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80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80
황제를 굴복시켰으니 이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을 것 같았다.
가장 큰 제국과 신성 제국의 지지를 받는 이상 다른 왕국들은 싫어도 내 말에 따라야 했으니까.
“자, 그럼 이제 남은 건… 응?”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던 내 눈에 기괴한 광경이 들어왔다.
찰싹
“야, 자냐?”
찰싹
“야, 일부러 기절한 척해도 소용없다. 정신 차린 거 다 아니까.”
찰싹
“버틴다 이거지? 내가 널 얼마나 오랜 기간 갈… 키우고 지켜봤는데 네 속셈을 모를 것 같아?”
레이날드의 멱살을 잡고 뺨을 날리고 있는 레이카르트.
그리고 꿋꿋하게 기절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레이날드였다.
“저렇게 보니 부자지간이 확실해 보이네.”
외모도 외모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는 것도 그렇고 인성도 그렇고 부자 사이가 확실했다.
“저 영감님을 넘어서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도 문제 아니겠냐.”
그 사이 레이카르트의 구타는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이야.. 이래도 버텨? 좋아.”
이제 뺨을 때리는 걸 넘어 용언까지 사용하려는 레이카르트를 보며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헉! 저, 저 깨어났습니다. 그러니 손에 그거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버티고 버티다 마침내 레이날드가 항복을 선언했다.
“자, 그럼 우리 조용한 곳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자, 잠깐 으어어!”
레이날드의 뒷덜미를 잡아채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레이카르트.
“음.. 알아서 잘하시겠지?”
굳이 부자간의 대화에 낄 필요는 없었기에 신경을 끊기로 했다.
“자, 그럼… .”
나는 어느새 곁에 다가온 교황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이대로 회의를 시작할까요?”
처음 이곳에 온 목적은 연합군의 수뇌부들을 만나 협조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조금 지연되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수뇌부 모두가 모여 있는 상황이었기에 간단하게 정리를 마친 후 회의가 시작되었다.
“저는 뭐… 일단 용사라고 해두겠습니다. 다들 반갑습니다.”
“바, 반갑습니다.”
내 인사에 연합군의 수뇌부들이 어색한 얼굴로 대답했다.
‘흠… 확실히 기선 제압을 해둔 것이 먹혔네.’
마리온 3세가 나에게 까불다 개망신을 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봤으니 나에게 태클을 걸 존재는 없다고 봐도 될 듯했다.
“여기 있는 분들은 아케시아를 침공한 악마들을 물리치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대마왕과 그를 보좌하는 강력한 악마들은 저와 제 동료들이 맡을 예정입니다.”
“오, 오오… .”
내 말에 수뇌부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대마왕이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내가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하니 싫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마왕의 밑에는 수없이 많은 악마들과 몬스터들이 있습니다. 그건 연합군의 병력들이 상대를 해야 합니다.”
그러자 주변의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들 역시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은 없으니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의욕적인 것은 좋으나 최대한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마구잡이로 움직이다가는 오히려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저는 연합군을 직접 움직이거나 지시를 내릴 생각은 없으니 대규모 작전은 여기 계신 분들이 의논해서 결정하시면 됩니다.”
수만 명이 넘는 많은 인원을 통제하는 것은 귀찮기도 하고 잘할 자신도 없었다.
그저 나와 동료들이 사탄과 그 부하들을 상대하는데 방해만 되지 않으면 충분했다.
“달리 부탁하실 것은 없으십니까?”
“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 아!”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대륙에 이상한 소문이나 움직임은 없나요?”
“이상한 소문이요?”
“뭐…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정체불명의 학살이 벌어진다거나 누가 봐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거나 하는 종류를 말하는 겁니다.”
사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분명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
나는 간단하게 악마들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음… 그러고 보니.”
무엇인가 생각난 듯 저마다 시선을 교환하는 수뇌부들.
그중 유독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우리 왕국은 대륙의 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영토의 절반가량이 사막 지대라 큰 도시들을 제외하면 부족 단위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
그의 입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부족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건가요?”
“네. 정확하게는 사람뿐만 아니라 마을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습니다.”
“흐음… .”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
“우리 왕국 역시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악마들이 뭔가를 하고 있기는 한 것 같았다.
알게 된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일단 따로 조사단을 구성해서 조사를 시작해 주십시오. 악마들의 소행일 확률이 높으니 신성 제국에서 사제와 성기사들을 지원해주시면 좋겠네요.”
“용사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직접 뭔가를 할 생각은 하지 마시고 최대한 정보를 모으시는 것을 우선해주세요.”
놈들의 움직임만 대충 파악이 되어도 처리하는 것은 수월할 것이니 사람들에게 맡겨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마리우스 제국이 가장 규모가 크다고 했으니 많은 병력을 투입했으면 좋겠는데요.”
“하, 하지만 우리 제국의 병력은 마족과의 일선에 나서기 위해… .”
“때가 되면 싫다고 해도 싸우게 될 거니까 지금은 제 말을 들으시죠?”
황제는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으나 나에게 약속한 것도 있었고 우겨도 통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장 큰 제국이 동의한 이상 다른 왕국들이 거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일단 여기서 끝을 내도록 하죠.”
내가 밖으로 나가자 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마리우스 제국의 황제.
그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깃들었다.
“내 반드시 이 굴욕을 갚을 것이다.”
황제는 서늘한 눈빛을 빛내며 이를 갈았다.
***
나는 회의를 종료한 후 레이카르트를 찾아 나섰다.
“이 영감님은 또 어디 가 있는 거야?”
우리에게 배정된 숙소에 도착하니 다니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 어디 갔어요?”
“응? 개차반 녀석은 아들 데리고 자기 레어로 갔고 금발 녀석도 따라갔을 걸?”
“그래요?”
여기서 드잡이질을 했다가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기에 레어로 데리고 간 것 같았다.
“그럼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저도 잠깐 갔다 오겠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용언을 각성하며 나 역시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레어로 이동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밝은 빛과 함께 도착한 레이카르트의 레어.
도착과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황당 그 자체였다.
콰아아앙!
“뭐가 어쩌고 저째? 심심해서 로드를 사칭해?”
“아씨! 아버지가 안 계시니 제가 대리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일이라도 열심히 하지 뭔 되지도 않는 수호룡이야.”
“저도 이제 4천 살이 넘었습니다! 어린 애가 아니라고요.”
“난 6천 살이 넘었다, 이 자식아!”
“그쯤 사셨으면 그만 은퇴하고 물러나시던가요!”
“이 새끼가? 누가 널 이렇게 가르쳤냐!”
“아버지가요!”
6천 살과 4천 살.
합쳐서 만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존재들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스스럼없이 패드립을 날리는 것이 지구의 친구들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말이다.”
가만히 뒀다가는 끝이 날 것 같지 않았기에 슬쩍 앞으로 나섰다.
“어… 두 분 바쁘신 것 같지만 잠깐 멈춰주시겠어요?”
“감히 어떤 놈이! 응?”
레이날드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던 레이카르트가 멈칫했다.
“뭐야? 너 언제 왔냐.”
“방금 왔지요.”
“아니 근데 너 어떻게 들어왔어?”
“그냥 마법으로 들어왔는데요.”
“끄으응… .”
내가 용언을 각성했던 사실을 다시 떠올린 레이카르트의 얼굴이 구겨졌다.
“재수 없는 놈. 이제 내 레어도 제멋대로 들락날락하다니.”
“영감님도 우리 집 마음대로 다니셨잖아요.”
“저, 저 한마디도 안 지는 거 보게.”
“저기… .”
나와 레이카르트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레이날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인마.”
“그.. 아버지 저 인간은 대체 누굽니까?”
“응? 그러고 보니 넌 아직 모르는구나.”
“뭘 말입니까?”
“저 녀석 레이나의 짝이다.”
“네? 그게 무슨… .”
“레이나의 맹약의 상대가 저놈이라고.”
“뭐, 뭐라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레이날드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잠시 후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팡이가 감히 내 딸을!”
레이날드의 분노가 내게 향하려던 찰나.
“야, 너 자신 있냐?”
레이카르트가 제동을 걸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아니.. 너 저놈 이길 자신 있냐고? 아까도 한 대 맞고 나가떨어졌잖아.”
“어… .”
그제야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린 레이날드.
대체 어떻게 당한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자신을 제압한 존재
그게 바로 눈앞에 있는 인간이었다.
“저놈 저거 생긴 건 멍청하고 부실해 보이지만 의외로 영악하다. 그리고 강하기도 하고.”
“사람을 앞에 두고 못 하는 말이 없으시네요.”
나는 레이카르트를 향해 입을 삐죽였고 그 모습을 보며 레이날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체 저 인간이 뭐길래 아버지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자신의 아버지 성격이라면 절대 저런 행동을 용납할 리가 없다.
동급의 로드들 정도가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설마 저 인간이 아버지와 비슷한 수준이라도 된단 말인가?’
레이날드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인간이 어떻게.’
레이날드는 억울함을 담아 말했다.
“아니… 근데 아버지는 그걸 알고도 그냥 넘어가셨나요? 인간이 레이나와 맹약으로 이어지다니요. 억지로라도 말렸어야죠.”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
“아니 저놈이 힘으로 레이나를 굴복시켰을 수도 있는데 그걸 참고 있으셔도 됩니까?”
“오히려 레이나가 좋다고 따라다니던데?”
“네?”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들은 것처럼 넋이 나간 표정의 레이날드.
그런 레이날드를 더욱 충격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어? 아빠 오셨어요?”
“아빠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레이나와 레오.
둘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아이고! 우리 아들, 딸. 다른 세상에서 고생한 것은 아니냐?”
갑자기 다른 차원으로 날아갔던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에 코끝이 시큰거리는 레이날드.
레이날드가 두 팔을 벌려 레이나와 레오를 안으려 했으나.
스윽
둘은 그대로 레이날드를 지나쳤다.
“어서 와요. 준혁!”
“횽아!”
그리고 나에게 안겨 왔다.
“별일 없었어요?”
“저야 레어에서 있었는데 별일 있겠어요.”
“레오는 치킨 머글래!”
“아직 지구의 레시피를 완벽하게 적용을 못 해서 그 맛이 안 나고 있어요. 준혁이 도와줘요.”
“그럴까요? 갈릭이 만드는 걸 봤으니 대충 비슷하게는 될 것 같은데.”
나는 레이나와 레오를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레이날드가 멍하게 바라보았다.
“아니.. 얘들아… 아빠가 여기 있는데… .”
“쯔쯔. 난 할아버지라지만 넌 아비인데도 밀렸구나.”
“…. .”
딸과 아들의 사랑을 빼앗긴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