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7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7
한 명의 사람과 한 명의 천사, 그리고 하나의 검이 묘한 침묵에 잠겨있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릴리가 다급히 물었다.
“주, 준혁 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 그러니까 이 녀석 때문인데.”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지크를 흔들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 고철 덩어리가 이렇게 변했고 또 그런 대단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고요?”
릴리의 말에 발끈 한 지크가 소리쳤다.
릴리는 지크의 말을 무시한 채 굉장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 그래, 뭐 문제 있어?”
“딱히 그런 건 아닌데··· .”
녀석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상황을 지켜보던 지크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분명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인지도 애매했다.
지크에게는 간단하게 내가 어떤 상황인지 어느 정도 강해졌는지 설명을 해주긴 했다.
“넌 내가 전생에 어떤 꼴을 겪었는지 알면서 그런 말을 하냐?”
<그거야 그때는 가족 문제도 있었고 고유 스킬 때문에 더 많이 싸워야 했지만 이번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
지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겠지?”
점점 지크의 말에 설득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가··· .”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뭐.’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
저녁 식사 시간.
이번 생에서 나는 어지간해서는 부모님과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고 그렇게 해오고 있었다. 별 의미가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식사 도중 어머니께서 슬쩍 말을 하셨다.
“그런데 요즘 너 군것질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던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네?”
“엄마가 쓰레기 치우다 봤는데 온갖 과자에 탄산음료에 패스트푸드들까지 너무 많이 먹었던데? 아무리 용돈을 올려줬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먹을 줄은 몰랐는데.”
“아.. 그, 그게 어쩌다 보니.”
“물론 한창 성장기니까 이해는 하지만 군것질은 과하면 좋지 않단다 아들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에이 뭐 먹을 수도 있지 그것 가지고 그래 당신은.”
“양을 봤으면 그런 소리 못 해요. 당신이나 나는 전혀 안 먹고 귀신이라도 있지 않는 이상에야 준혁이뿐인데 혼자서 그 많은 걸 먹다니 이해가 안 가.”
“그, 그렇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사실… 저도 거의 안 먹었습니다. 귀신 비슷한 녀석이 먹었죠.’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공중에서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릴리를 보았다.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모습을 감췄다.
저 녀석 혼 좀 나야겠구만.
“그래 매일 정성들여 밥해주는데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엄마가 좀 그렇겠지?”
“적당히 줄일게요. 제가 생각해도 과했던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자 릴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준혁 님 농담이시죠?”
릴리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뭐가?”
“그··· 간식을 줄인다는 거.”
“거짓말 같으냐? 미안하지만 진짜다.”
“흐윽 너무해.”
“이이이!”
그 사이 이 두 녀석은 나름 친해졌는지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아니··· 저걸 친하다고 보긴 그런가.
내 눈치를 살피던 릴리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 그래도 집에 결계도 치고 마법도 매일 걸어드리고 청소도 열심히 하는데··· .”
그 표정을 보니 또 마음이 약해졌다.
“알았다 알었어, 대신 뒤처리는 확실히 해.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고 마법으로 해결하던지.”
내 말에 다시 표정을 풀며 기뻐했다.
“넵! 꼭 그렇게 할게요.”
***
“으갸갹.”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하암··· 주말인데 뭐 하지.”
마침 입학식이 금요일이었고 그 덕에 바로 주말이 되어버렸다.
부모님은 등산 모임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가셨기에 집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흐음··· .”
딱히 할 게 없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라도 가자니 아직 재민이 말고는 친한 친구도 없었고 그 재민마저 주말에 일이 있다고 했었다.
지크의 말에 살짝 흥미가 끌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생에 제대로 전투를 해본 적이 없네.”
조용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단 내 지금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해두는 것도 중요했다.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결국 싸우고 싶어서 어제 그렇게 열심히 설득한 거냐.”
“그래 실험해 볼 것도 있으니 한 번 가볼까.”
처음에는 게이트와 던전은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회귀하고 두 달 가까이가 지나니 살짝 그립기도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15년 가까이를 게이트와 던전에서 굴렀는데 다른 특기나 취미가 있을 리가 없었으니.
문제는 어지간한 게이트나 던전은 국가와 길드들이 관리하며 아직 정식 헌터가 아닌 지망생 신분의 내 입장에서는 아무리 낮은 등급이라도 함부로 출입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갓 생성되는 게이트와 던전을 노릴 수도 없었다.
게이트는 보통 등장하기 전 대략 반나절 전부터 징후가 포착된다. 주변의 마력 파장이 불안정해지고 기상 상태도 악화되며 누가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에 알아보기 수월했다.
“문제는 그러면 바로 알아차리고 몰려든다는 거지.”
협회나 길드가 서로 차지하려 눈치싸움을 할 그곳에서 몰래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오기도 어려울 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러면··· 어디 이레귤러 게이트나 찾아다녀야 하나.”
특별한 징후나 신호 없이 바로 등장하는 이레귤러 게이트는 비교적 급이 낮은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사람이 적은 외진 장소에 등장하는 확률이 높았다.
“에이 근데 어디서 나올 줄 알고 돌아다녀.”
내 말을 듣고 있던 릴리가 슬쩍 말을 했다.
“그거..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네가? 어떻게?”
“이래 봬도 천사라구요. 차원문이 열릴 징후는 바로바로 파악이 가능해요.”
“차원문?”
“흡.. 아.. 아니 게이트요.”
뭔가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녀석이 바로 말을 이어갔기에 물을 타이밍을 놓쳤다.
“제가 도와드리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레귤러 게이트는 공략이 완료되면 바로 사라지기에 뒤처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면 어디 한 번 나가볼까.”
그러자 릴리가 뭔가를 원하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왜 또?”
“주말이고 하니.. 이따가 치킨 좀 시켜주세요.”
먹보 천사는 여전했다.
“오냐 네가 게이트 잘 찾아내면 2마리 사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게이트 탐지기를 득템했다.
***
주말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날씨 조오타.”
하늘은 색칠을 한 듯 푸르고 초봄이라 약간 싸늘했지만 따뜻함도 느껴졌다.
릴리가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의 뒤에 있는 작은 산이었다.
“여기야?”
“으음··· 조금만 더 올라가죠.”
산의 초입을 지나 중턱에 다다른 내 눈에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저건가?”
그곳에는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법한 작은 그러나 매우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네 맞아요. 제 말이 맞죠?”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등산로가 따로 없는 산이라 주말임에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구만.”
그래도 혹시 몰라 감각을 집중해봤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 볼까.”
딱히 두렵거나 하진 않았다. 전생에도 제일 강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졌는데 겁이 날 리가.
나는 게이트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그 순간 게이트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녀석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곳인가? 첫 시작이 될 곳은.”
“백작님께서 정찰만 하라고 하셨다. 다른 쪽에서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 괜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마.”
“후후 물론이지. 하지만 우리를 목격한 놈들은 죽여야 하지 않겠어?”
녀석들의 시선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
“저놈들은··· 뭐지?”
사람 같기는 한데 또 괴물 같기도 하다. 거기다 어째서인지 말까지 통한다.
‘하긴.. 릴리도 내가 보지 못 한 존재이긴 하지.’
이상한 점은 녀석들이 바로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세상이 대격변을 맞이한 것은 지금을 기준으로 30년 전이었다.
사람들 중 일부가 각성을 했고 게임이나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상태창과 스탯, 스킬을 가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던전과 게이트라는 정체불명의 현상이 일어나며 몬스터와 괴수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포함해도 내 눈앞의 존재들 같은 녀석들은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이렇게 바로 튀어나오는 경우도 한 번도 없었다.
게이트나 던전은 일정 시간이 지나지 않는 이상 밖으로 몬스터들을 내보내지 않는다.
이것은 법칙이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그때.
콰앙!
굉음을 내며 거대한 무엇인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2미터가 넘는 큰 덩치에 온 몸이 근육질이며 머리에는 거대한 뿔이 달려 있었다.
“이 차원에 살고 있는 생명체 같은데 운이 없구나. 우리 눈에 띈 것이 잘못이다.”
녀석은 말을 할 때마다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샐러맨더 같은 놈인가… .’
나는 녀석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들 뭐냐? 어째서 바로 나올 수 있던 거지?”
“흐음··· 나를 보고 겁먹지 않다니 네 녀석도 전사인가?”
“글쎄다?”
“후후 내 이름은 베이커다. 네 이름은?”
“에이 뭘 번거롭게 자기소개까지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
“건방진 인간,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빌면 곱게 죽여주지 크카칵.”
“아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그리고 어차피 죽인다면서 뭔 말이 많냐.”
녀석은 순간 얼굴을 찌푸렸지만 곧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구나. 크크 하긴 곧 죽을 놈에게는 필요 없는 일이지. 죽어라!”
불꽃을 잔뜩 머금어 환하게 빛나는 주먹이 대기를 가르며 날아와서···
덥석!
잡혔다.
“응?”
사람 머리통만 한 주먹이 작은 손바닥에 붙잡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 이이익.”
베이커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이를 악물고 주먹을 빼려고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놈 무슨 수작이냐!”
이어서 왼쪽 주먹까지 날려보지만 그 역시 붙잡혔다.
“끄으으으!”
“흠.. 이 정도인가. 스킬 같은 건 딱히 필요도 없겠네.”
나는 녀석을 빙빙 돌리면서 집어던졌다
콰쾅
“크아악! 뭐, 뭐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녀석의 뒤로 이동한 뒤 말했다.
“누가 기회를 걷어찬 건지는… .”
“제길 뭐하고 있어? 다들 공격해!”
녀석의 비명과 함께 나머지 놈들도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맞아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