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3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3
그렇게 신청을 완료하고 나니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상태창이 생각났다.
“저기 릴리야.”
“네?”
“내 상태창에 고유 스킬이 봉인으로 나오는데 이건 뭐냐?”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뭐 하나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게 없구만. 넌 아는 게 뭐냐 천사라면서.”
“으… 알고 있다고요 근데 말하면 안 되는 거라서 그런 건데.”
“에이 모르잖아 이해한다. 아직 막내라면서 아는 것도 없겠지.”
내 약올림에 얼굴이 빨개진 릴리가 버럭 소리쳤다.
“안다고요!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봉인이 풀릴 거고 그럼 고유 스킬을… 읍!”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다 들은 후였다.
“오호.. 특정 조건이라 그게 뭔지 또 궁금해지는데.”
“그, 그건 진짜 말 안 해줄 거예요. 안 돼요 못 해요.”
단호하게 말하는 릴리의 표정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놀리면 반응이 즉각 튀어나와서 재미있었지만 오늘은 이 정도만 하기로 했다.
“일없다. 난 이제 조용히 살 거라 스킬 같은 거 굳이 없어도 돼.”
내 말에 릴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며 말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죠.”
“그나저나 난 얼마나 센 거야. 그건 말해줄 수 있냐?”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표정으로 릴리가 대답했다.
“어.. 일단 이쪽에서는 상대가 없죠? 그리고 자세히 알려줄 수는 없지만 신격을 지닌 분들을 제외하고 단순히 스탯상으로는 더 강한 존재가 300명이 넘지 않을 거 같은데요.”
“300명? 생각보다 많은 건가? 아니지 전차원이 기준이라고 했으니 적은 건가. 잘 모르겠네. 근데 평범하다기에는 아무리 봐도 너무 높은 거 아니냐?”
“신 님의 기준에서 뭔들 안 평범하겠어요.”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
슬쩍 옆을 바라보니 황당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너 되게 잘 먹는다.”
릴리는 잠깐 사이에 과자만 10봉지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콜라까지 몇 캔을 해치우고 있었다.
“헤헤 이거 맛있네요.”
“아니 뭐 하늘나라에는 이런 거 없냐? 그전에 천사는 뭐 아무것도 안 먹어도 살고 그런 거 아니냐?”
“케바케에요. 천사들도 결국 신의 피조물일 뿐이고 인간들처럼 다양한 성격, 다양한 외모,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래 넌 능력은 없는 거 같고.”
“우우.. 너무 해요.”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인간 꼬마 같네. 늦둥이 동생이 생긴 기분이 이런 건가.’
전생에 내가 결혼을 일찍 했다면 이런 딸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도어락에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렸고 문이 열렸다.
나가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들어오고 있으셨다.
“일찍 오셨네요? 아버지는 아직 회사 끝날 시간 아니시잖아요.”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어머니와 다르게 아버지는 죽기 전에 자주 찾아뵈었고 그래서 생각만큼 어색하거나 기분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하 우리 아들이 오늘 각성을 했는데 좀 일찍 퇴근하면 어떠냐.”
“에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닌걸요.”
그럼에도 새치도 없이 젊은 아버지의 모습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래.. 이렇게 환하게 웃고 밝으신 분이셨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웃음을 보이신 적이 거의 없으셨다.
이번에는 이 웃음을 계속 지으실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너희 엄마가 맛있는 거 잔뜩 차린다고 일찍 오라고 그렇게 당부를 해서 그렇지.”
“오랜만에 엄마가 솜씨 좀 부려볼 거야. 두 사람 다 기대하라고.”
***
어머니께서 저녁을 준비하시는 동안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 학교 지원은 했다고?”
“네,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교 중에 괜찮은 곳이 있길래 했어요. 혹시나 해서 다른 곳에도 신청은 했는데 아마 합격할 것 같아요.”
“설마 너 하나 학교 보내 줄 돈이 없겠냐. 비싼 학교도 신청해두지 그랬어.”
“아니에요. 제 수준에 맞는 곳을 고른 겁니다. 괜히 헛된 돈 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
“저 진짜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자자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두 사람 다 밥 먹으러 와요.”
어머니의 부름에 식탁으로 향했고 맛있는 냄새와 함께 상다리가 부러질 듯 가득 차려진 저녁상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뭘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어서 먹어보라고 재촉하시는 어머니의 성화에 자리에 앉아 따뜻한 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
‘그래 이 맛이다.’
따뜻했다. 전생에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느끼지 못했던 만족감이 느껴지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맛있어요. 잘 먹을게요 어머니.”
“그래 아들 많이 먹어라. 당신두요.”
“그 말 안 했으면 좀 섭섭할 뻔했어.”
그렇게 화목한 식사를 하는 중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바라본 그곳에는 식탁 위의 음식들을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릴리가 있었다.
“나, 나도 먹을 거야, 먹고 싶어!”
살짝 맛이 간 듯 보이는 그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쟤 눈 돌아갔네. 이건 천사가 아니라 식충이 하나를 데려온 기분이군.’
천사에 대해 가졌던 환상과 이미지는 회귀 후 단 반나절만에 깨져버렸다.
“저 잠깐 방에 좀 갔다올게요.”
내가 방으로 들어오자 쪼르르 따라온 릴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주, 준혁 님 저도 밥 먹고 싶어요.”
“아니 하늘나라에서 굶기기라도 하냐, 왜 이리 먹는 걸 좋아해. 좀 참아 너 모습 드러나면 안 되잖아.”
“헤헤.. 죄송해요. 여기서 겪는 모든 것들이 저한테는 처음이라.”
배시시 웃으며 끼 부리는 게 귀엽긴 하지만 계속 받아주면 버릇이 나빠질 것 같았다.
물론 계속 밥과 간식을 챙겨줄 수는 있다. 하지만 무작정 주기만 하는 건 좋지 않았다.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받아 둬야지.
“흠… 내가 지금 스탯은 무식하게 높지만 딱히 스킬이나 그런 건 없는데 너 혹시 보호 마법이나 결계 같은 거 쓸 줄 아냐.”
“물론이죠. 어지간한 건 다 할 줄 알아요. 저 천사라구요!”
“그렇단 말이지.”
이번 생은 부모님과 함께 할 생각이고 지금 내 능력이면 어떤 위험에서도 지켜드릴 자신이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또 모르는 거다.
내가 항상 곁에 있을 수는 없고 내가 다른 곳에 있을 때 전생처럼 혹시 모를 위험에 빠질 확률도 있으니 이 녀석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았다.
한 접시 가득 음식들을 담아 방으로 들어오자 릴리의 눈은 거기서 떨어질 줄 몰랐다.
“릴리야.”
“쓰읍… 넵!”
“내가 여기서 지내게 해주고 밥이랑 간식도 꼬박 챙겨주는데 너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니?”
“뭐든 시켜만 주세요!”
“뭐 그렇게 힘든 건 아니고 우리 부모님께 보호 마법 좀 걸어주고 우리 집에 결계나 좀 깔아줄 수 있을까?”
“그거야 간단하죠. 당장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집안 청소도 틈틈이 네가 하고.”
“…. 네.”
“뭐… 일단은 이 정도만 하자. 자 이거 먹어라.”
정신없이 밥을 먹는 릴리를 보며 미소를 짓는 내 모습은 조금은 사악해 보였다.
그렇게 좋은 청소부 겸 경호원 겸 알람을 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합격자 발표날이 다가왔다.
***
“어디 보자… 연락이 왔나.”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확인하니 몇 통의 메일이 와 있었고 제일 먼저 수호 고등학교의 메일부터 확인을 했다.
– 축하합니다. 귀하는 수호 고등학교의 5기생으로 합격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
“오? 붙었네.”
사실 약간 걱정했는데 다행히 합격이 되었다.
“그럼 이제 걱정할 건 없겠네.”
나는 고개를 돌려 릴리를 바라보았다.
“혹시 네가 뭐 한 거는 아니지?”
양 볼 가득 과자를 욱여넣고 우물거리던 릴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워나지 암으셔자… .”
“… 삼키고 말해라.”
“제 도움은 원하지 않으셨잖아요. 운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 생각보다 제한이 많아요. 저는 기껏해야 능력치나 살짝 변경시켜 드리는 정도지 불합격할 것을 합격이 되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럼 다른 누군가의 운명이 꼬이니까요”
“뭘 학교 입학하는 것 정도로 운명씩이나. 그럼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건가?”
그때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다음 뉴스입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헌터 학교 특별 입학자 전형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추후에도… . –
“음… 저것 때문인가.”
올해부터 국가에서 운영하는 헌터 학교는 일정 비율을 섞어서 학생들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차별 없는 교육과 최상급과 아래 구간의 교류를 위해서라… 뭐 취지는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집에서도 가깝고 등록금도 저렴한 편이었으니 부모님이 부담도 적게 느끼실 터.
소식을 전해드리자 부모님도 굉장히 기뻐하셨다. 비싼 곳도 괜찮다고 말은 하셨지만 내심 걱정을 하셨을 텐데 다행이었다.
다시 시간이 지나 입학식 날이 되었다.
***
“다녀오겠습니다.”
“정말 엄마가 안 가봐도 되겠어?”
“에이 바쁘신데 괜찮아요. 제가 뭐 상 받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번거롭게 안 오셔도 돼요.”
“그래, 아들 잘 다녀와”
인사를 하고 천천히 걸어서 학교로 가는 길.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이야 내가 학교를 다 가보는구나, 재미있네.”
색다른 기분과 함께 주변 풍경을 살펴보며 걸어가는 중 누군가 계속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내 또래의 유약해 보이는 인상의 학생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잠시 움찔한 녀석은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너도 수호 학교 가는 거야?”
“어 그런데.”
“아 맞구나 나 옆집에 사는 박재민이야 저번에 인사도 했는데.”
“어어… .”
“나도 수호 학교에 합격했어. 가는 길이 같아서 혹시나 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기억이 살짝 난다. 전생에 옆집에 살던 소심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친해지기도 전에 이사를 가야 했고 그 뒤 딱히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그저 그런 헌터로 살아갔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럼 이번 생에 처음 사귀는 친구가 되는 건가.’
친해져서 나쁠 건 없었기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잘 되었네.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을 좀 했는데 앞으로 같이 학교 가면 되겠다.”
“으응.. 그러자. 이름이 준혁이었지?”
“맞아.”
그렇게 재민과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고 어느새 학교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학교 앞에는 고급차들이 줄줄이 서서 학생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걸 본 재민이 감탄을 토했다.
“올해 수호 학교에는 유명한 집안 학생들도 많이 입학한다더니 맞나 봐.”
“그 특별자 전형 때문인가? 근데 여기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굳이 높은 급들은 올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본 재민이 조용히 귓속말을 해왔다.
“원래는 대형 길드의 유망주들은 이곳에 입학은 잘 안 하는 편인데 올해는 꽤 많이 입학을 했다고 기사가 났어. 협회가 뭔가 거래라도 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래?”
어차피 나는 신경 쓸 이유도 없고 신경 쓰이지도 않았기에 대충 대꾸를 해주었다.
그리고 딱 봐도 엄청 비싸 보이는 고급 차량에서 누군가 내리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야야 저, 저기 봐.”
“실화냐? 저 두 명이 여기 입학했다고?”
“소문은 들렸는데.. 사실이었구나.”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사람은 남매로 보이는 남녀였다.
“어라?”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