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0)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10화(110/110)
110
“아이고! 최 기자님! 잘 지내셨죠?”
상대는 다름 아닌 연예계 찌라시로 유명한 모 신문사의 연예부 기자였다.
그가 키워 주었던 작가가 배은망덕하게 뒤통수를 치고 탈주했을 때 맺은 인연이었다.
덕분에 그 은혜도 모르는 것이 드라마판에 발도 못 들이게 할 수 있었더랬다.
“이거, 언제 만나서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하하호호 입에 발린 인사치레가 적당히 오갔다.
-“그래서,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이렇게 연락을 다 하시고.”
“에이. 우리가 무슨 일 있어야지만 연락하는 사이입니까?”
-“그렇기는 한데… 어째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게 뭔가 일이 있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아이고. 역시 최 기자님은 개코가 따로 없으시네. 다름이 아니라 이게 참, 어떻게 말해야 할지.”
예의상 한번 빼줬으면 됐다.
상대도 그도 프로인 만큼 바로 본격적으로 본론이 오갔다.
“저 이번에 드라마 찍는 거 아시지요?”
-“아, 그럼요. 환세비원록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게 참 제가 연출을 맡아서 그런 게 아니라 참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말입니다……. 저도 최근에서야 안 일인데 글쎄…….”
세 사람만 우겨 대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옛 속담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은 셋도 아닌데도 생사람을 잡을 거짓을 그럴듯하게 진실처럼 꾸며내었다.
-“허어… 그런 관계라고요? 제가 알기로 나이 차가 꽤 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역시 최 기자님, 모르시는 게 없으십니다. 저도 처음에 알고 참 남사스러워서 원…….”
-“환세비원록 같은 좋은 작품이 그런 추잡스러운 일로 얼룩지는 건 저도 애독자로서 용납하기가 어렵군요.”
“하아.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저도 총연출로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최 기자님이 저보다 연륜도 있으시고 하니 조언을 좀 얻고자 연락드렸는데 참 잘한 것 같습니다.”
-“걱정하시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거니까요.”
조언은 개뿔.
도움을 받고 싶어 연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조준철 그 자신도, 상대방 최 기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심각한 척 얘기가 오가지만 아마 머릿속으로는 신나게 계산기가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진짜로 조만간 꼭 식사 한번 거하게 대접하겠습니다. 이렇게 고민도 들어주셨는데 제가 보답은 해야죠. 서초 쪽에 맛있는 한정식집 하나 봐둔 게 있는데 꼭 같이 가시죠.”
-“아유, 뭘 또 그렇게까지. 하하. 그럼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드디어 길었던 작당모의, 아니 통화가 끝났다.
“휴우. 이 양반 잔대가리 돌아가는 것 좀 보세. 지가 언제 그렇게 점잖은 척했다고.”
조준철은 통화를 끊자마자 한숨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험담을 쏟아냈다.
최 기자는 쥐새끼처럼 남의 말 캐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양반이지만 그렇기에 최적인 인물이었다.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지. 아마추어를 쓰면 안 돼. 프로를 써야지.’
흠흠.
최 기자가 마음에 안 드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능력만큼은 인정하는 바였다.
그가 터트린 수많은 스캔들이 두 자리 숫자가 넘는다.
‘하. 이제야 한숨 돌리게 생겼네.’
은근하게 닦달하는 해도령의 등쌀에서도.
액막이 비용 때문에 자꾸만 얄팍해지는 지갑도.
이제는 자유로워질 일만 남은 것이다.
“야! 하광용!”
내쫓을 때는 언제고 조준철은 다시 조연출을 불렀다.
“예, 피디님.”
“작가 구하는 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아… 작가요.”
“말했듯이 경력 있는 사람들은 다 쳐내. 괜히 줏대만 꿋꿋해서 다루기 어려우니까.”
“예, 알겠습니다…….”
“아니면 시나리오 스쿨에서 초보자 아무나 하나 주워오든가 해.”
“옙…….”
“근데 넌 왜 대답을 항상 그렇게 맥아리 없이 하냐? 듣는 사람 기운 빠지게? 하여튼, 가 봐.”
이로운과 이정혜가 쌍으로 묶여 퇴출당하면 더 이상 눈치 볼 일도 없다.
“그래도 할망구가 대본을 잘 쓰기는 했지. 써둔 분량도 꽤 있으니까 거기서 좀 손보면 되겠네.”
내용을 좀 갈아엎어야겠지만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어차피 그가 할 일도 아니고 사람을 시킬 예정이었으니까.
“하여간 할망구. 로맨스 좀 넣으라니까 죽어도 안 넣죠. 그러니 그 나이 되도록 혼자지.”
어찌나 고집이 완고한지 이쪽이 의견을 내도 도통 들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거절당하는 이유가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다 개판 일 분 전이라서임을 모르는 조준철은 열심히 이정혜만을 열심히 씹어댔다.
‘오늘은 간만에 두 발 뻗고 잠자겠네.’
최 기자의 솜씨를 알아서인지 조연출 하광용을 시켰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마음이 편안했다.
‘자고 일어나면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겠지.’
조준철이 생각했다.
그 최 기자가 난데없는 횡액, 아니 업보빔을 맞고 있는 줄도 모르고.
같은 시각.
서울 도심지에 있는 한 오피스텔.
“사람, 사람 살려! 사람 좀 살려 달라고!”
눈물과 콧물이 추잡스럽게 범벅된 얼굴을 한 두꺼비를 닮은 남자가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그는 다름 아닌 바로 30분 전 조준철과 희희낙락하며 통화를 끝마친 최 기자였다.
눈물 콧물 짜내며 눈물짓기 직전까지 최 기자는 기사 하나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 * *
타타타탁!
키보드 위로 경쾌한 손가락이 오간다.
모니터에 몹시 흐뭇한 표정의 얼굴이 비친다.
“이 퇴물 새끼. 오랜만에 왜 연락하나 했더니만. 받아준 보람 있네.”
처음엔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무시할까 싶었던 최 기자였다.
몇 년 전 조준철을 도와 작가 하나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매장시켜 준 적이 있기는 했다.
소속 스튜디오 작품을 타 에이전시로 넘기려는 정황이 적발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 기자도, 엔터계에 나름 발을 걸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충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조준철의 작품은 모두 고소당한 작가의 솜씨라는 것을.
사실상 작가는 독립을 하려 했을 뿐,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
‘뭐, 나야 돈만 주면 진실이 뭐든 상관없지.’
유전노죄.
세상은 돈이 있는 자의 편이다.
그리고 최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고.
만약 착취당하던 작가가 더 큰 금액을 제시했더라면 지금쯤 얘기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반전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작가는 앞으로도 평생 자신의 작품이 타인의 이름으로 나오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돈이 없는 것도 죄니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옛날 일이 아니다.
“일단 타이틀은… ‘뿌리 깊은 악습과 병폐로 얼룩진 연예계, 부적절한 대가성 관계, ‘여전히 만연해’’ 정도로 해 볼까…….”
타타타탁!
손끝이 신나게 자판 위를 두드렸다.
실제로 원작자와 배우가 어떤 관계이건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자극적인 화제성이다.
클릭 한 번으로 이어지는 조회수가 바로 돈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최대한 자극적으로 기사를 뽑아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안 그래도 그 드라마, 방영 전인데도 벌써부터 관심도가 높기도 하고.’
이 기사를 올리면 얼마나 반응이 뜨거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타이밍도 딱 좋은 것이, 마침 데스크에서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을 뭐라도 좋으니 빨리 물어오라고 오더가 내려온 참이었다.
그렇다고 빅 이슈가 매번 터지는 것도 아니잖은가?
난감하던 찰나였는데, 딱 조준철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보너스를 얼마나 주려나. 이 정도 소스면 대충 봐줘도 일주일은 넘게 커버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지.”
그 정도면 여의도 높으신 분에게 생겼다는 스캔들 정도는 슬쩍 유야무야 있는 듯 없는 듯 넘어갈 수 있는 기간이었다.
“흠흠흠~”
두둑해질 통장을 생각하니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타타타타탁!
타이틀을 정하니 기사를 써 내려가는 손가락도 거침이 없었다.
꼬르륵!
이것저것 판을 짜느라 머리를 굴려서 그런지 배가 고파 야식을 시켰다.
다시 한참 모니터를 보며 타자를 두드릴 무렵.
띵동!
벌써 배달이 온 듯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배 좀 채운 뒤 마저 작성해야겠군.’
적어도 내일 출근 전까지는 국장 앞에 가져다 놔야 한다.
“여기 돈이요.”
문을 열고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런데 배달 기사가 돈을 받을 생각을 안 했다.
“뭐해요? 안 받아요? 어어? 뭐야, 음식 어딨어?”
뭔가 이상했다.
최 기자가 인상을 팍 쓰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예쁘게 웃는 황금빛 눈동자와.
“그쪽이 조준철이랑 통화한 최 기자님?”
“어, 네. 그렇습니다만……?”
무심코 답변한 뒤 최 기자는 후회했다.
배달 음식 대신 억센 손이 튀어나와 그의 목을 거세게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컥, 으컥! 누, 누구!”
숨이 막혀 컥컥대는 필사적인 물음에 스산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너 잡으러 온 저승사자.”
* * *
때아닌 날벼락이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최 기자는 눈물콧물을 추잡스럽게 질질 흘리면서 살려 달라 울부짖고 있었다.
열 손가락이 기괴하게 비틀린 채 부러진 것은 물론이요, 누군가 그를 짜부라트리는 것처럼 거대한 고통이 온몸을 덮쳤다.
그 와중에도 믿을 수 없던 것은 불청객이 이 모든 과정에서 최 기자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처음 목을 움켜쥐고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설 때를 제외하고는 그저 팔짱만 낀 채로 작은 거울 같은 것만을 최 기자에게 비추었을 뿐이다.
“흐어어엉! 흐어어억!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거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당신, 기자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아?”
“하…….”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어째 버러지들의 패턴은 몇백 년이 흘러도 똑같을까. DNA에라도 새겨져 있는 건가?”
그러고는 다시 반짝.
거울이 최 기자를 비추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두 눈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작열감이 몰려들었다.
“아아악! 아아아아악!”
“대체 업보경으로 이렇게나 많이 돌려받는 인간은 나도 참 처음이다. 처음이야.”
“아아악! 내 눈! 내 눈!”
“이래서야 끝이 없겠어. 어이, 버러지.”
그 순간.
최 기자를 괴롭게 만들었던 모든 고통이 한순간에 가셨다.
아픔은 사라졌으나 더욱 두려워졌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고통스럽게도, 고통을 사라지게도 만드는 저자는 대체 뭐란 말인가.
“다, 당신 누구야. 인간이 아니지?”
“알아봤자 뭐하게. 이제 다 잊어버릴 텐데.”
툭.
기다란 손가락 끝이 이마에 닿았다.
그 너머로 길쭉한 동공이 박혀 있는 사람의 것 같지 않은 눈동자와 정확히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음? 뭐야, 왜 나 잠들어 있었지?”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데스크 위에 엎어져 잠이 든 채였다.
뻑뻑한 눈을 문지르던 최 기자는 문득 느껴지는 위화감에 눈가를 찌푸렸다.
분명 손가락이 이상하게 꺾어졌던 거 같은데… 꿈이었나?
모니터에는 잠들기 전까지 작성하던 기사가 떠 있었다.
“아니, 뭐야? 이 개쓰레기 같은 원고는?”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