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85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85
크어어어어!
정령왕들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베히모스.
정령계만큼은 아니지만 자연의 기운이 풍부한 아케시아였다.
덕분에 마계와 다르게 정령왕들은 자신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고 베히모스는 그야말로 복날에 개 잡듯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야, 우냐? 울어?”
쿠어어어어!
“시끄러워!”
크아아아!
“근데 몸은 진짜 튼튼하네.”
크르르르!
“예전에 만난 베히모스랑 뭔가 좀 다른 것 같은데.”
꽈아아아앙!
마계 최강의 괴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방어력.
하지만 그 최강의 괴수는 아무 반격도 하지 못하고 계속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것은 이프리트가 만들어낸 거대한 불주먹이 베히모스의 턱을 날려버리는 시점이었다.
“오우… .”
강력한 펀치에 바닥을 나뒹구는 베히모스.
하지만 바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생각보다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흠.. 정령력에도 내성이 있는 건가?”
분명 정령왕들의 공격이 통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치명타를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분명 데미지는 입고 있었지만 마치 어딘가에서 힘을 얻어 회복하는 것처럼 빠르게 피해를 복구하고 있었다.
“으음… 어라?”
눈을 가늘게 뜨며 주변을 살피던 내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베히모스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작은 마법진.
지금 상황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저거… 좀 이상하지?”
나는 서둘러 마법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흠… .”
가까이 다가가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게 문제였네.”
마법진은 베히모스가 등장할 때 나타난 빛의 기둥을 압축시킨 것과 비슷한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가느다란 실이 되어 베히모스의 몸과 연결된 상태.
“일종의 배터리 같은 건가?”
어디선가 마력을 끌어와서 계속 주입하는 방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 배터리를 부숴버리면 끝나는 일.
“자, 시작해볼까.”
베히모스는 정령왕들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나를 방해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다시 힘을 모아 천지개벽을 사용했다.
환하게 빛나는 빛의 칼날이 어서 자신을 날려달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자, 가라.”
천천히 내려찍은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괴의 기운.
천지개벽의 힘은 베히모스와 연결된 실을 끊어버리고 마법진을 집어삼켰다.
꽈과과과광
이어지는 대폭발.
“깔끔하네.”
폭발이 사라지고 드러나는 풍경.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마법진과 허공에 흩어지는 약간의 마기만이 이곳에 무엇인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이었다.
크어어어어!
동시에 들려오는 베히모스의 괴성.
조금 전까지 고통보다는 귀찮음이 더 강했던 괴성이 이제는 고통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 그럼 못된 멍멍이를 교육하러 가볼까?”
***
“계약자 왔는가?”
“네, 별일 없죠?”
“별일이랄 것도 없어. 제법 튼튼한 놈이지만 결국 우리 앞에 무너질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게.”
“그럴 것 같네요.”
아까와 마찬가지로 베히모스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었으니.
“확실히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네.”
바로바로 회복하던 아까와 다르게 지금은 육체 곳곳에 상처가 새겨지고 있었던 것.
상황을 지켜보던 중 누군가의 고함이 들려왔다.
– 크아아아아! 너희들은 누구길래 날 괴롭히는 것이냐! –
“응? 뭐야?”
이 장소에 존재하는 이들 중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지금 베히모스 녀석이 말하는 건가?”
– 크아아아! 감히! –
“음.. 확실하네.”
정체불명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베히모스였다.
“마계 최강의 마수라더니 말도 할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길들이는 것이 더 수월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베히모스를 공격하는 정령왕들을 호출했다.
“잠깐만요.”
“뭐야? 조금만 더 하면 끝날 것 같은데 왜?”
“맞아요.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제가 할게요. 수고하셨어요.”
“음.. 뭐 그렇다면야.”
정령왕들은 살짝 아쉬움을 표했지만 계약자인 내 의견을 존중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사이 피해를 어느 정도 회복한 베히모스가 포효했다.
– 크어어어! 가만두지 않겠다! –
나는 베히모스의 앞으로 이동한 후 말을 걸었다.
“야, 너 말 할 줄 알았냐?”
갑자기 등장한 나를 보며 묘한 시선을 던지는 베히모스.
– 물론이다. 나는 위대한 마계의 마수, 당연히 의지가 있고 그것을 표현할 수도 있지. –
“근데 조금 전에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냐?”
분명 처음에 등장하고 정령왕들과 싸우던 시점까지 베히모스는 그저 본능만을 우선시하는 괴수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녀석은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상태.
뭔가 변화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 마왕이 걸어놓은 치졸한 수작에 넘어가서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
“아아, 그렇구나.”
– 원래라면 이 대륙의 인간들을 집어삼키고 힘을 더 키운 후에 마계의 문을 여는 것에 동원되었겠지. –
“흠… .”
어쨌거나 사탄의 계획 중 하나는 막아낸 것 같았다.
– 너희는 대체 누구냐? 나를 왜 공격한 것이지? –
“아, 그게 말이지.”
나는 간단하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 그렇군. 마계 최강의 마수답지 않은 추한 꼴을 보였다니… . –
“뭐 자기 의지가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지.”
마계의 괴수라 그저 포악하고 파괴만을 일삼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이성적인 부분이 있는 베히모스였다.
– 그렇다면 너희들이 나를 도와준 셈인가? –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베히모스가 거대한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
– 대마왕의 꼭두각시가 될 뻔했던 날 구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는 바다. 날 공격했던 것은 넘어가 주도록 하지. –
분명 감사를 표하는 것인데 묘하게 아니꼬운 말투.
내가 특별히 봐준다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 그럼 난 이만 가도록 하겠다. –
“뭐? 어딜 간다는 거냐.”
– 글쎄… 이곳은 마계가 아닌 것 같으니 어딘가 머물며 마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겠지. –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녀석을 보니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았다.
“누가 보내준대?”
내 말에 베히모스가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보았다.
– 날 도와준 것은 고마우나 더 이상 버릇없이 군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
베히모스의 말을 듣고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 새끼 이거 아직 사태 파악이 안되는구만.”
– 무슨 소리냐? –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베히모스를 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넌 아무 데도 못 간다. 내 밑에서 굴러야지 가긴 어딜 가.”
– 고작 네 녀석이 날 억압하겠다는 거냐? 내가 제정신을 차린 이상 아까처럼 당하지는 않는다. –
제법 자신감 넘치는 말투.
하지만 내게는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일단 좀 맞아야겠다.”
– 날 도와준 인간이라 예의를 차렸지만 더 이상 무례하게 군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 –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나는 기습적으로 베히모스의 머리 위로 이동한 후 그대로 주먹을 날려주었다.
콰아아앙!
– 크어어어! –
예상을 뛰어넘는 타격에 직각으로 꺾이는 베히모스의 머리통.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뻐억!
“구해준 은혜도 모르고 어!”
꽈아앙!
“마계 녀석들은 개념이 없어, 개념이!”
콰아아앙!
“꼭 맞아야 말을 들어요!”
– 아, 아프다! –
의식을 지배당하는 동안 기억이 없었기에 베히모스는 나와 정령왕들에게 맞았던 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 두들겨 맞으며 점점 깨어나기 시작하는 기억.
– 크어어! 그, 그만해라! –
그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깨달은 베히모스.
아무리 마법진이 파괴되었다지만 원래라면 저렇게 작은 인간의 공격 따위 수백 번을 맞아도 자신의 피부를 뚫지 못하며 충격을 받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고통은 아까 전 상대했던 알록달록한 존재들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는 상태.
– 용서 못 한다! –
계속되는 구타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베히모스가 숨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입으로 모여드는 어마어마한 에너지.
하지만.
“멍청하게 그걸 또 쓰려고 하네.”
브레스가 밖으로 터져 나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꽈아앙!
나는 녀석의 턱을 걷어차며 가볍게 브레스를 무력화시켰다.
– 크, 크흐으읍! –
충격으로 입안에서 흩어져 버린 브레스의 후폭풍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베히모스.
– 크아아아! –
베히모스는 사방으로 마기를 뿜어냄과 동시에 정면으로 돌진을 감행해왔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공격이 굉장한 위압감을 주었으나.
“어딜 공격하는 거냐.”
내가 그렇게 뻔한 공격을 정면으로 맞아줄 만큼 멍청하지 않다는 것이 녀석에게는 불행이었다.
공간이동으로 가볍게 녀석의 뒤를 잡은 후 다시 녀석을 걷어차 버렸다.
– 쿠에에엑! –
인간에게 걷어차여 바닥을 나뒹구는 거대한 괴수의 모습.
너무나 이질적인 그 광경에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용사님이 이기고 있는 것 맞지?”
“그럼 저게 지고 있는 거겠나?”
“아니 그건 맞는 말인데… .”
자신들을 위협하던 괴수가 사냥꾼에게 사냥당하는 맹수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
아니 차라리 맹수는 사냥꾼에게 위협을 줄 수라도 있지 지금 저 괴수는 그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신이 내려주신 용사님!”
“용사님 만세!”
위기감은 잊고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렇게 나를 향한 사람들의 존경심과 신앙심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
– 크아아아아! –
약이 바짝 오른 베히모스가 입을 벌려 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하지만.
“어딜 무는 거냐?”
안타깝게도 녀석의 이빨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씹었을 뿐이었다.
날개와 꼬리까지 움직이며 날파리를 쫓아내듯 발악하는 베히모스.
그러나 날파리는 너무나 강력했다.
꽈아아아앙!
베히모스는 다시 한번 대지에 긴 상처를 남기며 밀려나갔다.
– 자, 잠깐만! 이야기를 좀… . –
“아니야. 넌 아직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어.”
꽈아아앙!
– 아니다!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 –
“아닌 거 같은데?”
퍼어어엉!
그리고 한참을 두들겨 맞던 베히모스가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다.
– 전부 내가 잘못했으니 그만해라! –
“말이 짧은데?”
– 잘못했습니다. –
이제야 제대로 테이밍을 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음… 그렇단 말이지.”
내가 공격을 멈추자 눈치를 보던 베히모스가 입을 열었다.
– 저기 그럼 이제 그만 때리는 겁니까? –
녀석의 말에 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좀 더 맞자.”
– 왜, 왜요? –
“그냥 기분 나빠서.”
– 자… 끄아악!“
한동안 베히모스의 비명 소리가 계속되었다.
***
“내가 누구라고?”
– 주인님이십니다! –
“음, 좋아. 교육이 아주 잘 되었군.”
나는 인생 2회차도 히어로의 고유 스킬을 발동시켰다.
손에 모여드는 빛무리가 천천히 베히모스에게로 스며들어갔고.
– 어, 어라? –
베히모스는 완벽하게 나에게 종속된 몬스터가 되었다.
“걱정하지 마라. 말만 잘 들으면 맞을 일은 없을 거다.”
내 말에 움찔하는 베히모스.
사실 테이밍 된 시점부터 나에게 거부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흠.. 그나저나… .”
베히모스를 굴복시키고 나니 떠오르는 생각.
“사탄 놈이 널 이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했다면 분명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을 알고 있던, 모르고 있던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레이카르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거… 재미있게 돌아가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