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72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72
“이, 이 새끼가!”
얼굴이 시뻘게진 이고르가 몸을 일으켰다.
“그래, 좀 하는 놈인가 본데 제대로 놀아보자!”
“뭐야? 몸의 대화를 좋아하는 쪽이냐? 난 그쪽이 아니라 사양할게.”
“닥쳐!”
이고르의 몸에서 차가운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쩌저정
여러 줄기의 얼음 창이 대지를 가르며 날아왔고 사방으로 흩어지다 폭발했다.
퍼어엉
“이거나 먹어라, 가짜야!”
이고르는 동시에 푸른색으로 빛나는 창을 찔러왔다.
그에 맞춰 나 역시 검을 휘둘렀다.
콰앙!
“가짜 아니라니까.”
충격파에 땅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주변의 벽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제기랄!”
이고르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자신은 몇 걸음이나 밀려나고 가볍게 상처도 입었는데 상대는 멀쩡해 보였으니까.
힐끔 뒤를 살핀 이고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저 새끼 앞에서 무슨 망신이야.’
카일 제임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고르의 생각과 달리 카일 역시 굉장히 놀란 상태였다.
‘저 녀석··· 진짜 괴물이군.’
잠깐이지만 방금 움직임을 놓쳤다.
단순히 영상으로 봤을 때와 실제로 마주쳤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심지어 저것도 전력을 다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저 멍청이는 눈치를 못 챈 듯하지만.’
그리고 그 대가로 이고르는 계속 더 맞아야 했다.
“와! 얼음이라 그런가 시원하다.”
“제길 날 무시하지 마라!”
계속되는 공격에 연신 뒤로 물러나던 그가 한순간 몸을 돌리며 창을 휘둘렀다.
콰앙
하지만 창은 허무하게 땅을 내려쳤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고르는 또 뒤통수를 내줘야 했다.
빠아악!
“크악!”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어진 이고르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너 이 새··· .”
이고르는 자신의 눈앞에 빛나고 있는 검을 보며 입을 닫았다.
“좀 더 어울려 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급박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죠.”
중심부 쪽에서 느껴지던 불길하면서도 강력한 마력의 흐름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당신들은 좀 강한 것 같으니 괜찮으려나.”
나는 잠시 주변의 아수라장을 살펴본 뒤 말했다.
“마침 잘 되었네. 돌아다니면서 주변 사람들 좀 구해주면 좋겠는데요. 그럼 내가 빨리 보스를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라고? 우리가 네 부하라도 되는 것처럼 명령··· .”
“그렇게 하지.”
카일의 목소리에 이고르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는 또?”
카일은 그를 무시한 채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이번에도 전의 괴물들과 비슷한 놈들인가?”
“글쎄요. 확신은 못 하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은 됩니다.”
“좋아. 우리보다 그 괴물들을 두 번이나 잡은 당신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
이 일대가 모조리 마법진에 삼켜지며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함께 갇히게 된 상태였다.
여력이 없고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면 모를까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희생을 모른척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보고 약해빠진 몬스터들 뒤처리나 하라는 거냐?”
이고르의 말에 나는 혀를 찼다.
“헌터라면서 사람들 구하는 걸 우선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좀 그런데요.”
녀석은 입술을 깨물며 나를 노려 보았다.
“좋아. 틀린 말은 아니니 이번에는 내가 양보하지. 하지만 절대 네놈에게 굴복해서 이러는 건 아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카일 역시 날카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네, 아무튼 부탁 좀 할게요.”
나는 그들의 대답을 듣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이동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두 사람이 입을 열었다.
“에이씨··· 이런 더러운 기분은 오랜만이군.”
“너랑 생각이 통할 때도 있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고르가 카일을 바라보았다.
“어때 보였냐?”
“뭐가?”
“아이씨 알면서 뭘 물어.”
“··· 강했다. 직접 보니 확실히 알겠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그동안 너무 나태해져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은 이고르가 말했다.
“몬스터들한테 화풀이나 해야겠다.”
“사람들 구하는 것부터 우선시해라.”
“알아서 한다고!”
두 사람 역시 주변의 몬스터들을 처리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
사람들을 구하며 차근차근 전진하던 카일과 이고르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크리스 너 어떻게 된 거냐.”
그들은 크리스와 하오즈였다.
“카일과 이고르라··· 여왕님의 새로운 기사로 충분하겠는데 자네 생각은?”
“나 역시 같은 생각일세.”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카일이 이마를 찌푸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까 보니 드래곤 나이트를 돕겠다던데 그놈 가짜야.”
하지만 둘은 카일의 목소리가 들이지 않는 것처럼 서로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다.
“야, 근데 저 둘 원래 저렇게 친했냐?”
“그럴 리가 있냐. 순위도 얼마 차이 안 나서 경쟁심도 강했는데.”
“그런데 왜 저렇게··· .”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묘하게 친하게 보이는 것하며 풍기는 기운 역시 심상치가 않았다.
이야기를 마친 크리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고 카일의 눈이 커졌다.
“크리스 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밝아 보였던 눈이 흐리멍덩해져 있었다.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너희들도 곧 우리와 같은 세상을 보고 같은 분을 섬기게 될 것이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들이. 정신 차려!”
하오즈가 검을 겨누며 말했다.
“순순히 따르겠느냐? 아니면 힘으로 데려갈 수밖에.”
이고르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아니 이 새끼들 랭킹도 낮은 것들이 아까부터 깝치네. 야 너희들 다 몇 번씩 나한테 깨진 놈들이 뭘 믿··· .”
그 순간 크리스의 주먹이 이고르를 강타했다.
쾅
이고르의 눈이 흔들렸다.
아무런 준비 동작도 없이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순간적으로 어깨가 움찔했다.
‘이 새끼는 또 왜 이렇게 빨라?’
후웅
크리스의 오른발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서걱
피한다고 피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빠르고 강한 공격에 어깨를 살짝 베인 이고르였다.
퍼엉
그걸로 끝이 아니라 계속 몸을 돌려 공격을 해오는 크리스 때문에 금세 수세에 몰린 이고르가 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아까부터 열받게 하네.”
크리스와는 몇 번 마주쳤고 붙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자신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했었는데 드래곤 나이트도 아니고 크리스에게 밀리게 되자 머리에 열이 뻗기 시작했다.
“오냐 힘으로 한 번 붙어 보자!”
콰아앙
옆에서는 카일과 하오즈가 대치 중이었다.
“너희들 크리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 .”
잠시 하오즈를 노려보던 카일이 입을 열었다.
“아니지 너도 정상은 아닌 것 같군. 일단 제압부터 해야겠어.”
검을 뽑아든 카일의 귀에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동.”
위이잉
하오즈의 검을 타고 막강한 힘의 격류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월광참!”
거대한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뿜어지며 카일을 덮치기 시작했다.
“크윽!”
푸하악
급히 마력을 돌려 흘려냈지만 가슴 쪽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콰앙 콰앙
흘려낸 검기가 뒤쪽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먼지 구름을 피웠다.
‘도대체 이게 무슨··· .’
단 일격에 방어가 뚫렸고 상처를 입었다.
원래 알고 있던 하오즈의 실력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너희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 당신도 곧 같은 길을 가게 될 거다.”
콰앙
옆에서 들려온 폭음에 카일의 시선이 돌아갔다.
“커억.”
이고르가 벽에 처박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 이런 빌어먹을.”
피까지 토한 그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
“얼음땡이!”
“쿨럭.. 야 이 새끼들 뭔가 이상.. 조심해!”
퍼어엉
기회를 보던 하오즈가 달려들어 날린 공격에 카일 역시 뒤로 날아가 나뒹굴었다.
“크읍!”
카일이 입술을 깨물며 하오즈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피를 보지 않고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힘들겠는데.’
이렇게 된 이상 무리를 해서라도 제압을 해야 했다.
잘못하면 이쪽이 당할 상황이었으니까.
파아앙
카일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고 하오즈에게 날아들었다.
콰아앙
폭발과 함께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시시각각 엘리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아하핫, 재미있구나. 인간 중에도 제법 쓸만한 것들이 있었어.”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곧 여왕님의 아래에 엎드릴 것입니다.”
흥미로운 눈길로 전장을 지켜보던 엘리스가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 주인공은 어디에 있지? 영 보이지를 않네.”
그 주인공은
“아씨 또 그 느낌!”
불길한 기운에 몸을 떨고 있었다.
***
“근데.. 여기 아까 왔던데 아니냐?”
길을 잃었다기보다는 같은 공간을 계속 맴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안 보이는 걸 보면.. 몬스터도 다 처리된 것 같은데.”
“끄응··· .”
“그냥 카오스 레퀴엠을 써서 전부 날려버릴까··· 아니지 괜히 그랬다가 녀석이 겁먹고 숨어버리기라도 하면 또 골치 아픈데.”
그때 멀리서 폭발음과 빛이 보였다.
“일단 저기로 가보자.”
도착한 곳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저 두 사람 여기서 빌빌거리고 있었네.”
꽤나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는지 몸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저쪽의 둘은 좀 이상한데.”
나는 크리스와 하오즈에게서 아까 느꼈던 불길한 기운을 찾아냈다.
“자, 일단 이상한 두 사람은 정신 좀 차리시고.”
나는 그 말과 함께 지크를 휘둘렀고
콰아앙 퍼엉
그와 함께 하오즈와 크리스 주변의 둘러싼 마력의 장막이 충격파에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폭음이 연달아 터졌고 둘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꽈득
나는 순식간에 접근한 후 둘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윽!”
크리스와 하오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이거 놓아라!”
둘은 벗어나기 위해 몸을 버둥거렸다. 아니 그러려고 했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둘을 제압한 후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음···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데.”
“다.. 당신!”
카일과 이고르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자신들이 그렇게 고전한 상대를 한 번에 제압하다니.
“크아악! 여왕이시여 저희에게 힘을!”
“잠시만 있어봐요. 이 사람들 좀 이상해.”
그때 하오즈가 들고 있는 검과 크리스의 갑옷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검과 갑옷에서 흘러나온 실처럼 가느다란 보라색의 마력들이 헌터들에게 이어져 있었다.
“이건 또 뭐지?”
위이이잉
나는 마력을 담은 검으로 실들을 끊어버렸다.
콰앙
그러자 엄청난 폭음과 함께
푸스스
검과 갑옷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어라 이게 되네.”
털썩
보라색 마력이 사라지자 크리스와 하오즈는 의식을 잃고 실 끊긴 인형처럼 쓰러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가까이 다가온 카일이 물었다.
아까와 다르게 조금 공손해진 말투였다.
“아마 두 사람 다 조종을 당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조종이라면··· .”
“저어기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보스 녀석의 짓이겠죠. 그래서 힘도 더 강해진 상태였고.”
그러자 이고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그렇지. 정상적으로 붙었다면 우리가 저놈들에게 그렇게 고생할 리가 없지.”
카일이 이고르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뭐? 왜 그렇게 봐.”
“··· 아니다.”
카일은 내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이제 어쩔 생각인가요?”
“일단 보스를 잡기는 잡아야 하는데.”
“우리도 함께 하겠다. 방해는 되지 않을 자신이 있어.”
“글쎄요… .”
나는 턱을 쓸며 고민에 빠졌다.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같이 갈까.’
어차피 보스는 나 혼자 잡겠지만 뒤처리를 할 인원도 필요했다.
“좋아요, 일단 같이 다니죠.”
그러자 이고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근데 형씨 아까 우리보다 먼저 갔잖수. 왜 뒤에서 오는 거지?”
“여기가 좀 이상하거든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요.”
“딱 봐도 일직선인데 그게 말이 되나? 내가 길을 찾을 테니 날 따라오라고.”
이고르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저 녀석이 멍청하지만 탐지 아티팩트가 있어서 길은 잘 찾을 겁니다.”
“흐음.. 그래요?”
그거 소용없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