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99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99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팔찌.
저마다 다양한 빛을 뿜어내는 보석들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건.. 뭡니까?”
“내가 이곳에 자리 잡고 심심풀이로 만들기 시작한 물건이다.”
“심심풀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대단해 보이는데요?”
“뭐… 남은 것이 시간이니 이것저것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실험해 봤거든. 그래서 제법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
“자세하게 설명을 좀 해주세요.”
“알았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턱을 쓰다듬던 레드포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이름은 드래고닉 크라운이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왕관처럼은 보이지 않는데요. 아니 그전에.. 이름 방금 생각한 것 아닙니까?”
“서, 설마 그렇겠느냐.”
이름을 말하기 전까지의 약간의 틈과 조금 당황해하는 표정을 보면 내 말이 맞는 것 같지만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팔찌가 가진 능력은 뭡니까?”
“능력이라… 간단하게 말해 모든 드래곤 일족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음… .”
“반응이 영 시원찮은데? 드래곤 일족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냐?”
솔직히 잘 모르겠다.
드래곤 로드라는 양반들과 이리저리 얽히면서 알게 된 것은 그들의 위대함이 아니라 유치함과 약간의 멍청함이었으니까.
하지만 눈앞의 존재도 드래곤 일족. 괜히 사실대로 말했다가 미움을 받느니 좋게 말하는 것이 나았다.
“대단한 것은 알겠는데.. 정확하게 어떤 힘을 의미하는 것인지 몰라서요.”
내 말에 자랑이라도 하는 듯 한껏 가슴을 앞으로 내미는 레드포스.
“간단하다. 넘을 수 없는 격을 넘어 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지.”
“신의 힘이라… .”
“너는 분명 대단한 힘을 가졌으나 신은 아니야. 신과 비슷한 권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지. 하지만 이 팔찌의 힘이라면 다를 것이다.”
“이거 혹시 착용하고 손가락 한 번 튕기면 생명체의 절반이 날아가거나 합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잠깐 황당한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아닙니다. 그러면 디아블로라는 악마를 이길 수도 있다는 거죠?”
“마신의 시련을 통과했다는 악마도 아직 완벽하게 신의 격을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 너에게 시간을 준 것은 자신의 힘을 갈고닦을 시간을 벌기 위함일 수도 있어.”
“그렇다기에는 엄청나게 강하던데요.”
“당연히 강하겠지. 시련을 겪으며 경험한 것들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팔찌의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막연하게 무엇인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들어온 것인데 생각보다 대단한 물건을 얻은 셈.
“그런데 제가 이걸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요?”
“원래라면 불가능하지. 드래곤의 힘을 가지고 거기다 신의 격까지 갖춘 인간이 있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넌 가능하지 않겠냐.”
“그렇네요… .”
저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모두 갖춘 존재.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런데 이거 굉장히 귀한 물건 같은데 이렇게 주셔도 됩니까?”
“원래라면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못하고 여기서 썩어가야 했을 물건이다. 잘 사용할 수 있는 존재에게 가는 것이 맞겠지.”
“다른 드래곤 로드들에게 전해주시면 되지 않았나요?”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젓는 레드포스.
“날 만나려면 신의 힘을 각성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드래곤들이 이곳에 들렀지만 자격을 갖춘 이는 없었지. 그들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문지기 격인 드레이오스뿐이었다.”
“아… .”
나를 지켜보던 레드포스가 무엇인가 떠올랐다는 듯 감탄사를 토했다.
“아! 그렇지. 너 말이다.”
“예?”
“너 드래곤이랑 결혼할 생각은 없냐?”
“네?”
“너와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은 핏줄이라면 어쩌면 드래고닉 크라운을 이어받을 자격이 생길 수도 있잖아. 그럼 그때 네 자식에게 물려주면 되지 않겠냐?”
“어… .”
레이나와 맹약으로 맺혀졌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렇게 먼 미래까지는 생각한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뭐..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 너 정도면 드래곤들도 싫다고 하지는 않을 거야. 아, 그리고 기왕이면 레드 일족으로 해라. 내 후손이라 그런 건 아니고 아주 착해.”
‘이미 레드 일족이랑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착하다고 하기에는… .’
초반에는 제법 위엄 넘치던 모습의 레드포스였는데 어느새 레이카르트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레드 일족은 모두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거 그냥 착용하면 됩니까?”
“그래. 네 몸에 맞춰서 알아서 크기는 조절될 것이다.”
나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던 레드포스가 입을 열었다.
“그걸 제대로 다루려면 꽤 힘들 거다. 시간도 제법 걸릴 것이고.”
“대단한 물건이니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련의 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늘어난 것 같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너에게 달려있다. 드래곤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좀 더 나을 수도 있겠구나.”
“알겠습니다.”
이미 드래곤 로드들의 협조는 얻어 둔 상태니 문제는 없을 듯했다.
“그럼 저는 이만… 아!”
순간 잠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밖에 있는 드레이오스라는 녀석은 뭡니까?”
“응? 어… 내가 임의로 창조해낸 인공생명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그 녀석이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까불던데요?”
내 말에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는 레드포스.
“장난기가 많아서 그렇지 착한 녀석이다. 혼자서 심심하니 매번 그런 장난을 치는 것이지.”
“흐음.. 저 녀석 이곳에 그다지 필요는 없죠?”
“뭐… 네가 드래고닉 크라운을 얻었으니 당분간 관리할 이유는 없으니 녀석이 할 일이 없기는 하겠지.”
“그렇단 말이죠.”
“제법 재주가 많은 녀석이니 여러 가지로 쓸모는 있을 거다.”
이제 드레이오스를 부려먹는데 아무 걸림돌이 없을 것 같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나야말로 내 작품이 빛을 보게 되어서 기쁘구나. 부디 잘 사용하거라.”
“그럴게요.”
“꼭 레드 일족이랑 결혼해서 후손을 많이 만들어서 물려주면 좋겠구나.”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시고요.”
“크흠… 그럼 다음에 볼 수 있다면 다시 만나자.”
레드포스는 처음에 나타났을 때처럼 연기가 되었고 구슬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지어볼까.”
나는 고개를 돌려 드레이오스를 향해 다가갔다.
***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째서 그분이 나타나신 거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는 드레이오스.
나는 녀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야.”
“으, 응? 왜 무슨 일인데?”
“아까 네가 했던 말 기억하냐?”
“그, 글쎄? 모르겠는데?”
시선을 피하며 필사적으로 모른 척을 하는 드레이.
하지만 그걸 그냥 봐줄 내가 아니었다.
“내기를 했잖아. 내가 무엇인가를 얻어 가면 소원을 들어주기로.”
“나, 난 그런 적이 없는데… .”
“진짜냐?”
“그, 그래!”
“내가 레드포스 님한테 듣기로 넌 그냥 관리인이라며? 근데 신을 사칭하고 사기까지쳤네?”
“지, 진짜 레드포스님을 만난 거야?”
“그럼 가짜겠냐? 눈으로 보고도 그러냐. 이제 어떻게 할래?”
나는 녀석을 지그시 바라보며 압박감을 심어주었다.
그러자 커다란 눈동자에 맺히기 시작하는 물방울.
“미,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아까 전의 당당한 태도는 사라지고 금세 아이처럼 변해버린 드레이.
“아니… 그렇게 나오면 내가 나쁜 놈 같잖아.”
어쨌거나 겉모습은 레오에 필적하는 귀여움을 가진 꼬마 드래곤이라 마음이 약해졌다.
“시끄러! 야, 울지마.”
“흐읍… 네!”
“그래도 말은 잘 듣네. 넌 날 따라서 밖으로 나갈 거야.”
“밖이요?”
“그래. 내기에서 졌으니까 내 말을 따라야지.”
“나가도.. 되나요?”
“당분간은 네가 할 일이 없을 거니까 상관없어.”
처음에는 조금 불안해하던 드레이였지만 점점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너무 좋아하지 마라. 일 많이 시킬 테니까.”
“맡겨만 주세요!”
그렇게 나는 꼬마 드래곤 하나를 더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
“오! 드디어 나왔구나.”
“음… .”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레이카르트와 브라이오스가 다가왔다.
“그래, 무엇인가 얻… 음?”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 레이카르트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뭔가 변한 것 같은데.”
“그래요? 아직 특별하게 힘을 얻은 것은 없는데. 아, 그건가?”
아무래도 신격이 올라간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드래고닉 크라운을 제대로 활성화하지도 않았으니 변화가 있다면 신격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저 꼬맹이는 또 뭐고?”
“아, 그게요… .”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의 레이카르트를 보며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잠시 후.
“레드포스님이라니… 까마득한 선조께서 그런 안배를 하셨을 줄은 몰랐구나.”
“딱 봐도 레드 일족 같던데요? 성격이랑 약간 멍… .”
“뭐 인마?”
“농담입니다.”
“크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여기서는 더 얻을 것도 없으니 돌아가야겠죠. 하루라도 빨리 수련의 탑에서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그것도 그렇구나. 그럼 어서 돌아가자.”
우리는 서둘러 레이카르트의 레어로 돌아갔다.
레어에 도착한 후 로드들은 바로 차원문을 여는 작업을 시작했고 나는 잠깐 동안 레이나와 레오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자, 여기로 들어가면 된다.”
기다리고 있던 차원문이 마침내 열렸다.
“수고하셨어요.”
“네 녀석이랑 천사 녀석 둘은 넘어갈 수 있으니 함께 가서 먼저 준비를 하고 있거라.”
“그렇게 할게요.”
처음에는 혼자 넘어가려 했으나 수련의 탑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다니엘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최대한 힘을 모아 가까스로 두 명이 이용할 수 있는 문을 열 수 있었다.
“준혁. 저 데리러 빨리 와야 해요.”
“당연하죠. 쿨타임 돌아오면 바로 레이나 데리러 올게요.”
“횽아! 나는?”
“당연히 우리 레오도 데려올 거야.”
“칭구랑 가치 갈께!”
레오는 그사이 드레이오스와 친해졌는지 녀석을 끌어안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크흠… 먼저 가 있거라.”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는 레이카르트와
“우리도 갈 거다.”
“그쪽 세계는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물론 악마 놈을 잡는 것이 먼저겠지.”
다른 드래곤 로드들의 인사까지 받은 후 나와 다니엘은 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다음에 봐요.”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차원의 터널을 지나 도착한 곳은 다니엘이 머물고 있던 수련의 탑이었다.
“젠장! 여기를 다시 돌아오다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다니엘.
원래는 유배지였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다시 오기 싫은 장소인 것이 이해는 갔다.
“어쩔 수 없잖아요. 다니엘 님이 있어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데.”
“에잉.”
“그리고 일이 잘 풀리면 유배를 풀어줄 수도 있을 거 아닙니까.”
내 말에 솔깃한 표정을 짓는 다니엘.
“그, 그런가?”
물론 장담은 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절 도와주세요.”
“알았다. 그런데 어떤 훈련부터 할 생각이냐.”
“음… 일단은… .”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려는 순간.
파아앗
눈이 부신 빛이 허공에 모여들었다.
빛이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나와 다니엘 모두에게 익숙한 존재.
“오랜만입니다. 너도 오랜만이다, 다니엘.”
화려한 날개를 자랑하는 대천사장 라디언트였다.
“급히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