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96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96
“무슨 소리냐? 방법이 있는 거냐?”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님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알고 있다고? 아!”
무엇인가 떠오른 듯 감탄성을 터트리는 다니엘.
나는 그런 다니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수련의 탑.”
한 달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수련의 탑이었다.
정확하게는 다니엘이 머물고 있던 수련의 탑.
그곳이라면 한 달의 시간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확실히… 거기라면 한 달이라도 충분하지. 아니 넘치는 수준이야.”
그곳의 시간 흐름은 대략 바깥과 100배의 차이다.
한 달이라면 9년 정도의 시간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지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건가?”
“뭐, 일단 그래야겠네요.”
아케시아에는 수련의 탑이 없기 때문에 남아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
“어… .”
잊고 있던 사실.
차원문은 일주일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아케시아로 건너오고 열흘이 넘게 지난 상황.
차원문은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다음 쿨타임까지 두 달이 넘게 남은 상황에서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이건 생각을 못 했는데… .”
그러자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이카르트가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멍청한 녀석. 네 녀석만 차원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
“여기 드래곤 로드만 여섯이 있는데 너 하나 넘어갈 차원문은 충분히 열 수 있다.”
“아!”
생각을 너무 단순하게 했던 것 같다.
나 혼자 다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야가 좁아진 영향인지 단순한 해결책도 떠올리지 못할 줄이야.
“너 혼자 먼저 넘어간 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고 넘어와서 저 천사 녀석과 우리를 데려가면 되지 않겠냐.”
“확실히…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수련의 탑에서 지내는 시간을 기준으로 쿨타임이 도는 것은 이미 확인을 했다.
그렇다면 차원문을 수십 번을 열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는 이야기.
“정말 다행이네요. 아니 잠깐.”
해결책을 찾아 안심하던 와중에 뭔가 이상한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라면… 다른 분들도 넘어오신다는 이야기입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자리 잡은 드래곤 로드들을 바라보았다.
“왜? 우리는 가면 안 되냐?”
“그건 아닌데… 어째서 넘어오시려는 겁니까?”
레이카르트야 좋든 싫든 나와 인연이 닿았고 레이나와 레오까지 엮인 상태니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로드들이 다른 차원의 일에 끼어들 이유는 없었기에 조금 이상했다.
“이유라… .”
서로를 마주 보던 로드들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굳이 따지면 심심해서지.”
“예?”
“여기는 너무 따분하거든. 레이카르트 녀석이 다른 차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어찌나 으스대던지. 우리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거다.”
“아… .”
결국 세상을 구한다거나 악을 멸한다는 거창한 의도 같은 것은 없었다.
‘하긴 이쪽이 더 드래곤답지.’
얼떨떨한 내 표정을 본 아르메이어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도 대마왕 놈을 잡는 것에 도움은 줄 것이다.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은 네가 되겠지만 적어도 수련에 도움은 줄 테니 그렇게 볼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원한다면 지금 바로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음… .”
앞으로의 계획이 정해졌으니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직 아케시아에서 할 일이 남아있었기에 돌아가는 것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냐?”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요.”
“좋다. 준비가 끝나면 내 레어로 오거라. 나와 다른 로드들도 거기에 맞춰 차원문을 준비하마.”
“알겠습니다.”
나는 로드들과 헤어져 신성제국으로 향했다.
***
“오오, 용사님께서 돌아오셨다!”
신성제국에 돌아온 나는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용사님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사악한 악마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마계의 문이 열린 지역은 프로스트와 엘리의 부하들이 모두 담당을 했다.
인간들의 병력은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에 단순히 나와 일행들의 힘으로 막아낸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뭐… 굳이 진실을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용사가 되어서 악마를 부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가 지금부터 준비하는 계획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었고.
“아닙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애썼기에 마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죠.”
“겸손하시기까지!”
“하하, 제가 좀 그렇습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받아준 후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시 후.
“어.. 그러니까 용사님의 동상과 제단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입니까?”
“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내 계획은 마계에서 엘리가 했던 것을 이곳 아케시아에서도 시도하는 것.
신격을 올리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숭배하고 믿음을 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아케시아, 특히 신성제국에서는 내 명성은 하늘을 찌르는 상태니 수월하게 신격을 올리는 것이 가능할 듯했다.
“어… 그것이… .”
어색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교황.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찮은 것을 보니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어쩌면 내가 모르는 복잡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나요?”
“아뇨, 그것은 아니고… .”
잠시 뜸을 들이던 교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는 이미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서 말입니다.”
“네?”
“이미 동상과 제단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와… 이 사람들 행동력 보게.
내 생각보다 더 광적인 사람들인 것 같았다.
“신성제국은 물론 마리우스 제국을 비롯한 대륙의 모든 왕국에 용사님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과 제단이 지어질 것입니다. 시골의 작은 마을까지 빠짐없이 말입니다.”
“아니 그렇게까지는… .”
나는 적당히 큰 도시에만 지어서 신격을 모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십니까! 용사님은 여신의 선택을 받은 분. 여신의 대리자. 그렇다면 당연히 여신을 섬기는 것과 동일한 존경을 표해야 합니다.”
‘난 여신님 얼굴도 모르는데요?’
라고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런가?’
결국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디아블로를 상대하려면 쓸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용하는 것이 맞았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대충 상황이 정리된 듯해 떠나려는 나를 교황이 붙잡았다.
“용사님께서는 앞으로 어디서 지내실 생각이십니까?”
“고향으로 돌아가야죠.”
엄밀히 따지면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것이지만 고향은 맞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아, 조용히 은거하실 생각이시군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세상의 부귀영화에 초탈한 용사님답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신격화가 들어가 버리는 교황을 보니 슬슬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더 있다가는 더 오글거리는 상황일 올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
레어에 도착하니 레이카르트와 로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은 잘 끝났느냐?”
“네. 대충 마무리했습니다.”
“좋다. 그럼 바로 차원문을 준비하도록 하마.”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흠…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왜?”
“아, 그럼 어르신은 잠시 저와 함께 가시죠.”
“응? 갑자기 왜?”
“그건 가면서 말씀드리죠.”
“알았다.”
나는 레이카르트를 이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대체 어디로… 아니 잠깐?”
익숙한 장소가 시야에 들어오자 걸음을 멈추는 레이카르트.
“너, 너 설마… .”
나는 그런 레이카르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정산하셔야 할 것이 남았잖아요.”
“안 된다. 여기는 안 돼!”
내가 레이카르트를 데리고 온 곳은 레어의 보물창고였다.
“레이나에게 들어보니 여기에 어마어마한 것들이 모여있다고 하던데요.”
“물론 여기는 우리 일족 대대로 이어져 오는 귀중한… 이 아니라 없다! 없어!”
“그래요? 그럼 제가 들어가 봐도 되겠네요.”
“야 이 망할 놈아!”
“에이… 제가 뭐 다 털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딱 몇 개만, 좋은 것들로만 가져가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상황 봐서 돌려드릴게요.”
물론 아티팩트들이 멀쩡하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아이고 머리야… .”
“제가 상대해야 하는 놈은 신의 힘을 얻었다는 대마왕인데 템빨도 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후… .”
한숨을 내쉬던 레이카르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딱 다섯 개다. 그 이상은 안 된다!”
“저도 정확하게 그 정도만 생각했습니다.”
“끄으응… .”
레이카르트는 얼굴을 찌푸리며 문을 열었고 곧 보물창고의 풍경이 드러났다.
“음… 생각보다는 크지 않네요?”
레이카르트의 아공간 창고와 다르게 이곳은 실제 존재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큰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그래도 어지간한 마트 정도 크기는 되었지만 기대보다는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크다고 다 좋은 줄 아냐?”
“그런 말씀 하실 입장은 아니지 않나요?”
“시끄럽다. 빨리 고르기나 해.”
“아니, 뭐가 좋은지 알려줘야 좀 더 잘 고르죠.”
그러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카르트.
“내 창고 털어가는 놈한테 이게 제일 좋습니다, 이거 가져가세요. 하라는 거냐?”
“크흠… .”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그냥 혼자 찾아보기로 했다.
“어디 보자.”
아티팩트에 관한 설명은 간략하게 표시가 된 상태였기에 구분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돌아다닌 후.
“꺼, 꺼어억!”
내가 고른 아티팩트들을 확인한 레이카르트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이야.. 그 반응을 보니 제가 아주 잘 고른 것 같습니다.”
“이, 이거 다 어디서 찾아낸 거냐! 내가 꽁꽁 숨겨놨는데!”
“와… 혹시나 했는데 치사하게 이렇게 나오시네?”
어쩐지 순순히 창고를 열어주더라니 꼼수를 부려놓았기 때문이었다.
“용언으로 이중 삼중으로 막아놓은 것을 어떻… 서, 설마!”
나는 레이카르트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저도 그 용언 비슷한 걸 사용할 수 있잖아요.”
창고를 돌아다니던 중 유독 마력의 흐름이 복잡한 곳이 눈에 띄었고 봉인을 푼 후 그곳에 있는 것들만 챙겨왔는데 제대로 고른 것 같다.
“너 그거 제대로 활용할 수는 있냐?”
“연습해 봐야죠. 시간이야 많으니까 익숙해지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끄응… .”
“자, 그럼 이제 다음으로 가볼까요?”
“뭐? 다음이라니 또 뭐가 남았는데!”
내 말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를 지르는 레이카르트.
그러나 그 분노는 금방 가라앉았다.
“영감님 말고도 정산할 분이 있잖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다른 로드분들 창고도 털어야죠.”
아르메이어를 비롯한 다른 로드들 역시 나에게 빚을 진 것이 있으니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응? 어… 그렇지! 그럼 그래야지. 으하하하!”
친구들의 고통은 곧 레이카르트의 기쁨.
레이카르트는 방금 전의 상황도 잊고 내 어깨를 두들겼다.
“내가 그 녀석들 레어에서 가장 쓸 만한 것들만 알려주마. 아주 제대로 털어버려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렇게 드래곤 로드 레어 털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