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화(1/110)
[동전파스]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 1-110 (연재중)1
드디어 미쳤군.
이로운은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띠링!
[당신의 치성에 감복한 하늘이 당신의 진정성을 파악합니다!] [당신의 염원이 새로운 신격을 일깨웁니다!]이런 이상한 것들이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 * *
그날은 처음부터 뭔가 여러모로 찜찜했다.
마치 앞으로 있을 불길함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시작은 어머니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로운아. 혹시 이번 달은 조금만 더 보내줄 수 있겠니? 엄마가 통장을 확인하다 보니 네 형 학원비가 밀렸더구나.]이상했다.
분명 저번 달에 이번 달치랑 미리 함께 보내드린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네 형이 이번에야말로 마음 제대로 잡은 것 같아. 이번 시험엔 꼭 붙는다니 조금만 더 도와다오. 중요한 시기니까 우리 아들이 이해 좀 해 주면 좋겠구나.]남은 돈은 고작해야 삼십만 원.
최소한으로 남긴 생활비였다.
항상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제외하고 가족에게 모두 송금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상황에서 몸이 아픈 어머니가 새벽부터 나가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가 좀 더 굶는 게 낫다.
그게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더 편하니까.
‘…그래. 그래도 이번 작업하는 곡만 넘기면 돈도 들어올 테니까 괜찮겠지.’
다만 요새 실장이 우는소리를 하는 것이 영 심상치 않았다.
-로운이 너도 알겠지만, 요새 회사 사정이 많이 어렵다? 너도 알지? 너네 그룹 뒤치다꺼리하느라 우리가 애 많이 쓴 거. 그게 아직도 피해 복구가 안 되고 있어요. 응?
로운의 그룹, 가리온이 망한 지 벌써 일 년이 넘게 흘렀다.
정확히 말하면 ‘강제적인 자숙’에 가까웠지만 로운이나 대중이나 모두가 알았다.
가리온은 대차게 망했다는 것을.
곧 1군으로 자리매김할 거라 주목을 모으던 아이돌치고는 너무 급격한 몰락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애들이 사고를 오죽 화려하게 쳤냐? 원래라면 매장감이었어, 매장. 그래도 회사가 어느 정도 커버 쳤으니 로운이 너랑 호범이라도 멀쩡한 거였지, 아니었으면 너네도 같이 공범으로 몰렸을지도 몰라. 넌 회사한테 절해야 돼, 인마. 멀쩡하게 돈도 벌게 해 주고 얼마나 고맙냐. 안 그래?
실장의 말처럼 그룹 멤버들이 여러 심각한 사고들을 쳤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도 사회면에 오른 아이돌이라니.
자숙이라고 이름은 붙여 놨지만 그쯤되면 그냥 망한 거나 다름없다.
-아무튼 그러니까 회사 사정도 좀 봐주라. 응? 우리가 널 얼마나 많이 도와줬냐. 너 임마, 회사가 아니었으면 네가 쓴 곡은 그냥 다 묻혔어. 우리나 되니까 이렇게 신경 써 주지. 구설수 있는 아이돌이 쓴 노래를 누가 불러주냐. 어차피 너 목도 나갔잖아. 그 목소리로 노래 불러 봤자 누가 듣는다고. 안 그래?
결론은 회사가 이만큼 로운을 위해 줬으니, 로운도 회사의 사정을 봐달라는 얘기였다.
‘…그래도 실장님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명문대 출신에 빼어난 마스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 막내 호범과는 달리, 로운은 정말 아무런 재주도 없었으니까.
그나마 회사가 사정을 봐줘 곡이라도 쓰게 해 줘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쯤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마저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무릎도 성치 않은 사람을 누가 고용하겠는가?
‘그래. 누가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은 사람을 쓰겠어. 실장님 말대로 회사니까 내 사정을 봐준 거지.’
그가 작곡한 노래들도 그렇다.
비록 그의 이름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가 부를 수도 없는 곡들이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사고쳐 망한 망돌의 멤버가 쓴 곡을 누가 달가워하겠는가.
‘누군가가 불러주고 들어주는 게 나아. 아무도 모르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니.
무척이나 행복한 삶이 틀림 없다.
…그렇다고 하기에 요새 뭔가 조금 허전하기는 했지만.
‘아침을 굶어서 그런가?’
어딘가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한 것은 식사를 건너 뛰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들어 로운은 종종 이런 알 수 없는 결핍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식사를 든든하게 챙겨 먹은 날조차 로운은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에 밤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일단 빨리 곡부터 완성하자. 그러면 뭐라도 되겠지.’
어머니께 송금을 마친 로운이 늘 쓰던 노트를 꺼냈다.
데뷔 전부터 로운은 늘 이런 식으로 작업했다.
사실 다른 작곡가들이 쓰는 멋드러진 프로그램이나 기기가 궁금한 적이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에 굳이 욕심을 부릴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회사 덕에 먹고 사는 처지에 사치를 부릴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아들, 고마워. 네 덕에 그래도 엄마가 숨을 쉬네.]반짝거리며 존재를 알리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펜을 채 들기도 전에.
또다시 걸려온 연락이 작업을 멈추게 했다.
[차호범]혹시나 발신자를 확인하던 로운이 멈칫했다.
가리온에서 로운과 함께 살아남은 멤버, 막내 차호범이었다.
평소에는 연락 한번 없던 녀석이 갑자기 전화라니.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형.>
“어… 호범아. 웬일이야?”
본래부터 호범은 그룹 활동 외에도 드라마나 영화 촬영으로 한창 바쁘던 녀석이었다.
그룹이 망한 뒤로는 더 연락이 뜸해졌다.
그런 호범이 갑자기 연락이라니. 오늘따라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저 가리온 탈퇴하려고요.>
“…응?”
<이건 형한테 직접 말하는 게 예의인거 같아서 형한테 먼저 전화한 거예요. 이제 가리온, 공식적으로 해체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아니, 잠깐만. 호범아 너무 갑작스러운데…….”
<뭐가 갑작스러워요. 어차피 예전에 했어야 할 일을 지금까지 미뤄 뒀던 것뿐인데. 활동 중지한 지도 오래됐고, 애초에 망한 지도 오래잖아요. 그러니 해체하는 게 맞는 수순이죠.>
이미 회사랑은 이야기가 다 끝났으며 곧 공식적인 발표도 있을 거라며 호범이 덧붙였다.
<저 그리고 회사도 옮길 거예요.>
“회사를? 사장님이 허락하셨어?”
<허락 안 해 주면 자기가 뭐 어떡하겠어요? 거지 같은 계약에 묶여 있느라 얼마나 짜증 났었는데. 그나저나, 형.>
“어어……?”
<형도 거기서 그만 나와요.>
“…….”
<대체 그놈들이 형을 왜 안 놔주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이유는 아닐 거거든요?>
“아니야, 나 정말 도움 많이 받고 있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우리가 좀 뜨자마자 하루에 두 시간도 못 자게 미친 듯이 행사부터 내돌렸던 놈들인데. 젠장. 난 아이돌이면 다 그러는 줄 알았지. 아무튼 그런 놈들이 형한테 아무 이유 없이 도움을 줄 리가 없잖아요?>
평소와 다르게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쏟아내던 호범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웬만하면 형도 거기서 그만 나와요. 지금이라도 그 돌팔이 말고 제대로 된 병원도 좀 다니고요. 형 정도면 웬만한 회사에서도 환영일걸요.>
위로처럼 들리는 몇 마디 말을 덧붙인 호범이 가야 한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로운은 멍하게 생각했다.
‘해체한다고……?’
막내가 저렇게 말한 거라면 이미 정말로 얘기는 다 끝난 것이다.
남은 것은 공식적인 해체뿐.
정식으로 가리온이라는 존재는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해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해체하지 않았던 것이 더 특이한 경우기는 했다.
어차피 활동이 불가능한 그룹을 굳이 이름만 남겨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로운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던 거구나, 나…….’
다시 그룹 활동을 하고 싶다는 소리가 아니다.
포기하지 못한 것은 흔적이다.
그가 한때는 빛나는 세상에 발을 들였었다는… 마지막 흔적.
‘…바람이나 쐬야겠다.’
로운은 한숨을 삼키며 옥상으로 향하는 외부의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회사가 숙소겸 작업실로 얻어 준 이 구옥은 침대 하나, 책상 하나만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작았지만 1평 남짓의 옥탑과 전용 옥상이 딸려 있는 곳이었다.
탁 트인 옥상의 찬 바람을 쐬자 술렁거렸던 마음이 진정된다.
‘그래. 어차피 내가 심란할 이유도 없지. 해체라고 해 봤자 딱히 달라진 것도 없는걸. 어차피 그룹은 망한 지 오래고 그냥 관짝만 제대로 닫고 못질만 하는 거뿐이잖아.’
아니, 이렇게 생각하니 더 심란해졌다.
그렇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가리온이 해체한다고 해서 들고 일어날 팬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그들은 사건사고가 빵빵 터져 나갈 때 모두 떨어져 나갔으니까.
간간이 호범을 찾는 개인팬과, 그보다 더 뜸한 빈도로 로운을 떠올리는 몇몇만이 남았을 뿐.
그저 찜찜한 하루에 찜찜한 소식이 +1 되었을 뿐이다.
‘이건 소용도 없고.’
로운은 옥상 한편에 놓인 물그릇을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추운 날씨탓인지 표면이 아주 꽝꽝 얼어 있었다.
마치 답답하게 꽉 막힌 그의 속마음처럼 말이다.
‘뭔가 좀 나아지라고 빌면서 놔뒀더니만 돌아오는 소식이 해체라니.’
물그릇의 정체는 다름아닌 정화수였다.
오래전 고3 시절, 어머니가 새벽마다 뒷동산에서 물을 길어와 치성을 드렸던 적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정성 들여 치성을 드리면 꼭 보답을 받는단다.
그 덕일까. 그 해, 형은 대학에 붙었다.
그것도 나라에서 손꼽히는 유수의 명문대에.
다시 되새겨 보자면 그나마 가족 모두가 유일하게 행복했던 한때였다.
‘근데 나는 왜 이 모양이냐고.’
요즘 들어 갑자기 공허하고 어딘가 뻥 뚫린 것 같은 상실감이 드는것 이 영 싱숭생숭해 열심히 뒷산까지 오르내리며 떠다 놓았건만.
아무래도 영 효험이 없는 모양이었다.
“후우…….”
남들은 모두 저 앞으로 달려나가는데 그 혼자만 우두커니 홀로 남아 있는 기분이 든다.
혼자 외로이 과거의 기억만을 곱씹은 채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
‘그치만 놔줄 건 놔줘야겠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비록 이 기묘한 하루가 계속해서 생각날 것 같다는 아주 강력한 예감이 들지만.
어쨌거나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로운은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
당장 다음 달 또한 돈을 보내야 하니 말이다.
‘…내려가서 일이나 마저 하자. 돈이라도 벌어야지.’
안 그래도 찬바람이 쌩쌩 부는 곳에 있었더니 아주 잠깐 사이에도 관절이 아주 꽁꽁 얼어붙은 것만 같다.
이번달은 난방비까지 알뜰살뜰하게 아껴야 하니 감기라도 걸리면 곤란하다.
빠르게 결정을 내린 로운이 그릇을 든 채 막 계단으로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어?”
업계를 불문하고 위험 단어로 지정되어 있는 마법의 단어가 로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부상 이후에 항상 말썽이던 무릎이 하필이면 그 순간 삐끗했던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몸의 중심을 다시 잡았겠지만.
“어어… 어어어……?”
하필이면 발이 미끄러진 곳이 가파른 경사를 자랑하는 계단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심지어 물이 얼어붙을 만큼 추운 날씨라는 것도 문제였다.
턱!
종아리가 어딘가에 걸렸다.
뒤이어 부유감이 찾아왔다.
그릇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뒤이어 둔탁한 고통이 온몸을 덮쳤다.
그 순간 직감했다.
‘나, 죽나?’
찜찜한 하루의 끝이 찜찜하다 못해 끔찍하게 끝날 모양이라고.
‘아니, 이렇게 죽는다고? 진짜로?’
지금껏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등바등 살아남으려고 애썼는데, 돌아오는 끝이 이런 엔딩이라니?
가물가물 흐려진 시야로 붉게 번지는 붉은 액체가 보였다.
깨진 그릇과 꽝꽝 언 정화수가 그 옆으로 보였다.
어처구니없지만 정말로 이렇게 죽는 모양이었다.
‘아. 그렇구나.’
사람은 죽기 직전에 주마등을 본다더니만.
죽음의 순간 로운은 한 가지를 문득 알아차렸다.
‘사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거구나.’
그동안 왜 자꾸만 공허한 느낌이 들었는지.
어째서 자꾸만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느껴졌는지.
왜 과거의 빛나던 기억을 자꾸만 되새김질하게 됐는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로운은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내 모습으로, 내 목소리로, 내 노래를… 무대 위에서.’
남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타인의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게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아닌 이로운 그 자신만을 향해 아무 이유 없이 퍼부어 주던 그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망돌이라는 꼬리표도, 사회로 나서기엔 한없이 모자라다 여긴 학력도. 여기저기 망가져 성치 못한 몸도.
그 모든 것이 발목을 잡는 무거운 사슬이었지만.
죽음 앞에서 생각해 보니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내게 또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적어도 지금처럼은 살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그 빛나는 자리에 올라서서 아낌없이 주어지던 그 응원을, 사랑을, 갈채를.
‘반드시, 꼭…….’
받고 싶다.
그러나 너무 뒤늦은 후회였다.
아쉬움도 잠시, 눈앞이 아득해졌다.
죽음이었다.
…고 생각했는데.
“아이고오오! 로운아, 정신이 드냐? 아이고오오!”
살아났다?
아니, 그보다.
‘뭐야, 이 사람? 처음 보는데?’
웬 처음 보는 사람이 그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얼떨떨한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드디어 눈을 떴구나!]웬 반투명한 물방울이 허공에 둥둥 떠서 그를 반겼던 것이다.
심지어 그 물방울은 반짝반짝 발광까지 하면서 로운의 주변을 몇바퀴 돌더니 이렇게 묻기까지 했다.
[그래, 그 몸은 마음에 드느냐?]예?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