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78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78
밖으로 나온 남자에게 검은 투구를 쓴 남자가 다가왔다.
“라스칼님. 테오도르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악마 라스칼이 이마를 찌푸렸다.
“뭐라고?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흐음… 그 다혈질이 무슨 속셈이지.”
딱히 안부를 주고받을 사이는 결코 아니었기에 이렇게 연락을 했다는 것은 목적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일단… 한 번 들어나 봐야겠군.”
걸음을 옮기던 라스칼이 멈칫했다.
“아, 그리고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 답답한 투구 벗어도 된다. 쿠보.”
그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헌터이며 세계 랭킹 14위의 헌터 쿠보 쿄이치였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천천히 투구를 벗자 드러난 그의 모습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새하얀 백골과 텅 빈 안구. 눈동자 대신 검은색의 빛을 발하고 있는 존재.
데스나이트였다.
“역시 이 모습이 더 멋지군. 사람들 앞에 나설 경우에는 마법으로 인간처럼 꾸며야겠지만… 죽음의 기사라면 이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도록.”
쿠보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물론입니다. 제 영혼을 바쳐 아스타로트 님과 라스칼 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라스칼이 혀를 찼다.
“일본 최강이라는 히무라 쇼우도 어서 권속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그를 노리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뭐… 지금 전력도 나쁘지 않고 시간은 많으니 문제는 없겠지.”
일본은 미신이 강하게 자리 잡은 나라.
괴상한 현상에 집착을 했고 또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덕분에 악마들이 좀 더 은밀하고 수월하게 자리 잡는 것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넘어오길 잘 했어.”
라스칼의 계급은 후작.
원래라면 이렇게 쉽게 넘어와 있을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보유한 힘 절반 이상이 손실되는 대가를 치르고 이쪽으로 넘어왔다.
그의 능력은 직접 전투가 아닌 죽은 자들을 부리는 것에 있었으니까.
가진 힘의 크기가 적었기에 다른 악마들보다 빠르게 차원문을 이용해 넘어올 수 있었고 일본을 단시간에 집어삼키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만 좀 까다로웠지 하나 둘 권속이 되면 순식간이지.”
일본의 고위 헌터들 중 절반 이상은 이미 그에게 당해 데스나이트나 리치가 되었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군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도 이상을 눈치채지 못하는 중이었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마법진은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어. 지금 당장이라도 일본 정도는 영향권에 넣을 수 있지만… 이걸로는 모자라지.”
라스칼은 흑마법을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생각이었다.
가까운 한국에도 부하를 보내 놓은 상태.
그렇게 고민을 하던 사이 통신을 위한 장소에 도착을 했다.
해골 모양의 거울에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악마.
엘리스의 부하 테오도르였다.
“그래, 무슨 일이지?”
“뭐… 우리가 사이좋게 안부를 나눌 사이는 아니지 않나?”
라스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네가 부탁이라니. 이거 놀랄 일이군.”
“드래곤 나이트인가 하는 놈이 요즘 꽤나 설치기는 하더군.”
“하지만 너희들은 지금 넘어올 수 없는 입장이지.”
“도움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그건 좀 곤란한데… .”
분명 자신의 권역 내에서 마법진과 제물을 이용하면 그를 불러오는 것이 가능은 했다. 하지만 공작급에 근접한 테오도르라면 지금 만들어 둔 기반과 모아둔 에너지 전부를 사용해야 했기에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일단 고민은 해보지. 그럼… 대가도 들어볼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어차피 세력을 늘려가다 보면 결국 드래곤 나이트와는 부딪치게 되어있었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도 사냥이 가능해질 텐데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 말에 라스칼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설마 네가 데스나이트가 되겠다는 것은 아닐 테고.. 누구냐?”
“레기온이라… 분명 그도 군단장이고 자네와 비슷한 급이지.”
“아아.. 그렇다고 하지. 그래서?”
“이건 좀.. 흥미로운 제안이군.”
라스칼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엘리스 휘하의 군단장들이 사이가 나쁘다고 하더니 사실이었군.’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후작급의 드래곤 나이트와 공작급의 레기온까지 자신의 권속으로 만든다면 아스타로트 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이고 자신의 지위 역시 올라갈 확률이 높았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라스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제안 받아들이지.”
“기다리고 있겠다.”
곧 통신이 끊어졌고 라스칼이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 이거 일이 잘 풀리겠군.”
밖으로 나온 라스칼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가 가냐?”
“저희는 그저 명령을 내리시면 그것을 따를 뿐입니다.”
“그래야지. 너희들은 그저 장기말이니까.”
완벽하게 권속이 되어버린 인간들은 스스로의 의견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우레이, 네놈은 중국으로 돌아가 힘을 모으고 있어라. 그리고…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쓸만한 놈들을 이리로 데려와라.”
“명을 따르겠습니다.”
해골이 되었던 우레이가 다시 인간의 모습이 되어 떠났다.
***
세이가 학교에서 한 일은 간단했다.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꺼려 하면 반길 때까지 달라붙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고 도움이 필요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도왔다.
“대체… 왜 그런 거야… .”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 만에 모두와 친해지다니 그건 대단한 능력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제 같은 학년 내에서 날 싫어하는 친구들은 없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이래저래 귀찮은 일이 많겠구만.”
지크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손에 꼽히는 화제의 인물들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준혁아 오늘도 훈련 안 할 거야?”
“응? 아.. 해야지.”
내가 중국에 가있는 동안 훈련은 잠시 중단하도록 해놓았다.
세이가 내 모습을 흉내 냈지만 전투 방식이나 경험까지 따라 하기는 어려웠으니까.
“그럼.. 오랜만에 훈련이나 해보자.”
“아싸! 오늘은 나부터.”
“오냐.. 제대로 굴려주마.”
훈련장에 도착한 우리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어라? 예린 선배.”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러죠. 너희들은 먼저 몸 풀고 있어.”
나는 그녀와 휴게실로 이동했다.
“무슨 일이세요?”
임예린이 대답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 .”
“?”
– 맞아! 이번에는 그 인간의 향기가 나! –
그때 실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맞다는 거지?”
– 응! 맞아. 그 띨빵한 인간이야. –
“저기… 무슨 말인지.”
임예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요 며칠간… 후배님이 아주 이상했거든요.”
“어…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아주 이상했다.
세이가 난리를 쳤으니까.
“실리가 다른 사람의 향기가 난다고 했어요.”
“그,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 정령이 착각을 한 것이 아닐까요?”
– 거짓말! 실리는 착각하지 않았어. 그리고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았어. 분명 보이지 않았다는 거야. –
“아.. 그게 말이지… .”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았다.
“내 고유 스킬 중에 감각이 둔해지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 있어서 그때 마침 네가 말을 걸었나 보네.”
– 아닌 것 같은데. –
“야! 너 내 고유 스킬 아냐? 써봤냐? 안 써봤으면 말을 말아.”
예린과 실리의 입장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 으… 분명 아닌데. –
“흠흠.. 그래서 절 보자고 한 이유가 그건가요?”
“아.. 그것도 있지만… .”
잠시 고민하던 예린이 입을 열었다.
“저도.. 앞으로 훈련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훈련을요?”
“네. 더 강해지고 싶어요.”
“흠… .”
확실히 그녀의 잠재력은 뛰어난 편이었다.
거기다 정령술사의 재능까지 있으니 잘 키우면 엄청나게 강해질 것 같았다.
“좋아요. 앞으로는 같이 하도록 하죠.”
“아.. 고마워요.”
“대신.. 빡세게 굴릴 거니까 각오는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물론이죠.”
– 야만인! 예린이 같이 연약한 아이를! –
“그럼 같이 가죠.”
나는 실리의 말을 무시하며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야기는 끝났어? 무슨 이야기했어?”
우혁이 다가오며 소란을 떨었다.
“별거 아니야. 앞으로 훈련을 예린 선배도 같이 하기로 했어.”
“다들 잘 부탁해요.”
“언니도? 잘 됐다.”
“누나 정도면 충분히 자격이 있죠.”
“나이스!”
“잘 부탁합니다.”
유나와 윤호는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기에 우혁과 재민만 친해지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자.. 그럼 시작하자.”
한바탕 구르고 난 뒤 바닥에 널브러진 모두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근데 진짜 훈련을 왜 이렇게 빡세게 하는 거야?”
“훈련이 빡세야 실전에서도 실수가 없어.”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다치는 경우는 있어도 목숨의 위협은 없는 훈련과 다르게 실전에서는 흐름 자체가 다르니까.
평온하게 합을 주고받는 훈련만 하다가는 처음 접하는 전장에서 흥분하게 되면 반드시 사고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실전 같은 훈련을 해야 한다 이 말이지. 자 다들 일어나.”
“으으.. 악마다.”
경험치는 천룡 길드의 도움을 얻어 던전을 돌리면 금방 채울 수 있으니 지금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 감각이었다.
‘그래, 너희들이 빨리 성장해야 나도 좀 편해진다고.’
내가 차원문을 이용하여 다른 곳으로 가도 이곳을 문제없이 지켜줄 인원을 많이 키워둬야 했다.
“으아악!”
“손목에 힘을 좀 빼고 발은 힘을 빡 줘!”
“끄악!”
“하체가 튼튼해야 공격을 흘리거나 받아치기 수월하지!”
“근육을 더 키우라는 말이지?”
“에라이 근육 몬스터야!”
훈련장에는 한동안 비명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
“으으… 온몸이 쑤신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일주일 동안 쉬었으니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 .”
그때였다.
훈련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내 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뭐야… 저건?”
교관으로 보이는 인물과 학생 하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분은… 김민재 교관님인데?”
“나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
“3학년 담당이니까 우리는 볼 일이 잘 없기는 하지.”
처음 본 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저거… 또 악마인데?’
악마 탐지기가 교관을 악마로 판독했다는 사실.
‘이 학교 뭐야… 왜 이렇게 악마가 많아.’
나는 그 옆의 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놈은… 뭔가 좀 묘한 느낌인데.’
악마는 아니었다.
그리고 악마와 계약한 하수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풍기는 기운이 악마의 것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곧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한 번 따라가 봐야겠네.’
“준혁아 안 가?”
“먼저 가. 나 교실에 잠깐 들렀다가 가야겠다.”
일행을 먼저 보낸 후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