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208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208(完)
마신이 소멸하고 3주가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특별한 일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즐기며 마음껏 여유를 누렸다.
말 그대로 놀고먹는 백수의 삶.
하지만 그것도 매일 반복되니 살짝 지루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신이 찾아왔다.
“오랜만이구나.”
환한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신.
얼마 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그.. 복장은 또 뭡니까?”
“아, 이거?”
내 말에 자신의 몸을 슬쩍 내려다보는 신.
그의 몸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화려한 갑옷이 자리 잡고 있었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다 필요가 있어서 이렇게 입은 것이다.”
“뭐… 제가 관여할 일은 아니겠죠.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
신은 대답 대신 어깨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힘을 다루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구나.”
“힘요? 아… .”
나는 신의 힘을 각성한 후 혹시나 있을지 모를 문제를 막기 위해 제법 신경을 써야 했다.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가벼운 동작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었기 때문.
덕분에 단순히 능력치가 높은 것을 떠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신의 힘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몇 번 문제가 생겨서 제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저번에 너무 바빠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바람에 조금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구나.”
“저도 나름 경험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렇지는 않지. 내가 말했지 않느냐. 나중에 제대로 보답을 하겠다고.”
“아, 그러고 보니… .”
마신을 해치우고 헤어지기 전에 신은 내 수고에 대해 답례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잊고 지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올 줄이야.
“생각보다는 빨리 오셨네요? 그것도 직접 오시다니 얼마나 대단한 걸 주시려고.”
보통이라면 라디언트를 통해 연락을 주거나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나는 것이 정상이었다.
내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는 신.
“굉장한 선물이지. 어찌 보면 보통 인간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넌 보통 인간이 아니니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포장을 하고 뜸을 들이는 것일까?
“그래서 대체 그게 뭔데요.”
“후후후.”
신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너에게 이 지구를 다스릴 권한을 주겠다.”
“?”
“하하! 그렇게 감동받은 표정 지을 것 없다. 네가 해낸 일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니 이 정도 보답은 해야겠지.”
“어… .”
이 양반이 대체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황당함을 애써 감추며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니까… 지구를 다스린다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말 그대로다. 너는 이미 신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그 힘으로 이 지구를 다스리는 것이다. 네 마음대로 말이지.”
“아아… .”
언뜻 듣기에는 정말 대단한 권리다.
도시나 나라도 아니고 전 세계를, 아니 인간이 살지 않는 장소까지 포함해 모든 세상을 다스리는 권리.
단순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내 입맛대로 바꿔버릴 수도 있는 힘, 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보답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했다.
원래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눈앞에 있는 신이다.
그런데 그것을 지금 나에게 넘기겠다는 이야기.
‘아니 잠깐… 이거 그냥 짬 처리 아니야?’
내가 원하지 않는 이상 굳이 나에게 그 권리를 넘겨주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상황.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대단하게 포장까지 하며 넘기는 것은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그리고 그런 의심은 신의 태도를 보며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어떠냐? 내 선물을 받아들이겠느냐?”
“뭘요? 지구를 다스리는 권리 말입니까.”
“그래. 원한다면 추가로 다른 것들도 더 해줄 수도 있다.”
“싫은데요?”
“응?”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신.
“지금… 뭐라고?”
“싫다고요. 그 이상한 권리 안 받을 겁니다.”
“어… .”
지진이 난 듯 거세게 흔들리는 신의 눈동자.
“대체 왜? 이게 얼마나 엄청난 기회인지 모르는 것이냐?”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받는 사람이 싫으면 그만이죠. 그리고 선물이라고 해놓고 왜 내가 받아들여야 합니까? 아무리 봐도 뭔가 숨기시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어험! 무슨 소리냐. 내가 왜?”
하지만 말과 다르게 신의 행동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 봐라. 네가 신이 되는 거라니까.”
“이미 전 신의 힘을 가졌는데 지구를 다스리는 권리가 왜 필요합니까?”
“힘이 있으면 뭐 하냐? 그 힘을 사용할 곳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안 써도 되니까 전 그냥 이렇게 살게요.”
“아니… .”
신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지만 이미 주도권은 내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용건은 끝나신 거죠?”
“이, 이러면 안 되는데… .”
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뻐끔거렸으나 그런다고 달라질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 보세요. 그런 식으로 넘기는 것은 소용없다니까요.”
공간을 열고 새로운 인물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신성함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여인, 바로 여신이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네요.”
“그렇네요. 그런데 여신께서는 또 무슨 일입니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단순히 내게 보답을 하기 위해 이렇게 모인 것은 절대 아닌 것 같았다.
“글쎄요. 무슨 일일까요?”
여신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은 후 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그랬잖아요.”
“끄으응… .”
저들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 보였다.
“어쩔 수 없지.”
고개를 끄덕인 신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우리가 당분간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 생겼다.”
“자리를 비워요? 어.. 원래도 자리를 비우고 여기저기 다니셨잖아요.”
신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라디언트가 고생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본 상황이었다.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젓는 신.
“그것과는 경우가 다르다. 지금 말하는 것은 내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존재가 사라져요?”
“그래.”
“그건 또 무슨… .”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구나.”
신은 가볍게 손을 튕겼고 곧 방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해줘야겠지.”
자리에 앉은 신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나… 그렇지.”
신의 입에서 조금은 황당한, 하지만 충격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너는 다른 차원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차원요? 있죠, 아케시아도 있고 정령계도 있고 마계도 있잖아요.”
“물론 그곳도 다른 차원은 맞지.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같은 차원이다.”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인가.
나는 질문 대신 신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니까… 인간들의 관계로 비유하자면 이 세상과 아케시아, 마계, 정령계는 모두 같은 나라다. 하나의 나라에 속해 있으나 서로의 영역이 달라서 경쟁을 하고 협력도 하는 그런 관계지.”
“도시로 생각하면 된다는 겁니까?”
한국이라는 나라에 여러 도시가 있듯이 하나의 차원에 여러 작은 차원이 또 있다는 이야기로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 그런데 다른 차원, 비유하자면 다른 나라가 침공을 하면 어떻게 될까?”
“다른 나라의 침공이라… 그렇다면 도시들이 뭉쳐야 하겠죠.”
“맞아. 자기들끼리 내부에서 싸우다가 다른 나라의 침공에 모두가 쓸려버리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지.”
이제야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다른 차원이 또 있고 지금 그 다른 차원에서 이쪽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바로 그거다.”
“으음…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종류의 이야기.
지금까지의 스케일도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큰 이야기가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정찰? 탐색전 정도가 벌어지는 중이지.”
“하지만 언젠가는 쳐들어온다는 거죠?”
그러자 옆에 있던 여신이 끼어들었다.
“그건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그냥 탐색전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침공을 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에 우리가 미리 대비하는 것이죠.”
“우리라면… .”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나와 여신이 다른 차원의 공격에 대비해 당분간 자리를 비워야 한다.”
“우리는 모든 힘을 다해 특별한 공간을 만들 것이고 그곳에서 다른 차원을 감시하고 혹시나 있을 침공에 대비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다스리는 세계는 당분간 신이 사라진 상태에 놓이게 된다.”
“물론 차원의 수호자인 드래곤들과 천사들이 있지만 그들은 관리자일 뿐 최종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어요.”
이제야 신이 나에게 그렇게 지구를 다스리는 권리를 주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저보고 대신 대타를 뛰라.. 이 말이죠?”
“표현이 좀 저렴하다만 대충 맞는 말이다.”
나는 황당함에 입을 벌렸다.
“아니…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니 이렇게 찾아왔지.”
“굳이 따지면 전 그냥 힘만 쎈 인간인데요?”
내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신.
“네가 어딜 봐서 인간이냐. 이미 넌 어엿한 신격을 각성한 신이다.”
“맞아요. 게다가 당신은 이 지구와, 아케시아, 정령계, 마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향력을 끼치고 있죠.”
“그건 그런데… .”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답도 아니었다.
“완벽한 신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임시로 관리만을 맡기는 것이다. 만약 네가 우리와 같은 격을 완벽히 각성했다면 우리와 함께 다른 차원을 막는 일에 동원되어야 했겠지.”
“그건 그것대로 끔찍하네요.”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 신의 자리에도 네가 알지 못하는 책임이 있단다.”
“언젠가는 당신도 알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아뇨. 절대 알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더 엮이게 된다면 정말 지금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잘 부탁한다.”
“뭘요?”
“어허! 다 듣고도 그러느냐. 우리가 없는 동안 차원을 잘 관리하라는 이야기지.”
“아니 잠깐… 우리라면… .”
나는 고개를 돌려 여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게 환한 미소를 보내는 여신.
“맞아요. 아케시아도 잘 부탁할게요.”
“아이고… .”
졸지에 차원 두 개를 다스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맞아. 디아블로, 마계를 다스리는 디아블로가 있잖아요. 그 녀석은 안 되나요?”
내 말에 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한테도 깨지는 놈인데 쓸모가 있을 거라고 보느냐. 녀석은 당장 마계를 다스리는 것도 버거워. 오히려 네가 시간이 나면 가서 돌봐줘야 할 것이다.”
“끄으응… .”
이러나저러나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까라면 까야죠.”
나를 보며 두 명의 신이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직접 나서서 무엇인가를 할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 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알아서 잘 굴러간다. 혹시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만 나서면 된다.”
“드래곤들과 천사들에게도 이미 말을 전해놓았습니다.”
“그러니 너는 지금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면 된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저들에게 짜증을 낸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정말 제가 뭘 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렇다. 그저 지금처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거라.”
말을 마친 신이 내게 무엇인가를 건넸다.
“이건… .”
투명한 빛을 뿌리는 몽둥이.
바로 마신을 처리하기 위해 빌렸던 검이었다.
“그 검은 나와 여신의 대리자라는 증표. 그것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도 너의 말을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검을 쥐었다.
“그럼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글쎄다… 빠르면 몇 년일 수도 있고 오래 걸리면 수만 년이 걸릴 수도 있겠지.”
“스케일이 너무 크네요.”
“그래도 네가 있어서 좀 더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구나.”
“이제 떠나시나요?”
“그래야겠지.”
신과 여신은 천천히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나 역시 그들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부족하지만…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자.”
빛과 함께 둘의 모습이 사라졌다.
“뭐… 기분은 나쁘지 않네.”
생각지도 않은 귀찮은 임무를 맡게 되었지만 그렇게까지 싫지만은 않았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수만 년이 지나 내가 살아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미리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원했던 평범한 삶과는 좀 많이 달라졌으나 나에게 허락된 시간과 공간,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래. 그거면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