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6)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06화(106/110)
106
“뭐, 어떤 멍청이가 겁도 없이 이곳에 오겠어요?
로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곳에 귀신이 있을 리가 있나.
‘오면 죽으러 오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무려 청화를 비롯해 천 년도 더 묵은 천호인 이호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이호의 경우 부캐인 Re.D도 아니고 이호도 아닌 제3의 인물인 이정혜의 매니저로 둔갑한 상태지만 어쨌거나 본질은 어디 가지 않는 법.
여하튼 그런 대단한 존재가 둘이나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어떤 멍청한 잡귀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도 모르고 이곳에 나타나겠는가?
“저분은 귀신이 들린 게 아니라 그냥 놀란 거예요.”
방금 전의 연기자가 시름시름 말라 가는 이유.
바로 노시보 효과라는 거다.
플라시보 효과가 가짜 약을 먹어도 진짜라고 믿으면 정말로 병이 호전되는 원리라면.
노시보 효과는 그 정반대였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믿음이나 생각이 정말로 육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밥 좀 잘 먹고 놀란 것 좀 가라앉히고 몸보신 좀 하다 보면 저절로 알아서 괜찮아질걸요. 잠을 못 자는 게 문제 같으니 땀 좀 빼고 나면 잠도 잘 올 거고요.”
[호오.]일단 그 부정적인 생각부터 버리게 하는 게 급선무다.
‘딱 봐도 운동하고는 인연이 없어 보이니 조금만 뛰게 해도 힘들어서 정신없이 곯아떨어질 테니까.’
그렇게 한 번 꿀잠을 자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로운의 말에 더 신뢰를 가지게 될 터.
로운이 운동에 미쳐 있다는 소문이 한 줄 더 추가될 테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만했다.
[그나저나 네 얼굴이 뚫릴 것 같구나.]로운도 느끼는 중이었다.
아까부터 얼굴 옆면이 뚫어질 듯 따끔거리고 있었으니까.
노려보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어쩔 수 없죠. 제가 지금 방해한 횟수만 해도 꽤 될 테니까요.”
[그쯤 하면 포기할 만도 한데 말이지.]“단순히 손님을 늘리려는 것만은 아닌 거 같은데, 대체 뭐 때문에 그런 건지 궁금하긴 하네요.”
신빨이 떨어졌으면 점쟁이 노릇은 그만두는 게 맞지 않나?
‘하긴. 사기꾼이 아닌데 어떻게 사기꾼의 생각을 알겠어.’
어쨌거나 촬영장 내에서의 해도령의 입지는 순조롭게 줄어드는 중이었다.
그에 비례하여.
[현재 의뢰 달성률: 27%]달성률 역시 순조롭게 채워지는 중이고.
‘또 올랐네. 역시 해도령의 사기행각을 막는 게 맞는 일이었어.’
로운이 계속 해도령을 방해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었다.
달성률은 의뢰 진척도를 알게 해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뢰 해결 방향이 제대로 되었는지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나침반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언제나 그렇듯 의뢰는 모호하고 불친절한 설명뿐이니 해결 방법은 직접 알아내야 한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수월하게 끝낼 수 있겠는데?’
그 뒤로 몇몇이 슬그머니 다가와 운동 좋아하냐고 묻는 일이 늘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모든 일은 아주 순조롭게 풀려갔다.
사소한 문제가 터진 것은 얼마 뒤였다.
* * *
“하, 나 참. 아직도 이딴 기사를 내는 쓰레기가 다 있네?”
촬영장으로 향하려는 어느 날 아침.
차에 올라타던 로운은 매니저가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핸드폰 화면에 집중한 것을 발견했다.
어찌나 몰두해 있는지 로운이 차를 타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듯했다.
“왜 그래요, 형?”
평소에는 입에 올리지도 않는 험한 말을 하는 것도 신기하여 묻자 매니저가 화들짝 놀란다.
“흐악! …아, 깜짝이야. 엄청 놀랐네. 로운이 너 대체 언제 왔어?”
“방금요. 그런데 뭘 보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요?”
불곰같은 덩치와 생김새답지 않게, 매니저는 한없이 마음이 무르고 섬세한 사람이었다.
남에게 함부로 싫은 소리나 안 좋은 말같은 것은 일절 입에도 올리지 않는 사람이다.
유일하게 예외가 있다면 로운과 관련된 일일 때가 그러한데…….
혹시나 하고 묻자.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자, 이만 출발할까?”
이런 어설픈 대답이 돌아온다.
황급히 화면을 내리며 화제를 돌리는 노력이 가상했지만 아쉽게도 연기력이 형편없어 통하지 않았다.
“왜 그래요? 안 좋은 기사가 나기라도 했어요?”
로운은 아무 말이나 던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흠칫!
이제 막 시동을 걸려던 매니저가 천장에 머리를 찧을 정도로 펄쩍거리며 놀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삐거덕거리는 고개를 돌리며 로운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왠지 귀신을 본 듯했다.
“로, 로, 로, 로, 로운아? 너, 너, 너, 너 정말로 혹시 시, 시, 시, 신기라도 생긴 거니?”
“무슨 소리예요, 갑자기? 아. 설마 진짜 기사 뜬 거예요?”
“아냐아, 아, 아, 아, 아니. 아니라니까?”
웬만하면 저 선의의 거짓말에 속아 주고 싶지만…….
‘저렇게 티가 나서야. 하긴 겉과 속이 같은 게 매니저 형의 매력이기는 하지.’
이래 봬도 일단은 배운데 저기에 속아 넘어가는 게 이상한 수준이라고나 할까.
자기가 생각해도 좀 그랬는지 매니저가 체념한 듯 실토했다.
“기사가… 뜨기는 떴어. 그치만 별로 신경 쓸 만한 건 아니야. 내가 좀 봤는데 딱히 여론도 나쁘지는 않더라.”
“그래요?”
“일단… 보자마자 회사에는 알려 뒀어.”
한숨을 쉰 매니저가 일단 차를 출발시켰다.
어쨌거나 촬영장에 늦는 건 더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옆에서 로운이 핸드폰을 매만졌다.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기가 무섭게 곧 매니저가 말한 기사가 떴다.
[연예계 자숙의 의미는 어디로? …‘문제아’들이 복귀한다] [“특권 아닌 특권”, 사고 치고도 나 몰라라… 우리 곁에 만연한 연예인 도덕적 해이] [투데이픽] “인기가 다?” 도덕 불감증에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이 된 사람은 누구?‘타이틀만 놓고 보면 대역 죄인도 이런 대역 죄인이 없네.’
매니저가 왜 답지도 않은 험한 말을 했는지 알겠다.
평범한 사람, 아니 평범한 연예인만 되어도 이런 기사를 보면 식은땀이 절로 나고 손발이 벌벌 떨릴 터.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업보빔에 시달린 경력직 로운은 달랐다.
“생각보다는 온건하네요?”
“으, 으응?”
“형 반응이 하도 격하길래 범죄 혐의같은 게 밝혀진 건가 하고 걱정했는데. 보니까 그런 건 없고 예전 일을 끌어온 모양이네요.”
보고 나니 오히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옆의 매니저가 로운 대신 경악했다.
“뭐? 로운이 너 설마 버, 버, 범죄 저지른거니? 뭐, 대체 무슨 일을……?”
“형. 아니니까 일단 침착하게 운전해요.”
“…아니야?”
“저 기억 잃었잖아요, 형.”
“아, 맞다 그렇지?”
“형이야말로 뭐 아는 거 없어요?
로운이 묻자 매니저가 갑자기 비장하게 말했다.
“로운이 너는 아주 개차반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지만 그래도 선은 지킬 줄 아는 쓰레기였어.”
뭐지?
왜 갑자기 욕을 먹는 것 같지?
“뭐… 너 기억 잃기 직전이 좀 아슬아슬하기는 했어. 좀 평이 안 좋은 질 나쁜 놈들이랑 어울려 다녔거든. 너 기억 잃은 것도 술 취해서 뒤통수 깨 가지고 그렇게 된 거잖아. 네가 그 뒤로 술을 전혀 안 해서 망정이지.”
만약 그대로 계속 지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매니저가 말했다.
‘초반에 막무가내로 연락 오던 그 인간들인가?’
험하고 경박한 말투로 연신 재촉하듯 메시지를 보내던 인간.
차단한 이후로는 달리 또 다른 경로로 연락이 오지 않아 그대로 잊어버렸다.
‘매니저 형이 이 정도로 말하는 거 보면 본체에게는 별다른 문제는 더 없는 거 같네.’
그렇다면 이 오래된 소재가 왜 다시 끌어올려진 걸까.
이미 귀로 때 한차례 거하게 쓸고 지나간 이슈다.
뭔가 있었다면 밝혀져도 영화가 한창 승승장구할 때 밝혀졌을 터.
‘하긴. 그때도 따로 뭐가 나오는 건 없기는 했었지.’
그렇다면 정말로 본체가 벌인 추가적인 악행은 없는 것이 확실했다.
그럼 왜 지금 와서 예전 일이 다시금 기사화된단 말인가?
“별 반응 없지?”
“네. 그렇긴 하네요.”
한물간 이슈여서 그런가.
딱히 낚이는 사람도 없어 보이고 댓글도 거의 없었다.
내친김에 커뮤니티와 SNS까지 쭉 훑어 보았다.
-뭔 언제적 쉰 떡밥을 가지고 난리냐
└기레기 소재 떨어졌나 봄
└링크 클릭 ㄴㄴ 조회수 올려 주지 말자
-우리 애가 아주 동네북이죠? 진짜 무슨 원죄도 아니고
└ㄹㅇ 무슨 작품 들어갈 때마다 끌올하게 생김ㅋㅋ
└도돌이표도 엔간치 해야지
-모르긴 해도 누가 우리 빡대가리 잘되는 거 존1나게 질투하는 건 사실인 듯
└말넘심 ㅠㅠㅠ 이제 우리 빡대가리 빡대가리 아니거든요ㅠ?
-아주 사람들이 돌대가리로 보이죠? 이렇게 티 나는 것도 몰라볼 거라 생각했죠? 자 이제 빡대가리가 누구지?
-이쯤 되면 예전에 까인 것도 좀 억울한 것도 있었을 거 같지 않음?
└보니까 숫기 1도 없어 보이던데 그래서 표정 얼어 있던 거 보고 싸가지 없다고 몰린 거 아닌가 싶은 킹리적 갓심이 듦;
└2222
└333
└456788899
-뭔 시1발 음주운전 쳐하고 학폭 저지른 놈도 잘만 슬금슬금 복귀하는구만 어이없내;
물론 그 와중에도 기사 논조에 동의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찐일 수도 있지 않아? 이렇게 기사 나오는 거 보면 뭐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님? 계자썰도 있었잖아?
그러나 곧.
└있긴 뭐가 있어 니 양심이나 있어봐라
└└아니 왤케 날이 서 있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냐?
└└└응 아냐~ 스탭증 위조가 얼마나 쉬운데 그걸 믿음?
└나올 거면 벌써 나왔어야지ㅋ 똑같은 돌림노래 반복할 게 아니라ㅇㅇ 나올 게 없으니까 맨날 얘가 걔럤얘얘~ 이ㅈㄹ만 하고 있쥬?
└└왤케 날이 서 있어? 둥글게 말해 주라
└└└뭔 시비를 쳐 걸고선 둥글게 말해 주라 ㅇㅈㄹ;
└아 이런 애들 진짜 싫어 불씨 던져 놓고 지 불리하면 산새됨
└- – -얘들아 병먹금- – –
기사뿐만이 나이라 역바이럴로 보이는 글이나 sns도 올라와 있었지만, 곧 사람들의 반박에 별다른 반론을 내놓지 못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힘없이 사그라들었다.
거기까지 확인한 로운이 말했다.
“형 말대로 진짜 걱정할 건 없어 보이네요.”
“그치? 그래도 일단 회사에는 말해 뒀고, 아마 사장님이 회사 차원으로 곧 대응 들어가실 거야. 저번 영화 이후로 이런 일 철저하게 처리하신다고 하셨거든.”
로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누군가 손을 쓴 게 분명한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기대했던 반응은커녕, 오히려 역효과만이 확실했으니까.
이쪽이 진심이 된 이상, 방해하는 사람을 가만히 두고 볼 정도로 성인군자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저급한 어그로라니…….
상대해 줄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좀 안쓰럽기까지 하네.’
로운은 누군지 모를 상대를 향해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