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97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97
나는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레이카르트와 함께 자리로 돌아왔다.
“어디 갔다 온 거냐?”
“뭐야? 왜 그렇게 사이가 좋아 보이냐?”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는 레이카르트를 보며 다른 로드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뭐 잠깐 살펴볼 것이 있어서 말이지. 신경 쓰지 마라.”
로드들에게 진실을 숨긴 레이카르트가 슬그머니 떡밥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 이 녀석에게 갚아야 할 것이 있지 않냐?”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는 레이카르트.
그 말에 다른 로드들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어허! 이런 양심 없는 놈들을 봤나. 아무리 우리가 방심했다지만 대마왕 놈의 함정에 걸려 곤란을 겪은 것은 사실. 이 녀석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어.”
“음… 그런가?”
“당연하지! 우리가 누구냐? 드래곤 로드들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 인간에게 어설픈 보답을 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겠냐?”
레이카르트의 말에 로드들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
“틀린 말은 아니지.”
“보답을 하기는 해야겠어.”
‘크크크… 내가 당한 것 이상으로 너희들을 뜯어먹도록 만들겠다.’
이미 레이카르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당한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지? 그럼 이 녀석에게 무엇을 줄지 다들 고민을 해보자고.”
“뭐가 좋으려나… .”
모두가 넘어오는 듯한 분위기.
하지만 이 상황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는 존재가 있었다.
“뭔가 좀 수상한데.”
바로 아르메이어.
“그게 무슨 소리냐?”
“네 녀석 태도가 좀 이상해. 저 인간과 같이 다녀온 뒤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했어.”
아르메이어는 레이카르트를 잘 안다.
여기 있는 로드들 중에서 가장 많이 어울려 다녔고 가장 많이 부딪치기도 했기 때문.
“너희들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지 마라. 드래곤 로드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지 않냐.”
“흠… 그것도 그렇군.”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려는 아르메이어.
그런 아르메이어를 보며 레이카르트가 내게 눈짓을 보냈다.
‘야, 네가 나서야겠다.’
‘알겠습니다.’
나는 아르메이어에게 다가가 슬쩍 귓속말을 건넸다.
“저랑 잠깐 나가서 대화 좀 나누시겠습니까?”
“앙? 여기서 하지 뭣 하러 귀찮게.”
역시나 순순히 협력하지 않는 아르메이어였지만.
“그래요? 전 상관없지만 아르메이어님이 곤란해질 수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나는 그를 굴복시킬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랑 대결해서 패배… 읍!”
다급히 내 입을 틀어막는 아르메이어.
“어허허! 그러고 보니 우리 사이에 해결할 일이 남은 것 같구나.”
“나가서 이야기할까요?”
“크흠… 그러자.”
나는 아르메이어와 함께 조용한 장소로 이동했다.
“에잉! 고약한 놈! 그래서 할 말이 뭐냐?”
“별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
나는 레이카르트와 세운 계획을 아르메이어 앞에 털어놓았다.
“뭐, 뭐라고? 우리 일족의 보물 창고를 공개하라고? 게다가 거기서 아티팩트를 가져간다고?”
예상대로 경악하며 반발하는 아르메이어.
그러나.
“저와 내기에서 지고 약속하셨던 걸로 아는데요. 무엇이든 들어준다고 하셨던가? 아티팩트를 준다고 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그에게 거부할 자격은 없었다.
“그, 그랬던가? 기억이 잘… .”
발뺌하려는 아르메이어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뭔 소리냐? 내가 다 들었는데. 너 요즘 기억력이 가물가물한 거냐?”
어느새 따라온 레이카르트가 훼방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 빨갱이 놈이!”
“낄낄낄. 포기해라, 포기하면 편해.”
“끄으으으… .”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힘으로 억압하기에는 눈앞의 인간은 강하다.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어려운 상대.
거기다 레이카르트까지 있는 이상 오히려 자신이 밀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싫다고 싸움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인정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좋아. 그렇다면 최대한 손실을 줄인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덜 귀한 것들을 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 물건은 제가 고를게요. 레이카르트 님이 목록을 하나하나 정해주셨거든요.”
철저하게 준비한 나와 레이카르트 앞에서 아르메이어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뭐, 뭐라고?”
“음… 그러니까… .”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아티팩트의 이름에 아르메이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미, 미친! 그게 어떤 건 줄 아냐! 그건 우리 일족… .”
“아아, 잘 압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약속을 하셨는데.”
“이이… .”
아르메이어의 분노에 찬 시선이 레이카르트에게로 향했다.
“야 이 배신자 자식! 네가 다 알려줘서 그렇잖아! 안 그러면 저 인간이 그것들을 어떻게 알아!”
아르메이어의 반응에 한껏 입꼬리를 올리는 레이카르트.
“맞아. 나 혼자 당하기는 억울하니까. 으하하!”
“끄, 끄으으으… .”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뒷목을 잡는 아르메이어였지만 봐줄 생각은 없었다.
“자, 그럼 아르메이어 님은 이 정도로 된 것 같고… 다음은 누구로 하죠?”
“글쎄다. 다른 녀석들은 뭘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는 몰라서 말이지.”
그러자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르메이어가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다른 녀석들도 이놈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
“호오… .”
아르메이어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그렇지. 그래, 도움을 받았으면 보답하는 것이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라.”
“네?”
“내가 다른 녀석들이 꽁꽁 숨겨두고 있는 것들을 알고 있다. 다 뜯어내도록 도와주마.”
“그러면 감사하기는 한데… 그래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 나 혼자 이렇게 털리는 것은 참을 수 없어! 다른 놈들은 더 털려야 해!”
레이카르트도 그렇고 아르메이어도 그렇고 남 골탕 먹이는 것에는 의욕을 보이는 드래곤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나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만 믿어라.”
“나도 계속 도와주마.”
친구들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눈이 돌아간 레드와 골드 일족의 로드들.
우리는 다음 희생양을 찾아 자리로 돌아갔다.
***
“그, 그건 안 돼!”
“돼!”
“이야… 이거 아주 물건이구만.”
블루 드래곤 로드를 털고.
“야 이 양아치들아!”
“양아치 맞아.”
“그렇지.”
“포기하면 편하다.”
그린 드래곤 로드도 털고.
“서, 선조 님들을 볼 면목이… .”
“언제부터 효도했다고 그러냐.”
“일족의 수치라는 소리도 듣던 녀석이 말이야.”
“넌 그래도 다시 돌려줄 가능성은 있잖아.”
“우린 소모품이라 가능성도 없다고!”
실버 드래곤 로드까지 털었다.
재미난 것은 뒤로 갈수록 창고 털이에 합류하는 인원들이 늘어난 것.
앞에서 털린 로드들이 자발적으로 동참을 한 것이다.
그 덕에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좋은 물건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흐음… 이제 남은 것은 브라이오스 녀석인가.”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블랙 드래곤 로드 브라이오스.
앞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해결이 될 줄 알았으나 로드들의 반응이 조금 달랐다.
“음… 그 녀석이 순순히 협력할까?”
“성격은 괜찮은데 자기 물건 아끼는 것은 제일인 놈이라.”
“그래도 그 녀석이 가진 물건이 가장 중요하잖아.”
“확실히… 그게 필요하기는 해.”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로드들에게 들은 정보가 사실이라면 브라이오스가 가진 아티팩트는 다른 아티팩트들을 모두 합친 것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그럼 일단 가볼까요?”
“크흠.. 그러자.”
나는 로드들과 함께 브라이오스를 찾아갔다.
“뭐냐? 다 끝났냐?”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던 흑발의 사내가 하품을 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대충 끝이 났지.”
“흐음.. 그래서 난 뭘 주면 되는 거냐?”
“응? 어.. 눈치챘냐?”
레이카르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브라이오스.
“하나, 둘 계속 사라지고 끌려가는데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으니 시간 끌 것 없이 말해라.”
“음.. 뭐 그렇다면야… .”
레이카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녀석에게 필요한 것은 너희 일족의 보물인 기록의 서다.”
꿈틀.
대답을 들은 브라이오스의 눈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지금… 기록의 서라고 했냐?”
“그래.”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브라이오스.
“너희들도 그게 뭔지 알면서 저 말에 동의한 거냐?”
“조금 과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안 될 것도 없지 않냐.”
“흐음… .”
저들이 말하는 기록의 서.
간단하게 말해 역대 드래곤 일족의 로드들이 작성한 역사책이라고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담겨 있으며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일족의 로드와 그들의 인정을 받은 존재뿐. 각 일족이 대를 이어 번갈아 보관하게 되어있고 지금 세대의 관리자는 블랙 드래곤 일족이었다.
“우리도 모두 동의했다. 디아블로라는 대마왕이 신의 격을 얻은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구경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디아블로가 아케시아를 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협력해서 디아블로를 잡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후우… 어쩔 수 없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브라이오스.
“기록의 서를 넘겨주도록 하마.”
“진짜냐?”
“그럼 가짜겠냐?”
“아니… 너무 쉽게 허락을 하니까… 평소에 너라면 분명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거부했을 건데.”
그 말에 브라이오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로드들이 모두 동의한 것을 나 혼자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게다가… .”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우리 일족 다음으로 기록의 서를 관리하는 것은 너희 레드 일족이지 않냐.”
“응? 어… 차례가 그렇게 되었나?”
“그러니 만약 넘겨주고 문제가 생기면 너희가 곤란해지는 거지.”
“뭐?”
그제야 얼굴이 굳어지는 레이카르트.
그렇다.
기록의 서는 보통 한 세대를 기준으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다른 누군가에게 공개가 되면 소유권이 다음 일족으로 바뀌는 것이 원칙.
지금 내가 기록의 서를 열람하면 자연스럽게 레드 일족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는 이야기였다.
레이카르트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너… 절대 기록의 서에 문제가 생기게 하면 안 된다.”
“그냥 책이라면서요.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요?”
“아니… 그건 그런데… .”
레이카르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다. 일단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낫겠지.”
“결정된 것 같으니 내 레어로 다들 이동하자.”
나와 로드들은 브라이오스의 레어로 향했다.
***
화려하기 그지없던 레이카르트의 레어와 다르게 의외로 소박한 브라이오스의 레어.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곳은 오직 기록의 서를 보관하기 위한 장소다. 그러니 다른 물건들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그렇군요.”
잠시 후 드래곤의 모습이 양각된 커다란 문 앞에 도달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나와 레이카르트, 그리고 인간까지 셋만 들어간다.”
현재 기록의 서를 관리하는 브라이오스, 그리고 이어받을 레이카르트. 마지막으로 기록의 서를 읽을 나만이 문 안으로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니 어둠만이 가득한 상황.
하지만 신기하게도 주변의 모든 것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빛을 발하고 있는 낡은 책 하나가 존재했다.
“저건가요?”
“맞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서관에나 있을 법한 낡은 고서.
황금색, 붉은색, 푸른색, 녹색, 은색, 검은색의 빛이 시시각각 교차하는 신비한 분위기가 시선을 끌었다.
“다가가서 저 고서에 손을 얹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고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흠… .”
기록의 서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뭐야?”
주변의 풍경이 달라졌다.
“여긴 또 어디야?”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대답.
“오랜만에 여길 찾아오는 놈을 다 보는군. 응? 잠깐, 넌 드래곤이 아닌 것 같은데.”
“누구세요?”
“그러는 넌 누군데.”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작은 인형 크기의 드래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