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87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87
사탄의 목적을 알았으니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제단이라는 거, 완성까지는 어느 정도 걸립니까?”
“그, 글쎄요? 최대한 빠르게 만들라는 지시가 있기는 했습니다. 일주일 안에는 완성되지 않을까 싶은데… .”
“일주일이라… .
별동대가 본대와 떨어진지 대략 사흘 정도.
최대한 빠르게 공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완성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먼저 가서 정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나는 텔레포트를 활용해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지만 별동대의 경우에는 인원이 많은 만큼 복귀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약 사탄이 직접 등장한다면 보통의 병력들은 거의 쓸모가 없다고 봐야 했기에 함께 움직일 필요가 없기도 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내 말에 밝은 표정을 짓는 이안.
자신도 모르게 악마의 명령을 전달한 셈이었으니 걱정이 되기는 했을 것이다.
“그게 더 효율적이니까요. 일단 다른 수뇌부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가시죠.”
나는 수뇌부들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략적인 사실을 모두 알려주었다.
“허… 그런 일이… .”
“정말 다행입니다. 신이 도우셨어요.”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 같군요.”
나는 이안과 약속한 대로 사탄에게 홀린 황제가 저지른 일이라고 못을 박았고 덕분에 다른 왕국 수뇌부들도 마리우스 제국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본진으로 돌아가서 악마의 수작을 막을 생각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교황인 카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름대로 안전장치도 있고 시간 싸움이 될 수도 있으니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내 의견이 가장 적합하기도 했지만 사실 반대를 해도 날 막을 방법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나 혼자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럼 여기 있는 별동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수뇌부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였다.
사실상 내가 최고 결정권자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기에 모두가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 별동대라… .”
잠시 고민했지만 떠오르는 결론은 하나였다.
“일단 마리우스 제국으로 향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마리우스 제국 쪽에 일어난 악마들의 움직임은 분명 미끼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도 있으니 별동대는 마리우스 제국으로 지원을 가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 같았다.
“음… 그러면 저희는 마리우스 제국으로… .”
결정을 지으려던 그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국의 참모인 이안이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나는 의아하다는 듯 이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악마들과 몬스터들을 생각해보면 제국 쪽에서 일어나는 악마들의 도발도 크게 강력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국에서 따로 연락이 왔는데 무난하게 적들의 습격을 격퇴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네. 그래서… .”
잠시 뜸을 들이던 이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모르니 제가 제국의 정예들만 이끌고 수도에 다녀오겠습니다. 나머지 별동대는 본진으로 합류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음…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다른 왕국의 지휘관들이 저마다 의견을 제시했다.
“저희도 찬성입니다.”
“제국을 돕기 위해 움직였는데 제국 측에서 별문제가 없다고 하면 굳이 힘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본진에 합류해서 혹시 모를 악마들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남아있는 같은 왕국의 병력들이 걱정되기도 했을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내 말에 이안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희 제국은 강합니다. 그리고 황제위가 공석이 된 상황이니 빠르게 수습을 할 필요도 있으니 더더욱 저희끼리 해결을 움직여야 합니다.”
“음… 그렇겠네요.”
다른 왕국의 병력들과 함께 한다면 좋지 않은 말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회의가 끝이 났으니 이제는 움직여야 할 차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저는 먼저 이동하겠습니다. 급할 것은 없으니 별동대는 최대한 안전하게 합류하는 것을 우선하세요. 그리고 제국의 인원들도 일을 잘 마무리하시고요.”
“용사님께 신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빌겠습니다.”
“다음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죠.”
나는 손을 흔들어 준 후 회의실을 벗어났다
“자, 그럼 가볼까.”
텔레포트가 발동되며 내 주변으로 빛이 모여들었다.
***
연합군이 자리 잡은 국경 지대 중심부.
그중 가장 은밀한 장소에 빛과 함께 무엇인가 나타났다.
“음… 아직 별일은 없는 것 같네.”
환한 빛과 함께 도착한 곳은 마법진을 설치해 두었던 숙소.
도착과 동시에 주변을 확인한 결과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응? 벌써 왔냐?”
그리고 그곳에는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손님이 있었다.
침상에 누워 빈둥거리고 있는 천사.
바로 다니엘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서 지내고 있으셨지.”
“뭔가 기분 나쁜 말투인데?”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니엘 답지 않게 조용하게 지내고 있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뭐 하세요?”
“보면 모르냐? 쉬고 있잖아.”
“아니… .”
너무나 당당하게 나오니 말문이 막혔다.
“근데 너 악마 놈들이랑 싸우려고 간다고 하지 않았냐? 왜 벌써 왔어?”
“아, 그게 말이죠.”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다니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니까.. 사탄 놈이 여기에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거냐?”
“그런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은 없었어요?”
“아니, 뭐…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아직 제단이 완성되지 않았나 보네요.”
빠르게 움직인 보람이 있는 것 같았다.
“흠… 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요?”
다니엘은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너는 이상하지 않냐?”
“아니 그러니까 뭐가요?”
내 말에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다니엘.
“멍청한 녀석! 내가 누구냐?”
“그야 천사죠.”
“그래, 천사지. 그럼 사탄은 뭐냐?”
“아니 뭔 당연한 말을 자꾸 묻습니까? 악마고 대마왕이잖아요.”
“그래, 악마지, 천사와는 상극인 악마. 만약 내 근처에 나타난다면 모를 수가 없는 나와 극상성의 존재.”
“네. 근데 그게 왜… 어?”
곰곰이 생각하니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다니엘은 내가 레이카르트의 레어에 다녀오는 동안 계속 이 장소에 있었다.
그리고 별동대에 합류해서 떠난 후에도 마찬가지였고.
“악마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내가 모를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지.”
확실히 그랬다.
다니엘은 천사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존재.
어중간한 악마라면 수작을 부리기 전에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악마들이 목적을 가지고 제단을 만든다면 그 기운을 금방 파악했을 것이고.
“그럼 사탄은 어떤가요? 사탄이 작정하고 힘을 숨긴다면 몰래 움직일 수 있지 않나요?”
다니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악마와 천사는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그건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심한 편이야. 녀석이 내 근처에 있었다면 내가 모를 수가 없다.”
“그렇겠죠… 일단은 제단이 지어지는 곳에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서둘러 숙소를 나와 어디론가 달려갔다.
이안으로부터 제단이 만들어지는 곳의 위치는 미리 전해 들었기에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제단이 지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장소에 도착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뭐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제단이 만들어지다 취소된 것도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같은 풍경이었다.
“설마 사탄이 눈치를 채고 빠진 건가?”
황제가 죽고 베히모스를 뺏겼으니 정확한 사정은 몰라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알아차렸을 것이고 빠르게 계획을 수정한 것일지도 몰랐다.
“혹시 모르니 다른 곳도 둘러봐야겠네.”
나는 주변 일대와 연합군이 모여 있는 진영 전부를 탐색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진짜 아무것도 없네.”
제단은커녕 그 비스무리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국군의 본진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단은 제국의 수도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황제가 그렇게 명령했습니까?”
“네? 아, 아니요. 제단에 관한 모든 것은 이안 참모님이 지시를 내리고 떠나셨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황제는 분명 악마에게 홀린 것은 분명했다.
악마탐지기가 작동을 했으니까.
정황상 제단은 분명 사탄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황제가 명령을 내렸다면 모를까 아무것도 모르는 참모가 명령을 내린 것은 너무나 이상한 일.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생각에 잠긴 내게 제국군 간부가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황제폐하와 참모께서 함께 나갔다 오신 적이 있습니다.”
“함께요? 그게 언제입니까?”
“그것이… .”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로드들과 만나고 있던 그 시점이었다.
‘이안이라는 사람은 악마탐지기에 반응을 하지 않았는데.’
악마탐지기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면 악마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럼 뭐가 문제.. 잠깐… .’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
악마탐지기가 반응하지 않지만 악마인 경우가 있었다.
바로 혼혈.
‘맞아. 에밀리의 경우에 탐지기가 작동을 하지 않았어.’
지구에 있는 에밀리는 인간과 악마의 혼혈로 두 종족 모두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안도 그렇다면 탐지기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거의 확실해 보였다.
“와.. 이렇게 통수를 친다고?”
오랜만에 제대로 한 방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마리우스 제국의 수도의 변방에 위치한 커다란 궁전.
황제의 별궁으로 알려진 그곳에 거대한 제단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서둘러라! 사탄님께서 명하신 일을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
참모 이안, 아니 혼혈 악마 이안은 주변을 살피며 지시를 내렸다.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존재는 전부 악마와 몬스터.
인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크하하! 멍청한 용사놈. 지금쯤 꽁지 빠져라 달려가고 있겠지.”
자신이 따돌린 용사를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생각보다 강했지만 그다지 똑똑하지는 않았던 것 같군.”
용사가 연합군 진영에 도착하여 진실을 알게 될 때쯤이면 이미 제단은 완성이 되고 모든 의식은 끝이 날 것이다.
“혹여 텔레포트가 가능해도 문제 될 것은 없지.”
자신이 이곳으로 급히 이동한 후 제국의 수도 일대에 대규모 방어 마법진을 발동한 상태.
텔레포트로는 이곳을 들어올 수 없기에 용사는 한참이 지나야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사탄님의 세상에서 나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될 것이다.”
다가올 미래를 떠올리며 미소짓던 이안의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저건 뭐야?”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형체.
“저, 저거?”
날개 달린 사자의 모습을 한 거대한 괴수.
분명 이안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존재인 마계 최강의 괴수 베히모스였다.
“저, 저게 왜 여기서 나와?”
분명 용사의 손에 사냥당한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이곳에 모습을 나타내다니?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안과 다른 악마들이 모두 당황하는 사이.
– 주인님이 선견지명이 있으셨네. –
프로스트는 나와 텔레파시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제국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악마들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몰래 베히모스를 딸려 보냈고 덕분에 빠르게 이안을 방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 뭐… 얻어걸렸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결과적으론 잘 되었으니 상관없겠지.’
– 그래서 뭘 하면 됩니까? –
‘거기 악마들이 뭔가 만들고 있지?’
– 네. –
‘박살 내라.’
– 명을 받듭니다. –
프로스트가 한껏 숨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날렵한 육체가 한순간 돼지처럼 뚱뚱해질 정도로 부풀어 올랐고
– 잘 가라. –
곧 프로스트의 입에서 폭발적인 검은색의 광채가 사정없이 뿜어져 나왔다.
콰우우우우!
뒤통수를 치면 자기가 뒤통수를 맞을 각오도 해야 하는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