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95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95
갑작스럽게 나타난 의문의 존재.
그의 정체는 대마왕 디아블로였다.
“디아블로라고?”
이름은 들은 적이 있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백작급 악마 베르탄스가 녀석의 부하였고 케이로스 역시 디아블로의 부하라고 했었다.
마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마왕 중 하나이며 단순무식한 성격을 자랑한다는 악마.
‘확실히 그렇게 보이기는 하네.’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고위 악마들은 대부분 나와 비교해 그리 큰 덩치가 아니었다.
외모가 특이했을지언정 몸뚱이는 인간과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디아블로는 달랐다.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와 그에 걸맞은 근육질의 육체.
얼굴 역시 험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준으로 강렬한 인상을 자랑하고 있었다.
온몸이 무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디아블로였다.
쿠우웅!
허공에서 등장한 디아블로가 땅에 내려앉았다.
치이이익
착지와 동시에 아지랑이처럼 사방으로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이 시야를 가렸고 그 찰나의 순간 다이블로는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큭!”
나는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할 것은 없다. 오늘은 그저… 그래, 얼굴이나 보고 인사나 하려고 왔으니까.”
“너 같으면 그 말을 믿겠냐?”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시야가 가려졌다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
그런데 그 일을 눈앞의 대마왕이 해낸 것이다.
거대한 덩치와 다르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구만.”
디아블로를 처음 마주하며 느낀 감정이었다.
단순히 외모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아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악마들과 다른 무엇인가가 놈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디아블로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강하게 나를 압박해왔다.
“겨우 그것뿐인가?”
내 반응에 디아블로가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분명 웃는 것인데 험악한 인상 덕에 한층 더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기분.
“그럼 내가 겁이라도 먹어서 벌벌 떨어야겠냐?”
“그럴 리가. 만약 그랬다면 당장 널 때려죽였을 것이다. 그동안 내 일을 방해했던 놈이 그렇게 형편없는 상대라면 재미가 없었을 테니까.”
“쉽게 당할 생각은 없는데.”
나는 말싸움을 하면서도 디아블로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와… 진짜 보통이 아닌데?’
허술해 보이는 걸음걸이였지만 자세히 보면 빈틈이 하나도 없었다.
분명 허점이 보이는데 도무지 공략할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
라디언트나 레이카르트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이 강한 상태라는 것이 문제였다.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지금의 나는 강하다.
아케시아에서 아스타로트를 잡고 난 후 더 강해졌고 능력치 증가 스킬을 쓴다면 레이카르트나 다니엘에게도 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수준. 어쩌면 이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디아블로 역시 마찬가지로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정상이었다.
‘지금 내 힘으로도 이렇게 압박감을 느낀다는 건… .’
눈앞의 대마왕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이야기.
이런 내 속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왜? 예상보다 내가 더 강한 것 같으냐?”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디아블로.
“뭐.. 솔직히 강한 것 같네. 사탄이나 아스타로트라는 녀석들보다는 말이지.”
“역시 네놈이 그 녀석들을 처리한 것이군.”
“그랬지. 사탄이라는 놈은 아직 숨이 붙어있는 상태로 어디 숨어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내 말에 디아블로가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라. 사탄은 내 손에 죽었으니까.”
“뭐라고?”
이건 무슨 소리인가?
사탄이 살아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그걸 디아블로가 처리했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디아블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대부분의 힘을 소진하고 뭔가 다시 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더군. 그래서 그냥 죽였다.”
“정말이냐?”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이걸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 애매했다.
분명 녀석이 살아있는 상태로 힘을 회복했다면 나중에 어떤 변수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분명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디아블로의 목적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사이가 나빴나 보네.”
내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디아블로.
“딱히 나쁘다고 하기도 그렇지. 사실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왜 죽인 거냐?”
“왜라…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뭐라고?”
“죽이고 싶어 죽였을 뿐이다.”
“와… 미친놈이네.”
전에 갈릭에게 들었던 약간의 정보로 대충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발끈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 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디아블로.
그는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내게 물었다.
“너, 어디까지 알고 있지?”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갑자기 나타나서는 좀 알아듣게 말을 하면 안 되냐?”
“우리가 다정하게 말을 나눌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내 반응을 보며 무엇인가 파악하려는 듯 턱을 쓰다듬던 디아블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아직 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군.”
“아니,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디아블로는 대답 대신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침묵했다.
슬슬 답답해지는 기분에 한마디를 하려는 순간.
“나는 신이 되었다.”
디아블로의 입에서 예상치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신이라고?”
“아, 굳이 따지면 반신이라고 해야겠지. 아직 완벽하게 신의 격을 얻은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신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너무나 황당한 말.
하지만 마냥 거짓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사탄이 마계에서 신이 되기 위해, 신의 힘을 얻기 위해 의식을 벌이기도 했었으니 분명 방법은 있다는 이야기.
디아블로의 말이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그 대단한 힘으로 여기를 박살 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당장 느껴지는 힘만으로도 나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
로드들과 다니엘의 힘이 모두 합쳐진다면 또 모르겠지만 디아블로 역시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내 걱정이 무색하게 디아블로의 반응은 싱거웠다.
“아까도 말했지만 단지 인사를 하려고 왔을 뿐이다. 너라는 존재를 확인하고 싶기도 했고.”
“한동안 조용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내가 마신의 시련을 받고 있었거든. 다른 곳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지.”
“마신의 시련?”
“굳이 자세하게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단지 그 시련을 통해 내가 신이 될 자격을 얻었다고 알면 된다.”
나 역시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인사를 다 했으면 이만 가지? 그다지 반가운 얼굴도 아닌데 말이야.”
“역시 재미있는 놈이야. 분명 내 힘을 느끼고 있을 것인데 두렵지가 않으냐?”
“내가 원래 깡이 좀 쎄거든. 그리고 두려워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말이야.”
내 말에 재미있다는 듯 이빨을 드러내는 디아블로.
“좋아. 신의 선택을 받은 놈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난 강한 녀석을 좋아한다.”
“난 남자는 별로인데. 그리고 임자가 있어서 말이야.”
“궁금하구나. 과연 내 진정한 힘 앞에서도 그렇게 나올 수 있을지 말이야.”
“인사만 하려고 왔다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뭐야?”
화르륵.
디아블로는 내 말을 끊으며 손을 휘저었고 그 손짓에 푸른 불꽃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그 모습에 나 역시 마력을 일으키며 대비를 했다.
“결국 싸울 거면서 뭔 말이 많아.”
“나는 분명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푸른 불꽃은 하나로 뭉치며 내 심장을 향해 날아왔고.
“그러면서 공격을 하냐?”
나는 황금빛의 검기로 불꽃을 후려쳤다.
스르륵.
“어?”
검기가 불꽃을 튕겨내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불꽃은 검기를 통과한 후 내 마력 방벽까지 통과해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지금.. 뭐 한 거냐?”
내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것처럼 그저 지나가 버린 불꽃.
그리고 불꽃은 문신의 형태가 되어 내 가슴에 자리 잡았다.
특별하게 고통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디아블로의 불꽃은 내 가슴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디아블로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별것 아니다. 저주…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래, 일종의 알람이라고 할 수 있겠군.”
“알람이라고?”
“정확하게 한 달의 시간을 주마. 그때까지 최대한 힘을 기르고 동료를 모아라. 한 달이 지나면 나는 다시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 너에 대한 처분을 결정짓지.”
너무나 일방적인 통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넌 죽는다. 네가 사는 세상 역시 멸망할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무슨 미친 짓이냐!”
나는 모든 힘을 모아 천지개벽을 발동시켰고 디아블로의 목을 내리쳤다.
그러나.
“아직은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
디아블로의 앞에 나타난 푸른 안개가 모든 공격을 집어삼킨 후 자연스럽게 소멸을 시켰다.
그 어떤 충격파나 폭발음도 일으키지 않고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검기의 폭풍.
이 한 수만으로도 디아블로의 힘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한 달이다. 도망가도 소용없다. 내가 네게 남긴 표식이 네가 어디에 있든 찾아낼 수 있게 만들 것이니까.”
“한 달은 너무 짧잖아. 치사한 놈아.”
“그거야 네 사정이다. 그럼 한 달 뒤를 기대하마. 크하하하!”
디아블로는 기대에 찬 웃음을 터트린 후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와… 똥 밟았네.”
***
디아블로가 사라진 후 멈추었던 공간과 시간이 정상화되었다.
“뭐야? 방금… .”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으음… 이 역겨운 느낌은?”
드래곤 로드들은 무엇인가 이상을 느꼈지만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니엘은 달랐다.
“너..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굳은 얼굴로 달려온 다니엘이 내 어깨를 흔들며 재촉했다.
“그게 그러니까… .”
나는 간단하게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을 모두에게 털어놓았다.
“으으음… .”
내 이야기에 모두가 충격에 빠진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
대륙을 넘어 차원으로 영역을 넓혀도 강함으로는 손에 꼽히는 존재들인 드래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로드들이다.
거기다 다니엘 역시 그에 전혀 뒤지지 않는 힘을 지닌 천사이고.
그런데 그런 그들이 대마왕의 힘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디아블로가 해를 끼칠 생각이었다면 꼼짝없이 당했어야 하는 상황.
모두가 침묵에 빠진 가운데 누군가 그 침묵을 깨트렸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얼굴을 잔뜩 찌푸린 다니엘이었다.
“글쎄요… .”
“나는 디아블로 녀석과 몇 번 상대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의 녀석은 이렇게까지 강하지 않았어. 신의 힘을 얻었다는 것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확실히 그렇게 보였습니다.”
내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 것도 그렇고 로드들과 다니엘의 주변 공간을 동결시킨 것도 보통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나마 놈을 이길 가능성이 있는 것은 너뿐이다.”
“어째서요?”
“너는 신에게 선택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신격을 갖추고 있는 것도 너 혼자다.”
다니엘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한 달이라는 시간인데… .”
무엇인가를 준비하기에는 너무 애매한 시간.
일부러 그것을 노린 것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부족한 것은 분명했다.
“한 달이라… 이거 뭐 시간을 늘리거나 멈출 수도 없… 어?”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있네.”
한 달을 일 년, 아니 십 년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