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4화(14/110)
14
청화는 시스템 패치 알림이 뜬 이후에도 한참 지나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휴, 진짜. 이 공덕만 넘치는 깡패들 같으니라고…….]로운은 잠시 이것이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덕이 넘치는 건 칭찬인 것 같은데, 깡패들은 무슨 소리지.
[너는 저기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짐작도 못 할 게다. 영감들 하여간 기운만 좋아 가지고는 어찌나 말들이 많던지. 떼잉!]운명공동체나 다름없는 청화는 그러려니 싶었는데.
‘합법적 인세 관여 루트가 그렇게 중요했던 거구나.’
덕 많고 시간 넘치는 분들이라더니만.
관조자들까지 함께 나선 걸 보면 예전 청화가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행여나 로운이 죽을까 봐 우르르 몰려 갔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뭔가 좀 든든한데? 내 편이 엄청 생긴 기분이야. 이전 생에는 편들어 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빚쟁이와 채권자의 관계라지만.
죽기 전을 통틀어서 이렇게까지 편을 들어주는 존재들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 하늘의 신비로운 존재들이 로운을 지켜보며 어떻게든 도와주고자 한다.
“믿음직스럽네요.”
그 말에 화답하듯.
[별빛 8이 자신의 늠름함을 뽐냅니다!] [별빛 17이 당신에게 부귀와 영화를 약속…….] [별빛 4가 상대를 끌어냅니다!]여러 메시지들이 띠롱거리며 떠올랐다.
[믿음직스럽기는. 흥. 그러려면 이 몸이 잠들어 있을 때 네게 애닳아 의뢰 같은 걸 넣으면 안 됐지. 상도덕이 없어요, 상도덕이!]청화가 코웃음을 쳤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네 목숨에 문제없을 테니 안심하고 있거라. 나는 좀 더 알아봐야 할 게 있어서 다녀오겠느니라.]길게 걸리지 않을 거라며 청화가 스르륵 사라졌다.
로운은 ‘점검 중’이라고 붙어 있는 퀘스트 창을 불러냈다.
[의뢰: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시스템 점검 중)시작은 의뢰였지만 지금은 의뢰를 넘어서 마음이 쓰였다.
‘내가 의뢰로 얻는 건 수명뿐이 아닐지도 몰라.’
처음엔 그저 살아남고자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건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나 다름없었다.
오디션도 그렇지 않은가?
만약 전생 그대로 살았다면 로운이 이런 세상에 발을 들일 기회나 있었을까?
‘아니. 그럴 리 없지.’
살아남는 것만이 가장 중요해서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에게 이전 생에는 감히 바라지도 못할 어마어마한 기회가 주어졌다.
로운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나저나 의뢰하셨던 관조자분께서는 오디션 이후로 안 보이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거울에 비친 그의 어깨 위로 황금빛 빛 망울이 샘솟다가 서서히 옅어지는 것이 보였다.
의뢰자가 그에게 건넨 권능의 효과였다.
일단은 기다려야 할 때였다.
목숨이 달린 의뢰도, 오디션의 결과도.
* * *
얼마 뒤.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아, 김 선비 말이냐? 네게 앓아누웠느니라.]시스템 점검 이후 좀 알아봐야겠다며 사라졌던 청화.
그가 홀연히 다시 나타나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 줬던 것이다.
참고로 김 선비는 51번 별빛인 의뢰자였다.
“…네? 앓아누워요?”
로운은 어리둥절해졌다.
‘하늘 위의 신비로운 존재들도 아플 수가 있나?’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아니, 신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청화는 ‘대충 하늘에 있는 높은 양반들’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사실 하늘에 있는 존재들이 보통일 리가 있겠는가?
[제 살을 뚝 떼어 냈으니 앓아누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쯧쯧쯧.]“살이요?”
[네게 준 권능 말이다.]“판별안 말이에요?”
무엇이 최적인지 색으로 표현해 주는 판별안.
어떻게든 로운의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려던 의뢰자가 선사했던 능력이었다.
최선의 결과를 알아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이란 말인가?
[그래. 떼잉. 안 그래도 어린 것이 마음이 급해 그렇게 설치다 보니 아프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느냐? 덕을 쌓는다는 존재가 그렇게 성급하게 굴어서야, 원.]또 다른 소식 또한 로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이 뭐라고요?”
난데없이 전해진 소식.
하마터면 러닝 머신 위에서 달리다가 그대로 쭉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응. 너 한번 보자 하시더라.”
“사장님이 저를 왜요……?”
“왜기는. 할 말이 있으시니까 부르시는 거겠지.”
“사장님이 제게요…? 형, 혹시 저… 방출되나요?”
가리온 때의 트라우마가 갑자기 떠올랐다.
혹시 이대로 방출되면 오디션이고 뭐고 나발이고 모두 다 아웃 아닐까?
그러면 전생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암울해질지도 모른다.
‘아니. 둘 다 죽는 걸로 끝나는 거니까 비슷한 건가.’
그런데 로운의 얘기를 들은 매니저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면서 툭툭 어깨를 두드리다가, 문득 손이 멈췄다.
“어? 너 팔뚝이 왜 이래?”
팔뚝을 덥썩 잡은 손이 이번엔 등을 훑었다.
그러더니 이어서 여기저기를 확인한다.
“로운아, 너 운동했어? 아니, 언제부터 했어? 몸이 왜 이렇게 단단해?”
로운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니, 잠깐만요, 형.”
“이야. 너 혹시 요새 식단 관리도 해? 아, 그래서 나한테 갑자기 계란 얘기한 거였구나. 난 또. 운동은 뭐 해? 지금처럼 유산소만?”
“그, 아뇨. 유산소만 하는 건 아니고 근력도 같이하고 있어요.”
“근데 진짜 언제부터 한 거야?”
“그저께부터… 아니, 형! 잠깐만요!”
하마터면 매니저에게 휘말릴 뻔했다.
‘그치만 내가 봐도 안색부터가 달라지기는 했지.’
고작 운동을 시작한 지 이틀째.
그럼에도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안색이 달라지고 피부 결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원래 몸이 얼마나 쓰레기였는지를 아주 잘 나타내 주는 반증이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트레이닝 룸을 놔둘 수는 없잖아…….’
오디션을 보고 난 뒤.
가라앉지 않는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려 찾은 곳이 바로 개인 트레이닝 룸이었다.
전생의 집 전체 크기만 한 너른 공간에 값비싼 운동기구들이 즐비했다.
세팅만 해 놓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듯이 먼지만 잔뜩 앉아 있었지만.
그걸 보고 로운은 생각했다.
‘심 봤다.’
라고.
전생의 로운은 피트니스 센터를 다닐 돈이 아까워 뒷산에 있는 철이 다 벗겨진 녹슨 철봉을 애용했었다.
‘겸사겸사 약숫물도 떠오고 그랬었지.’
가만히 있으면 생각만 많아지는 법.
로운은 잡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건강도 챙기고 불필요한 잡생각도 없애고.
이 얼마나 훌륭한 일석이조인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두 번 다시 없을 명언이었다.
더구나 본래의 쓰레기 같은 몸으로 산다면 퀘스트와 상관없이 얼마 안 가 죽을지도 모른다.
‘촬영 들어가면 잠도 제대로 못 잘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체력을 길러야 해.’
하다못해 가사나 안무를 외우는 것조차도 체력이 필요하다.
몸이 힘들면 집중력이 해이해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한번 보고 외울 것도 두 번 세 번 보게 된다.
늘 시간이 촉박했던 가리온에게 그건 엄청난 사치였다.
덕분에 체력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게 되었으니 꼭 그 기억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사장님이 진짜 절 왜 부르신 건데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로운은 하마터면 매니저에게 말려 잊을뻔 했던 본론을 간신히 기억해 냈다.
“글쎄? 원래도 사장님이 널 종종 부르셨었거든.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나도 모르고.”
예전에 슬쩍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전생의 이로운이 화를 냈었단다.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아마 이번에 오디션 본 거 관해서 뭐 할 말 있으신 게 아닐까?”
별로 위로가 되지 못했다.
“괜찮아. 네가 이렇게나 열심힌데 사장님이 뭐라고 하시겠어? 요새는 문제 일으킨 것도 없고 이렇게 착실히 집에서 운동이나 하는 착한 애한테.”
로운은 매니저의 위로 아닌 위로를 들으며 회사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전생의 소속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번듯한 건물이었다.
무려 서울에서 제일 비싸다는 금싸라기 땅에 지어진 사옥이었다.
하지만 로운의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걸렸으니 당연하지.’
방출 돼도 죽고, 오디션에 떨어져도 죽는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눈앞의 이 젊은 사업가가 심판관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구나 첫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
“연예계니 배우니 다 때려치우고 잠적 타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얼굴은 더 좋아 보인다?”
“…제가 그랬었나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지금쯤 이미 황천길을 지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지. 그때는 거의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더니. 나는 너 그러고 나가서 콱 죽어 버릴 줄 알았거든? 근데 지금은 아주 말랑말랑해져서 왔네?”
기분 탓일까.
어째 어투는 나긋한데 내용은 완전 사시미 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날카롭다.
‘그래도 날 내쫓지는 않을 건가 봐.’
그나마 다행이었다.
“근데 말야, 내가 궁금한 게 있어. 그렇게 급을 따지던 네가 그 영화는 갑자기 왜 하겠다고 나섰는지 모르겠더라고?”
죽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이 얘기를 해 줄 수는 없지만.
“생각해 봐. 이상하지 않아?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 해도 하루아침에 사람이 바뀐 것처럼 평소와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게 말이 돼? 난 왠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사장이 아니었다면 배우라고 해도 믿었을 만큼 수려한 외모를 가진 남자의 눈빛이 몹시 매섭다.
‘혹시 지금 나 의심받는 건가?’
사실 이게 정상이기는 했다.
의사가 기억상실증이라고 냅다 믿어주는 매니저가 오히려 희귀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여기서 사실은 기억상실증이 아니라고 대꾸할 수도 없는 노릇.
로운이 난감함에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찰나.
“…이번엔 진심인가 보네?”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려왔다.
* * *
‘잠깐. 내가 무슨 말을 했었나?’
생각해 봐도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니, 못 했다.
뭐라도 대꾸하면 꼬투리를 잡힐 게 뻔히 보였으니까.
그런데.
“평소 같으면 아주 패악을 부려도 단단히 부렸을 텐데. 이만큼 긁어도 얌전한 걸 보면 정신을 차려도 제대로 차렸던가 아니면 그만큼 진심인 거겠지.”
시선을 형상화하면 비수 저리 가라 할 만큼 날카롭게 바라보던 사장.
그런데 갑자기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러니까… 시험이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