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209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외전 1
여느 때와 다름없는 주말.
나는 거실에 앉아 한껏 게으름을 피우는 중이었다.
“심심하군.”
“시시해?”
고개를 갸웃하며 내 말을 따라 하는 레오.
“아니, 심심해라고 해야지.”
“아앙! 시시해!”
“분명 교육을 받았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걸까?”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레오의 말랑한 볼을 간지럽혔다.
“꺄하하하!”
내 손길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웃음을 터트리는 레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하긴… 인간으로 치면 이제 유치원 다닐 나이라고 하니 당연한 건가?”
드래곤은 분명 특별한 존재지만 이렇게 어린 레오에게까지 그 특별함을 강요하는 것도 잘못인 것 같았다.
물론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존재도 있었으니.
“응? 뭐가?”
무엇인가 말을 하려던 지크가 침묵에 빠졌다.
탕탕탕!
“지크는 말이 너무 마나!”
자그마한 손을 꼬물거리며 지크의 몸을 토닥이는 레오.
“그렇지? 좀 시끄럽기는 해.”
“레오가 조용히 시키께!”
“응?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
하지만 레오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지크를 품에 안고 구석으로 이동했다.
아장아장.
자신보다 두 배는 큰 검을 들고 위태롭게 걸음을 옮기는 레오를 보고 있으니 새삼 내 주변의 존재들 중 정상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드래곤, 악마, 천사, 마수, 정령.
누구 하나 평범한 존재들이 없었다.
“존재 자체뿐만 아니라 성격도 다들 특이하지.”
“주인님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응? 아무것도 아니야.”
만들어 온 간식을 탁자에 내려놓은 갈릭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레오 녀석은 또 어디로 갔습니까? 그렇게 피자 달라고 난리를 피워서 만들어 왔더니.”
“어… 잠깐 지크 데리고 어디 갔어.”
“괜찮겠습니까?”
“적당히 놀다가 다시 오겠지.”
아무리 아공간이 넓다고 해도 결국은 내 관리 안에 있다.
레오가 길을 잃거나 혹시 모를 위험에 빠질 일은 없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주인님도 좀 드시겠습니까?”
“그럴까? 어디 보자… 응?”
나는 갈릭이 차려놓은 음식들을 보며 멈칫했다.
눈 앞에 펼쳐진 화려한 색상의 음식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자였다.
“이건… 대체 뭐냐?”
“네? 피자 아닙니까.”
분명 피자였다.
그래, 피자는 맞다.
단지 문제가 있었다면.
“이거… 대체 뭐가 들어간 거냐?”
그 위에 올라와 있는 토핑.
파인애플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 옆에 함께하고 있는 것은 분명…
“저거 민트 초코 아니냐?”
하늘색과 연두색이 뒤섞인 듯한 색상의 초콜릿.
“맞습니다. 민트 초코입니다.”
“아니… .”
나는 할 말을 잃고 피자를 내려다보았다.
“….. .”
민트초코를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으로 먹는 경우.
이렇게 피자에 뒤섞여 나오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피자에… 민트 초코가 어울려? 거기다 파인애플까지… 저건 또 뭐야?”
“아, 그건 민트 초코 아이스 치킨입니다.”
“…. 그럼 저건.”
“민트 초코 탕수육이군요.”
“저것은 민트 초코 햄버거겠고?”
“역시 주인님. 한 번 보고 알아맞히시는군요.”
보고도 모르는 것이 이상한 것 같은데?
나는 황당함을 금치 못하며 갈릭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이걸 왜 만든 거냐? 누구 먹으라고?”
“레오 녀석이 만들어 달라고 하던데요?”
“레오가?”
“그렇습니다.”
“와… .”
분명 레오는 입맛이 크게 까다롭지는 않다.
무엇이건 잘 먹는 편이고 많이 먹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걸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재료들을 따로 놓고 보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저렇게 모아 놓고 보면 문제가 된다.
“대체 갑자기 왜 이런 걸 먹게 된 거야?”
“제가 몇 번 만들어 줬더니 맛있다고 하더군요.”
“너구나. 네가 범인이었어!”
“억! 왜 그러십니까.”
“얘한테 대체 뭘 먹인 거냐고!”
“사, 살려주십시오!”
***
그렇게 내가 갈릭에게 처절한 응징을 하는 사이.
“다와따!”
자신의 방에 도착한 레오는 입을 우물거렸고 동시에 주변에 작은 결계가 만들어졌다.
“이제 말해도 대!”
“할아부지랑 아빠가 가르쳐 줘써! 시끄러운 친구 조용히 시키는 법이래!”
지크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말을 멈추었다.
“아앙? 몰라! 그냥 하니까 대써!”
아직 어린 레오라도 드래곤, 그것도 로드의 혈통이니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대단한 것은 사실.
“그게 모야?”
“레오는 차칸 아이니까 횽아한테 이상한 말 하면 안 대!”
지크는 이해하기를 포기한 채 주변을 살폈다.
레오의 방 한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거울.
겉모습은 수수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거울이 있는 유리 부분이 조금 특이했다.
여러 가지 색이 교차하며 계속해서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앙? 칭구가 줘써!”
지크의 말에 볼을 잔뜩 부풀리는 레오.
“칭구 이써! 드레이가 레오 칭구야! 프로스트도 칭구야!”
드래곤 정령이라고 할 수 있는 드레이우스와 베히모스인 프로스트.
녀석들은 레오와 자주 어울리는 편이었기에 친구라고 할 수도 있었다.
“드레이가 만들어줘써!”
“몰라!”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레오.
그 모습에 지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크는 스스로 몸을 띄워 거울로 다가갔다.
색깔이 계속해서 변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보통 거울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계속 거울을 살피던 지크의 시선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찰나였지만 누군가의 모습이 거울에 나타났던 것.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거울 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계속해서 비치고 있었다.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누군가가 있었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마왕 엘리스였다.
지크는 계속해서 거울을 지켜보았고 그 모습은 레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지크 모 봐?”
“재미써?”
“레오도 볼래!”
짧은 다리를 힘차게 놀리며 달려오던 레오가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졌고 그대로 거울과 충돌했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아아앗!
거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레오와 지크를 집어삼켰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고 방 안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
“응?”
신나게 갈릭을 교육하던 나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했다.
“크어… 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민트 초코를 먹이지 않겠습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조합이 문제라고!”
“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뭔가 좀 이상한데.”
나는 갈릭을 풀어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지크랑… 레오의 기운이 사라졌네.”
이상함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아공간은 아티팩트와 내 힘이 합쳐지며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내가 파악을 할 수 있는 상태.
그런데 갑자기 지크와 레오의 존재감만이 지워지듯 사라졌다.
“혹시 밖으로 나간 건가?”
하지만 그랬다면 아공간이 아닌 밖에서 존재감이 느껴져야 했다.
그러나 지금 지크와 레오의 존재감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 상황.
마치 세상에서 지워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찾아봐야겠네.”
나는 레오와 지크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이어진 곳으로 향했다.
“여긴 레오의 방인데… .”
방안을 살피던 내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저건 또 뭐야?”
여러 가지 빛을 내뿜고 있는 거울.
나는 홀린 듯 거울을 향해 다가갔다.
“응?”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거울 안으로 이어진 레오와 지크의 흔적을.
“뭐야… 여기 안으로 들어가기라도 했다는 거야?”
자세히 살펴보니 거울 안에 누군가의 모습이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도 보였다.
“이건 처음 보는 물건인데.”
아공간 안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내가 알고 있다.
특히 레오의 방안에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고를 대비해 완벽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던 상황.
그렇다는 것은 아주 최근에 가져온 물건일 확률이 높았다.
“음… 일단 따라 들어가 봐야겠지.”
레오와 지크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은 신의 힘을 각성한 내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다.
차원을 넘는 것도 마찬가지.
날 위협할 존재는 지금 시점에는 없다고 봐야 했기에 걱정할 것도 전혀 없었다.
“어디… 말썽꾸러기들을 찾으러 가볼까.”
나는 천천히 거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
환한 빛이 사라지도 나타난 것은 작은 드래곤과 검 한 자루.
바로 레오와 지크였다.
“헤헤… .”
방실방실 미소 짓는 레오를 뒤로 한 채 지크가 주변을 살폈다.
그제야 이상한 점을 깨달은 지크.
자신은 분명 레오의 방 안에 있었는데 지금 주변의 풍경은 아무리 봐도 레오의 방이 아니었다.
어떤 장소인지는 모르겠으나 근처에 있는 온갖 장식품들과 가구들은 이곳이 다른 장소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분명 레오가 거울에 부딪히며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와아아아… .”
사태의 심각성도 모른 채 레오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같은 차원이라면 주인과 연결된 끈은 이어져 있기에 위치를 파악하거나 의사를 전달하는 정도는 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기가 먹통인 것처럼 아무것도 느껴지고 있지 않았다.
“아앙?”
“?”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레오.
지크는 한숨을 내쉬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앙?”
하지만 레오에게는 조금은 어려운 문제였을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레오에게 지크는 좀 더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
그제야 표정이 변하기 시작하는 레오.
“횽아… 업서?”
“누나도… 업서?”
“우으… .”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레오.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고 작은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축 처지는 귀와 꼬리까지 레오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크 혼자서는 레오를 달랠 수가 없었다.
“빼애애액!”
마침내 레오의 울음이 터졌고 사방으로 불길을 치솟아 올랐다.
지크 자신이야 레오의 불길 정도로 영향을 받지 않지만 지금 이 장소는 모조리 불꽃에 삼켜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지크와 하염없이 울음을 터트리는 레오를 바라보는 누군가 있었다.
“호오… 보기 드문 광경이군.”
검은 안개에 휩싸인 누군가가 둘을 향에 다가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