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64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64
경매장은 묘한 열기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사회자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그곳에서 정말 운이 좋게도 소환을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장내가 더욱더 소란스러워졌다.
“오··· 그곳이라니 처음 아닌가?”
“확실히 직접 소환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맞네.”
“더욱 탐이 나는 물건이군.”
모두가 웅성거리며 무대 위의 도플갱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회자인 악마 가면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멍청한 것들, 모두가 여왕님과 후작님의 제물이 될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하다니.’
사회자의 정체는 여왕 앨리스의 심복인 악마 후작 베이가의 부하 제로스였다.
기본적으로 차원 문이 아니면 악마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올 수 없지만 계약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이 장소에 모인 수십의 사람들은 각자 악마와 계약을 한 인간들이었다. 계약을 통해 힘을 얻지만 동시에 영혼을 대가로 주는 것.
앨리스의 부하들은 교묘하게 계약을 속였고 나중에는 인간들의 몸을 빼앗아 다른 차원으로 넘어오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아직 후작 이상의 고위 존재와 계약을 할 수준의 인간은 없지만.’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었다.
영혼석을 모으고 이렇게 함정에 빠져든 인간들이 많아지면 이 차원에 또 다른 마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 앨리스 님 휘하의 병력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여기로 넘어올 수 있게 되지.’
제로스는 다른 대마왕들을 비웃었다.
‘무식하게 힘으로만 공략을 하려고 하니 시간이 걸리는 거야.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무너뜨리면 피해도 없고 알아서 스스로 무너질 것을.’
그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당한 케이로스를 떠올렸다.
‘하지만 케이로스급의 악마가 패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정도 힘을 가진 존재라면 자신들의 일에 걸림돌이 될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저 도플갱어만 잘 이용한다면 문제는 없겠지.’
제로스가 슬쩍 도플갱어를 쳐다보며 몸을 떨었다.
‘저놈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안다면 절대 저렇게 반응 못 하지.’
경매장의 모두가 탐욕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녀석은 보통의 도플갱어가 아니었다.
원래는 대마왕 디아블로의 아래에 사육되고 있던 녀석이었는데 케이로스가 당한 것이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 건지 그렇게 빌려달라 요청을 해도 거부하던 디아블로가 앨리스에게 대여를 해주었고 즉각 소환을 해 이쪽 차원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어떤 조건이 오고 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디아블로 쪽이 도움이 되었군.’
저 도플갱어가 무서운 이유는 자신이 변했던 존재들의 마법이나 특기를 저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보통 다른 존재로 변하면 그전의 능력은 다 사라지는데 저 녀석만은 달랐다.
‘그러니 그 포악한 대마왕이 데리고 있었던 거겠지.’
녀석이 보유한 스킬 중 하나는 이 차원에 또 다른 마계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때 도플갱어가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저 녀석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리고 빛을 뿜어내며 변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
도플갱어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으로 다양한 삶을 살았다.
어떤 때는 지옥의 악마로, 어떤 때는 던전의 괴물로, 또 어떤 경우에는 사람이 되었다. 남자, 여자, 노인, 아이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의 모습을 훔쳤다.
그리고 그때마다 결말은 누군가를 죽이는 것, 무엇인가를 파괴하는 것, 다른 것을 빼앗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잡아 온 존재는 너무나 강력한 존재였기에 모습도 힘도 복제할 수 없었고 반항 역시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다른 존재에게 넘겨졌지만 그 존재 역시 차원이 다르기는 마찬가지. 또 한 번 명령에 따라야만 했다.
새로운 세상으로 왔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원래 주인들처럼 강한 존재는 없었지만 자신은 누군가의 모습을 빌리지 못하면 약한 존재였고 자신의 주변을 감시하는 존재들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가면 속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힘과 존재감이 느껴지는 존재. 자신의 전 주인들에는 미치지 못하나 그 부하들을 넘어서는 힘.
그의 옆에 있는 존재도 꽤 강해 보였으나 비교가 되지 않았다.
도플갱어는 고유 스킬 영혼의 계약자를 사용했다.
영혼의 계약자.
도플갱어가 살아생전 딱 세 번 사용 가능하며 대상자의 힘과 능력을 대가 없이 빌려오는 스킬.
원래라면 저 정도 존재를 복제하는 것은 힘들었겠지만 영혼의 계약자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마저도 격의 차이로 완벽하게 복제를 하지 못하고 40프로 정도가 전부였으나
“이 정도면 가능해.”
도플갱어는 만족했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영역 선포.”
도플갱어의 주변으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
“뭐.. 뭐야 이거?”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어.”
“벽 같은 게 가로막고 있잖아 어이 사회자 이거 뭐냐고!”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모두 저 녀석을 막아!”
제로스는 부하들을 도플갱어에게 보냈다.
하지만.
“크악!”
“으아악!”
부하들과 경비 헌터들은 사방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이.. 이게 무슨.”
온전히 복제를 못하고 절반 수준이었지만 3천에 가까운 스탯을 지니게 된 도플갱어를 제압할 수 있는 존재는 지금 이 안에는 없었다.
도플갱어는 주변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내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것은 녀석을 이 차원으로 데려온 이유가 되는 스킬이었다.
“아.. 안 돼!”
곧 경매장은 도플갱어가 지배하는 영역이 되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살려줘!”
“제길 경매장 측은 뭐 하는 거.. 끄악!”
몬스터들은 경매장 내의 인간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몇몇 인물들은 몬스터를 처치하며 나름의 저항을 했지만 물량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제,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제 이곳은 도플갱어의 영역이다.
다른 존재들은 모두 힘이 약화되며 도플갱어는 마음껏 몬스터를 소환해 공격을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수로 힘을 얻은 거야.”
제로스 역시 힘이 강한 악마는 아니었기에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계속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저것들은··· 뭐야.”
그곳에는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도 태연하게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 두 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
“흠··· 이거 또 귀찮은 일에 휘말려 버린 것 같은데요?”
레이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조금 기분 나쁜 결계네요.”
“갈릭이 말했던 마계의 기운이라는 게 이걸 말한 것 같네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청소를 좀 해 둬야겠네요. 레이나는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요.”
“저 드래곤이에요. 이 정도 질 낮은 몬스터들에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붙은 레이나였다.
“그나저나 이거··· 케이로스가 사용한 지옥 결계와 비슷한 계열인가.”
내가 천천히 앞으로 나서자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를 맞이했다.
보통 헌터들이라면 그 규모와 압박감에 제대로 서있기도 어려웠겠지만 나는 평온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훠이 저리 가라.”
나는 바로 앞에 있는 트롤의 머리를 발로 차 터트려 버리고 동시에 지크를 휘둘러 뒤에서 공격해오는 데스 나이트를 반쪽 내었다.
데스 나이트를 반쪽 내며 지크가 뿜어낸 충격파에 그 뒤의 몬스터들도 휩쓸려 날아갔고
콰아앙
왼 주먹으로는 저 멀리서 마법을 쓰는 가고일에게 마력탄을 날려 박살 냈다.
‘강해. 확실히 잘 싸운다.”
뒤에서 지켜보는 레이나가 감탄을 토했다.
실제 싸우는 것을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고 드래곤들의 싸움 방식과 다르기도 했지만 확실히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타나는 가장 약한 몬스터인 오크도 한 방 가장 강한 편인 데스 나이트들도 한 방 공평하게 한 방에 대가리를 깨버리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보이는 것은 검은 대지와 검은빛을 뿜으며 몬스터를 토해내던 게이트뿐.
“그런데 여기 나오는 놈들은 전부 마계의 몬스터들 같죠?”
처음 보는 종류도 있었고 아는 몬스터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기묘한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더 강해진 상태였다.
생각에 잠겨있던 레이나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저 도플갱어의 능력 같아요. 사실 저도 도플갱어는 처음 봐요. 그만큼 희귀한 존재죠 어찌 보면 드래곤보다 더.”
“그런데 도플갱어라는 마물.. 위험하지 않나요. 제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힘을 복제하는 거라면 꽤 까다로운데.”
레이나가 고개를 저었다.
“위험하지만 그건 평범한 존재들에게나 그렇죠. 어느 정도 이상의 강한 존재들에게 도플갱어는 어려운 상대가 아니에요.”
저 도플갱어가 특별한 종이라는 것을 모르는 레이나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저 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변했는데.. 날 복제한 건가요?”
“아마··· 그건 아닐 거예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복제에는 많은 조건과 제한 사항이 있다고 했어요. 사실 아무나 마구 복제가 되면 도플갱어가 최강의 몬스터가 되었겠죠.”
“그건 맞는 말이네요.”
확실히 내 능력을 모두 복사했다면 이런 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 힘으로 때려 부수거나 여차하면 카오스 레퀴엠 한 방이면 끝이니까.
“여기서 나가려면 일단 놈을 잡아야 하겠네요.”
카오스 레퀴엠을 써서 결계를 깨버릴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지상에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저 녀석은 또 뭐지.”
이미 몬스터들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냥당한 상태.
악마 가면을 쓴 채 멍하니 있는 녀석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히.. 히익.”
우리가 다가가자 녀석이 경기를 일으켰다.
“너… 너 드래곤이구나. 그래, 네놈들이 도플갱어를 각성시킨 거야!”
나는 사람이었지만 굳이 오해를 풀어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너 뭔가 아는 게 있나 본데 우리 잠깐 대화 좀 할까?”
나는 고개를 꺾으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도플갱어의 각성에 난리가 나고 있을 때 마계의 대마왕 성에서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크하하! 도플갱어가 넘어간 것은 확실한 거겠지?”
“그렇습니다. 보내주자마자 바로 소환시킨 것 같습니다.”
디아블로가 케이로스의 집사에게 명령한 것은 바로 마계 심층에서 서식하는 도플갱어를 케이로스가 죽은 차원으로 보내게 하는 것이었다.
“앨리스와 그 밑의 녀석들이 기껏 만들어 놓은 기반이 다 박살 나겠군 크하하.”
“도플갱어가.. 그렇게 강합니까?”
“녀석은 보통 도플갱어와 다르다. 케이로스를 처치할 수준의 힘이 있는 놈이 존재하는 차원이라면 빠르건 늦건 녀석을 발견할 것이고 그럼 앨리스의 세력은 박살이 나겠지.”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남도 가질 수 없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디아블로조차 바로 마주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사탄 놈은 거기에 관심이 없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 현재 앨리스 녀석이 만들어 놓은 기반만 부셔두면 결국 내가 넘어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크하하하!”
디아블로는 일그러진 앨리스의 얼굴을 상상하며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