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46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46
“협회장 님!”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있던 한재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내가 항상 차분하게 행동하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자네는… .”
“드, 드래곤 나이트가 나타났습니다!”
“뭐? 어디냐? 어디에?”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은 잊은 채 다급히 일어선 한재윤이었다.
“그게.. 시내 한복판에 있는 용가리 파라는 폭력 조직에… .”
“응? 게이트나 던전이 아니라… 깡패들 있는데 나타났다고?”
“네.”
“일단 이야기해 봐.”
잠시 후.
“그러니까… 깡패들 있는 곳에 갑자기 나타나서 다 두들겨 팼다?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녀석들을 다 처리하고 자리를 떠났다?”
“네.”
“아니… 왜?”
“그, 글쎄요.”
잠시 멍하니 있던 한재윤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위치 추적은? 근처의 영상에서 잡힌 것은 없나?”
“그.. 건물에서 나오고 바로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 무슨 이런… .”
한재윤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찾아도 안 나타나더니 갑자기 나타나서는 황당한 일을 해버리는군.”
“그리고··· .”
“왜? 또 무슨 일이야.”
“수호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
“왔는데?”
그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귓속말을 건넸다.
“협회장 님과 따로 독대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는 말 안 하고?”
“그건 협회장 님을 만나고 직접 이야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흐음··· 무슨 일이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잠시 고만하던 한재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연락을 하지. 자네는 이번 사건 좀 더 알아보고.”
“네.”
***
“흠.. 그러니까 내 힘을 좀 빌리고 싶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박현우가 나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던전 하나를 공략할 때 내가 몰래 합류해서 길드 마스터 강호영과 그를 따르는 무리를 처리해달라는 것.
“당신을 따르는 세력을 이끌고 직접 나서도 되지 않나요?”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길드에서 가장 강한 건 맞지만 강호영과 그 무리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거기다 제가 병력을 모아서 간다면 그들도 의심을 할 수도 있고요.”
“뭐··· 일리는 있는 말인데.”
“거기다···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하면 피해가 많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이겨도 뒤를 장담할 수가 없게 되겠죠.”
“상처뿐인 영광이라··· .”
사실 지금 상황이 좀 이해가 되지 않기는 했다.
전생에 천룡 길드는 큰 문제 없이 유지되었고 길드 마스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었다.
박현우 역시 천룡 길드에서 계속 활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니 분명 무엇인가 원인이 있었다.
‘다크 헌터랑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거밖에 없긴 하지.’
특이점은 나뿐이었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악마들과 다크 헌터의 활동이 이렇게 가속화 되지는 않았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나는 떨떠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는 거 알죠?”
물론 악마들과 관계가 있는 이상 처리는 해야만 한다.
하지만.
‘공짜로 해줄 필요는 없지.’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혹시 원하시는 거라도?”
“이 정도면 길드를 휘어잡는 것은 문제없겠죠?”
“중립인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내가 전해 준 자료들에는 용가리 파를 비롯해서 많은 불법적인 커넥션들에 대한 증거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일이 성공하면··· 길드 지분과 함께 길드를 이용할 권리도 좀 줬으면 하는데요.”
“지분이야 그렇다 치고··· 길드를 이용할 권리라면?”
“제가 원할 때 길드 소속 던전도 좀 쓰고 장비도 좀 빌리고 길드원들도 좀 이용하고요.”
박현우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굳이 저희 길드의 힘이 없으셔도 강하지 않으십니까.”
“원래 부하··· 동료는 많으면 좋죠.”
5대 길드 중 하나를 휘어잡으면 다크 헌터 놈들을 소탕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듯했다.
“알겠습니다. 다른 필요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음··· 길드를 장악하면 용가리 파와 길드 마스터가 한 나쁜 짓에 당한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세요.”
“그건 당연합니다. 약한 이들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착취하다니··· 제대로 돌려놔야죠.”
“그 정도면 충분해요. 뭐 혹시 나중에 더 필요하면 그때 가서 이야기해보면 되겠죠.”
박현우 입장에서는 분명 괜찮은 조건이었다.
길드 지분이 조금 걸리지만 어차피 드래곤 나이트의 조력이 없다면 길드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길드 이용권도 자신이 길드 마스터가 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고.
“좋습니다. 원하시는 조건 다 받아들이죠.”
그의 말에 나는 씨익 미소 지었다.
“결정이 시원시원해서 좋네요.”
박현우와 천룡 길드라면 꽤 좋은 카드가 될 것 같았다.
“저기 그런데 실례가 아니라면··· .”
내 눈치를 보던 박현우가 입을 열었다.
“말씀해보세요.”
“정말.. 헌터가 맞으신지? 소속된 곳은 있으십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 맞나요?”
사실 내 정체는 모두가 궁금해하면서도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니 그의 반응도 이해가 갔다.
“그다지 밝히고 싶지는 않네요. 한국 사람이 맞다는 것만 알려드리죠.”
“아, 알겠습니다.”
나는 지붕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이 구멍은 어떻게··· .”
처음에는 그냥 생각 없이 뚫고 들어왔는데 이야기가 잘 풀리다 보니 좀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뭐 제가 스킬 훈련하다 실수로 날려먹었다고 하죠. 누가 제대로 본 것도 아니니까요.”
“쿨하셔서 좋네요. 그럼 계획이 정해지시면 그때 다시 만날까요?”
그러자 박현우가 무엇인가를 건넸다.
“이건 뭐죠?”
“오직 저하고만 연결된 연락용 휴대폰입니다. 이걸 통해 연락을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 가져가세요.”
“흠··· .”
“절대 이상한 수작 같은 것은 부리지 않습니다. 감히 누구한테 그러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만날 때는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되도록 준비 잘 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박현우와의 첫 만남이 끝이 났다.
***
내가 천룡 길드에서 박현우를 만나고 있던 시각.
인터넷과 언론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 시내에 드래곤 나이트 떴다는데? –
ㄴ 리얼? 어디에?
ㄴ 용가리 파라는 깡패 조직이 있는데 박살 났다고 함.
– 근데 헌터가 막 일반인 그렇게 공격해도 되나? –
ㄴ 일반인은 무슨.. 선량한 사람 괴롭히고 등 처먹는 그런 놈들은 박살 나야 정상이지.
ㄴ 피해자도 엄청 많다고 하더구만.
ㄴ 헌터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ㄴ 미래에서 타임머신 타고 왔다고 하더라.
– 근데 몬스터는 안 잡고 갑자기 튀어나와 깡패를 잡지? –
ㄴ 그러게 강한 놈만 잡는 사람 아니었어?
ㄴ 어쨌든 저번에도 그렇게 좋은 일만 하니까 상관없지 않나.
인터넷에서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들이 주를 이루었고
언론에서는 자극적이거나 찌라시성 글들로 어그로만 끌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만남을 가지고 있던 한재윤과 최종원의 귀에도 그 반응들은 시시각각 들어오고 있었다.
“자네도 참 고생이 많겠어.”
한재윤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언론이 저렇게 난리 치는 게 한두 번도 아니니 그러려니 합니다.”
헌터 협회장 이전에 최종원의 후배기도 했던 한재윤이었기에 사석에서는 편하게 서로를 대하는 편이었다.
“대체 누굴까 저 친구는.”
“글쎄요… 저도 좀 알고 싶습니다.”
그들이 찾는 이가 자신이 담당하는 학교의 학생이고 자신의 아들, 딸의 친구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두 사람이었다.
“우리가 회유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데 말이죠.”
헌터 협회는 인재가 많이 필요했고 드래곤 나이트의 존재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물론 정체를 안다고 해도··· 그가 우리와 함께 할지는 장담 못 하지만.’
한숨만 나오는 한재윤이었다.
“그래도 우리 학교 외에 다른 학교에서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자라고 있고 협회로 가는 비율도 많으니 너무 걱정 말게나.”
“감사합니다. 이 이야기는 넘겨두고 일단 다크 헌터들 이야기부터 해보죠.”
“그게 좋겠구만.”
최종원은 지금까지 조사한 정보들을 한재윤에게 넘겼다.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으음… 조금 이상하기는 하군요.”
“무엇이 말인가?”
“다크 헌터들은··· 분명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놈들입니다. 아직 그 정체나 규모가 다 밝혀진 것은 아니나 이렇게 급하게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수호 학교를 굳이 노릴 이유가 없기는 하지.”
한재윤은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
“그리고.. 희생자가 거의 없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건 나도 의문이네. 김석훈 연구원이 당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 이번 습격에서 희생자가 전무하다니 참 이상한 일이야.”
“녀석들이 사람 목숨 우습게 알고 불법적인 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놈들이란 걸 생각해보면 그때 던전 안에 있던 교관과 학생들은 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 .”
최종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편지를 보낸 존재가 처리했다고 했네. 의문의 침입자와 배신자 박호열까지도.”
“대체 그가 누구일까요?”
“모르겠네··· 뭐 하나 단서를 찾을 수 없어. 마치 드래곤 나이트와 비슷··· .”
“설마··· 그가 나선 것일까요?”
최정원은 턱을 쓰다듬었다.
“음··· 드래곤 나이트의 정체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군.”
“제 딸아이도 그 당시 던전 안에 있었는데··· 정말 천운이 따라줬습니다.”
“잘못했으면 내가 자네에게 면목이 없을 뻔했어.”
“다른 학생들도 똑같이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니 특별히 대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호한 표정로 말하는 한재윤을 보며 최종원이 미소 지었다.
“암 당연하지. 다들 똑같이 소중한 아이들이지.”
“그나저나 대책은 어떻게 세울 생각이십니까.”
“일단 교관들 전원 신분 확인을 철저하게 다시 했고 학교 내에 감지 장비와 결계 스킬을 응용한 감시망을 보다 발전시켰네. 추후에도 꾸준히 점검을 할 것이고 말이야.”
“저희 협회 측에서도 다크 헌터 전담팀을 꾸려서 꼬리를 잡아보겠습니다.”
다크 헌터들이 빠르게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들을 견제하는 움직임 역시 더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주인님.”
“왜?”
“케이로스의 부하들이 차원 문이 준비되어 지금 넘어오겠다고 합니다. 좌표를 알려달라고 하는데요?”
“오, 경험치들이 오는 건가?”
“베르탄스보다는 못하지만 여럿이 넘어오니 경험치는 더 얻으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럼··· 일단 장소를 옮기자.”
보통은 내 주변에서 이레귤러 게이트가 열리지만 좌표를 지정할 수 있다면 인적이 드문 곳이 좋았다.
우리는 시내 외곽의 폐건물에 도착했다.
“이제 불러.”
“네, 준비하겠습니다.”
갈릭은 바닥에 괴상한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완성된 문양에 마력을 불어넣자 잠시 후 빛이 나며 검은색의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게이트에서 십여 명의 악마들이 차례로 튀어나왔다.
“으흠··· 여기가 지구란 곳이군.”
“곧 우리가 지배하게 될 장소다.”
“긴장해라. 우리는 베르탄스를 잡은 놈을 상대하러 가야 한다.”
“그래봤자 우리 중 셋만 나서면 무난히 잡을 수 있는 도마뱀이라던데?”
갈릭은 의도적으로 내 힘을 줄여서 보고 했기에 악마들은 자신들로 충분히 사냥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었다.
“다들 왔나?”
“오, 갈리오스. 수고가 많았다. 일이 끝나면 후작님께서 크게 보상하실 것이다.”
“그 보상은 필요 없을 것 같군.”
“뭐라? 그게 무슨··· 저놈은 누구냐?”
악마들의 눈에 괴상한 드래곤 가면을 쓴 인물이 들어왔다.
“어서와 지구는 처음이지?”
“?”
“순순히 경험치를 내놓고 사라지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화아악
눈부신 빛무리가 악마들을 향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