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88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88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파괴의 광선.
프로스트가 뿜어낸 브레스가 제단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아, 안 돼!”
이안은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움직였다.
“막아라!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아!”
그의 명령에 주변에 자리 잡은 악마와 몬스터들이 모두 몸을 날렸다.
마기를 뿜어내 쏘아내고 마력을 일으켜 방어막을 만들고 그것도 아니라면 몸을 던져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브레스를 막아낼 수 없었다.
화르륵
마기는 브레스의 열기에 지워졌으며
쩌저적
겹겹이 쌓인 방어막은 유리 조각처럼 깨어졌고
“크아아악!”
강인한 악마의 육체는 비명과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지워낸 브레스가 제단에 직격했고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먼지구름을 피워 올렸다.
– 후우우우우. –
한껏 숨을 내뱉은 프로스트가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마계 최강의 마수인 베히모스에게도 전력을 다한 브레스는 꽤 많은 힘을 소모하는 것이었다.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던 프로스트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 그런데 여기 꽤 중요한 장소 같은데 생각보다 방비가 시원찮네. –
저 아래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악마들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공작급에 준하는 악마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는 제법 많았으나 그 질은 현격히 떨어지는 악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베히모스가 공작급의 악마와 호각을 다투는 힘을 가진 마수라고 해도 강력한 악마가 있었다면 조금은 고전을 할 수도 있었기에 운이 좋다고 봐야 했다.
– 어디 보자… 오? –
먼지구름이 사라지고 드러난 제단의 모습에 프로스트는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제단과 마법진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파괴되어 있었다.
– 그래도 완벽하게 소멸하지는 않았네. –
전력을 다한 브레스였지만 제단 자체에 모여 있는 어둠의 마력이 상당했기에 브레스를 어느 정도 상쇄시킨 듯했다.
– 뭐 그래도 이제 제대로 기능하지는 못할 것 같군. –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제단으로 다가가려던 그때.
“으아아아아!”
목이 터지라 절규하는 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맞아. 저놈 확실히 잡아 오라고 하셨지. –
프로스트는 이안의 머리 위로 이동해 비웃음을 날렸다.
– 마! 네 놈이 우리 주인님 뒤통수를 치고도 멀쩡할 줄 알았냐? –
어느새 이안에게 다가온 프로스트가 피어를 사용하며 그를 구속했다.
“너, 너! 마계의 위대한 마수가 고작 용사 따위에게 굴복한 것이냐!”
– 어차피 너희들도 나 이용해 먹으려고 했잖아. 그리고 주인님은 적어도 내 의식까지 건드리지는 않았거든. –
프로스트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를 꺾고 꼭두각시처럼 이용하려 했던 사탄과 그 부하들이 더욱더 싫었다.
“오, 오지 마! 다들 공격해라!”
이안의 명령에 악마와 몬스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으나.
– 잔챙이들로는 날 막지 못하지. –
체급에서도, 마력에서도 최강의 마수인 베히모스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이곳에 없었다.
간단하게 모든 악마를 처리한 프로스트는 남아있는 제단마저 차근차근 소멸시켰다.
콰르르릉
그야말로 먼지 한 톨 만큼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된 제단.
– 대충 마무리된 것 같은데. –
프로스트가 뿌듯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멍청한 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 패배자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지. –
가볍게 이안의 입을 막은 프로스트가 공간이동을 사용했다.
***
– 주인님. 명을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
“오냐, 수고했다.”
나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프로스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이안을 향해 다가갔다.
“히, 히익!”
“뭐야? 그렇게 뒤통수를 치더니 이젠 좀 쫄리냐?”
“….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진짜 쫄았나 보다.
“야, 너 악마랑 인간의 혼혈 맞지?”
내 말에 이안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그걸 어떻게?”
“와… 진짜였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너 같은 녀석들이 또 있냐?”
만약 또 있다면 변수가 될 확률도 있었다.
악마 탐지기에 반응하지 않는 녀석들이 인간 사이에서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으니까.
“흥! 고귀한 악마의 혈통을 이은 인간이 흔할 것 같으냐!”
“으음… 그래?”
저 말이 거짓일 수도 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 털어놓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야.”
“자, 잠깐… 너 뭐 하려는 거냐?”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거다. 잠깐이면 끝나.”
“아, 안 돼!”
“돼!”
나는 낙인을 발동시켰다.
황금빛의 마력은 이안의 이마에 스며들었고
“커… 커억!”
이안은 격렬하게 몸을 뒤틀며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냈다.
“자.. 이제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다 이야기해라.”
“나, 나 이외에 다른 혼혈은…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소식.
나는 계속해서 녀석을 추궁했다.
“사탄이 제단을 만들어서 뭘 하려고 하는 거냐? 그리고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는… .”
이안이 뭔가 말을 하려 입을 뻐끔거렸으나 소리는 밖으로 토해지지 못했다.
“크, 크아아악!”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바닥을 구르는 이안.
“어라? 생각보다 반응이 격한데?”
지금까지 사용했을 때와 조금 다른 반응.
대부분 약간의 저항과 꺼림칙함을 표했을 뿐 지금처럼 강한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 그만.. 해… .”
그리고 녀석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륵
마기는 천천히 뭉쳐지며 어떤 형상을 만들어 냈다.
“저건… .”
그것은 내게도 익숙한 존재였다.
“사탄… .”
바로 대마왕 사탄이었다.
물론 느껴지는 힘이 미약한 것으로 보아 녀석의 본체는 아닌 듯했다.
“내가 준비한 계획을 훼방 놓는 놈이 누군가 했더니.. 용사라는 놈이었나.”
사탄, 아니 사탄의 형상을 한 분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군.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다.”
마계에서 마주쳤을 때는 악마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며 그때의 나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별로 반갑지 않은데.”
사탄은 내 말을 무시한 채 바닥을 나뒹구는 이안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자신만만해하더니 고작 이 정도 일도 마무리를 못 한 것이냐. 쓸모없는 놈 같으니.”
“저 녀석은 최선을 다했다. 상대가 나라서 그렇지. 그리고 네가 있어도 달라질 것은 없었어.”
“크하하! 실제로 마주치면 아무것도 못 할 놈이 입은 살아있구나.”
야, 실제로 마주쳤고 뒤통수도 여러 번 쳤다 이놈아.
하지만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도마뱀 놈들 외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군. 하지만 상관없다.”
녀석은 가소롭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어차피 모든 준비는 다 끝났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찰나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어라.”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사탄의 분신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크, 크아아아악!”
이안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비명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 아… .”
화르르륵
이안의 발끝에서 시작된 검은 불꽃이 머리끝까지 피어오르며 순식간에 녀석의 몸을 집어삼켰다.
“으아아아악!”
잠시 후 불꽃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하얀 재만이 남아 이안의 최후를 알리고 있었다.
“치졸한 수작을 부려놨네.”
이안이 낙인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제대로 넘어오지 않았던 것은 사탄이 저주를 걸어 놓았기 때문인 듯했다.
“그러게… .”
곧 알게 될 거라고 했으니 분명 조만간 움직임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뭐… 큰 문제는 없겠지?”
드래곤 로드들의 협력이 있고 강력한 천사인 다니엘도 있다.
거기에 나 역시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
사탄 혼자서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힘의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일단은 영감님한테 가볼까?”
이곳에서 할 일은 모두 끝이 났으니 최대한 변수를 없애기 위해 드래곤 로드들과 합류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나는 레이카르트의 레어로 이동했다.
***
“어서 와요, 준혁!”
내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기하고 있던 레이나가 달려왔다.
“어디 다친 곳은 없나요?”
“그럼요. 저 강한 거 잘 알잖아요.”
억지로 근육을 만들어 보이는 내 모습에 레이나가 미소 지었다.
“잘 알죠. 그래도 너무 걱정하게 하지 말아요. 준혁은..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살짝 뺨을 붉히며 고백하는 레이나의 말에 나 역시 낯간지러운 대사를 내뱉었다.
“크흠… 나도 레이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요.”
– 넌 손발이 없잖아? –
그사이 친해진 두 녀석이 옆에서 재잘거렸지만
“적당히 해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계속 절 기다린 것 같은데.”
“아, 그게 사실은… .”
그제야 레이나가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잠시 후.
“영감님이… 연락이 안 된다고요?”
“네. 다른 로드분들도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흐음… .”
순간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으나 곧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혼자도 아니고 다른 드래곤들까지 함께 했는데 문제가 생길 확률은 낮아.’
무엇보다 레이카르트가 넘겨준 연락용 아티팩트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구슬은 연락의 용도뿐만 아니라 레이카르트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에도 반응을 하게 되어있었으니까.
하지만 확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만에 하나의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지.’
사탄이 했던 말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결정을 내린 나는 레이나를 보며 말했다.
“제가 다녀올게요. 딱히 할 일도 없고 어차피 영감님이랑 합류할 생각이었어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괜히… .”
“아니에요. 레이나의 가족이잖아요. 좀 성격이 괴팍하지만 레이나의 할아버지니 제가 잘 챙겨야죠.”
사실 내가 챙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말이다.
“정말 고마워요.”
내게 살짝 안겨오는 레이나.
레이나가 나를 올려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그래도 준혁이 다치는 건 싫어요. 조심하세요.”
“물론이죠.”
– 넌 칼이면서 왜 그러는 거냐. –
옆에서 투덜거리는 프로스트를 발견한 레이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머나.. 이 아이는 누구예요?”
지금 프로스트는 작은 강아지 정도 크기로 몸을 줄인 상태.
굉장히 귀여운 모습이 레이나의 마음에도 든 것 같았다.
“아, 그 녀석은 제가 이번에 새롭게 길들인 마수인데요.”
프로스트와 있었던 일을 짧게 설명하니 레이나가 감탄성을 토했다.
“베히모스라면 저도 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
– 프로스트라고 합니다. –
눈치 빠른 프로스트는 레이나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격하게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떨어댔다.
“정말 귀엽네요. 레오랑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요.”
확실히 둘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굉장한 그림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레오는 뭐 하고 있어요?”
보통이라면 레이나와 함께 나를 마중 나왔을 것인데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지금 아빠한테 교육을 받고 있어요.”
“교육이라면?”
“어린 해츨링들은 정기적으로 부모로부터 다양한 지식과 힘을 전수받아야 해요. 그동안 다른 차원에 있어서 받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렇군요. 저기 그… 레이날드 님은 좀 어떠세요?”
나에게 당한 충격으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기에 어색한 표정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내 말에 배시시 미소 짓는 레이나.
“아직 꽁해있기는 하신데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시간이 좀 지나면 다 잊고 털어버리실 거니까요.”
“그렇겠죠?”
“네. 100년 정도 지나면 화를 푸시지 않을까요?”
“…. .”
와… 화 푸는 데 100년이 걸리네.
장인어른의 화가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