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200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200
마지막으로 라디언트를 만난 것은 3개월 정도 전의 일.
하지만 그동안 워낙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엄청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 마계에다 수련의 탑, 아케시아에서 보낸 시간까지 하면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사실이니까.’
단순히 시간으로 계산하기에는 너무 많은 경험을 한 것은 맞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시다니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시길래.”
잘은 모르지만 라디언트는 매번 바쁜 것 같았고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닌 듯했다.
“…. .”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라디언트.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의 입이 열렸다.
“아무래도 당신은 이미 디아블로를 만난 것 같군요.”
“네? 아.. 그게 아케시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가 당신에게 남긴 기분 나쁜 흔적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흔적요? 아… .”
디아블로가 내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가슴에 새긴 불꽃을 말하는 듯했다.
“이미 만났다니 이야기가 빠를 것 같네요. 바로 그 디아블로 때문에 이렇게 급히 찾아왔습니다.”
“디아블로가 왜요?”
“그가 신의 격을 얻었다는 것은 아시나요?”
“뭐… 비슷한 말을 하기는 했었죠. 아직 완벽하지 않은 반신이라고 했던가.”
“마신의 시련에 도전한 악마들은 많았습니다. 드물게 시련을 이겨낸 존재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끝까지 통과해서 신의 격을 얻은 자는 디아블로가 처음입니다.”
“음… .”
디아블로는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인 것 같았다.
“그가 완벽하게 힘을 갈무리한다면 마신의 후계자가 되어 세력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는 거기에 휩쓸리게 될 확률이 높아요. ”
“분명 그렇겠죠.”
“그렇기 때문에… .”
뒤에 이어질 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아마 나보고 그를 막아달라는 것이겠지.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국 또 제가 나서야 한다는 거죠?”
“미안합니다. 신께서 선택한 존재인 당신만이 그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가 나를 직접 찾아온 시점에 이미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내가 피한다면 녀석은 모든 것을 파괴할 테니 결국 마지막에는 부딪힐 것이 분명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먼저 승부를 보는 것이 나았다.
“알겠습니다. 용건은 그게 다인가요?”
“이걸 받아주십시오.”
라디언트가 품속에서 무엇인가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이건… .”
그것은 하얀 날개가 장식된 빛나는 목걸이였다.
목걸이 가운데에는 투명한 보석이 존재감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목걸이네요. 어디에 쓰는 겁니까?”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헉! 야, 진짜냐? 이걸 영감이 내줬다고?”
경악에 찬 다니엘의 목소리를 들으니 보통 물건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신께서 그만큼 이번 일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시다는 거겠지.”
“하긴… 새로운 신이 나타난다는 것은 큰 문제기는 하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다니엘.
그 모습을 보며 라디언트가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넌 여전하구나. 그동안 잘 지냈냐?”
“뭘 새삼스럽게. 근데 내가 함부로 여길 벗어났는데 괜찮은 거냐?”
“원래라면 질책이 있었겠지. 하지만 말썽을 피운 것도 아니고 악마들을 물리치는 것에 도움을 줬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것 같다.”
“그래? 뭐… 내가 아케시아에 가서 한 일이 있는데 이 정도는 봐줘야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다니엘을 뒤로하고 라디언트가 다가왔다.
“이것은 신성력을 증폭시켜주는 아티팩트입니다. 저희는 헤븐레이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증폭시켜준다라… 어느 정도까지 증폭이 되나요?”
“그건 오로지 준혁의 힘에 달려있습니다.”
“음… .”
“지금 신격과 신성을 모두 갖춘 상태이니 사용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시간을 들여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연습이라… 골치 아프네요.”
드래고닉 크라운에 이어 또 하나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수련의 탑에서 수련한다면 시간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도록 준비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다니엘도 헤븐레이어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혹시 궁금한 점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를 통해 들으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 할게요. 또 바로 가셔야 하나요?”
“네. 전 일이 참 많거든요.”
무슨 일이 그리 많은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바빠 보이는 라디언트였기에 조금은 측은하기도 했다.
“준혁은 분명 디아블로를 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신께서 무엇인가 답을 주실지도 모르겠네요.”
“더 귀찮게만 하지 말라고 하세요.”
“하하… .”
어색한 미소를 지은 라디언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음에 또 보죠.”
나와 다니엘에게 작별을 고한 대천사장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저 양반도 참 고생이 많네요.”
“그러게 말이다.”
나는 묘한 시선으로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뭐? 왜? 그 눈빛은 뭐냐.”
“아니… 같은 천사인데 참 다른 것 같아서요.”
“다른 것은 당연하지. 직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외모도 다른데.”
“아니 그 말이 아니라… 크흠.”
괜히 말을 했다가 다니엘이 투정을 부릴 수도 있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수련을 하면 되는 겁니까?”
내 말에 다니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결정할 것이 있다.”
“그게 뭔가요?”
“전투를 치를 장소다.”
“장소요? 음… 그렇네요.”
아무 데서나 싸우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내가 싸워야 하는 대상은 신의 힘을 얻은 대마왕.
만약 밖에서 싸우게 된다면 주변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드래곤 로드들까지 합류하게 될 경우 아무리 결계를 설치해도 피해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무리라고 봐야 했다.
“그럼 어디서 싸우는 것이 좋을까요?”
그러자 다니엘이 씩 미소를 지으며 땅바닥을 가리켰다.
“어디긴, 여기지.”
“여기요? 어… 아!”
생각해보니 수련의 탑보다 좋은 장소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바깥세상과 단절된 공간이며 어지간한 충격에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
거기다 시간도 더디게 흐르니 작정하고 장기전을 가도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곳.
“확실히 괜찮네요. 여기다가 미리 함정을 만들어 두는 것도 가능하고.”
디아블로는 내가 있는 장소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미리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뿐만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곳이 감옥이 될 수도 있지.”
“감옥이라니요?”
“녀석이 생각 이상으로 강해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우리는 이곳을 버리고 밖으로 도망가면 된다.”
“그럼 디아블로가 따라오지 않나요?”
“아니지. 이곳은 신이 직접 만든 공간이다. 내가 관리를 맡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인은 신이야. 아무리 디아블로가 신의 힘을 각성했어도 신으로 지내온 세월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그것은 곧 힘의 차이로 이어지지.”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
나는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녀석은 여기서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네요?”
“언젠가는 나오게 되겠지만 시간이 꽤 걸리겠지. 물론 이것은 최후의 방법이다. 수련의 탑이 터진다면 그 충격으로 차원에 큰 피해를 줄지도 모르니까.”
“결국 여기서 놈을 잡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네요.”
“그렇지.”
“알겠습니다. 해보죠.”
나는 다니엘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
드래곤의 유산과 천사들의 유산을 얻었다.
게다가 각종 아티팩트와 지금도 나를 향해 신뢰를 보태며 신격을 올려주고 있는 아케시아와 마계의 주민들이 있다.
수련의 탑의 시간으로 디아블로가 나타나기까지 9년 정도가 남았으니 그동안 완벽하게 힘을 갈고 닦는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
드래곤들에게 얻어낸 보물 중에는 영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마력을 늘려주고 육체를 강화해주는 종류의 물약들.
나는 그것들을 빠짐없이 먹어 치웠다.
“음… 갑자기 뭔가 변하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었기에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내 모습을 지켜보던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개의 아티팩트를 완벽하게 다루는 것이다. 드래곤에게서 얻은 것은 잘 모르지만 헤븐레이어는 내가 알려주마.”
“부탁드릴게요.”
“라디언트 녀석은 신성력을 증폭시켜준다는 식으로 말을 했지만 다르다. 헤븐즈레이어는 간단하게 말해 다른 종류의 힘을 신성력으로 변화시켜주는 거다.”
“변화시켜준다고요?”
“그래. 네가 지닌 마력, 드래곤들의 용언, 악마들의 마기까지 모든 종류를 신성력으로 바꾸어서 뿜어내지. 그것도 더 강력해진 공격으로.”
“오… .”
그것이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더 대단한 아티팩트였다.
악마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신성력 계열의 공격.
물론 내 공격에는 기본적으로 신성력이 깃들어 있지만 온전하게 신성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면 여러 힘이 뒤섞여있는 상태.
그런데 그것을 신성력으로 바꿔 공격한다면 디아블로를 상대로는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괜찮은데요?”
내 표정을 보며 다니엘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넌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 한 것 같구나. 내가 말했잖아. 악마들의 마기까지도 신성력으로 바꾼다고.”
“그랬죠. 근데 전 마기가 없는…. 아?”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히 마기가 없다고 쓸모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마기로 공격을 하면 그것을 신성력으로 바꾸어 준다는 겁니까?”
“그래. 바로 그거지.”
“대박인데요?”
악마를 상대로 이보다 좋은 아티팩트는 없을 것 같았다.
마기가 신성력으로 바뀌면 나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
그걸 더 강해진 위력으로 디아블로에게 날린다면?
“거의 뭐 무한동력이네요.”
디아블로는 힘은 힘대로 쓰고 자신의 힘에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타이밍을 잘 맞춰야하고 용량을 초과한 공격의 경우에는 다시 받아내려면 쿨타임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전투를 엄청나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겠네요.”
비장의 한수로 사용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자, 그럼 익숙해질 때까지 특훈이다.”
나는 다니엘과 실전에 가까운 특훈을 계속했다.
물론 쿨타임이 돌아오는 즉시 아케시아로 가서 드래곤 로드들과 레이나, 레오를 데려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래곤 로드들까지 내 훈련 파트너가 되어주며 효율과 강도는 계속 늘어났고 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드래곤 로드들과 다니엘은 수련의 탑을 최종요새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디아블로가 이곳으로 오는 것은 확실하니 방심하고 있을 녀석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주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준비를 해둔 것이다.
그렇게 탑에서 9년, 현실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
사방이 어둠으로 들어찬 공간.
그 가운데에 자리 잡은 푸른색의 의자.
어둠 속에서 홀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그 의자에는 붉은 악마가 앉아있었다
“흐음… .”
무언가 고민에 빠진 것처럼 계속 턱을 쓰다듬는 디아블로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좋아.”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디아블로가 감겼던 눈을 천천히 뜨며 일어섰다.
“시간이 되었구나. 놈의 숨통을 끊고 새로운 신이 될 시간이.”
잠깐이지만 인상적이던 만남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디아블로,
그의 앞에 검은 불꽃에 휩싸인 게이트가 나타났다.
“파멸의 시작이다.”
디아블로는 거침없이 게이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게이트를 통해 어딘가에 도착한 디아블로.
“응?”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넌… 누구냐?”
나는 그런 디아블로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 이름은 드래곤 나이트. 널 소멸시킬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