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79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79
내 중얼거림을 들은 레이날드의 눈에 의문이 어렸다.
“방금 레이나와 레오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인간 같은데 어떻게 내 아이들을 알고 있는 것이냐.”
“어… 그게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레이날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건방진! 감히 내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무사할 것 같은데요.’
물론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눈앞의 존재는 레이나의 아버지.
레이나와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나쁜 인상을 줘서 좋을 것은 없었다.
‘그것도 그렇네?’
일족의 로드이며 레이나의 할아버지인 레이카르트의 발언권이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레이카르트에게도 굴하지 않는 내가 레이나의 아버지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것도 이상한 그림일 것 같았다.
지크의 말을 흘려들으며 레이날드를 바라보았다.
“저기… 지금 절 신경 쓰실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리… 헉!”
옆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레이카르트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레이날드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내 말이 안 들리냐?”
“잘 들립니다!”
레이카르트의 등장에 레이날드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네 녀석이 왜 여기에 있냐고 묻지 않느냐.”
“아, 아버지. 그게 그러니까… .”
당황한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던 레이날드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 멍청한 놈들. 제국의 수호룡께서 친히 너희를 벌하실 것이다!”
‘시끄러! 닥치라고!’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일을 키우고 있는 황제.
그리고 황제의 말은 고스란히 레이카르트의 귀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수호룡? 너 대체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그게 그러니까… .”
“아니다. 너도 다 컸는데 내가 하나하나 간섭하는 것도 우습기는 하지.”
뜻밖의 말에 레이날드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 맞습니다. 사실 아버지께서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시는 것도… .”
하지만 레이카르트의 말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지만 로드를 사칭하고 다닌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지.”
“어… .”
양팔을 걷어붙이며 다가오는 레이카르트의 모습에 레이날드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망했다.’
자신의 아버지는 정말 성질이 더럽다.
수천 년을 살아왔지만 아버지만큼 성질이 더러운 드래곤, 아니 생명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 자신을 족치려고 다가오는 상황.
레이날드는 주변을 둘러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을.
“아드님이 영감님을 닮아 참 막무가내시네요.”
“뭐 인마? 내가 어딜 봐서 막무가내라는 거냐.”
“원래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합니다.”
“이놈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릇없는 언행을 일삼고 있는 인간이었다.
레이날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기 너!”
갑작스럽게 내게 손가락질을 하는 레이날드.
“저요?”
“그렇다. 내 아버지이자 위대한 레드 일족의 지도자에게 그 무슨 버릇없는 행동이냐!”
“어… .”
갑자기 화살을 나로 돌리는 레이날드의 태도가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아버지! 제가 저 버릇없는 녀석을 단단히 교육시키겠습니다.”
레이날드는 얼굴 가득 분노를 담아 전혀 진정성 없어 보이는 대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아버지에게 그런 태도라니. 그것은 우리 레드 일족 전체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 내가 너에게 벌을 내리겠다!”
“갑자기요?”
“너에게 선택권은 없다!”
“음… .”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레이날드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 정도면 아버지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겠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나 완벽한 대응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레이날드.
그러나 레이날드는 좀 더 깊이 생각을 했어야 했다.
자신보다 성질이 더 더러운 레이카르트가 어째서 저 인간의 버릇없는 행동에도 투덜거리기만 하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어째서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자신과 눈앞의 인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자신의 분노에 직면하고도 눈앞의 인간이 전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지만 레이카르트의 추궁을 피하기에 급급했던 레이날드는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부탁을 받은 것도 있지만 아버지를 모욕한 것이 더욱 큰 죄. 각오해라!”
레이날드의 주변으로 엄청난 마력이 모여들었다.
흉흉한 마력이 노리는 대상은 단 하나, 바로 나였다.
“으음… .”
솔직히 조금 황당했다.
다시 말하지만 레이나의 아버지인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애써 웃음으로 넘기려고 하는 순간.
“겁을 먹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이냐? 남자 구실도 못 하는 고자였군.”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지크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외쳤지만.
“고자라면 이해가 가지. 누가 데려갈지 모르겠다만 참 걱정이구나. 아니 데려갈 여자는 있을까?”
레이날드는 선을 넘다 못해 부수는 수준까지 가버렸다.
‘앞에 계신 분의 따님이 데려갈 것 같기는 합니다.’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참고만 있을 이유가 없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누려면 제압을 해두는 것이 편하기도 했기에 가볍게 제압하기로 했다.
“아, 이러면 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아직도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헛소리만 날리고 있는 황제.
멀찍이서 광신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교황과 신성 제국의 인원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로드 둘과 천사가 보였다.
“뭔가 구경거리가 된 것 같지만… 나쁘지는 않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앞으로 나선 것이냐? 하지만 자존심과 만용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마.”
“예예, 그러셔야죠.”
내 말에 점점 얼굴이 굳어지는 레이날드.
“이놈이 그래도!”
앞으로 나서려는 레이날드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저렇게 눈치 없이 키우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너도 자식들 때문에 고생이 많겠어.”
“난 5초 본다.”
“이봐 천사, 아무리 그래도 로드의 정식 후계자인데 5초는 너무 짧은 것 아닌가?”
“넌 당해봤으면서 그런 말이 나오냐? 난 3초 본다.”
“역시 아버지라서 훨씬 객관적이구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화.
“그게 무슨 말… .”
고개를 돌려 질문을 던지려던 레이날드가 황급히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뭐?”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눈앞의 인간.
그 인간에게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이게… .”
“절 앞에 두고 한눈파시면 곤란합니다.”
“뭐라고?”
내 거만한 표정이 너무 거슬린 것일까? 레이날드가 웃음기를 싹 지우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곱게 끝내서는 안 되겠구나.”
“그건 더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죠. 어쨌거나 먼저 공격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이노오오옴!”
분노에 눈이 돌아간 레이날드.
순식간에 주변 공간을 장악하며 수십 개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확실히 에이션트 급에 도달한 강력한 드래곤다운 위용.
하지만.
딱!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모든 마법을 소멸시켰다.
“뭐, 뭐야?”
내 힘은 드래곤 로드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상태.
고작(?) 에이션트 급 드래곤 정도로는 막아낼 수 없었다.
“요, 용언? 인간이 용언의 힘을?”
내 가벼운 손짓이 만들어 낸 현상에 레이날드의 눈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음… 용언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대충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너.. 대체 정체가 헉!”
나는 순식간에 레이날드의 뒤로 이동했다.
“지금 내 영역을 찢고 들어온 것이냐?”
“아뇨, 그냥 들어왔습니다.”
나보다 더 약한 레이날드의 용언은 내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에 일어난 현상.
“자, 그럼 잘 가세요.”
나는 주먹을 말아쥐며 미소지었다.
“자, 잠… .”
“그래도 레이나 아버지니까 빨리 끝내드릴게요.”
꽈아아앙!
“꾸에에엑!”
화려하고 눈이 부신 외모에서 나왔다고 믿기에는 너무나 추한 비명과 함께 레이날드는 의식을 잃었다.
***
“어디 보자… .”
나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7초네.”
“아싸! 내가 이겼다.”
“아, 저놈 저거 일부러 대충 했잖아. 이건 무효다.”
“어디서 약을 팔아?”
“이건 승부조작이야!”
“…. .”
무엇인가 내기를 한 것인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셋.
“오오.. 용사께서 승리하셨다!”
“역시 용사님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믿고 있었습니다.”
환호성을 보내고 있는 신성 제국의 일원들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마, 말도 안 돼.”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황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 황제 양반.”
“뭐, 뭐냐?”
“아까랑 상황이 바뀐 것 같은데?”
“이 자식이… .”
발끈하며 앞으로 나서려던 황제의 걸음이 멈추었다.
“이제 좀 상황 파악이 되나?”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한껏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큭… .”
마리온 3세는 입술을 깨물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드래곤을 저렇게 쉽게 물리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용사라는 존재를 믿지 않았고 설사 진짜라고 해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성 제국이 연합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나타날 줄이야.
‘일단 어떻게든 좋게 넘어가야 한다.’
자신과 제국은 연합군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중심축.
아무리 용사가 있다고 하지만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계산을 마친 황제는 억지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내가 사과하겠소. 무례를 용서하시오.”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고개를 숙이는 황제를 보니 실소가 나왔다.
“말로만?”
“크흠… 무엇을 원하시오? 내가 그대와 신성 제국에 후한 답례를 하겠으니… .”
나는 손을 흔들며 황제의 말을 끊었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고, 어… 그렇지 무릎 꿇고 아주 정중한 사과를 하면 될 것 같은데.”
“뭣이?”
내 말에 황제는 물론이고 뒤에 있던 제국의 인원들 모두가 들고일어났다.
“저 건방진 놈이!”
“감히 황제 폐하에게 무슨 망발이냐!”
“명을 내려주십시오!”
“잔챙이들은 좀 빠지시고.”
가볍게 마력을 일으켜 압박하자 모두가 사색이 되어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내가 어떤 존재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린 것 같았다.
나는 황제를 향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난 참을성이 별로 없어서 빨리 결정을 내리면 좋겠는데.”
“크윽… .”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황제가 무거운 몸을 숙이기 시작했다.
“제국의 황제로서 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를 몰라보고 함부로 대한 점,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
“흠… 뭐 이 정도로 끝낼까? 아, 앞으로 마계의 악마들과 전쟁을 벌일 때 내 말을 따른다고 약속했으면 좋겠는데.”
눈앞에 있는 황제의 제국이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제국만 제대로 잡아두면 손쉽게 병력을 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그건… .”
황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알겠소. 마리우스 제국은 신성 제국과 용사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하오.”
이내 고개를 떨구며 항복을 선언했다.
그러게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었어야지.
***
“아스타로트가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역시 예상대로군. 드래곤 놈들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 확실하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자, 그럼 다음 계획을 시작해 볼까?”
사탄의 주변으로 검은 불꽃이 타오르며 주변을 밝혔다.
그러자 드러나는 끔찍한 광경.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의 시체와 피로 만들어진 거대한 제단.
“크하하하하! 이제 조금 남았다.”
그 속에서 사탄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