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84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84
“겁도 없는 인간들이로군. 하긴 그러니 이곳에 스스로 걸어들어올 생각을 했겠지.”
지휘관으로 보이는 녀석이 손짓하자 수십여 마리의 스켈레톤이 동시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마다 다양한 종류였는데 마법사, 전사, 궁수 등이 섞여있어 제법 균형 잡힌 구도였다.
“물론 그래봤자 뼈다귀지만.”
워낙 잡몹이라 경험치는 안 줄 것 같았으니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죽음의 군대여 어리석은 인간들을 모두 동료로 만들어라.”
“우리도 비슷한 녀석이 있지. 가라 네크로!”
“가즈아!… 가 아니라 내가?”
“그럼 네크로가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냐?”
잠시 투덜거린 조승호가 앞으로 나서며 마나를 뿌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 주변으로도 스켈레톤들이 나타났는데…
“뭐야? 왜 다섯 마리밖에 없어?”
“아직 난 성장이 덜 되었다고.”
“나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
“아니 고작 일주일인데 이것도 대단한 거지!”
조승호가 소환한 스켈레톤들은 너무나 초라한 인원수였다.
“가라, 해골 오 형제!”
딱딱딱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녀석의 해골들이 용감하게 달려갔다.
그리고.
“으응?”
나는 의외의 상황에 눈을 크게 떴다.
“뭐야? 강한데.”
다섯 마리의 해골들이 양떼 사이에 들어온 늑대들처럼 적들의 병력들을 다 박살 내고 있었다.
“아마도 저 인간의 특성 영향이 아닐까요?”
“특성이라? 아… .”
악마 사냥꾼 특성이 소환수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별다를 것 없는 공격에도 걸리는 족족 바스러지고 무너지는 것이 확실히 효과가 있어 보였다.
“다 쓸어버려!”
조승호는 뒤에서 열심히 응원을 하기만 했다.
“원래 소환사 계열이 저런 식이긴 하지만… 되게 얄밉네.”
감정이 없는 언데드들이라 동료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박살 나는데도 겁먹지 않고 계속 달려들기만 했고 그런 비효율적인 전투 속에 상대방의 전력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어버렸다.
“이, 이게 대체… 어둠의 힘을 받은 자가 어찌 아스타로트 님에게 대항할 수 있단 말이냐!”
우두머리로 보이는 악마가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 녀석이 좀 특이한 케이스라서 말이야.”
혼자 남은 녀석이 서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왜? 또 지원군 불러오게?”
“큭… 그렇게 겁 없이 구는 것도 지금뿐이다. 곧 너희들 모두 어둠에 무릎을… .”
“그래?”
나는 녀석의 뒤로 이동해 탐스러운 뒤통수를 날려주었다.
빠각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가 바닥에 박혔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이 한방에 끝난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네가 그 결과를 볼 일은 없을 거다.”
“아! 형님 나 경험치 줘야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
주변을 정리한 우리는 다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큰일 났습니다! 라스칼님!”
의식 준비에 여념이 없던 라스칼의 얼굴이 굳어졌다.
“또 무슨 일이야?”
“습격입니다!”
라스칼이 눈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습격이라니?”
“정체불명의 적들이 정문을 부수고 안으로 쳐들어 왔습니다.”
“뭐라고?”
라스칼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일본에서 우리에게 저항할 세력은 얼마 없을 것인데… 설마 히무라 쿄우 놈이 지원을 받아서 온 것인가? 몇 놈이냐!”
‘남아있는 저항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곳에 신경 쓸 일이 많아 살려둔 것이 실수였나?’
“그, 그것이 다섯 명입니다.”
“꽤 많은 인원… 뭐라고?”
라스칼은 자신이 잘못 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정확하게 다섯이 맞습니다. 그리고 전투를 하는 것도 단둘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고작 다섯 명한테 입구가 뚫렸다… 이거냐?”
“죄, 죄송합니다.”
그가 역정을 내며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안 그래도 바쁜데 고작 그런 일로 날 방해해?”
“고작이 아닙니다. 입구를 지키던 인원은 몰살이고 벌써 2차 관문까지 돌입을 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벌써?”
입구 쪽에 있는 인원이 정예들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수준도 아니었다.
“젠장… 병력을 빼내야 하나.”
테오도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마력이 강한 악마들은 대부분 자신과 함께 일을 하는 중이었다.
“아니… 잠깐? 2차 관문으로 그냥 들어갔다고?”
“네? 네! 그렇습니다.”
라스칼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상관없겠군. 괜히 신경 썼잖아.”
“저기… 그래도 혹시 모르는데.”
“그만.”
라스칼이 손을 들어 부하의 입을 막았다.
“그곳에 있는 마수들과 데스 나이트들은 S급 헌터들 20명도 상대할 전력이다. 게다가 살아있는 존재들의 힘을 빼앗는 마법진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더더욱 강해질 것이니 놈들이 거기서 살아나올 방법은 없다.”
“라스칼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나는 하던 일이 있으니 다시 내려가겠다. 방해하지 말도록.”
“명을 받듭니다.”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던 라스칼이 멈칫했다.
“그런 전력을… 우습게 박살 낼 놈이 하나 있긴 한데… .”
디아블로와 엘리스의 세력에 심각한 타격을 준 정체불명의 존재.
드래곤 나이트라면 자신의 준비가 소용없을 확률도 있었다.
“에이, 설마 그놈이 여길 왔으려고… 얼마나 꽁꽁 숨겨뒀는데.”
그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불행하게도 그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
***
달려드는 적들 모두 인간이 아니었기에 단순히 박살 내며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더 깊숙한 지점까지 들어오자 묘한 장소가 나타났다.
“흐음… 수상한데.”
“그러네요.”
“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뭐가?”
눈치 없는 한 놈 빼고는 전부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별다른 것들이 없는 휑한 장소.
그 장소에 존재하는 것은 동서남북 방향에 자리 잡은 기괴한 조각상들뿐이었다.
“저걸… 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조각상에서 움직임이 나타났다.
“어라?”
조각상에 금이 가며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고
크아아아!
껍질을 깨고 몬스터들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들도 마수들인가?”
“헬 가고일이라고 하는 놈들입니다.”
칼같이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 한 쌍의 거대한 날개를 펼친 녀석들의 모습은 제법 위압적으로 보였지만.
“야 벼락이랑 켈로. 너희가 처리해.”
“넵!”
“컹컹컹!”
우리에게도 몬스터는 있단 말이지.
붉은 눈빛을 흘리며 손톱을 휘둘러오는 가고일들을 향해 녀석들이 달려갔다.
“죽어라! 날파리들아!”
벼락이는 번개를 머금은 몽둥이로 놈들을 후려쳤고
“컹컹컹”
켈로는 목을 물어뜯고 불을 내뿜으며 녀석들을 파괴했다.
잠시 후.
녀석들은 가루가 된 조각상들을 뒤로하고 내 앞에 다가왔다.
‘나 잘했지?’
칭찬을 바라는 초롱초롱한 눈길.
“어… 그, 그래 잘했다.”
가고일들이 사라지자 정면에 숨겨졌던 계단이 나타났다.
“들어오라는 거겠지?”
딱히 다른 길도 없었기에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는 조금 전 장소와 비슷한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자들의 냄새가 나는군.”
“아주 역겨운 기분이야.”
“어차피 곧 죽음의 축복을 받게 되겠지.”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는 3명의 해골들이 눈에 들어왔다.
만화책에서 봤던 녀석들과 비슷한 구도.
“뭐야 저건? 3대장 패러디냐?”
“넌 그거 어디서 봤냐… .”
놈들은 무거운 엉덩이를 뗄 생각도 없이 자기들끼리 중얼거리고 있었다.
“흠.. 저놈들은 좀 달라 보이기는 하는데.”
“데스나이트인 것 같습니다.”
녀석들의 주변으로 기괴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기운 굉장히… 익숙하네요.”
“저건 아마…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디버프를 주는 결계 같습니다.”
나는 녀석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시끄럽고 빨랑빨랑 덤벼라.”
“건방지군.”
왼쪽에 앉아 있던 데스 나이트가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오른손에 거대한 도끼를, 왼손에는 창을 들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력함을 느껴라.”
녀석의 아래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어둠이 나에게 날아왔다.
“곧 너의 모든 것은 무로 돌아갈 것이다.”
닿는 모든 것의 힘을 빼앗고 소멸시키는 까다로운 어둠의 마력이었지만.
“이게 뭐?”
나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간지럽지도 않다. 이 자식아!”
쩌억!
나는 가볍게 오른손으로 녀석을 내리치는 것만으로 녀석의 팔을 깡통처럼 찌그러뜨렸다.
“뭐야? 뼈인데 찌그러지네.”
부서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강도가 단단한 것 같았다.
“그럼 한 번 더 받아봐라!”
쿠콰콰쾅
대지가 폭발하며 황금빛 불꽃이 솟구쳐 올랐고 나는 재빠르게 녀석에게 접근했다.
녀석의 위기에 다른 두 녀석이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멈춰라!”
“위험하다!”
세 줄기의 검광이 머리와 심장, 허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전생에 굉장한 수준의 검사였던 듯 매우 빠르고 위력적인 공격.
깡깡깡
그러나 기본적으로 능력치가 차이 나고 신성의 효과까지 더해져 녀석들의 공격은 내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화르륵!
지크가 마력을 잔뜩 머금자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간단히 한 녀석을 베어버렸다.
“크아아악!”
원래라면 고통을 느끼지 않을 언데드들이 단지 베인 것만으로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거 확실히 효과가 짱이네.”
녀석에게 가한 상처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발이 사라졌다. 다음은 다리, 허벅지 그리고 허리까지 천천히 붕괴되어 갔다.
“말도… 안 돼.”
그 한마디를 남기고 녀석은 사라졌다.
“어, 어떻게 이런 힘을.”
“신성력인가!”
언데드는 감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데스나이트들은 다른 것 같았다.
“이제 너희들 차례다.”
나는 검을 휘둘러 검기를 사방으로 날려보냈다.
쾅!콰앙!쾅!
데스나이트들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크억!”
나는 둘 중 덩치가 더 큰 녀석에게 달려들며 검을 내리그었다.
녀석은 공격을 피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급히 팔을 교차하며 방어막을 펼쳤다.
‘한 번만 막으면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잔뜩 긴장했지만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뭐.. 야?”
“그렇게 막고 있으면 다른 곳을 때리고 싶어지거든.”
“헉!”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자신의 뒤였다.
서걱
나는 일검에 녀석을 반 토막 내어버렸다.
“이제 너 혼자 남았네?”
다른 두 명의 데스나이트와 다르게 남은 녀석은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쿠보 쿄이치. 라스칼 님의 충성스러운 검이다!”
“일본 헌터였나… .”
나도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검의 고수로 알려진 유명한 헌터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죽은 뒤에 악마들에게 조종당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을 보니 기분이 더러웠다.
“진짜.. 악마라는 놈들이 난리 치는 걸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
“라스칼 님을 위하여!”
그는 검은 기운을 온몸 가득 뿌리며 달려들었다.
녀석의 공격은 힘과 속도만을 앞세운 무식한 방식이었다. 정교한 기술이나 화려한 검술 따위는 전혀 없는 단순한 일격.
“자신이 가진 것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건가.”
나는 그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담은 검을 날려주었다.
“이제는 편히 쉬어라.”
그의 검이 깨어져 나갔고 이어서 몸이 터져나갔다.
천천히 무릎을 꿇는 쿠보의 입에서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맙습니다… .”
악마의 족쇄에서 벗어난 이의 마지막 말이었다.
“후… .”
나는 머리를 저으며 상념을 떨쳐냈다.
“감사합니다… .”
뒤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어느 정도 진입로를 확보하면 뒤따라서 오기로 했던 닌자들과 일본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존경하고 따랐던 헌터의 처참한 모습에 분노했고 또 그에게 안식을 준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여기는 여러분들의 공간입니다. 저도 돕겠지만 여러분 스스로도 되찾으려 노력을 해야겠죠.”
“물론입니다!”
모두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갑시다.”
나는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