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7)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07화(107/110)
107
때를 잘못 만난 저급 어그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회사에서 대응했는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던 것.
그 뒤로도 간혹가다 소소하게 로운에 대한 음해성 기사나 역바이럴 글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이 역시 소속사가 열일을 하는지 올라오자마자 칼같이 삭제되고는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비슷한 부류의 글은 올라오지조차 않았다.
‘거슬리기는 하네.’
예전 같았다면 본체의 업보라며 한숨 쉬고 머릿속에서 치워 버렸겠지만.
마음을 제대로 먹은 지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자잘하고 거슬리는 일이 반복된다니.
‘그나마 촬영장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별별 소소한 이슈까지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업계이니 로운의 소식 또한 전해졌을 터.
그런데 의외로 다들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태도가 달라진 점 또한 전무했다.
‘기분 탓인지 더 친절해진 것 같기도 하고……?’
본래부터도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은 로운에게 한결같이 친절하고 친근하게 대했던 터라 이게 기분 탓인지 아니면 진짜 바뀐 것인지가 애매했다.
사실, 고작해야 철 지난 이슈로 로운을 꺼리기엔 촬영장 사람들은 이미 이로운이라는 사람을 충분히 겪은 뒤였다.
만약 이전이었다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미 그들은 몇 주 동안 동고동락하며 촬영장에서 한솥밥을 수십 번도 더 먹은 사이였던 것이다.
본업도 누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하는 데다가 태도도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깍듯하게 대하는 만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특히.
-대사 한 줄도 진짜 성심성의껏 해 준다니까?
-야, 나랑은 액션도 맞춰 봤거든? 그쯤 되면 몸 사릴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더라.
-성질 대단하다고 들어서 대사 실수할 때 좀 걱정했는데 별말 없더라. 이미지 관리하나 했는데 오히려 더 연습할 수 있다고 좋아하던 거 보면 찐이던데?
스태프들은 물론이요, 한 번 출연하고 말 보조 출연자들에게까지 친절하게 대하니 촬영장 내에서의 로운을 향한 호감도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보조 출연자의 특성상 리허설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몹시 드문데, 로운과 함께 촬영하는 씬은 얼마든지 대사를 맞춰 보고 리허설도 진행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들도 눈이 있으니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도 매일같이 촬영장에 나와 제 일이 아닌데도 이것저것 열심히 거드는 로운을 볼 수밖에 없던 것.
자연히 로운에 대한 호감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직접 보고 들은 게 있는 만큼 고작해야 기사 몇 줄로 흔들릴 리가 없었다.
여기엔.
‘연습? 오히려 좋은걸?’
진심이 된 로운의 마음가짐 또한 한몫했다.
이전에는 살기 위한 연기였다지만.
이제는 또 다른 의미의 무대가 되어 버린 연기다.
물론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가 걸린 만큼 이전에도 대충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부터가 달라진 지금은 청화가 혀를 내두를 만큼 모든 장면에 공을 들였던 것.
‘혼자 하는 연습과 같이하는 연습은 또 다른 맛이 있는 거니까.’
누군가 같이하자고 할 때마다 그게 어떤 장면에 어떤 대사이건 간에 로운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임했다.
이 역시 알음알음 퍼져 나가는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에 알게 모르게 더해졌음은 두말할 것 없었다.
그 덕에 로운은 한차례 음해성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괜히 그런 걸로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어떡하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
다행이었다.
물론, 여전히 신경 쓰이는 것이 있기는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촬영장에서 유일하게 신경 쓰이는 불협화음.
그것은 다름 아닌.
“제가 드라마를 꽤 많이 찍어 봤지만 이번만큼 작업하기 즐거운 적은 처음이네요.”
[거짓]“아아, 네. 작가님. 이번 대본도 잘 받아 봤습니다. 각색이 들어가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군요? 아주 흥미로운데요?”
[거짓]“우리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 줘서 제가 할 일이 없군요. 얼마나 안심인지 모르겠습니다.”
[거짓]잊을 만하면 자꾸만 거짓을 띄워 대는 조준철 피디였다.
‘대체 저 양반은 뭐 때문에 아직도 저러는 거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항상 거짓만을 말하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닌 것이.
‘묘하게 거짓이 뜨는 비율이 작품에 관련된 쪽에만 치중된 것 같단 말이지?’
몇 주나 되는 시간이 지난 만큼.
얼추 조준철 피디의 거짓이 떠오르는 기준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조준철 피디는 모든 것이 순조로운 이 상황 자체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 보였던 것.
거기에 로운과 이정혜에 대한 반감은 덤이었다.
[지금 진행률이 어떻게 되느냐?]촬영 중 쉬는 시간.
청화의 물음에 로운이 답했다.
“50퍼센트요.”
해도령이 사기를 치려 할 때마다 끼어들어 방해하면서 얻은 달성률이다.
그 부작용으로 촬영장 내 관계자들 사이에서 로운이 영험하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게 의외로 또 해도령의 영업을 방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자연히 해도령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든 터라 사기 행각 역시 자연스레 막을 내렸다.
그 덕분인지 진행률 또한 50퍼센트를 달성한 뒤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저번에도 50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맞더냐?]“네. 50에서 안 오르네요.”
[흐음… 뭐 단서는 없고?]“제 생각엔 조준철 피디랑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기는 해 보여요.”
이 촬영장에 해도령을 끌어들인 것은 다름 아닌 조준철 피디다.
분명 무슨 연관이 있을 터.
“직감이 알려 주는 정보도 그렇고. 조준철 피디가 여러모로 좀 의심스럽기는 하거든요. 그쪽을 파 보면 뭐가 좀 나올 것 같아요. 문제는 방법인데…….”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쪽 속마음을 읽을 줄 알아서 물어본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이나 당하겠지.’
[도무지 쉬운 의뢰라고는 없구나. 저놈이 그냥 속 시원히 말해 주면 좋으련만.] [별빛(의뢰자)가 당신의 눈치를 보며 진땀을 흘립니다!]의뢰자 또한 답답한 눈치였다.
로운에게 상대의 내력을 읽어 알려 주는 등의 소소한 도움은 줄 수 있지만 필요 이상의 개입은 불가능한 듯했으니까.
“의뢰는 전적으로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일단은 조준철 피디를 계속 주시해 볼게요.”
환세비원록의 성공을 바라는 조준철.
그러나 그 원작자이자 대본을 집필하는 이정혜에 대한 감정은 부정적이다.
대체 모순되는 이 모습은 뭐란 말인가?
‘아직은 단서가 부족해.’
하지만 분명 이 의뢰에는 조준철이 연관되어 있다.
계시나 다름없는 직감이었다.
“자, 다시 촬영 재개해 보죠. 다시들 모여 보세요!”
때마침 조연출이 쉬는 시간의 끝을 알렸다.
아직은 지켜봐야 할 때였다.
* * *
‘미치겠네!’
조준철 피디는 현재 환장할 노릇이었다.
환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촬영 중인 작품, 환세비원록이 너무나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렇게 잘되는 건데~?’
주변에서는 부럽다 어떻다 별별 소리를 다 하고 있었으므로 누가 이 생각을 들었다가는 배불러 터진 말이나 하고 있다며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
덕분에 조준철은 어디다 털어 놓지도 못하고 매일 매일 벙어리 냉가슴 앓듯 깊어만 가는 한숨을 삼켜야만 했다.
“이게 분명히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는데…….”
물론 고르고 골라 잘될 작품을 선택한 것은 조준철 자신이었다.
이 작품으로 조준철은 화려한 재기를 노렸다.
그래야만 뒷방 늙으니 신세가 되었다고 수군거리는 놈들의 콧대를 사정없이 짓눌러 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휴우우우우.
깊은 한숨이 또 한 번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이 잘되도 너무나도 잘된 나머지 그 자체가 문제가 되어 버렸던 것.
“광용아. 네가 생각해도 지금 우리가 잘되고 있지?”
조준철은 한쪽 구석에서 눈치를 보며 편집 중인 조연출을 불렀다.
“예에… 아무래도…….”
덩치도 큰 놈이 잔뜩 주눅 든 채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뭐? 대답을 하려면 똑바로 하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냐? 안 그래도 답답해 뒤지겠구만 내가 네 대답도 시원찮게 들어야겠냐?”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을 할 때마다 자신이 몇 번이고 온갖 닦달에 구박을 한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조준철이 상대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 예. 그… 잘되고 있습니다.”
“하… 그렇지?”
잘되면 좋은 거 아닌가?
상대의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 게 읽혔다.
조준철은 자신이 잘 굴러가는 드라마에 문제가 생기길 바라는 미친놈처럼 여겨졌지만,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래서야 들러리밖에 안 될 것 같은데?’
그래서는 곤란했다.
뭔가 적절히 문제가 있어야 조준철 자신이 중심에서 조율해 가며 현장을 장악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저 드라마를 찍는 부품1이 된 느낌이었다.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받아야 한다고. 이정혜도, 서우주도, 이로운도 아닌. 바로 내가!’
환세비원록 다음으로 따라붙는 이름이 다른 누구도 아닌 조준철, 그가 되기를 바랐다.
믿고 보는 보증수표이자 브랜드화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의 중심은 다른 이들이 아닌 바로 그여야만 했다.
그 모든 것을 위해 조준철은 나름대로의 준비를 해 두었더랬다.
그게 이런 식으로 틀어질 줄은 몰랐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정혜를 하차시킨다고 하면 나보고 다들 미쳤다고 하겠지?”
“그… 아무래도…….”
“하… 환장하겠다 진짜.”
띠링!
때마침 노트북에서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발신인을 보니 이정혜였다.
와그작!
조준철의 표정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아니, 이 할망구는 대체 나이를 어디로 처먹었길래 이렇게 힘이 넘치는 거야?”
촬영은 이제 1/3 정도를 마쳤을 뿐이다.
심지어 아직 편집은 다 끝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할망구는 혼자 산삼 뿌리라도 캐먹었는지 벌써 중후반부를 넘어가는 대본을 보내온 것이다.
“하… 환장하겠네, 진짜.”
달칵!
드르륵!
조준철이 신경질적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첨부파일을 확인했다.
더 환장할 노릇은 이정혜가 족족 보내오는 대본마다 초고임에도 불구하고 더할 나위 없는 완벽 그 자체였다는 부분이었다.
“대체 평생 소설만 쓰고 살았다는 양반이 어떻게 이렇게 대본을 잘 쓰는데?”
뭔가 좀 미진해야 흠이라도 잡을 텐데.
이래서는 이정혜를 하차시키고 환세비원록을 온전히 삼키겠다는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아니, 이미 생기고도 남은 상황이었다.
이 정도 퀄리티의 대본을 문제 삼으면 조준철 그의 안목도 의심받을 테니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조준철은 또다시 끓어오르려는 속을 내리누르며 기억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