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5)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05화(105/110)
105
“아… 들으셨어요? 이거 민망한데. 네. 제가 요새 자꾸 헛것이 보이고 가위도 눌리고 해서요.”
“저도 딱 그랬는데.”
“네? 로운 씨가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말하던 연기자가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희 촬영지가 촬영지다 보니 저도 초반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가위도 종종 눌렸어요.”
“헐.”
연기자에게 로운은 멀고 먼 상대였다.
일단 조연이지만 주연이나 다름없는 출연 분량도 그렇거니와.
몇달 전 어마어마한 히트를 기록한 영화에 출연해 유명세를 끌어모은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귀로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김성하 감독이 아예 공공연히 로운이 자신의 뮤즈라며 사방팔방에 떠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충무로에 좀 기웃거려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 뒤에 방영되었던 예능은 또 어떤가?
‘강차헌이랑 그렇게 친하다니… 완전 부러워.’
외모면 외모, 연기력이면 연기력.
그 모든 것이 완벽한 강차헌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사교성이라는 소문은 연예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알았다.
연예계가 뭔가.
대중들조차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강차헌이 무려 첫 예능을 이로운과 찍은 것이다!
대본 느낌 하나 없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으며 한예주 피디 프로인 만큼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듣기로는 오랜 무명이라고 했는데… 연기도 잘하고. 생긴 것도 그렇고. 대체 왜 그동안 안 떴는지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야.’
듣기로는 안 좋은 소문이 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말해 이 바닥에 소문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옷만 좀 좋은 거 입고 와도 금수저 썰이 도는 것이 이 바닥이었다.
‘소문이 안 좋은 거치고는 매일같이 제일 먼저 촬영장에 나오고 연습도 미친 듯이 한단 말이지?’
자기 촬영 분량이 없을 때는 출근조차 하지 않는 배우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주연급이면 여기저기서 찾는 곳도 많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이,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로운도 모자라 찐 주연인 서우주 또한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던 것.
-바쁘시지 않으세요? 굳이 오늘은 안 나오셔도 되는데 왜…….
언제 한번 그가 지나가듯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로운이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었다.
-연기자가 촬영장에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렇긴 했다.
그 당연한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전체적인 흐름을 봐둬야 제 차례 때 반영할 수 있거든요. 각 장면마다 어떻게 디렉팅 들어가는지도 봐두면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기도 하고요.
아직도 로운의 그 대답은 그의 안에 인상 깊이 남아 있었다.
연기도 잘하는 사람이 노력까지 한다.
거기에 피지컬까지 받쳐 주니 로운의 차례가 올 때마다 연기자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는 했다.
저절로 눈이 가고, 왠지 자꾸만 응원하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그런 만큼 연기자가 로운이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진짜요? 로운 씨도 가위를 눌렸어요?”
그 멀게만 느껴지던 사람과 공통점이 생겼다.
그것도 한없이 사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네. 완전 심하게요. 아예 답사를 다녀왔을 때부터 그래서 한동안은 아예 잠도 안 잤었어요.”
갑자기 모든 집중력이 상대의 발언에 쏠렸다.
“헉… 힘드셨겠다…….”
“처음엔 저도 귀신이 들렸나, 저주받았나 고민 많이 했거든요.”
“헐. 네네. 저도 지금 완전 그런데!”
선망하는 이와의 공통점은 귀신이라도 설렜다.
하지만 곧 현실이 연기자를 덮쳤다.
이대로 계속 잠도 못 자면 집중력도 떨어질 테고, 연기 또한 형편없어질 것이 분명했다.
잘 보이고 싶은 상대 앞에서 실수를 연발하게 될 생각을 하니 눈앞이 다 아찔했다.
“아… 진짜 죽겠어요. 이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혹시 그 증상이 심해지신 게 언제부터셨어요?”
“저저번주 폐가 탐험 씬 때요. 그때도 왠지 느낌이 안 좋았었거든요.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바로 그날부터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진짜 귀신에 씌였나 봐요. 로운 씨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아, 그러고 보니 로운 씨도 뭔가 특수 파워가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시……?”
“아뇨. 그거 아닙니다.”
설마, 하는 눈길로 보는 시선에 로운이 정색했다.
‘해도령 사기를 방지하는 건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슈퍼파워라니.
무슨 정체를 숨긴 히어로도 아니고.
해도령의 사기행각을 막을 방법으로 해도령의 무능함을 강조하기 위해 의뢰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 시발점이었다.
-신발이 대단하다면서 이런 것도 틀려? 영험하다는 것도 다 거짓말 아니야?
로운의 의도는 이런 여론을 사람들 사이에 퍼트리는 것이었다.
고작 아무것도 아닌 일개 인간 1조차도 맞추는 걸 대단한 무당이 틀린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이미지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잘 맞춰도 너무 잘 맞춘 게 문제가 될 줄은…….’
해도령이 신빨을 잃기 전까지 대단하다고 이름 날렸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의뢰자가 열심히 돕는답시고 이것저것 로운에게 알려 준 것들이 너무 잘 맞아도 찰떡같이 맞아들어 버린 탓이었다.
안 그래도 온갖 미신이 판을 치는 곳이 바로 이 연예계다.
로운의 말도 안 되는 적중력이 소문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로운을 바라보는 연기자의 눈이 반짝거렸다.
어떤 해결책을 내줄지 잔뜩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연기자를 보며 로운이 입을 열었다.
“저는 매일 아침 러닝을 하고 비타민과 프로폴리스를 챙겨 먹으며 피로회복제를 함께 복용했습니다.”
“러닝, 네?”
굿이 아니라?
너무 예상외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로운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유산소가 체력 기르기에는 최고니까요. 근력 운동도 몸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유산소를 병행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유산소…….”
그렇게 단어를 되풀이하는 연기자는 어째서인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운은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일과를 마친 후에는 스트레칭하는 것을 잊지 말고 해 주시고 가벼운 반신욕도 추천합니다. 쌓였던 피로가 풀리고 긴장을 낮춰 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반신욕…….”
“참. 영양제 따로 드시는 거 있으세요?”
“아, 아뇨.”
“그럼 제가 추천해 드릴 만한 게 있는데…….”
“아, 넵! 받아적겠습니다!”
추천하는 제품까지 알뜰살뜰하게 받아적는 연기자를 보며 로운이 다시 운동예찬론을 펼쳤다.
“아무래도 체력을 기르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거든요.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는 사실 잠깐 반짝하게 만드는 거고 꾸준하게는 운동이 최고거든요.”
“아, 아아… 운동…….”
어느모로 보나 운동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연기자가 대답했다.
“보니까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도 같이 약해진다고 하더라고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잖아요.”
“건강한 육체…….”
“체력을 한번 길러 놓으면 밤샘 촬영이나 마라톤 촬영 때도 처지는 게 덜해요. 한번 속는 셈치고 오늘부터 1시간씩 가볍게 뛰어 보시면 어떨까요?”
“그, 정말로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악몽도 가위도 안 눌리게 될까요?”
“그럼요. 제가 바로 그 산증인입니다.”
로운이 미소를 지었다.
보기만 해도 신뢰가 샘솟는 그런 미소였다.
그래서일까.
“그럼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연기자는 홀린 듯이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마침 제 차에 홍삼이 있는데 그거 드릴게요.”
“……! 그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에이, 뭘요. 다 이렇게 서로 돕고 사는 거죠.”
어쩜.
연기자가 감탄했다.
‘그래. 귀신이라도 심약한 사람을 노리지 건강한 근육맨을 노리진 않을 거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운의 말대로 하면 그대로 다 잘될 것 같았다.
어느새 전도인지 천도제인지는 까맣게 잊은 연기자가 다짐했다.
‘좋아. 오늘 저녁부터 러닝 한 시간 하고 스트레칭 후 반신욕 해야지!’
로운이 알뜰살뜰하게 공유해 준 영양제와 보조제도 챙겨 먹어야겠다.
한 손에 쥐여진 홍삼 박스를 굳게 움켜쥐며 다짐하던 때, 때마침 조준철 피디가 연기자를 호출했다.
“아,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로운 씨, 정말 감사해요.”
그렇게 꾸벅이며 뒤도는 연기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로운의 옆으로, 청화가 스윽 모습을 드러냈다.
[너, 거짓말 좀 잘한다?]“기왕이면 선의의 거짓말이란 아니면 선의의 연기라고 해 주실래요?”
[머릿돌이랑 어울리더니만. 아주 천연덕스럽더구나.]“어색하거나 티 나지는 않았죠?”
[그럴 리가 있나. 누가 가르쳤는데.]“그나저나, 정말로 저분한테 아무것도 없는 거 맞아요?”
[어허. 몇 번이나 말하느냐. 이곳에는 귀신의 기역 나부랭이도 없느니라.]“그럼 됐어요.”
로운이 몇 번이고 해도령을 이런 식으로 방해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청화를 비롯한 여러 관조자들의 도움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덕분에 좀 곤란한 소문이 생기기는 했지만.’
사기를 막을 수 있다면 그런 소문 정도야 눈감고 참아 넘기면 된다.
해도령이 어떻게든 상황을 영적인 문제로 몰고 가려 할 때마다 로운은 청화나 이호 혹은 관조자의 확인을 거쳤다.
[거짓]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나오는 덕에 직감의 덕도 쏠쏠히 보았다.
아무튼 개소리임이 판명되면 로운은 곧장 행동에 들어갔다.
더 볼 것 없이 끼어들어 여러 방식으로 훼방 놓고 방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요 몇 주간 이어진 패턴이었던 것.
이번 연기자의 일만 해도 그랬다.
‘귀신은 무슨. 그냥 겁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일 뿐인데 말이야.’
마침 그 출연자의 등장 씬이 폐가라는 것이 문제였다.
모두가 가지 말라는 폐가에 막무가내로 탐험하겠다고 객기를 부리다 귀신에 씌이는 인물이었던 것.
‘촬영할 때도 엄청나게 NG를 내더니만…….’
얼마나 떨어 대던지 담력 테스트를 하러 들어가는 장면부터 사시나무 빙의한 듯 떨어 댄 덕분에 수많은 NG가 탄생했더랬다.
덕분에 연기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는 몰라도 겁에 질린 연기는 엄청나게 리얼했다.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였다.
연기자의 눈 밑이 퀭하고 동공이 반쯤은 풀렸다는 것이었다.
귀신에 홀린 역할을 연기해야 하니 안성맞춤이기는 했지만.
딱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 조금만 충동질하면 해도령의 미끼에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폐가라는 핑계도 좋겠다 진짜로 또 접근할 줄이야.’
벌써 몇 번이고 끼어들어 저지했는데도 포기할 생각을 안 한다.
그때, 천화가 물었다.
[그런데 넌 저 인간이 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느냐? 아무리 이 몸이 계시다지만 혹시라는 것도 있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