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8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8
“취에엑! 인간들 모두 죽인다.”
오크 4마리가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쐐애애액
나는 가볍게 공격을 피하고 검을 휘둘려 오크 한 마리의 목을 날려버렸다.
“오오.”
“잘하는데요?”
“깔끔하네.”
“낭비가 없어.”
정우진과 동료들은 뒤에서 나와 우혁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
“남자는 저렇게 싸워야지.”
“그렇지!”
“우리가 참 잘 가르쳤어.”
‘그만해, 이 뇌까지 근육으로 된 인간들아!’
그들은 내 전투 방식에 감탄하면서도 검으로 오크들을 으깨고 있는 우혁을 칭찬했다.
깔끔하게 공격을 피한 나와 다르게 우혁은 검을 맞부딪쳐서 도끼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검으로 오크를 두들겨 팼다.
‘저 녀석은 내가 훈련에서 가르친 것 다 까먹었네. 학교에서 훈련할 때 죽었어.’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저런 아버지와 삼촌들 사이에서 정상이 되기도 어렵지.
방식은 다르지만 나와 우혁은 수월하게 오크들을 사냥했다.
그러면서도 내 눈은 쉴 새 없이 주변을 살폈다.
‘오오.. 저기도 있구나.’
그렇게 어느 정도 들어온 후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저기··· 볼 일 좀 보러 갔다 와도 될까요?”
“그래, 휴식 좀 하자. 어차피 뒤쪽은 다 처리했으니 뒤쪽으로 다녀와라.”
“네.”
나는 지나오며 봐두었던 곳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흐흐, 여기가 노다지지.”
나는 지크를 휘둘러 푸르게 빛나는 던전 벽을 내리쳤다.
카앙
벽에 흠이 생기며 틈새로 뭔가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다.
“오! 운이 좋네, 바로 상급 마나 스톤이 뜨다니.”
“그러게. 레오야 형이 마나 스톤 잔뜩 벌어 가마.”
나는 열심히 곡괭이… 아니 지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깡! 깡! 깡
너무 늦으면 나를 찾으려 누군가 올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빠르게 채굴을 했다.
그리고 5분 동안 정신없이 돌아다닌 결과는 영 시원찮았다.
“에이… 첫 끗발이 개 끗발이었네.”
처음에 상급 마나 스톤이 나온 이후에는 중급 3개를 얻는 게 전부였다.
“상급 1개에 중급 3개라… 아까 오크 잡고 2개 구했으니 얼추 상급 2개 정도인가.”
그렇게 뒷정리를 하는 와중에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라? 누가 오는 거 같은데.”
분명 지금 시간에 예약이 된 사람은 우리 일행들뿐이었기에 뒤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직원이라고 하기에는 수가 좀 많고… 뭔가 좀 이상한데.”
나는 구석으로 숨은 뒤 조용히 마력을 뿜어내 기척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수상한 가면을 쓴 다섯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조장, 그런데 정우진을 제외하면 다 죽입니까?”
“그놈의 아들 녀석도 제물로 쓸만할 것 같더군. 둘은 잡아가고 나머지는 모두 죽인다.”
“우리 일을 방해하다니… 녀석들 참 운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제물이 될 것인데 영광으로 알아야겠지. 크하하.”
“준비해둔 함정이 발동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니 천천히 이동하겠습니다.”
“좋아.”
그들이 자리를 벗어난 후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일렁임이 일어났다.
“맞아. 지금 시기에 벌써부터 활동하고 있었다는 건가.”
다크 헌터라 불리는 집단.
놈들의 정확한 규모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악한 짓을 저지르며 질서를 어지럽히는 놈들이었다.
매번 꼬리만 잡힐 뿐 수뇌부의 정체는 내가 죽기 전까지도 알려지지 않았었다.
“흐음··· 그렇게 된 거였나.”
아무리 생각해도 우혁이는 다크 헌터로 타락할 녀석 같지는 않았다.
그의 주변 인물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놈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야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저놈들 때문에 우혁이가 그렇게 변하는 것 같네.’
정우진이 전생에 아들이 없다고 한 이유, 정우진 헌터가 다크 헌터라면 이를 갈며 죽이려 한 이유, 그러면서도 항상 얼굴에 떠오른 슬픈 감정들.
자식도 빼앗기고 동료들도 잃어버렸으니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아마도 오늘 벌어질 어떤 일 때문이겠네.”
“그래, 가자.”
***
“함정이 발동되려면 얼마나 남았지?”
“대략.. 10분 정도면 될 듯합니다.”
“좋아, 녀석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시점에 기습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누구냐!”
가면 무리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매우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네요.”
예상대로 녀석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죽여라.”
“네!”
조장이라 불린 사람의 명에 두 명이 달려들었다.
“와, 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죽여라네, 성질도 급하셔라.”
“운이 없다고 생각… 컥!”
달려드는 두 명의 얼굴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앙!
“크.. 억!”
“일단 알아봐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기절 좀 해있으시고.”
순식간에 두 명이 쓰러지자 놈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우리 일을 방해하다니.”
나는 황당하다는 듯 답했다.
“저기요… 보자마자 대뜸 죽이라고 말한 쪽은 그쪽입니다?”
“실력은 제법 있는 놈 같지만… 그래봤자다.”
말을 하는 동시에 조장은 눈짓 남은 두 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우리가 누군지, 알면 지금 일을 두고두고.. 헉!”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누군지는 잘 아니까 당신도 좀 기절해 있고.”
쾅!
“끄륵… .”
나는 자리를 벗어나려던 나머지 둘도 제압한 후 한곳으로 모았다.
“어디 정보를 좀 캐볼까.”
짝!
“일어나.”
“끄, 끄으윽.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무사할 것 같으니까 걱정 말고, 너희들 다크 헌터 맞지?”
“네놈… 어디 소속이냐 어떻게 그걸.”
“일단은… 알고 있는 거 다 불어… 뭐야?”
순간 조장의 가면이 검은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빌어먹을!”
빛이 사라진 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검은색의 기운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아니 그런 쪽은 아니야.”
자폭을 하려고 했다기엔 나에게 전혀 피해가 오지 않았다.
이건 마치.
“누군가가… 수작을 부려놓은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4명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전생에 만나 본 놈들이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주변에 일렁거리던 검은 기운이 어딘가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건 또 뭐지… .”
“그래, 너무 늦으면 이상하게 여길 거야.”
찝찝함만 남긴 채 다크 헌터들은 사라져 버렸다.
***
자리로 돌아오니 다행히 일행은 별다른 의심 없이 맞아주었다.
“뭐 큰 거라도 봤냐? 찾으러 가려고 했어.”
“아니야 인마, 약간 길을 헤매서 그래.”
“자자, 이제 다 쉬었으니 다시 오크들 잡으러 가보자.”
일행은 다시 안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오크들을 처리하던 우리 앞에 상당한 수의 오크 무리가 나타났다.
“형님, 이번에는 수가 좀 많은데요?”
“으흠.. 이 둘에게는 좀 버겁겠지?”
얼추 봐도 30마리가 넘어 보이는 오크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적당히 수를 줄여놓을 테니 그 뒤 남은 녀석들을 너희가 처리하거라.”
“네, 아버지.”
“네.”
정우진과 동료들은 오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취, 취익 인간들이다. 죽여라.”
“오크 잡는 건 또 오래간만이네.”
쾅! 쾅!
저마다 험악한 무기들로 오크들을 학살했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오크는 5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확실히 실력은 있는 사람들이야.’
전생에 같이 작전을 했던 이들 중 S급을 제외한다면 손에 꼽힐만한 수준이었다.
“자 이제 너희들이 처리하거라.”
나와 우혁은 간단하게 두 마리씩을 처리했고 마지막 한 마리가 남았다.
“네가 처리할래?”
“네가 해, 귀찮아.”
우리는 서로 미루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덜덜 떨며 바라보던 오크가 소리쳤다.
“취, 취익 인간들 복수한다. 반드시 죽인다.”
“아 깜짝이야, 뭐라는 거야.”
“그냥 내가 잡아야겠다.”
우혁이 녀석을 처리하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오크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이변을 알아차린 것은 나였다.
“어라? 저거 아까 그… .”
오크의 주변에 아까 사라졌던 검은 기운이 나타나 스며들었다.
동시에 오크 병사의 주변으로 마나가 밀집되는 것이 보였고 오크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우리 동족을 잔인하게 죽인 네놈들을.. 취익 용서하지 않겠다.”
빛이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두터운 갑옷과 투구를 쓴 검은 오크였다.
“뭐, 뭐야! 너희들 어서 물러서라!”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진화에 뒤에서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던 정우진이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검은 오크의 대응이 더 빨랐다.
“취익.. 결투의 전장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녀석의 몸 주변으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결계를 형성했고 나와 우혁을 가둬버렸다.
그리고 새까만 결계는 안과 밖을 완전히 단절시켰다.
“취익! 너희들부터 찢어주마.”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오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
“우혁아! 으아아아!”
쾅! 콰아앙!
정우진과 동료들은 다급하게 결계를 깨기 위해 공격을 시작했다.
“혀, 형님 어쩌죠.”
“저거 결투의 전장 스킬입니다. 외부에서 깨려면 마법사가 필요한데.”
이 스킬은 3분 동안 외부와 격리된 공간을 만드는 스킬로 물리 방어력이 엄청난 대신 마법 방어력이 약했고 마법사가 있었다면 빠르게 파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일행은 모두 근접 전투 계열이었다.
“3분… 제발 부탁이다. 3분만 버텨다오 얘들아.”
하지만 그도 그 말이 얼마나 가능성이 없는 말인지 알고 있었다.
오크 병사보다 한 단계 위인 오크 전사였다면 어찌저찌 버티거나 잡았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녀석은 두 단계를 넘어 오크 장군이 되었고 A+에 가까운 고위 몬스터를 상대로 3분이면 헌터 지망생 2명이 수십 번은 죽을 시간이었다.
정우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결계 너머를 보며 계속 두들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
‘음.. 이게 그놈들이 말하던 함정인가?’
몬스터가 드물게 진화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봐도 인위적으로 진화를 끌어낸 듯했다.
몬스터와 싸우는 동안 기습을 해서 일행을 제압하는 것이 다크 헌터들의 계획이었을 터.
‘그 검은 기운 때문에 일어난 일 같은데.’
지금으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내가 침묵하고 있자 우혁이 내 앞을 막으며 말했다.
“준혁아 미안하다. 나 때문에 괜히 너까지 말려들게 해서.”
“어? 아니 괜찮은데.”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테니 결계가 사라질 때까지만 버텨라. 아버지와 삼촌들이 해결해 주실 거야.”
이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녀석이 조금 기특했다.
“야야 괜찮아, 사실 내가… .”
“으아아아!”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우혁이 소리를 지르며 오크 장군에게 달려들었다.
“취익 가소롭구나 인간.”
채앵! 콰아앙!
우혁의 검을 가볍게 받아낸 녀석은 우혁을 걷어차 날려버렸다.
“크악!”
우혁은 그대로 튕겨져나가 벽면에 처박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야 괜찮냐?”
“괘, 괜찮.. 끄으으.”
“에이 진짜, 너 나중에 훈련 다시 제대로 받자.”
벽에 처박힌 우혁이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쿨럭.. 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아무튼 고생했다. 거기서 쉬면서 지켜봐라.”
나는 녀석의 어깨를 짚으며 천천히 오크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