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3)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03화(103/110)
103
‘그렇게 말했다가는 큰일 나겠지?’
가끔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때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로운은 상대의 정신건강과 촬영 컨디션 유지를 위해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시기를 생각하면 딱 좋기는 해요. 편성이 3분기로 잡혔다고 들었으니까, 딱 초여름에서 늦여름 사이잖아요? 소재도 마침 딱이다, 딱.”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귀신이 나와주는 게 더 고마운 거 같은데? 작품 찍다가 귀신 찍히면 그 작품 대박 난다고 하잖아요.”
원작으로 한창 이야기하던 화제가 어느새 괴담 쪽으로 넘어갔다.
“근데 어디서 들은 말인데, 이런 쪽 작품을 찍다 보면 꼭 관련 사고가 난다는 썰이 있더라고요. 왜, 예전 모 촬영팀이 공포 다큐 찍는다고 갔다가 전부 다 사고 나서 몇 명은 죽고 그랬다잖아요.”
“어우, 그럼 우리도 위험하려나? 우리 건 배경부터가 야산이잖아.”
“진짜로 야산에서 찍는대요?”
“조 피디님이 이미 로케 확정 지었다는데?”
한창 신나게 대화를 하던 와중.
“무슨 얘기들 하시고 계셨습니까?”
다른 테이블에서 기자들과 나누던 이야기가 끝났는지 어느새 조준철 피디가 다가와 물었다.
“아, 피디님. 저희 촬영하다가 귀신 나오면 어떡하냐고 뭐 그런 얘기 중이었어요.”
“아이고, 충분히 걱정하실 만하죠.”
조준철 피디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안 그래도 우리 스태프들도 그런 우려를 해서 미리 준비를 좀 해 두었습니다.”
옆에 다가온 사람을 앞으로 이끌며 말했다.
“여기 아주 영험하신 걸로 유명한 무속인 한 분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저희 촬영할 때마다 동행해 주시기로 하셨답니다.”
“무속인이요? 진짜로?”
“아. 맞아. 들어본 적 있어. 어떤 영화도 일부러 무속인 다니면서 방비하고 그래서 촬영할 때 아무 사고도 없었다더라고.”
“이야. 피디님. 준비 철저하신데요?”
“하하. 저희 촬영지도 험지고 아무래도 다루는 소재가 소재잖습니까. 아, 인사들 나누세요. 아주 영험하신 해도령이십니다.”
조준철 피디 옆에 있던 남자가 걸어 나와 인사를 건넸다.
하얗고 맑은 얼굴에 유난히 반들거리는 눈동자가 인상 깊었다.
젊은 듯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든 것 같은, 연령대를 짐작하기 어려운 모호한 느낌이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일월장군님을 모시고 있는 해도령이라고 합니다.”
출연자들은 진짜 무당이라는 소리에 놀라면서도 신기해하며 인사를 나눴다.
유일하게 그 분위기와 섞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잠깐, 이게 지금 뜬다고?’
바로 로운이었다.
* * *
때는 방금 전.
조준철 피디가 연기자들이 모인 테이블로 다가올 때였다.
띠링!
이제는 익숙한 알림음이 떴다.
시도 때도 없이 생뚱맞게 뜨는 시스템 알림에는 이제 익숙해졌다.
‘뭐 때문에 뜨는지 한 번 볼까.’
[시스템 긴급 패치가 완료되었습니다!]‘음?’
긴급 패치라니.
한 번도 본 적 없던 알림이었다.
이전에 시스템 점검은 있기는 했었다지만.
‘그러고 보니 그때 시스템이 먹통이었던가? 청화 님이 엄청 답답해하셨던 기억은 나는데.’
속이 터져나갔던 것은 청화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의뢰를 맡겨야 하는 수많은 관조자들 또한 애간장이 솔찬히 끓어 댔을 터.
그때 영생 가능할 만큼의 욕을 시원하게 먹은 덕분인지 이번에는 공백기 없이 잠수 패치를 진행한 모양이었다.
[본 시스템은 사용자 이로운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안내 드립니다.]어쩐지 알아 달라는 듯한 메시지에 이어 패치 내역이 공개되었다.
[1.0.1 시스템 긴급 패치 내역 알림] [-‘의뢰 선택 기준’에 새로운 선별 항목이 추가됩니다.] [-추가 신설된 항목: 돌발 의뢰] [*‘간절함’ 수치와 ‘긴급도’ 수치가 추가되었습니다.] [*해당 수치가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경우, 해당 의뢰에 가점이 부여되어 최우선적으로 배치됩니다.]띠롱거리며 갱신되는 상태창을 바라보던 로운의 눈이 커다래졌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거 설마 예전에 내가 했던 말 때문인가?’
얼떨결에 받게 된 세 번째 의뢰.
그 당시 천화는 굉장히 아쉬워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운의 몸은 하나이니 시간도 기회도 모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널 위해 얼마나 의뢰를 고르고 또 고르고 있었건만!
기회가 한정된 것은 관조자들뿐만이 아니다.
로운도 제한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의뢰는 한 번에 하나씩만 받을 수 있는 데다가 그 의뢰 하나하나가 결코 쉬운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공덕을 희생하면서까지 부탁하고 싶은 의뢰들이 간단할 리가 없기는 하지.’
제한된 기회인 만큼 청화가 최선의 ‘의뢰’를 받고자 하는 이유를 로운도 모르지는 않았다.
로운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청화니 그가 로운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러고 보면 내가 그때 청화 님께 그런 말씀을 드렸기 때문인가?’
그때 로운이 그랬었다.
선별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박탈이 염려된다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는 것도 서러운 세상인데.
덕이 모자라다고 기회조차 받지 못하면 얼마나 서글프겠는가?
‘이번에 새로 추가된 패치 내역을 보면 확실히 내가 걱정한 부분은 좀 완화될 것 같기는 하네.’
때마침 타이밍 좋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본 시스템은 사용자 ‘이로운’의 의견을 존중합니다!]이번 역시 알아봐 달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던 와중.
시스템 메시지 너머로 유난히 반들거리는 새카만 눈동자와 언뜻 눈이 마주치는 것 같았다.
그러기가 무섭게.
띠링!
[돌발 의뢰가 감지되었습니다!] [의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으응?
‘…잠깐. 이게 지금 뜬다고?’
패치 완료가 끝난 게 방금 전인데.
이렇게 갑자기요?
* * *
“어머, 팔로워 수가 대체 얼마야. 백만이면 골드 버튼이지? 그럼 골드 버튼 있으신 거예요?”
시기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든 조준철 피디의 소개 때문인지.
아니면 무속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어느새 연기자들은 해도령이라는 무속인에게 온통 관심이 쏠린 상태였다.
“골드 버튼이라면, 그렇습니다. 감사하게도 받은 터라 잘 보관하고 있지요.”
“우와. 말투부터가 다르시네.”
“무슨 신 같은 거 모시는 거예요 그럼?”
“예. 저는 일월장군님을 모시고 있답니다.”
자기가 데려온 사람에 관심이 많아 보이자 조준철 피디의 어깨가 으쓱거린다.
“제가 모셔 와서 하는 말이 아니고, 이분이 정말 용하신 분입니다. 여의도에 계시는 높으신 분들이라면 이 해도령님을 모르는 분이 없으세요.”
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여의도에 있는 높으신 분들이라면 뻔했으니까.
“여의도라면… 설마 혹시 금뱃지 다신 분들 말이에요?”
“어머. 정치인들이 그렇게 점집을 드나든다고 하더니만 진짠가 보네.”
보아하니 해도령이 떡밥을 던지면 연기자들이 알아서 이런저런 궁예를 하는 식이었다.
“그럼 진짜 능력 있으신 분인가 보다. 와… 피디님. 이런 분은 막 예약이 몇 년치씩 밀려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아, 원래부터 알던 분이셔서 이번에 부탁 한번 드려 봤습니다.”
“오. 그러고 보니 우리 작품 들어가는데 뭐 하신 말씀은 없으시고요?”
“대박 날 거라 하시던데요. 하하.”
정말로 미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보다는 흥미 위주의 사람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대박 난다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었다.
“그런데 정말 뭔가 있어서 동행하기로 하신 거예요? 진짜 귀신 같은 게 있나? 정말 뭐 보이는 게 있기는 해요?”
조준철 피디가 하도 용하고 영험하다며 바람을 잡아서인지 연기자 중 한 명이 잔뜩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해도령은 대답 대신 은은한 미소만을 지었다.
아무런 말은 없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를 더 신비롭고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신께서 보여 주시는 것만을 알 뿐입니다.”
그러더니 반들거리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물어본 사람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아니, 갑자기 왜 그렇게 보세요?”
“혹시 집안에 우환이 있지 않으십니까?”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병상에 누워 계시는 분이 보이는군요. 김착식 씨와 오래도록 왕래하지 않으신 분인데, 김창식 씨의 성함을 부르고 계십니다.”
해도령이 말을 끝내자마자 상대의 안색이 변했다.
갑자기 심각해진 분위기에 옆에 있던 다른 연기자가 슬그머니 물을 정도였다.
“이봐, 갑자기 왜 그래?”
그러나 해도령의 시선을 받고 있는 사람은 대답 대신 손만 바들바들 떨었다.
“혹시 누가 말해 줬… 아니,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어떻게 알았습니까?”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일월장군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전해 드렸을 뿐.”
눈을 지그시 감는 해도령은 일견 신비롭게까지 보였다.
“큰 고비가 곧 올 것입니다. 어서 가서 손이라도 한번 잡아 드리시지요.”
해도령의 말을 들은 연기자가 정말 조준철 피디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연기자들이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와, 진짜인가 봐. 진짜 용하시네. 나도 얼핏 듣기로 저 친구가 절연한 가족이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걸 맞추시네. 와아…….”
“신령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전해 드릴 뿐입니다.”
해도령이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며 말했다.
그러자.
“허, 그럼 저도 뭐 하나만 봐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저기 창원 쪽에 봐둔 땅이 하나 있는데…….”
“도령님, 저도 말씀 좀.”
흥미 위주였던 분위기는 어딜 가고 다들 심각하게 고민을 토로해 오기 시작했다.
“자자. 다들 진정들 하세요. 우리 해도령님 말씀 한 자락이라도 얻으려면 얼마나 예약이 길고 대기가 많은지 아십니까? 이분 뵈려고 돈다발 싸 들고 오셔도 문턱도 못 넘고 돌아가는 사람이 한 트럭입니다.”
조준철 피디가 중간에서 말려 봤지만.
“아이, 돈이야 드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돈이 다가 아니고 예약이…….”
“에이이. 지금 이렇게 얼굴 보고 있는데 어떻게 좀 안 되남? 섭섭치 않게 챙겨 드릴게.”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인데 그건 좀…….”
오히려 그 반응이 불을 당겼는지 너도나도 말을 얹기에 바빴다.
그러던 와중, 해도령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불초한 몸을 이곳으로 이끄신 것 또한 신의 뜻이시겠지요. 부족한 몸이지만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신께 간청드려 보겠습니다. 어려운 분을 돕는 것이 신이 제게 주신 사명인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 태도로 해도령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맞은편에 있던 사람들 또한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고개를 꾸벅이며 맞절을 했다.
보아하니 아주 해도령이라는 인물에게 단단히 감겨든 모양이었다.
뭐, 무리는 아니었다.
분위기부터 신비한데다가 정재계 인사들도 찾는 영험한 무속인.
거기에 눈앞에서 라이브로 벌어진 기기묘묘한 일까지.
넘어가지 않으면 이상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보는 로운에게는.
‘저거 순 사기꾼 아냐?’
어처구니없는 한 편의 사기극처럼 보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