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0)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00화(100/110)
100
하하호호.
정다운 대화가 오간다.
하지만 정작 로운의 눈에는.
[거짓] [거짓] [거짓]들숨에 거짓, 날숨에 거짓을 말하는 조준철 피디만이 보일 뿐이었다.
‘내가 이제 헛것도 보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한 가지가 떠올랐다.
바로 얼마 전, 이호의 의뢰를 완료하며 받았던 추가 능력치가 있다는 사실을.
[천호의 직감]‘타인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더니만. 이런 식이었을 줄이야.’
추가 능력치를 받은 이후에도 잠잠했던 터라 있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뭔가 발동 조건이 따로 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이 험난한 세상, 착한 사람은 손해만 보며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천호의 다정한 염려와 걱정이 담겨 있다.]이 설명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고나 할까?
가령, 거짓말을 일삼는 눈앞의 조준철 피디 같은 사람이라던가.
혹은 로운에게 일정 이하의 호감도를 가진 사람을 상대로 발동하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다 내게 우호적인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럼 몰랐을 수밖에 없지.’
추측이지만 꽤 그럴듯한 가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서우주도 원래 작가님의 팬이었다고 하더라고. 원래 작품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딱 된다 싶은 작품만 픽하기로 유명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작가님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오케이하더라고요. 보자마자 원고 챙겨 가도 되냐고 하고요. 그 뒤에 자꾸 다음 분량은 언제 나오냐고 묻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요새 어깨가 아주 으쓱합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웃는 조준철 피디의 머리 위로 또다시 뾰롱, 진실이 떴다.
[거짓]이라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이쯤 되니 로운은 궁금할 지경이었다.
분명 하는 말은 모두 칭찬에 좋은 얘기뿐인데, 거기에 진심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입 발린 말도 할 수 있고, 일부러 듣기 좋은 말을 꺼낼 수도 있기는 하다.
‘그치만 거의 대부분이 거짓인 건 좀 심하지 않냐고요.’
간혹가다 ‘거짓’이 뜨지 않을 때도 있기는 했다.
“제가 이번 작품,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꼭 성공시킬 겁니다.”
“하하. 제가 얼마나 이 작품을 원했는지 작가님은 모르실 거예요. 아셨으면 이렇게 늦게 연락 주지는 않으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렇다니까요. 얼마나 기대작인지 벌써 편성도 확정받았잖습니까. 하하! 제작만 잘 진행되면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죠!”
거짓이 뜬 말과 묘하게 비슷한데 뾰롱하고 뜨는 것은 없어서 더 모호했다.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크게 내용이 다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 미묘한 차이점이 로운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그때, 조준철 피디가 핸드폰을 확인하며 양해를 구했다.
“잠깐 받아야 하는 전화가 와서요.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한껏 미안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 조준철 피디가 밖으로 나가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를 틈타 로운은 이 의문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호 님. 제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조준철 피디님 뭔가 좀 숨기고 계신 것 같지 않아요?”
“호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뭔가 겉과 속이 좀 다른 사람 같아 보여서요.”
한쪽 눈썹을 쓱 들어 보인 이호가 제법 기특하다는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 없었네.”
별로 놀라워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반응에 로운이 확신했다.
‘아. 이미 알고 계신 거구나.’
이호는 물론이요, 이정혜까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긴.
이미 로운이 알아차릴 정도면 무시무시한 연륜을 지닌 이호라던가.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이정혜는 이미 알고도 남았을 터.
“꽤나 궁금한 얼굴이네. 왜 알면서도 우리가 아무 말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는 거겠지?”
대답은 이정혜에게서 나왔다.
“조준철 피디와 이 작품의 연이 이미 닿아 있기 때문이지요. 비틀려면 비틀 수야 있다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흐를 것을 알고 있어서랍니다. 함부로 발설해서는 아니 될 일이라 더 설명하지 못함을 이해해 주세요.”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정혜는 마치 모든 것에 통달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대. 정혜가 이렇게 말하는데 나라고 별수가 있어야지. 거슬려도 지켜보는 수밖에.”
“이호 님이 나서면 더 복잡해지니까 가만히 있어 주세요.”
“알았어. 나도 정혜 너랑 멀어질 만한 위험을 굳이 감수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한 쌍의 원앙이 깨를 볶는 동안.
‘순리라니.’
로운은 고민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이정혜가 한 말이다.
괜한 말을 허투루 하지는 않았을 터.
‘…혹시 촬영하는 동안 뭔가가 일어난다는 뜻인가?’
“혹시 작품에 악영향이 가지는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말씀 드렸잖아요. 이호 님과 저의 아이 같은 작품이라고.”
적어도 망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일단 신경 쓰이니 지켜봐야겠군.’
신경 쓰이는 문제가 하나 더 늘어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아고, 죄송합니다. 통화가 길어졌네요.”
피디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며 사과를 건넸다.
다행히 그 뒤의 대화는 거짓 판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일정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대본 리딩 일정마저 거짓이면 그건 막장이지.’
그러고 보면 작품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직감이 발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이정혜는 작품이 망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가 좋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순탄하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흐른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고난과 역경의 가시밭길을 뻔히 보면서도 그 위를 걸어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쪼록 조만간 일정 픽스해서 전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나같이 연기력 좋은 배우분들이 모여 주셔서 벌써부터 대본리딩 현장이 기대됩니다. 하하.”
미묘한 찜찜함을 남긴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작사로부터 공식 일정이 전달되었다.
바로 첫 대본 리딩이었다.
* * *
대본 리딩.
각자 대본을 읽고 준비해 온 캐릭터를 한자리에서 맞추어 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혼자 연기를 하는 모노드라마라면 모를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얽히며 만들어가는 이야기인 만큼 캐릭터들 간의 호흡과 케미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이 대본 리딩을 통해 출연자들은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기도 하고 조율하기도 하며 합을 맞추는 리허설을 한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공식적인 자리기도 하고.’
후우.
긴장이 몰려오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약간의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
그러나 로운의 불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싹 날아가 버렸다.
바로 옆에 그보다 더 긴장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덩치를 한없이 구깃구깃 작게 옹송그린 채 톡 치면 그대로 기절할 것같이 새하얀 얼굴을 한 남자.
바로 로운의 매니저였다.
“후욱, 후욱…….”
약속 장소인 건물에 들어설 때부터 영 심상치 않더라니만.
이제는 숨소리마저 예사롭지 않았다.
“형.”
“어, 어, 어, 어, 어, 어!”
“괜찮아요?”
“그, 그, 그, 그러엄! 내, 내, 내가 안 괜찮을 이유가 어디이, 이, 이, 있어?”
충분히 안 괜찮아 보인다.
‘왠지 이럴 것 같더라니만.’
뭔가 매니저와 배우가 뒤바뀐 것 같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대신 떨어 대는 매니저를 안심시키다 보니 긴장의 기역까지 싸그리 사라진 기분이다.
“일단 이거 먹고 있어요, 형.”
로운은 미리 챙겨 온 우황청심원을 꺼내 매니저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게 혼자 오겠다니까요.”
“어떻게 그래. 다들 스타일리스트니, 메이크업 아티스트니 잔뜩 주렁주렁 달고 왔을 텐데! 로운이 너만 맨몸으로 덜렁 오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 쟤는 혼자 왔구나?”
“아니지! 쟤는 소속사에서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는 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언제 긴장으로 입이 얼어붙어 있었냐는 듯.
갑자기 달변가가 된 매니저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나는 로운이 네가 그런 취급 당하는 건 못 본다. 영화도 잘됐지, 예능도 대박 났지. 네가 뭐가 모자라서 무시당해야 하는데?”
마치 극성적인 학부모 같은 발언이지만 로운은 그다지 싫지 않았다.
이전 소속사가 그랬던 것처럼 무시당하고 방치당하는 것보다야 백번 낫다.
“아직 제대로 된 작품은 하나밖에 없으니 그럴 수도 있죠.”
원히트 원더가 널리고 널린 게 이 바닥이다.
그러니 첫 흥행에서 얻은 인기가 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터.
더구나 드라마는 처음인데다 배역까지 낙하산으로 얻었다고 흰 눈으로 지켜보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무시당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치만 뭐 어쩌겠어요. 백번 아니라고 말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 주는 게 확실하니 실력으로 말하는 수밖에요.”
로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매니저에게 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옛 성현들이 괜히 그런 말을 했겠는가?
오늘을 위해 그동안 로운은 수없이 많은 연습과 분석 그리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를 불신하고 의심하는 이들에게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이 나을 터.
“로운이 너…….”
어느 순간부터 로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맞아. 네 말처럼 배우는 실력으로 말하는 거지.”
“그쵸?”
믿지 못한다면 증명해 내면 될 일.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며 항상 로운을 챙기던 매니저.
그런 매니저의 시선이 어느새 걱정과 염려 대신 신뢰를 담고 있었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곧 붙어 있는 안내 표시가 보였다.
‘후우.’
로운은 눈을 감으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설레는 쪽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끼익-
로운은 대본 리딩이 있을 대강당의 문을 열었다.
공기부터가 달라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수십 명의 시선이 마치 엄정한 대법관이 판결을 내리는 것처럼 로운에게 내리꽂혔다.
그를 판단하려 드는 수십 쌍의 눈길을 받으며 로운이 미소 지었다.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두 번째 시험대가 비로소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