로 이동하며 덩치를 점점 키우더니 거대한 바람의 거인의 형상을 만들었다.
콰르르르르
바람의 거인은 거세게 연무장 곳곳을 때리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고.
– 부르셨습니까, 계약자여. –
고개를 숙이며 아르메이어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구나.”
바람의 거인은 최상급 바람의 정령 세피온이었다.
고개를 돌린 아르메이어가 거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바람의 정령왕이 출타 중인 것 같아 그를 직접 청해오지는 못했으나 나와 계약한 세피온을 불러왔지. 이 공간에서 나의 영향력을 넘어설 수 있겠느냐?”
“이야… 최상급 정령이라 대단하십니다. 역시 로드십니다.”
“크하하! 벌써 항복이냐? 재미없군.”
“크흡… .”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신경 쓰였으나 이미 내기의 결과가 정해졌다 생각하는 아르메이어였기에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에이.. 그래도 해볼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겠죠.”
“어디 잔재주라도 부려 보거라.”
나는 아르메이어의 비웃음을 뒤로 한 채 거인을 향해 다가갔다.
– 너는 누구냐? 인간인 것 같은데? –
“맞아, 인간이지.”
– 흐음… 희미하게 정령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 너도 정령과 연이 닿은 존재인가? –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
나는 세피온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내가 부탁이 있는데.”
– 흥, 나는 자격이 없는 자의 부탁 따위는 들어주지 않는다. 계약자도 아닌 너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 –
거만한 표정으로 손짓하는 바람의 정령을 보며 나는 세이렌을 불러내었다.
휘이잉
산들바람과 함께 등장한 작은 새 한 마리.
하지만 그 새를 발견한 세피엔의 두 눈에는 지진이 일어났다.
– 뭐야 저건? 허, 허억! –
“계약자가 어쩐 일로 날 부른 거야? 아케시아에 문제라도 생겼어?”
“큰 문제는 아니고 잠깐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요.”
“그래? 말해봐.”
나는 손가락을 뻗어 세피온을 가리켰다.
“저 친구가 제 말을 안 듣는데 혼 좀 내주세요.”
“친구? 누구인데.”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세이렌.
그녀의 눈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거대한 거인이 들어왔다.
“어라? 너 세피온 아니냐.”
– 여, 여왕님을 뵙습니다. –
급히 무릎을 꿇는 바람의 거인.
“그래, 네가 왜 여기 있냐?”
– 계약자의 소환을 받고 오게 되었습니다. –
“그렇구나, 그런데 네가 내 계약자의 말을 무시했다고?”
– 계, 계약자요? 저 인간, 아니 저분이 말입니까? –
“그래, 여기 이 친구는 나랑 계약한 인간이야.”
– 모, 몰라뵈었습니다. –
나를 향해서 고개를 숙여오는 세피온.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모르고 했으니 그럴 수 있지. 그럼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줄래?”
– 무엇이든 명령만 내리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
아무리 계약자가 있고 그 계약자가 드래곤이라도 일단은 정령인 이상 정령왕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정령왕의 계약자인 나는 모든 정령들의 계약보다 더 우선시 되는 위치에 놓인 존재. 세피온의 극진한 태도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별 건 아니고 그냥 다시 정령계로 돌아가.”
– 명을 받들겠습니다. –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며 사라진 바람의 거인.
“녀석 참 빠르네.”
그와 동시에 연무장은 세이렌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었다.
“자, 그럼… .”
나는 고개를 돌려 아르메이어를 바라보았다.
“내기는 제가 이긴 것 같은데요?”
“이, 이건 사기야!”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아르메이어였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라는 말도 못 들어 봤습니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억울하면 경찰한테 신고하시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