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90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90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성명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일본은 가감 없이 사실만을 전달했으며 믿기 어려운 사건의 진실은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얼음 궁전.
“저 가면 양반… 또 하나 터트렸군.”
이고르 자기에프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어렸다.
“어째 연관된 사건들마다 평범한 것들이 없는 것 같네.”
동료 헌터의 말에 이고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른 헌터들한테 밀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직접 만나보니 저 양반은 차원이 다르더라고.”
“그 정도야?”
이고르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아는 동료들 입장에서는 놀랄만한 일이었다.
“급이 달라, 급이. 불곰이랑 개 수준의 차이지.”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이고르였다.
그리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
미국의 헌터 협회 유니콘.
세계 최강의 헌터 카일 제임스도 화면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
“국가를 구했다라… 정말 저 남자는 매번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군.
협회장의 말에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가 인정한 남자답군요. 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협회장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어.. 천하의 카일 제임스가 이런 반응이라니. 질투라도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 말에 카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질투나 시기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통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드래곤 나이트는 코끼리와 개미 수준의 차이가 있는데 그런 감정을 가져봐야 의미가 없었다.
조금은 선망에 찬 시선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카일이 조용히 읊조렸다.
“이제… 세계는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겠군.”
그리고 그가 소속된 한국이라는 나라 역시 새롭게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것이다.
“앞으로 더 재미있어지겠어.”
***
며칠 간의 일본행을 마무리 지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집이 제일이야.”
“횽아!”
레오가 꼬리를 살랑이며 달려들었다.
“그래, 우리 레오 잘 놀고 있었냐?”
“앙! 마싯는 거 마니 머거써”
“음.. 놀지는 않고 먹기만 했구나.”
세이 역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준혁! 이번에는 실수 없이 연기 잘 했어.”
일본으로 가기 전 세이에게 단단히 교육을 해서 저번과 같은 사고를 치지 않도록 했었는데 잘 해준 것 같았다.
“부모님은 어디 가셨나?”
“2박 3일로 여행 가신다고 하셨어.”
연휴 기간이 끼어있는 주말이라서 그런지 여행을 가신 듯했다.
이제는 돈 걱정 없이 여유롭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자.. 그럼 다들 고생했으니 좀 쉬자.”
“저기… .”
“?”
고개를 돌려보니 어색한 표정의 조승호가 있었다.
“뭐야? 너 안 갔냐?”
“아니.. 형님이 따라오라고 했잖아.”
“아… 그랬나. 그러고 보니… 너 학교는 어떻게 되었냐?”
잊고 있었지만 녀석도 일단은 학생.
나야 도플갱어 세이가 있어서 상관없었지만 녀석은 꽤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거? 나도 대타 보냈지.”
“대타? 너도 도플갱어 같은 몬스터 부릴 수 있냐?”
“에이.. 난 아직 그런 급이 안 되지. 그리고 도플갱어 같은 몬스터는 보통은 못 구해.”
“그럼 어떻게 했는데?”
“그냥.. 스켈레톤 하나를 겉모습만 나처럼 만들어서 대신 등교시켰지.”
“스켈레톤이 그렇게 똑똑하냐?”
“아직은 스킬 레벨도 낮고 내가 부족해서 단순한 의사 표현이나 시킨 것만 할 수 있어.”
“그런데… 안 걸리냐? 친한 사람이면 조금만 대화를 해도 수상하게 여길 것 같은데.”
조승호가 배를 앞으로 내밀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아싸라서 친구가 없거든. 부모님도 지방에 사시고 나 혼자라 딱히 말을 걸 사람이 없어.”
“…. 그래. 다행이구나.”
안쓰러운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는데 조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형님. 라스칼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 소환시켜봐.”
곧 회색빛 연기가 모여들며 무릎을 꿇은 라스칼이 나타났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할 말이 있다면서?”
“네, 그것이… .”
라스칼은 자신이 중국에 뿌려놓은 부하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러니까… 중국 협회장도 네 부하고 중국 헌터 업계에 꽤 손을 뻗어있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음… .”
만약 내가 라스칼을 해치우지 않았다면 중국까지도 놈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진짜 스케일 크게 놀았네. 그럼 지금은 어떻게 되는 거냐?”
“제 명령만 기다리며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
아니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내 입맛대로 꾸려가는 것은 일도 아닌 상황.
“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고.”
그러나 악마들과 다크 헌터들을 상대하는 것에 꽤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일단은… 나쁜 짓은 더 이상 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면서 악마들에 대한 정보나 수집하라고 해라.”
“현재 중국과 일본에는 악마들의 세력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찾아보고.. 여유가 되면 다른 나라들까지 세력을 넓혀봐.”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라스칼이 연기로 화해 사라졌다.
“형님. 그럼 이제 나도 가볼게.”
“벌써? 밥이라도 먹고 가라. 너도 나름 고생했는데.”
“음.. 그럴까? 아, 아니다. 그냥 갈게. 형님 나중에 봐!”
조승호는 무언가에 쫓기듯 부리나케 도망쳤다.
“뭐가 그리 바쁘길래… .”
내 뒤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레이나와 엘리를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
어둠이 내려앉은 호수.
그 호수의 중앙에 존재하는 작은 섬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이거 다들 너무 늦는 거 아니야?”
온몸에 불꽃을 머금고 있는 근육질의 악마.
대마왕 디아블로였다.
“아직 약속 시간이 되지 않았는 걸로 아는데.”
보라색의 마력을 뿌리며 나타난 아름다운 악마.
대마왕 엘리스도 모습을 드러냈다.
“크하하하! 내가 성질이 좀 급해서 말이야.”
엘리스가 눈을 찌푸리며 손짓했다.
“하여튼 네놈 근처에만 있으면 덥단 말이야. 불 좀 줄여!”
“그거 미안하군. 이해 좀 해달라고.”
능글맞은 디아블로의 말에 엘리스가 혀를 찼다.
“쯧… 그나저나 아스타로트 놈은 아직인가?”
“글쎄…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놈이니까.”
“그놈이 모이자고 했다면서? 그래놓고 제일 늦다니 예의가 없는 건 여전하네.”
“뒷담화하는 네 버릇도 여전하고 말이야.”
검은색의 안개가 뭉치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뼈로 된 갑옷, 뼈로 된 투구, 뼈로 된 검.
온몸을 뼈와 검은 마력으로 둘러싼 대마왕 아스타로트였다.
“흥, 빨리 다니라고. 난 바쁜 몸이야.”
“그래? 인간 놈한테 치욕을 당하고 할 일 없이 박혀있는 걸로 알았는데.”
아스타로트의 공격에 엘리스가 이를 갈았다.
“이익… 네놈도, 저 빨갱이도 마찬가지면서 누굴 비웃어!”
아스타로트가 입꼬리를 올렸다.
“적어도 디아블로와 나는 부하들이 당했고 직접 굴욕을 겪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나도 분신이었어!”
“그래, 그렇지만 분신도 너의 일부였지.”
할 말이 없어진 엘리스가 짜증을 내며 바닥을 걷어찼다.
“제길! 그래서… 왜 우리를 보자고 한 거냐?”
“다들 여기서 포기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 말에 디아블로와 엘리스의 눈이 빛났다.
“그야… 이대로 끝내면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기는 하지.”
“나도 마찬가지야.”
대마왕 둘의 동의에 아스타로트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겠군.”
아스타로트가 천천히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러니까… 우리가 힘을 합쳐서 차원문을 열고 부하들을 보내자?”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렇지.”
“흐음… .”
“우리에게도 꽤나 부담이 가겠지만 셋이라면 덜하겠지.”
잠시 고민하던 엘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차피 여기 모인 3명의 세력은 꽤나 큰 피해를 입어서 단독으로 차원문을 열기에는 시간이 오래 지나야 했다.
그 시간을 허무하게 기다리느니 이렇게라도 손을 쓸 수 있다면 쓰는 것이 나을 터.
“디아블로 자네는 어떤가?”
“흐음… .”
턱을 쓰다듬던 디아블로가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한참을 웃던 디아블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도 급하긴 급했나 보군.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할 정도로 말이야.”
“그래서 싫다는 말인가?”
“힘을 합친다니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실패하고 이대로 물러나는 것도 꼴사납기는 하지.”
“그래서 대답은?”
“좋다, 이번만큼은 힘을 합치도록 하지.”
주변을 둘러본 디아블로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 대마왕들 셋을 물 먹이고 이렇게 연합하게 만드는 놈이라니.. 흥미롭군.”
엘리스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녀석은 내가 가질 거야! 노예로 만들어서 절대 곱게 죽도록 하지 않겠어.”
아스타로트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내가 친히 데스나이트로 만들 것이다. 너에게는 기회가 없어.”
“뭐라고?”
엘리스가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았다.
“난 놈을 꺾기만 하면 상관없으니 시체는 아무나 가져라.”
“살아있어야 한다고!”
“난 시체도 상관없으니 내가 가지면 되겠군.”
한동안 계속된 실랑이가 끝이 나고 아스타로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누구를 보낼 것이냐 하는 건가?”
“사실 우리가 직접 넘어가는 것이 제일이지만… .”
“힘을 합치더라도 그건 어렵지. 잘하면 하나는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다른 둘이 허락할 리가 없고.”
“당연하지!”
“그럼… 공작급에서 추려서 다음 만남에 데려오는 걸로 하자고.”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모두가 헤어지려 할 때.
“그런데… 혹시 이번에도 실패하지는 않겠지?”
엘리스가 불안한 말을 입에 담았다.
“이번의 실패로 그쪽의 전력은 모두 파악이 끝났다. 공작급 하나면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셋이라면 절대 실패할 일은 없어.”
“그렇지. 예상외의 변수가 끼어들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흐음… .”
모두가 실패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
오랜만에 빈둥거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내게 갈릭이 물었다.
“주인님. 드래곤은 원래 초식 동물이 아닐까요?”
“그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저기 좀 보세요.”
갈릭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사각사각
풀을 뜯어 먹는 레오가 있었다.
“응… 용 풀 뜯어먹는 소리였구나.”
편식은 안 하니 다행이네.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물었다.
“레오야 맛있니?”
“앙! 상추 마시쩡!”
“상추는 고기랑 같이 먹어야 해.”
“고기 조앙!”
“그래… 이따 고기도 구워줄게.”
빵빵해진 레오의 배를 두들겨 주며 티비를 보던 그때.
“뭐야? 또 속보네.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 속보입니다. 지금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나타나 큰 혼란이… . –
“몬스터라고?”
화면 속에 몬스터를 확인한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저거 뭐야?”
화면에 나오고 있는 것은 거대한 붉은색의 몬스터였다.
문제는…
“그래, 나도 그렇게 보인다.”
내게 굉장히 익숙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나는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이나가 언제 저기에 간 거야? 왜 저러고 있지.”
“저 여기 있어요.”
그때 뒤에서 레이나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어?”
“?”
내 멍한 표정에 레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
쨍그랑.
레이나의 손에 들려있던 접시가 떨어졌다.
“괜찮아요? 갑자기 왜 그래요?”
레이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 할아버지!?”
“응? 할아버지?”
니가… 아니 할아버지가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