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8)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08화(10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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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왠지 느낌이 쎄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뭔가 일이 좀 이상하게 틀어지더니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복선이었다.
조준철은 이정혜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 컨택할 무렵.
그가 알기로 원작자 이정혜는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늙은이었다.
거절당한 후 두 번째 컨택할 무렵에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죽을 날을 코앞에 받아 놓은 늙은이라는 특징이 말이다.
-헉, 선배님. 예. 아, 환세비원록이요? 예. 저희 출판사에서 내셨죠. 예.
이 정보를 얻게 된 건 학교 후배를 통해서였다.
지금은 횡령으로 고발당해 갈기갈기 공중분해된 전 출판사 출신인 후배 말이다.
원작을 컨택하기 위해 어떻게든 다방면으로 연락을 취하던 중 우연히 찾아낸 인맥이었다.
덕분에 조준철은 베일에 싸인 이정혜의 정체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야, 정보 좀 줘 봐. 내가 예전에 거절당했던 일이 있어서 이번에 잘해 봐야 해. 근데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뭐라도 좀 줘 봐.
-아… 선배님. 이거 개인정보유출인데…….
-뭐? 야. 내가 뭔 주소를 달라 했어 전번을 달라 했어 아니면 민번을 까라 했어? 그냥 어떤 분인지만 궁금한 거라니까? 어떤 분인지를 알아야 내가 연락을 할 때 실수를 안 하지.
어르고 달래고.
눈앞에 있었다면 팍 대갈통을 후려쳐서라도 대답하게 만들 텐데.
짜증을 참으며 열심히 구슬린 결과.
-저희 출판사랑 이슈가 있어서 출간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맞기는 한데, 사실 그전부터 건강에 문제가 있으시기는 했어요. 최근에는 뭐라더라… 암이라고 하셨던가? 그래서 원고 인도도 늦어지고 있고요.
-뭐? 암이라고?
-듣기로는 암이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제가 담당자가 아니었어서 확실하지는 않고요.
이때 조준철은 운명을 느꼈다.
나이도 많은데 암이라니?
이건 운명이었다.
-아니 뭐, 그 연세에 왕성하게 집필하시는 것부터가 대단하시기는 한데, 아무튼 암도 그렇고 해서… 내부에서는 ‘혹시 이러다가 완결 못 내고 돌아가시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기는 했어요.
-진짜 그렇게 되면 어떡하는데?
-그래도 작가님이 담당자한테 뒷이야기 시놉이랑 초고 보내놨다고는 하시더라고요.
-그 담당자, 연락처 있어?
-출판사 소송 들어오기 전에 퇴사하고 나가서 따로 연락처는 없습니다.
무척이나 아쉬운 정보였다.
어쨌거나 수집된 정보를 조합하면 대강 견적이 나왔다.
‘하. 이거 진짜 운명 아닌가?’
오늘내일 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노친네.
거기에 중병에 걸렸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늙은이들은 감기 한 번 걸리는 것만으로도 쉽게 삼도천을 건너지 않던가?
이건 기회였다.
뒤통수를 맞고 업계에서 뒷방 늙은이 찬밥 신세를 전전하는 그를 불쌍하게 여긴 신이 보내주신 기회.
‘원작자도 오늘내일 하겠다, 이건 완전 나 먹으라고 차려 준 밥상이네, 밥상!’
원작자가 죽고 나면 드라마의 내용이 어떻게 되든 따지고 들지도 못할 테니까.
당연하지만 원작 그대로 고스란히 옮길 생각은 없었다.
조금만 고치면 더 잘될 것 같은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
뭐, 수많은 팬들을 가진 베스트셀러인 만큼 원작 팬들의 반발이 있기는 하겠지만…….
‘상관없지. 뭐 어쩌겠어? 드라마가 웬만큼 방영된 뒷일 텐데.’
유잼노죄인 이 바닥에서 어쨌거나 재미만 있으면 장땡인 법 아니겠는가?
이미 조준철은 중후반부 이후부터 어떻게 스토리를 비틀지 다 여러모로 생각을 해 뒀다.
‘러브 스토리가 있어야지 러브 스토리가. 사랑, 연애. 얼마나 좋냐고. 사랑 이야기가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설희연이랑 해묵이랑 붙이면 딱이겠구만.’
원작은 현재 발간된 부분까지 연애 얘기라고는 일절 없다시피 했다.
메인 캐릭터들의 속마음이 간헐적으로 등장할 뿐, 썸조차도 아니었다.
‘아예 중반부부터는 둘이 사귀게 할까? 로코 쪽으로 틀어도 좋을 거 같은데. 아니면 남캐 하나 더 들여서 삼각관계로 가도 괜찮겠네. 하여간 이 훌륭한 소스를 놓고 맨날 사건 해결이나 하고 다니다니 아까워서 원.’
그가 생각한 대로 이야기를 틀어 버리면 원작보다도 더한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조준철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원작의 흐름이나 방향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지만, 알게 뭔가?
원작 파괴니 뭐니 시끄럽게 군다면 고소 공지를 띄우면 될 일이다.
이미 여러 입증된 선례들이 수두룩했다.
대충 총알받이 역할로 어리숙한 새끼 작가 아무나 하나 잡아다가 쓸 계획까지 알차게 생각해 두었다.
‘뭐, 어차피 죽을 날 받아 놓은 노인네가 따지고 들지도 못할 거고.’
아마 제작에 들어갈 때쯤이면 이미 이정혜는 죽은 뒤가 아닐까?
타이밍도 그렇고 정말로 신이 그를 돕는 것이 분명했다.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성공을 거둔다면 환세비원록은 완전히 조준철 그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예전부터 연락 주셨던 조준철 피디님 맞으시죠?
처음에는 거절하던 원작자가 어느 날 문득 연락을 주었다.
‘하. 이 할망구 목숨줄도 기네. 암이라더니만 아직도 안 죽었어? 뭐, 나야 계약해 준다니 땡큐지만.’
죽기 전에 족적이라도 제대로 남기고 싶었나 보다.
물론 그 생각대로는 안 되겠지만.
…라고 생각하고 나간 약속 자리에는….
-이정혜입니다. 처음 연락 받았던 이후로 이제야 뵙게 되네요.
절대로 늙은이라 볼 수 없는 단아한 인상의 여성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무리 많이 쳐줘 봤자 50대.
어떻게 보면 40대로 보이기까지 했다.
뭔가 이상했다.
‘…이게 어디가 곧 죽어 나갈 노인네인데?’
병색의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얼굴에는 생기가 넘치고 윤기마저 자르르 흘렀다.
암투병을 하다 보면 머리도 빠진다고 하던데, 이정혜의 머리는 풍성 그 자체였다.
어느모로 봐도 환자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다.
-하하. 드디어 뵙는군요, 작가님! 정말로 뵙고 싶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조준철은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 새끼. 절대로 이쪽으론 발도 못 들이게 만들어 주마.’
정보를 알려 주는 대가로 스튜디오에 자리 하나 받아 간 후배를 곧 조져 주리라 조준철은 다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팅이 끝난 후 찾아본 바로는 이정혜의 연령대는 그가 들었던 나이대가 맞기는 했다.
이쯤 되면 이정혜는 글을 쓸 게 아니라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좀 계산이 어긋나기는 했지만… 일단 진행은 해 보자.’
미리 세워 두었던 플랜 다수는 폐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은 수습 범위 내였다.
그를 감이 다 떨어진 퇴물이라고 비웃던 놈들의 콧대를 짓누를 만한 건 환세비원록만한 게 없었다.
예전 일 이후 다른 작가들이 그와 일을 하려 들지 않아서만은 아니었다.
‘뭔가 좀 쎄하긴 한데…….’
그의 감이 계속 찜찜함을 호소했지만 조준철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해도령님도 이거 분명히 대박 날 거라고 하셨잖아. 기분탓일 거야.’
엔터계의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조준철 또한 별별 미신을 다 믿는 사람 중 하나였다.
특히 그는 그간 해도령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 또한 그러했다.
-뭐? 작가의 나이가 젊어 보인다고? 그게 뭐가 어떻단 말이야? 사람이 젊어 보일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너, 내 나이는 몇인 줄은 알겠느냐?
그러고 보니 해도령 또한 연령이 모호했다.
어떤 때는 법명처럼 새파랗게 어린가 싶다가도 어떤 때는 연륜이 지긋한 장년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초반까지는 심드렁하게 굴며 조준철의 애를 태우던 해도령.
어느 순간.
-…그렇지! 너, 방송국에서 일하지?
-예? 예예. 그렇죠? 일단은 직업이 피디니까?
-몇 년 동안 내는 것마다 싹 다 말아 먹은 게 아직도 피디야? 철밥통이냐?
-그거야 도령님께서 점지를 안 해 주시니 그렇잖습니까. 다시 사람만 붙여 주시면…….
-아, 그러게 내가 그 녀석 꽉 붙들고 있으라 하지 않았어! 그놈만 잘 붙들고 있었으면 몇 년간 그렇게 죽 쑤지도 않았을 테고 네 운도 아우토반처럼 쭉 뻗어 있을 거라 했건만!
-그놈이 은혜도 모르고 배은망덕하게 뒤통수 치고 나간 걸 제가 뭘 어떻게 합니까? 저도 참 힘듭니다.
몇 년 전.
그가 데리고 있던 메인 작가가 돌연 독립을 선언했다.
아주 예전 모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을 때 메인 작가의 새끼 작가로 일하고 있던 것을 눈여겨보다가 조준철이 직접 뽑아 물심양면으로 키워 주었던 녀석이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녀석은 계속 새끼 작가나 전전하며 빌빌대었을 것이다.
입봉은커녕 대사 한 줄도 제대로 못 쓰고 나가떨어질 덜떨어진 녀석이었다.
‘괘씸한 새끼.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워 줬는데. 내가 아니었으면 작품 하나 제 이름 올리지도 못했을 놈이. 감히 은혜도 모르고 뒤통수를 쳐?’
덕분에 조준철은 몇 년이나 이빨 빠진 퇴물 취급 받으며 몇 작품이나 말아먹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괜찮다.
환세비원록.
이 작품만 제대로 성공한다면 다시는 그 누구도 그를 업신여기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자꾸만 드는 이 불길한 느낌은 뭐란 말인가?
조준철은 간절한 마음으로 재차 해도령에게 물었다.
-여튼 그래서 이번에 어떻게 좀 만회해야 하는데. 어려울까요, 도령님?
-아니. 어렵지는 않을 게다. 네가 말한 그 작품, 완전 대박에 초대박이 날 테니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대신!
-대신?
-나를 데려가라.
-예에?
-왜. 그 책에 나 같은 부류가 나온다 하지 않았더냐? 내가 조언을 해 주면 더 완성도 있지 않겠어?
-아니, 그래 주시면 저야 좋죠. 그런데… 진짜로요?
-어디 속고만 살았어?
조언이라니. 이 양반이 웬일이지?
빈말로라도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는 해도령이었다.
돈을 얼마나 받아 처먹는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전노라고나 할까?
원래도 몸값이 비싼 양반이 뭐 하나 질문할 때마다 추가 비용을 붙이는데 그게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신께 보답하지 않으면 부정 탄다는 말에 점사비를 깎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뭐지? 조언을 해 준다고? 공짜로 뭔가를 해 줄 만한 양반이 아닌데?’
뭔가 미심쩍었지만 이것 또한 기회였다.
조준철은 되묻는 대신 슬쩍 낚싯대를 던져 보았다.
-안 그래도 스태프들 사이에서 촬영하면서 무슨 사달이라도 나는 거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업계에 이런 소문이 있는데…….
-거참 말 많다! 알았다, 알았어. 먼저 터를 깨끗하게 닦아 놓으라는 말 아니더냐!
월척이었다.
저 미친 수전노가 공짜로 일을 해 주다니?
그때까지만 해도 조준철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왜 그의 대박에 해도령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해도령은 스스로 자진 합류를 천명했다.
물론 아주 공짜는 아니었다.
-내가 말하는 배우 하나 써. 그래야 이 작품이 대박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