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211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외전 3
“끄아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작은 점이 되어 저 멀리 날아 가버린 델론즈.
“레오야!”
나는 바닥에 쓰러진 레오를 향해 몸을 날렸다.
“횽아?”
“그래, 형이야.”
“횽아!”
내 품 안으로 파고들며 머리를 비벼대는 레오.
파르르 떨리는 작은 몸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듯했다.
“그래그래. 이제 형 왔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앙!”
금세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방글방글 미소 짓는 레오.
혹시나 어디 다치지나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크게 잘못된 구석은 없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그나저나… .”
나는 지크를 보며 혀를 찼다.
“대체 여기는 어쩌다 온 거냐? 내가 일찍 찾아와서 다행이지 너희끼리 함부로 돌아다니다 사고 났으면 어쩌려고.”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지크.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나 해봐라.”
지크의 입에서 이곳에 오게 된 상황이 간략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거울이 문제였다?”
“흐음… .”
역시 예상대로 그 특이한 거울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드레이우스 녀석, 대체 레오한테 뭘 준거야.”
주변의 풍경이나 흐르는 기운을 보면 이곳은 마계가 분명했다.
내가 빠르게 알아채고 바로 따라왔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레오가 다쳤을지도 모르는 일. 돌아가는 즉시 혼을 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지.”
딱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나타나는 검은 안개.
내게 걷어차여 멀리 날아갔던 델론즈였다.
“크으으윽… .”
녀석은 아직 나에게 걷어차인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하며 쓰러진 델론즈를 향해 마력을 뿜어내었다.
마력의 끈은 델론즈의 사지를 묶으며 허공에 고정시켰고
“이, 이익!”
델론즈 역시 마기를 내뿜으며 저항을 시도했다.
하지만.
“소용없으니 가만히 있어라.”
내 말 한마디에 녀석의 마기는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이, 이게 대체… .”
델론즈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존재.
아무리 기습이었다지만 자신을 날려버린 그 공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게다가.
‘날 여기로 소환한 것은 대체 무슨 기술이지?’
날아가던 자신을 순식간에 다시 이곳으로 불러낸 것.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확실한 것은 나보다 훨씬 강하다.’
한방에 자신의 마력 방벽을 뚫고 타격을 준 것과 마기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킨 것을 생각해볼 때 눈앞의 존재는 적어도 대마왕 급은 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쩌지… .’
아무리 자신이 강해도 대마왕 급은 이길 수 없다.
게다가 아직 마신이 된 디아블로에게 제대로 힘을 얻지도 못한 상황.
이대로라면 절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제길… 방법이… .’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델론즈.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냐.”
“크윽… 너 이 자식… 내가 누군지 알… 컥!”
“누군데?”
“케, 켁!”
나는 델론즈의 목을 움켜쥐며 서서히 힘을 주었다.
“누구냐고.”
“이, 이것 좀… .”
조금만 힘을 주면 가볍게 델론즈의 목숨을 취할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좋아,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자.”
“헉, 헉… .”
힘겹게 숨을 고른 델론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악마 공작 델론즈라고 합니다.”
“공작이야? 근데 왜 그렇게 약하냐?”
“뭐.. 그것도 맞지.”
신의 힘을 얻기 전에도 공작급의 악마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었다.
하물며 신의 대리자로 뛰고 있는 지금은 대마왕도 하급 악마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상황.
고작(?) 공작급의 악마로는 내게 아무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왜 우리 귀여운 레오를 괴롭혔냐?”
“레, 레오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콰앙!
“모르면 맞아야지.”
주먹질 한 번에 다시 벽을 뚫고 날아가는 델론즈.
“응, 돌아와.”
하지만 내 말 한마디에 다시 제자리로 원상복귀가 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돌아오는 즉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는 델론즈.
“뭐가 죄송한데?”
“그냥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입니다.”
“아냐, 넌 모르는 것 같아.”
“아, 아닙니다! 저 작은 드래곤 때문이 아니십니까?”
“맞아, 그럼 이제 맞아야겠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는 델론즈.
녀석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죄를 부정했다.
“제 상관이 시켰습니다!”
“오호… 상관이라고?”
“네! 전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물론 난 저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녀석의 불안정한 마력 흐름만 보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
하지만 한번 속아보기로 했다.
‘뭘 어떻게 할지 궁금하잖아.’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심심한 나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다면 그것만으로 녀석을 살려둘 가치는 충분했으니까.
“그렇다면 네 상관이라는 놈이 나쁜 놈이겠네?”
델론즈는 내 말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주 나쁜 놈이죠. 부하들을 착취하고 온갖 못된 짓을 일삼는 악마 중의 악마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
디아블로에게 마계 관리를 잘하라고 했는데 아직도 저런 놈이 있다니 한 소리 해야 할 것 같았다.
“좋아. 그럼 그 나쁜 놈한테 안내해라.”
“아, 알겠습니다.”
급히 몸을 돌려 앞장서는 델론즈.
그 모습만 보면 굉장히 협조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달랐다.
‘멍청한 놈. 디아블로 님의 앞에서도 그렇게 잘난 척 할 수 있나 보자.’
분명 저 정체불명의 놈은 강하다.
하지만 신의 반열에 오른 디아블로에게는 결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스스로 무덤으로 걸어가는 것을 모르다니.’
조금 뒤 벌어질 상황에 몰래 미소를 짓는 델론즈였다.
***
“으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불길함.
디아블로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착각인가… .”
“왜 그러십니까?”
“조금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
그러자 델론즈의 동료인 켈리오가 분노를 터트리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어떤 놈이 마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까? 지금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쓸 것 없다.”
디아블로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래. 착각이겠지.’
상식적으로 마계의 신인 자신이 이곳에서 불안할 일이 어디 있을까.
아니 다른 차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신의 자리에 오른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지금은 내가 마신이 된 것을 마계의 백성들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다.’
생각을 정리한 디아블로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준비는 다 끝난 것이냐?”
“네. 완벽하게 끝이 났습니다. 마계 무투대회는 이미 시작 중이며 때에 맞춰 디아블로 님께서 모습을 드러내시고 위대한 힘을 백성들에게 알리시면 됩니다.”
“좋아. 그런데 델론즈는 어디 갔느냐?”
“어.. 아마 대회가 진행되는 곳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겠다.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디아블로는 악마들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가 진행되는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와아아아!
광장에서는 이미 대회가 한창이었고 수없이 많은 악마들이 모여 굉장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 디아블로.
“생각보다 더 많이 모인 것 같구나.”
“디아블로 님께서 직접 장소를 마련해주셨기에 마계에 인원들 중 적어도 3할 가까이는 모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아블로의 능력으로 말도 안 되게 넓은 장소를 만들어 냈기에 가능했던 일.
하지만 디아블로는 살짝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허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냐?”
그의 예상보다는 적은 인원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부족하여… .”
“아니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해도 괜찮을 것 같구나.”
생각해보니 급하게 진행할 이유는 없었기에 지금의 인원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마신이 된 자신에게는 남은 것은 시간.
오늘의 일이 시발점이 되어 전 마계에 퍼지게 될 것이니 3할의 인원으로도 충분했다.
“자, 그럼 슬슬 나서볼까.”
마침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디아블로는 몸을 띄우며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어?”
갑작스럽게 등장한 디아블로의 모습에 악마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누구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대마왕 디아블로 님 아닌가?”
“맞아! 한동안 은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서 모습을 드러내다니.”
아직 디아블로가 마신이 된 것은 소수의 고위 악마들에게만 알려진 사실.
그 때문에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악마들은 디아블로를 그저 대마왕으로만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된 것을 확인한 디아블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 들어라.”
극적인 효과를 위해 광장을 가득 채우는 마기를 뿌린 디아블로.
그 모습은 굉장한 위압감과 함께 경외감을 악마들에게 안겨주었다.
“나는 디아블로. 얼마 전까지 마계의 대마왕 중 하나였다. 하지만… .”
디아블로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마계를 다스리는 마신이 되었다. 이제 이 마계는 내 발아래 있고 모든 것이 나의 의지 아래 돌아가게 될 것이다.”
갑작스러운 선언.
그 선언에 관중들은 저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소리야?”
“마신이라고? 거짓말이겠지?”
“설마 저런 거로 거짓말을 하겠어? 그랬다가는 아무리 대마왕이라도 마신의 저주를 받을 것인데.”
“그렇다면 진짜라는 건가.”
아직 디아블로의 말을 제대로 믿지 못하는 악마들을 보며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는 고위 악마들.
“디아블로 님께서 하신 말은 모두 사실이며 이제 디아블로 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신전이 마계의 곳곳에 세워질 것이다.”
그들의 말에 분위기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정말… 마신이 되셨다는 건가.”
“오오! 새로운 마신이다!”
“그렇다면 전대 마신께서는 어찌 되신 거지?”
“무슨 상관이냐. 지금은 디아블로 님이 마신인데.”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띄우는 디아블로.
‘좋아. 아주 잘 되고 있군.’
하지만 그 미소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디아블로 님!”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에 나타난 델론즈 때문이었다.
“마침 잘 왔다. 안 그래도 널 찾았… 응?”
아니 정확하게는 델론즈의 뒤에 있는 누군가 때문.
“아니… 저 인간, 아니 저분이 왜… .”
“디아블로 님! 저놈이 디아블로 님을 모욕하고 제가 하려던 일을 방해했습니다!”
디아블로는 델론즈의 말에 어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버릇없는 놈에게 벌을 내려주시지요.”
‘닥쳐!’
디아블로는 한껏 인상을 쓰며 눈치를 주었으나 델론즈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오호라… 그러니까 저놈이 네게 명령을 내린 그 나쁜 놈이라는 거구나.”
나는 디아블로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랜만이다. 아니 그렇게 오랜만은 아닌가?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지.”
“예?”
“네가 우리 귀여운 레오를 괴롭히라고 시켰다며? 그리고 마계에서 나쁜 짓도 엄청 하고 있다던데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예?”
디아블로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저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몰라? 그럼 맞아야겠지?”
“예? 꾸에에엑!”
꽈아앙!
내 가벼운 주먹질에 바닥을 나뒹구는 디아블로.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지만 신격에서 나보다 뒤처지는 디아블로는 예전보다 더 일방적으로 내게 두들겨 맞아야만 했다.
콰앙!
“억! 자, 잠시만.!”
퍼어엉!
“저, 전 아무 잘못이!”
“그건 내가 판단한다.”
“아, 아니! 꺽!”
대마왕, 아니 마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추한 모습으로 구타를 당하는 디아블로.
그 모습은 근처에 모인 수없이 많은 악마들에게 시시각각 전달이 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연극… 인가?”
“꿈인 것… 같기도.”
“…. .”
모두가 느끼는 비슷한 감정.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그 불편한 침묵의 한가운데에서.
“횽아 빠이팅!”
오직 레오와 지크의 목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