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4)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04화(104/110)
104
왜냐고?
그도 그럴 것이.
[의뢰: 뭣이 중헌디] [이대로 가다가는 생이별을 하게 생긴 간절한 염원이 당신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의 실수는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데……. 끊어질 위기의 인연을 구하라.]라는 의뢰창이 아까부터 둥둥 떠다니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해도령의 머리 위로.
누구를 타게팅 하는지, 누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겠는 타게팅이었다.
[별빛 578이 간절한 눈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별빛 578이 당신을 보며 간절히 두 손을 맞잡습니다!] [별빛 578이…….]‘아무래도 578번 관조자가 의뢰자인 모양인가 본데.’
해도령의 직업, 그리고 의뢰에 기재된 내용을 조합하면 나오는 답은 한 가지다.
‘신빨 다 떨어진 거네.’
게다가 아까부터 여길 봐달라는 듯 자꾸만 떠오르는 작은 창.
[거짓] [거짓] [거짓]소소하게는 점잖은 체 신을 들먹이며 소명을 운운하는 말부터.
크게는 한 연기자에게 병원 어쩌구 하며 한 말까지.
‘대체 뭐 하는 인간이길래 무슨 말만 하면 죄다 거짓이지?’
조준철 피디도 한 거짓 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의 모든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에 조준철 피디보다 한술 더 뜨는 인간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뒤늦게 나타난 청화가 하는 말이 로운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 주었다.
[저 어린놈은 혼자 무슨 헛소리를 해 대는 것이냐?]별 같잖은 흰소리를 다 듣는다며 청화가 어처구니없어 했다.
긴급 패치가 이뤄진 이후.
또다시 한발 늦고 만 청화는 상황을 알아채고 펄펄 뛰었더랬다.
[아니, 왜 하필 자꾸 이 몸이 자리를 비울 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냐!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일언반구 하나 없더니만! 잠깐 자리를 비울 때만 노려서! 고새를 못 참고!]환장하겠다느니, 자꾸 이렇게 상도덕 없이 뒤통수를 치면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느니.
말랑말랑해 보이는 반투명한 물방울이 보그르르 위협적으로 거품을 피워 올렸다.
그래 봤자 귀여워 보여서 소용은 없었지만.
[돌발 의뢰는 또 웬 것이란 말이냐! 가산점은 또 웬말이고!]웃기는 건 그에 응답하듯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는 것이다.
[본 시스템은 사용자 ‘이로운’의 의견을 존중합니다!]물론 그게 청화에게 더 불을 질렀음은 두말할 것 없는 일이었다.
[이 몸은 뭐 저 녀석 의견을 무시하는 줄 아느냐!]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째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 와중에 해도령이 열심히 입을 털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펄펄 뛰던 청화도 얼떨결에 해도령이 하는 말을 같이 듣게 되었던 것.
“그러니까 청화 님. 저분이 하는 말이 다 거짓말이 맞다는 거죠?”
[그렇지. 아무리 봐도 눈도 가려져 있고 귀도 막혀 있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듣고 무엇을 보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이런 말까지 들으니 아무리 무속 신앙이니 전통 민간신앙이니 하는 분야에 대해 알못인 로운이라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의뢰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계속해서 뜨는 거짓이라는 직감.
그리고 쐐기를 박는 청화의 발언까지.
이 모든 것을 조합하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다.
‘저 해도령이라는 인간이 지금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거지.’
신빨도 다 떨어진 인간이 어떻게 신이 한 말을 전할 수가 있겠는가?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었다.
‘대체 왜?’
사기라는 건 뭔가 얻어낼 것이 있을 때 타인을 속이는 행위다.
해도령은 고작해야 자문 역할로 온 사람.
이 촬영에서 그가 얻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거짓말로 손님을 유치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터.
‘조준철 피디 말을 들어보면 본래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가만히 있어도 손님이 몰릴 텐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영업을 한다고?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해도령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거짓말로 손님을 유치하는 일뿐.
물론 그것도 사기는 사기였다.
대체 피디가 영험하다며 모셔 온 자문이 이곳까지 와서 사기를 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제멋대로 하게 둘 수는 없으니까.’
누군가는 별거 아닌 문제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금액이 얼마가 되건 간에 무고한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저거저거, 보아하니 싹수가 아주 노랗다 못해 샛노랗구만. 그러니 애가 닳다 못해 새카맣게 타서 네 녀석에게 달려온 거겠지만. 아직 돌이킬 수는 있는 모양이지만. 내 저놈 하는 꼴을 보아하니 텃다, 텃어. 떼잉!]쯧쯧.
로운이 어떤 의뢰를 받았는지 알게 된 청화가 끌끌, 혀를 찼다.
로운도 그 말에 동의했다.
‘딱히 지금까지는 별일은 없기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을 말하는 것 하며.
의도적으로 오해를 방치하는 것부터가 사짜 냄새가 솔솔 풍겼다.
그리고 로운은 사기꾼들이 싫었다.
금전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사기당한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무너뜨리게 만드니까.
마치 로운의 이전 삶이 그랬던 것처럼.
로운은 솟구쳐오르는 어두운 기억을 내리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더 있는 느낌인데…….’
이상하게도 사기 행각이 끝이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은 뭔지 알 수 없지만 계속 지켜보다 보면 곧 알게 될 터.
[그나저나 너는 뭐 하나 쉽게 가는 일이 없구나.]쯧쯧.
청화가 이번에는 로운을 향해 혀를 찼다.
[별빛(의뢰자)가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 내며 간절한 눈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행여나 로운이 못하겠다 드러누울까 걱정되었는지 의뢰자마저 알림을 보낸다.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피디가 이상한 것도 신경 쓰이는 마당에.
피디가 부른 무속인마저 심상치 않다니.
‘이 드라마,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맞겠지.’
분명 성공이 보장된 작품이건만.
어째서인지 로운에게는 그 과정이 벌써부터 험난하게만 느껴졌다.
갈 길이 멀었다.
* *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 생각했던 촬영.
그런데.
‘…의외로 별문제 없는데?’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드라마 제작은 수월하다 못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물론.
[저 녀석, 또 너를 노려보고 있는구나.]소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다.
촬영 때마다 동행하는 해도령의 눈빛이 날이 갈수록 살벌해지는 것이 그중 하나라고나 할까.
로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저 인간 입장에서 저는 아마 원수 같을걸요?”
만약 눈빛이 실체를 가질 수 있다면 지금쯤 얼굴에 커다란 구멍이 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운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사기라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가만히 놔두겠냐고.’
해도령이 로운을 노려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영험한 무속인 노릇을 하려 들 때마다 로운이 사사건건 방해를 해 댔으니까.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저런. 요근래 악몽을 자주 꾸지 않으십니까?”
일단 이렇게 떡밥을 던진다.
그럼 눈 밑이 거뭇한 사람이 그걸 덥썩 문다.
“헉, 어떻게 아셨어요?”
그럼 해도령이 항상 짓고 있던 웃음을 지우고 서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제게는 보입니다. 배우님께 달라붙어 있는 한 처절한 영혼이 말입니다.”
“네? 저한테요?”
유명하다는 무당이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데 혹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특히나 요즘 들어 정말로 잠자리를 설치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게다가 밤잠을 설치는 모종의 이유가 더 있다면, 그 신뢰도는 갑자기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예. 아무래도 그 폐가에서 배우님께 들러붙은 모양입니다.”
“허억! 설마했는데……!”
“그대로 놔두시다가는 크게 해를 입으실지도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구천을 떠도는 넋들은 탐욕스러운 경우가 많아 달라붙은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으니까요.”
“그, 그럼 저는 어떻게 하죠? 하. 진짜. 거기 들어가기 싫었는데.”
“걱정 마십시오. 이런 일을 위해 제가 이곳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굳어졌던 표정을 풀며 인자하게 미소를 지어 주면 거의 백이면 백 다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아… 도령님…….”
한 줄기 빛을 본 것처럼 연기자가 눈을 빛낼 때가 바로 하이라이트였다.
“배우님을 대신하여 제가 그 넋을 달래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더 이상 배우님은 괴로우실 일이 없을 겁니다.”
“헉, 정말이십니까? 피디님께 도령님이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만 어찌 불쌍한 영을 그냥 지나지겠습니까?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것 또한 저의 사명. 천도제를 지내 주면 분명 한을 풀고 성불할 것입니다.”
“오오… 천도제. 그럼 그렇게…….”
그렇게 실컷 홀린 연기자가 해도령의 언변에 어어어어 하며 넘어가려는 찰나.
“영우 님. 잠시만 저희 대사 좀 맞춰 볼 수 있을까요?”
로운이 딱 끼어드는 것이다.
“아! 네, 당연하죠!”
해도령과 이야기하던 연기자가 벌떡 일어서며 로운을 향해 몸을 돌렸다.
“도령님, 죄송합니다. 잠깐만 얼른 연습하고 오겠습니다!”
단역에 불과하지만 어떻게든 좋은 연기를 선보이려는 연기자였다.
짧은 순간이라도 임팩트가 있다면 시청자들이 그를 눈여겨볼 것이고, 그게 고스란히 인지도와 인기로 연결될 테니까.
그러니 조연이라지만 거의 주연급이나 다름없는 로운이 같이 연습하자는 얘기는 절대로 사양할 수 없는 종류의 권유였던 것이다.
“무슨 씬으로 할까요!”
의욕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를 들으며 로운이 대답했다.
“다음 장면에 제가 영우 님 이마를 미는 부분이잖아요. 이 부분 합을 좀 맞춰야 될 것 같아서요.”
“아, 그 부분이요! 저도 이거 연습하긴 했는데, 확실히 혼자 하면 타이밍이 좀 애매하긴 하죠. 네. 그럼 이 부분으로 같이 맞춰 볼까요?”
“네. 제가 저쪽에 매트 빌려 놨으니 저쪽에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헉……! 그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다치시면 안 되니까요.”
“와…….”
감동받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연기자에게 대답해 주는 로운의 시선이 연기자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로운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해도령이 있었다.
[아니, 저놈이? 주제를 모르고 지금 누구를 노려봐?]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했다.
그도 그럴 게 로운이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은 것이 벌써 다섯 손가락을 넘어갔기 때문이다.
[별빛(의뢰자)가 애는 착하다며 당신에게 깊은 양해를 구합니다!] [아, 무슨 놈의 양해는 양해야? 저게 어디 착한 애로 보여?] [별빛(의뢰자)가 자신이 잘 타일러 보겠다며 당신에게 읍소합니다!] [뭘 어떻게 타이를 건데? 대화도 거의 안 통한다며? 저렇게 구니 점점 더 상태가 악화되기만 하잖느냐!]로운은 정신없이 아웅다웅거리는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며 연기자와의 연습에 집중했다.
‘연습은 언제나 다다익선이니까!’
해도령에게서 떼어 낼 핑계로 부르기는 했지만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 또한 진심이었다.
주고받는 대사와 동작의 호흡이 어느 정도 다듬어졌을 무렵.
“아까 얼핏 들었는데, 요새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요.”
얼추 연습이 마무리되어 갈 즈음, 로운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