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48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48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임예린이었다.
물론 그녀가 들어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녀도 학생이었고 선배였으니 동아리 홍보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문제는···
“저건… 무슨 동아리야?”
학교에는 다양한 동아리들이 존재하니 특이한 동아리가 있다고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안녕하세요. 저는 동아리 정령 친구의 부장인 임예린입니다. 정령 친구는 정령들에 관련된 공부와 연구를 하며 서로 정보도 공유하는 동아리입니다.”
그녀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분야의 동아리였다.
검을 열심히 연마하던 그녀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여러분들은 정령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저게 무슨 말일까.
도를 아십니까도 아니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멘트였다.
‘정령이라는 것이… 있었나?’
‘내 기억도 그래.’
전생에는 정령이라는 존재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미지의 존재였다. 세상이 게임처럼 변했지만 정령이라는 존재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녀의 등장에 주목한 사람은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놀란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 몰려들었다.
“인기 많네.”
확실히 그녀의 외모는 여러 사람의 호감을 이끌만했으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준혁이 너도 남자구나?”
내가 임예린을 쳐다보고 있자 우혁이 다가왔다.
“응? 뭔 소리냐.”
우혁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저 선배 유명하잖아. 수호 5대 미녀 중 하나고.”
“촌스럽게 그게 뭐냐, 그런 것도 있어?”
“그런 것치고는 아까부터 눈을 떼지 못하던데?”
“그냥 신기해서 그랬지.”
“뭐가?”
“그런 게 있다.”
그때 한유나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이구.. 그렇게 좋냐? 남자들이란.”
“에이 당연히 유나도 예쁘지.”
우혁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부를 했다.
“엎드려 절 받기는 됐거든?”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던 유나가 물었다.
“그래서 너도 예린 선배 때문에 저기 들어가려고? 경쟁률이 셀 거 같은데.”
“딱히 관심 없어. 정령이라길래 좀 흥미가 끌리긴 했지만 번잡한 건 싫거든.”
내 말에 유나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정령에 관심 있어?”
“관심이라기보단… 진짜 존재하는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분야잖아.”
“뭐.. 그렇긴 하지. 헌터 중에도 정령술사라는 존재는 아직 없고.”
그때 학생들에게 홍보 자료를 나누어주던 임예린과 눈이 마주쳤다.
“어?”
“예린아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 반으로 가자.”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지만 곧 모르는 척 자리를 벗어났다.
‘센스 있네.’
레오 때문에 일어났던 일은 알려져 봐야 좋을 것이 없었고 괜히 아는 척하면 곤란할 뻔했는데 임예린이 눈치껏 넘어간 듯했다.
그 뒤로도 많은 사람들이 홍보를 하고 갔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흠.. 끌리는 데가 없네.”
“아니 그러니까 나랑 같이 건신회에 들어가자니까?”
“건신회는 또 뭐냐.”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모임. 건신회야.”
아까 그 근육남들의 동아리인 듯했다.
“… 너나 열심히 해라.”
그때 누군가로부터 메세지가 도착했다.
“음?”
“왜 누군데?”
“아무것도 아냐. 나 잠깐 화장실 좀.”
나는 교실을 나와 쉼터로 걸음을 옮겼고 그곳에는 임예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제 연락처는 어떻게 아시고?”
“교관님한테 부탁해서 알아냈어요. 동아리 관련해서 전달할 게 있다고 하니 알려주시더라구요.”
“그런데 절 왜 보자고 하신 거죠?”
잠시 머뭇거리던 임예린이 말했다.
“혹시 별일은 없었나요?”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아.. 다행… 길드에서 혹시 무슨 짓을 하지 않았을까 걱정했어요.”
무슨 짓을 하기는 했지만 굳이 알려줘서 좋을 일은 없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선배야말로 괜찮아요? 라이온 길드가 망했던데.”
임예린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아.. 길드 수뇌부들이 사고를 당하고 길드는 사실상 해체되었어요.”
“그럼 새로 갈 곳은 정하셨어요?”
“일단은… 협회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그건 다행이네요. 어찌 보면 전 길드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요.”
협회는 인재를 필요로 했고 그녀는 충분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유망주였으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응.. 그래.. 그렇죠.”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라이온 길드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잡혀있었던 건가요?”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치료를 하려면 길드의 도움이 필요해서… .”
“음… 그랬군요. 어머니 치료는 문제없나요?”
“협회에서도 도움을 주기로 했으니 괜찮으실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앞으로 그녀의 운명은 확실하게 달라질 확률이 높았다.
‘라이온 길드가 사라졌고 협회로 들어갔으니 일찍 죽을 일은 없겠지.’
미처 피우지 못했던 잠재력을 만개하며 좋은 헌터가 될 것 같았다.
딱히 이야기할 것이 없어서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고 나는 급히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냈다.
“그런데… 정령 친구는 또 뭔가요? 전에 봤을 때는 검을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았는데 의외네요.”
내 말에 그녀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후배님도… 황당하죠?”
“아니.. 뭐 황당하다기보다는 보통 정령이라는 존재는 없으니까요.”
– 없기는 뭐가 없어! 이 띨빵하게 생긴 놈도 글렀어! –
“네?”
“그런 말 하면 못 써. 아니… 보통은 그렇죠.”
“저기 방금… 뭐라고?”
“네? 뭐가요?”
– 띨빵하게 생긴 놈이 귀도 안 좋네. –
“띨빵하다니 너무 하신데… .”
“그런 말 하지 말라니… 잠깐 지금 뭐라고?”
“저보고 띨빵하다고… .”
임예린이 얼굴이 순간 멍해졌다.
“지, 지금 실리의 목소리가 들리세요?”
“실리는 누구죠?”
“저와 계약을 한 정령이에요!”
“농담이시죠?”
– 뭐야 뭐야? 지금 저 띨빵이가 내 목소리를 들은 거야? _
“띨빵이라고 하지 마라.”
“세상에… .”
임예린이 당황하며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으로 바람의 기운이 뭉치더니 곧 자그마한 형체가 나타났다.
“이 아이가 보이세요?”
“네.. 보이기는 하는데.”
그녀의 손 위에는 작은 인형 크기의 꼬마 아이가 앉아있었다.
– 뭐야 내가 보이는 거야, 인간? –
녹색의 원피스를 입은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의 정령은 그 자리에서 빙그레 돌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움을 뽐내는 녀석이었다.
“귀엽기는 하네.”
– 정말로 실리가 보여? –
“세상에.. 정말로 실리가 보이세요?”
“보인다니까.. 아니 보여요.”
예린이 감격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왔다.
“그동안 저 혼자만 속앓이만 했는데 이렇게 정령을 보는 사람을 만나다니.. 너무 기뻐요.”
“그, 그렇게 기쁜 일인가요.”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아서 혼자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럼… 평소에도 정령이랑 자주 대화를 하셨나요?”
“실리가 심심하다고 항상 시끄럽게 굴어서… .”
– 그렇게 이야기하면 실리는 섭섭해. –
그제야 그녀의 묘한 말버릇이 이해가 되었다.
정령과 친구처럼 반말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반말이 곧잘 나왔던 것.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던 예린이 말했다.
“정령 친구에 들어오시면 안 될까요?”
“그게… 지금 당장은 뭐라 결정하기가 그런데요.”
“부탁드려요, 부원도 몇 명 없지만… 정령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 나눌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 그래, 띨빵아. 들어와서 우리랑 놀자. –
“이걸 어쩌나… .”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에 잠겼다.
***
천룡 길드의 마스터 강호영은 기분 좋게 길드로 복귀를 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 용가리 파 놈들이 다 털렸다고?”
은밀히 준비할 것이 있어 며칠간 해외에 다녀왔던 강호영에게 용가리 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네.. 그냥 싹 다 털렸습니다. 수뇌부들은 죽었고 계약을 하지 않은 아래 녀석들은 전부 잡혀들어갔습니다.”
난데없는 소식에 강호영은 놀람보다 황당함을 더 느꼈다.
“그러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돌아오기 전 보고서로 어느 정도 설명은 들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드래곤 나이트가 갑자기 나타나서 용가리 파를… .”
일단 그게 제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드래곤 나이트가 왜? 아니, 나쁜 놈들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활약했다고 치더라도 급도 안 맞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니 그놈이 용가리 파의 위치는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아는 게 뭐야 대체!”
“죄송합니다.”
“하.. 꼬인다 꼬여.”
강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계에서 내려온 임무를 수행하느라 자잘한 일은 용가리 파에게 꽤나 많이 넘기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용가리 파가 싹 털릴 줄이야.
“멍청한 놈들.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그놈이 달려들어.”
폭력 조직을 통해 암시장을 비롯한 불법적인 라인을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었다. 이제 제법 안정화가 되려는 찰나에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혹시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잠시 고민하던 강호영이 말했다.
“아직은.. 확신 할 수 없다, 아니 우연일 확률이 높아. 놈이 베르탄스를 처치한 것은 우리에게 고마운 일이지만··· 만약 우리 일도 방해를 한다면 어떻게든 손을 써야겠지.”
“그래도 준비 중인 것들에 영향은 없어 다행입니다.”
“그렇지, 우리랑… 연관될 만한 것들은 어떻게 했나?”
“네, 철저하게 꼬리를 잘랐습니다. 협회에서 눈에 불을 켜고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밝히지 못 한 걸로 압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그때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박현우가 찾아왔습니다.”
강호영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놈이 갑자기 왜? 뭔가 눈치라도 챈 건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일단… 들여보네.”
잠시 후 박현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박 팀장 어서 오게나.”
“해외 업무는 잘 마무리하고 오셨습니까?”
“뭐.. 그냥저냥 가능한 선에서 잘 끝내고 왔지. 그런데 갑자기 날 보자고 한 이유는?”
“이제 곧 던전 공략집 작성할 시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그걸 잊고 있었네. 업무가 많다 보니.”
박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흥, 뒤로 더러운 짓들을 하느라 그랬겠지.’
물론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일단.. 명단은 대충 작성했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줘 봐.”
박현우가 건넨 명단을 확인한 강호영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굳이 이렇게 많이 갈 필요가 있나?”
“공략집이 작성되지 않은 던전 중 가장 높은 등급이라 최대한 확실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배정을 했습니다.”
사실 많이 가는 것은 상관없었다.
문제는 투입되는 인원 대부분이 자신의 라인들이었던 것.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지로 참으며 강호영이 차분히 말했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다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그렇다면… 핵심 간부들 위주로 들어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간부들? 아니.. 자네랑 몇 명이면 되지 나 포함해서 다른 팀장들까지 다 들어간다고?”
“만에 하나를 위해서입니다.”
박현우는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안 넘어오면 어쩌지.’
만약 그렇게 되면 새롭게 계획을 짜야 했으니까.
“귀찮게시리··· 알았어. 일단 이대로 진행해.”
“네, 그럼 일정을 잡고 다시 한번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뒤돌아선 박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세력.. 이번에 확실하게 처리해주지.’
그리고 강호영 역시 박현우를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자식..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슬슬 정리를 해야 하나.’
그렇게 서로가 다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품고 던전 공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