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5화(15/110)
15
대꾸를 하지 않은 것이 정답이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이전 몸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길래 저런 사람한테 패악을 부렸다는 거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이었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다던가?
“뭐. 좋아. 솔직히 상관은 없어. 앞으로 그 네 변덕인지 진심인지 모를 스탠스만 잘 유지한다면 나야 상관없거든. 아무튼, 네 일 때문에 직접 청탁도 다 넣어 보고 아주 새로운 경험을 잘했지 뭐야.”
여기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면 진짜 눈치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
눈치껏 입을 다물었지만 로운은 조금 의아해졌다.
‘이상하다? 청탁이 처음이라고? 그럼 전 주인은 어떻게 배역을 맡았던 거람?’
답은 곧 나왔다.
“집이 싫니 어쩌니 하며 맨날 찡찡대면서 형 바짓자락만 붙들고 있더니만.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어찌 됐든 제대로 해 볼 생각인 거, 맞니?”
“…네. 맞아요.”
대답을 하면서도 로운은 머리가 복잡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가족 얘기 때문이었다.
‘형이라니. 형이 있어? 가족도 있고?’
물론 이로운이 하늘에서 뿅 떨어진 게 아닌 이상 당연히 가족은 있을 터.
하지만 이상했다.
‘분명 핸드폰엔 아무런 연락처도 없던데. 게다가 그쪽에서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로운이 깨어난 지 벌써 일주일째.
기억상실이라는 병은 감기처럼 대충 가볍게 흘려넘길 만한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이런 중한 사안은 가족에게도 연락이 갔을 터.
하지만 일주일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가족은 있는데도 연락이 없는 거라고? 근데 그럼 형 얘기는 또 뭐고?’
설마 본체의 가족 또한 로운의 가족같은 사이인 것일까?
‘…난 가족 복이 없을 팔자인 건지, 원.’
사장의 말에 혼란만 가중되었다.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중요한 건 눈앞의 사장이다.
설마 그를 떠보기 위해서만 부른 것은 아닐 터.
“그래. 왜 지금 와서야 그렇게 마음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평생 노답인 것보다는 낫겠지. 어쨌든 하기로 했으니 제대로 잘해 보렴. 촬영 현장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어디까지 믿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장은 깔끔하게 모든 의문을 매듭지었다.
그러고는 로운에게 미뤄 두었던 본론을 꺼냈다.
“김 감독한테 연락 왔더라.”
표정이 없어 차가워 보이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여전히 긴장으로 얼어 있는 로운에게 사장이 쐐기를 박았다.
“너, 합격했대.”
* * *
혹시나 했지만 직접 확답을 듣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사장님이 뭐라셔? 됐대? 붙었대?”
멍하니 나온 로운에게 매니저가 물었다.
“네… 저 붙었대요. 오디션.”
“진짜? 진짜로?”
“네……!”
“아이고! 잘됐다! 잘됐어! 거봐, 내가 로운이 너 하기만 하면 잘될 거라고 했잖아!”
매니저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형……? 울어요?”
로운이 깜짝 놀라 물었다.
울어도 자신이 울어야 하는 거 아닌가?
“흡. 내가 왠지 쓰레기 같아서…….”
“네? 뭐가요?”
“너 기억 다시 안 찾았으면 하는 생각부터 들더라고. 진짜 기억상실증 안 나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생각하니까 너한테도 미안하고. 근데 지금이 너무 좋아서…….”
매니저는 다 좋은데 이상한 데서 마음이 여렸다.
“앞으로 더 좋은 날만 있을 텐데 벌써부터 울면 어떡해요, 형.”
그리고 어차피 기억이 돌아올 일은 없다.
물론 그렇게 말해 줄 수 없었으므로 로운은 침착하게 매니저를 달랬다.
멤버들이 온갖 미친 사고를 다 치는 바람에 나가려는 멘탈을 애써 다독였던 경력이 빛을 발했다.
‘어쨌든 이제 당장 죽을 일은 확실히 없어진 거네.’
안도의 숨을 쉬는 사이, 로운은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로운을 내려 준 매니저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굳은 결심을 한 것처럼 로운에게 말을 꺼냈다.
“근데 로운아. 오늘 뭐라도 기념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 파티라도 할래? 네 그… 친구들… 부를까? 네가 가던 곳도 오늘 하루 정도라면 형이 예약을…….”
“아뇨, 아뇨!”
로운이 황급히 손을 저었다.
뭔가 열심히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런 고민을 했을 줄이야.
“아냐……?”
“네. 아니에요. 파티는 무슨 파티에요. 이제 시작인데.”
매니저가 말하는 친구들이나 가던 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하지만 로운에게는 다년간 다져진 눈치와 빅데이터가 있었다.
‘이럴 때 신나서 들뜨면 큰일 나는 거지.’
어떻게 알았냐면… 로운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특히 매니저가 말하는 저 파티라는 울림부터가 뭔가 불길했다.
왠지 갔다가 디스 패스만 잔뜩 만나고 사회면에 데뷔를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얌전하고 조신하게 있어야 하는 법.’
기존의 쓰레기 같은 이미지를 바꿔야 하는 마당에 이전에 하던 대로 놀러 다니는 건 아주 큰 실수나 다름없다.
이전 생에서 아주 호되게 간접경험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진,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매니저가 되물었다.
“형. 앞으로 더 좋을 날이 많을 텐데 벌써부터 파티를 즐기기엔 너무 약소하지 않을까요? 기왕이면 이 영화로 오스카 정도는 가 줘야 파티할 만하죠.”
앞으로 창창해야 할 앞날에 재를 뿌릴 수는 없다.아직 첫발도 제대로 못 뗐는데 벌써부터 애먼 곳에서 발목이 잡힐 수는 없는 법.
하지만 매니저가 신경 써 주는 저 마음도 진심인 것은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날 이렇게까지 챙겨 주는 정말 고마운 사람인데.’
로운은 매니저를 달래기 위해 아무말 대잔치를 벌였다.
이제 오디션에 붙느니 마느니 하는 걸음마 단계에서 오스카는 무슨 오스카란 말인가?
그런데 그게 또 기가 막히게 매니저의 어딘가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고작 이런 걸로 파티는 아닌 거지. 앞으로 더 좋은 날이 많을 거니까……!”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매니저의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굳이 해석하자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부작용은 그 때문인지 다시 붉어진 매니저의 눈시울이었다.
“네가 이렇게나 앞일을 열심히 생각하는 것도 모르고 내가……! 흡……!”
매니저의 눈물은 한참 후에나 멎었다.
‘대체 전 주인은 얼마나 심한 쓰레기였길래 매니저 형 반응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거지?’
일주일이 넘었으니 이쯤 되면 좀 괜찮아져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토닥여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오디션 통과도 확정됐으니 뭐라도 뜰 때가 됐는데?’
로운은 ‘시스템 점검 중’이라고 붙은 의뢰 목록을 응시했다.
그런데 때마침.
띠링!
반가운 알림 소리가 울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알림이었다.
[시스템 패치 완료.] [시스템 점검이 종료됩니다.] [패치 내역을 확인하시겠습니까?]로운이 ‘예’를 누르자 창의 내용이 다시 한번 바꼈다.
[1.0.0 시스템 패치 내역 알림] [-‘달성률’ 항목이 의뢰 내역에 추가됩니다.] [*달성률: 의뢰가 진행되는 동안 사용자 ‘이로운’에 대한 모든 페널티가 일시 정지 및 보류됩니다.] [-‘의뢰 선택 기준’에 선별 기준 도입 및 세분화되었습니다.] [*일정 반경 이내의 의뢰만 활성화됩니다.] [*무기명 입찰 방식이 도입됩니다.] [*입찰 상한선이 제한됩니다.] [-‘의뢰 완료 평가란’이 개설됩니다.] [*의뢰 수행 여부에 따른 의뢰자의 평가를 바탕으로 달성도를 측정합니다.] [*평가 설문란이 평가란에 추가됩니다.]로운이 잠시 눈을 깜빡였다.
‘뭔가 많다……?’
패치 내역을 읽어 보던 로운은 청화를 불렀다.
이 시스템을 가장 잘 아는 건 청화일 테니까.
“청화 님. 패치 내역이 떴는데요.”
[오, 드디어 떴느냐?]로운의 부름에 싱크대 물받이에서 참방참방 목욕을 하던 청화가 포르르 날아왔다.
물방울이 물에 목욕하는 아주 희한한 광경이었지만 제법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청화는 맑은 물을 좋아했다.
[그래. 어떤 내용이 떴느냐? 당장 죽을 일은 없다지?]“네. 그런데…….”
[응? 뭐가 또 있느냐?]“의뢰 선택 기준이랑 평가란이 생겼는데, 이건 뭔지 혹시 아세요?”
[그……!]청화가 잠시 말문이 막힌 듯 보그르르 거품을 피워 냈다.
[음. 우선 너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느냐?]“네.”
당연했다.
산발적으로 관조자들의 메시지 창이 툭툭 튀어나왔으니까.
[그래서 원성이 좀 많았느니라. 내 저번에도 중재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그런고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을 공정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니라.]청화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일단 일차적으로 네 녀석 주변 반경 일정 거리로 거른 뒤에 그다음 익명으로 비공개 경매를 진행해서 낙찰자를 가리고…….]“…….”
아무튼 뭔가 치열하게 오간다는 건 알겠다.
[너는 그냥 열심히 네 할 일만 하면 되느니라. 저 영감들이 그래도 아주 경우 없지는 않아서 알아서 어련히 잘할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잘 아는 이들이니 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로운이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결론은 그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스르륵 사라지는 시스템 패치 알림창 대신,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의뢰 달성도에 따라 추가 시스템 패치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용자 ‘이로운’의 많은 이용 바랍니다.]‘의뢰 달성도? 의뢰 달성률이랑은 또 다른 건가?’
퀘스트를 어떤 방향으로 끝내는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끝내는지에 따라 달린 것일 수도 있다.
‘일단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했지.’
설명을 끝내고 다시 목욕을 하러 간 청화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바뀐 시스템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확인을 하려면 일단 이번 의뢰를 성공시켜야만 한다.
로운은 내친김에 새로 신설된 항목인 달성률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현재 의뢰 달성률: 34%]“오. 생각보다 높네?”
아무래도 오디션에 통과한 것이 제대로 통한 모양이었다.
로운이 선택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일종의 증거나 마찬가지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오디션이라는 큰 산을 넘은 덕분에 김성하 감독에게 접근할 수 있는 합법적인 티켓을 얻어냈으니 말이다.
‘최대한 감독님에게 붙어 있어야겠다.’
정작 의뢰 내용은 아직도 좀 애매하기는 했지만.
우선 가까이 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은 나올 터.
로운은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안녕하세요, 이로운 씨?>
김성하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