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3화(13/110)
13
“근데 감독님.”
“왜.”
잠깐의 쉬는 시간.
그사이, 로운이 나간 이후부터 신들린 것처럼 뭔가를 노트에 써 내리는 감독에게 조감독이 은근슬쩍 말을 붙였다.
김성하 감독이 이럴 때는 보통 무언가에 강하게 꽂혔을 때다.
평소라면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용히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너무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신 거 아니에요?”
“뭐가.”
집중한 탓에 김성하 감독의 대답이 짧았다.
“아까 이로운 씨요. 좀 달라진 거 같기는 한데,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할 만할 정도인지는 모르겠거든요? 예전에 비해 용 됐다뿐이지 솔직히 좀 어설프긴 했잖아요?”
그런데 그 말에 김성하 감독이 펜을 탁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혀를 끌끌 찼다.
“영화판에 뼈를 묻겠다는 놈이 이래 보는 눈이 없어서야.”
“아니, 제 눈이 왜요?”
맞는 말을 했는데 갑자기 공격받은 조감독이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아니, 뭐. 이로운 씨 나쁘지는 않았다니까요? 근데 감독님이 그렇게 잡을 만한 사람이냐는 거죠.”
감성하 감독은 대답 대신 혀를 찼다.
‘얘는 다 좋은데 보는 눈이 이래서야…….’
김성하 감독과 벌써 십여 년을 함께한 조감독.
어떻게 어떻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함께했다.
보통이라면 독립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조감독은 굳이 김성하 감독 옆에 남았다.
-제가 스승님을 두고 어딜 간답니까? 아직 하산하기에는 배움이 많이 모자라서 계속 붙어 있을랍니다.
그래. 이런 사람이 있기에 모두가 손가락질을 할 때에도 김성하 감독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조감독은 참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좋고, 글 쓰는 재주도 있고.
참 다방면으로 능력이 좋은 사람인데, 희한하게 보는 눈이 없다.
“조감아.”
“네?”
“어설픈 건 나아져. 그건 배움의 영역이거든. 근데.”
“……?”
“그 빛. 그런 아우라 말이야. 존재감은 시간이 지난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야. 배운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조감독이 말한 것처럼 이로운의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카메라와 너무 귀신같은 시선 맞춤을 하는 것부터가 어설펐다.
호흡 조절도 능숙하다기엔 조금 서툴렀다.
당연한 일이었다.
로운은 이제 연기를 접한 지 막 사흘째 되는 신생아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게다가 제대로 연기를 배운 적도 없었다.
물론 김성하 감독이나 조감독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하긴. 처음 딱 걸어들어올 때부터 제일 눈에 띄기는 했었죠.”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도 연예계의 난다 긴다 하는 온갖 사람들을 봐 왔던 노련한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앞이라면 더욱더.
그뿐만이 아니다.
‘시놉과 단순 상황 제시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시나리오에 있던 내용을 파악해냈지.’
딱 봐도 엄청나게 연구한 낌새였다.
가진 재능도 무시무시한데, 거기에 성실함마저 더했다.
그냥 천재도 무서울진대 노력하는 천재는 얼마나 무섭겠는가?
판단력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즉석으로 이야기를 끌어오는 그 기민하고 감각적인 순발력과 판단력이라니.’
그러니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감아. 나 이렇게 확신이 든 건 진짜 간만이다.”
“진짜 그 정도예요?”
김성하 감독과 함께하면서 수많은 탑스타를 어떻게 발굴했었는지 기억을 떠올린 조감독이 물었다.
“그래. 어디까지 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돼.”
그의 본능이 붙잡으라 맹렬하게 속삭이는 빛나는 원석.
그 원석이 그의 손을 타서 얼마나 아름답게 연마가 될지.
김성하 감독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 * *
“프로필 사진 촬영하고 가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와 주시면 됩니다!”
오디션장을 나오자마자 로운은 어디론가 안내되었다.
그건 함께 들어갔던 다른 지원자 둘도 마찬가지였다.
얼떨떨한 상태로 사진 몇 장을 찍고.
“결과는 개별적으로 드릴 예정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인사까지 받고 나자 정말로 끝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로운에게 말을 붙인 건 김정률이었다.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까지도 넋이 나간 것처럼 굴던 그가 몹시 삐그덕거리며 말을 건넨 것이다.
그러더니 로운이 뭐라고 미처 대답하기도 전.
부리나케 후다닥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형, 연기 잘하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심새로였다.
심새로가 아무렇지도 않게 형, 하며 넉살 좋게 말을 붙여왔다.
“아까 그 사람 얼굴 봤어요? 거의 울려고 그러던데.”
“그랬어요?”
“네. 아주 오디션 내내 얼굴이 아주 가관이던데요. 특히 형이 현장 연기 할 때 최고였어요.”
악동처럼 웃은 심새로가 손을 내밀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 봐야 해요. 그쵸? 사실 저도 형 소문만 들었었는데 오늘 보니까 사람은 함부로 판단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 감사합니다?”
“어차피 저 얼간이는 탈락 확정이고, 형이랑 같이 연기할 수 있게 됐음 좋겠네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주 솔직한 청년이었다.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새로마저 손을 흔들고 떠난 자리로 익숙한 차가 섰다.
“아이고, 로운아! 고생했지!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됐네!”
떨어져 있던 게 반나절도 안 됐는데 그럴 리가 없었지만 로운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여 줬다.
빠르게 달린 차가 금세 집에 도착했다.
며칠 지냈다고 집이다 싶게 익숙해졌는지 오자마자 긴장이 탁 풀린다.
“이걸 붙어야 안 죽는데…….”
이번 오디션에서 성공적으로 뽑혀야 살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저기, 로운아?”
매니저가 흠칫하며 놀랬다.
“형은… 너 믿는다.”
“……? 고마워요, 형.”
“그래. 오디션이 하나만 있는 거 아니니까 그런 무서운 생각은 하지 말고……!”
“네?”
“그깟 오디션 하나 망쳐도 사람은 안 죽어!”
저는 죽는데요.
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네가 그 정도로 오디션에 진심이었다니. 로운이 네가 언제 그렇게 다 컸는지…….”
이미 다 큰 성인을 두고 매니저가 찔끔 눈물을 훔쳤다.
“너무 하나에 연연하지 말고! 로운이 네가 원하면 오디션 백 개라도 잡아 줄 테니 염려 마!”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형은 네가 자랑스럽다! 뭔가를 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자랑스러워! 도전하는 그 정신!”
“아니, 형. 잠시만요…….”
“괜찮아, 괜찮아! 한 번 망한 걸로 안 죽어! 이게 다 경험이지!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다 네 자산이 되는 거야!”
진짜로 죽는 거 맞는데요…….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위로해 주는 매니저에게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고마워요, 형.”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여 위로를 해 주려 애쓴다.
‘음. 그래. 뿌린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앞으로 차차 바꿔 나가면 될 터.
어쨌거나 매니저의 위로는 진심이었기에 정말로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걸 또 어떻게 오해를 했는지 매니저가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 일, 사장님도 주의 깊게 보고 계셨어. 그러니 앞으로도 지원은 빵빵할 거야. 걱정 말고. 응? 무서운 생각하지 말고!”
“네, 고마워요.”
큰 오해였지만 어쨌든 고마운 건 고마운 거였다.
같이 있어 주겠다고 했지만 로운이 거절한 탓에 매니저는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떠났다.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큰일을 치렀다는 안도감에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고생했다! 고생했어! 아주 잘했느니라!]값비싼 소파에 널브러져 있으려니 때마침 청화가 튀어나왔다.
“보고 있었어요? 안 보여서 어디 갔나 했었는데.”
[아. 누가 공물로 팝콘 들어왔다길래 같이 튀겨먹으면서 구경을… 합!]오디션 중반부터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이더니만 팝콘을 먹고 있었나 보다.
[크흠흠! 어쨌든 잘했느니라. 머릿돌 녀석도 네 일인극을 보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전해달라 하더구나.]스승이나 다름없는 머릿돌이 그런 말을 했다면 확실히 나쁘진 않았다는 뜻이다.
‘…맞아. 재밌기는 했어.’
합격 여부를 떠나 오디션 자체는 확실히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아주 좋았다.
‘가리온 활동을 했을 때와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누덕누덕 기워가는 가리온 활동을 놓지 못했던 이유도 비슷했던 것 같다.
개인 이로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집안 재산만 까먹고 모두에게 피해만 끼치는 쓸모없던 존재였지만.
아이돌 가리온의 이로운은 달랐으니까.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누군가가 필요해 주며,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그런 필요성을 입증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리온을 놓지 못한 이유에는 수입도 있지만 이런 충만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고 싶어서기도 했다.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리면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지.’
그런 간절함이 있었다.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지만.
‘전생이라 봤자 이제 고작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 먼 느낌이네.’
그만큼 이번 오디션을 준비하는 데 열중해서일지도 모른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되는 감각이었지.’
내가 아니라 완전한 타인이 되는 그 순간의 몰입감.
그 충만함이 너무도 만족스럽고 좋았다.
‘가리온’ 역시 개인 이로운을 지우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살아 보지 못한 삶을 살아 보는 것 같았어.’
연기는 아이돌 활동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런 게 연기라면, 앞으로 계속 경험해 보고 싶을 만큼.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청화님.”
[왜 그러느냐?]“의뢰를 이행하려면 오디션 결과가 나와야 하잖아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근데 결과가 오늘 당장 나올 거 같지는 않거든요? 저 그럼 어떻게 되나요?”
[……!]로운은 물방울 위에 마치 전구가 켜진 듯한 환각을 보았다.
그 즉시 긴급회의가 열렸다.
대체 누구와 뭘 어떻게 회의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큰일 날 뻔했잖아! 이봐, 영감들! 잠깐 모여들 봐봐!]느낌표를 띄운 청화가 어딘가를 향해 부르짖자.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라며 별빛 24가 우려를 드러냅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별빛 11이 대답합니다.] [별빛 4가 이건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합니다!]기다렸다는 듯이 메시지 창들이 떠오르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은근하게 로운을 향한 메시지가 있기는 했다.
[의뢰를 향한 당신의 진실된 노력을 별빛 17이 인정합니다.] [별빛 17이 당신에게 혹시 가지고 싶은 재물이나 권능이 있는지 은근하게 물어봅니다.] [별빛 17이 당신에게 자신의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모두 갖게 해 주겠다고…….]은근슬쩍 기회를 노리는 존재는 여기에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별빛 3이 이게 미쳤냐며 상대의 멱살을 잡습니다!] [별빛 4가 저런 비양심은 퇴출시켜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합니다!] [별빛 17이 당신들도 다 똑같다며 내숭 떨지 말라고 일갈합니다!]다른 관조자들에게 이끌려 사라져 버렸지만.
‘꼭 의뢰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 해 보고 싶은데…….’
이것도 다 죽지 않았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은 청화를 비롯한 관조자들의 회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또롱또롱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보며 뭔가 되어가고 있기는 하구나, 싶을 때.
띠링!
[사용자의 이의 신청을 검토합니다.] [다수의 의견이 접수되어 시스템 패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마침내 이런 공지까지 떴다.
“오……?”
[시스템 패치 중에는 제한 시간이 차감되지 않으며 페널티 적용이 제한됩니다.]로운의 눈이 커졌다.
아니.
이게 가능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