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18화(18/110)
18
“이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같으니라고!”
사비를 털어 얻은 조그만 사무실에서 김 감독이 왈칵 화를 냈다.
팔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던 조감독이 혀를 차며 그를 달랬다.
“그놈들 그렇게 양심 출타한 게 어디 한두 번 일이에요? 화내 봤자 감독님만 손해예요. 이런 기사 날 거라는 거 이미 알고 계셨잖아요?”
조감독의 말대로 김성하 감독은 사실 이런 음해성 기사가 뜰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거슬리고자 일부러 오디션도 보며 판을 키우기도 했으니까.
“알지. 알고 있었지. 그러라고 우리가 대놓고 이러는 거 아냐.”
“그쵸? 그럼 진정하세요. 감독님 움직이실 때마다 자꾸 제 의자 건들고 계시거든요?”
“…그건 미안하다, 조감아. 그치만……!”
“어차피 우리가 성공하면 그런 기사들도 쑥 들어간다니까요? 감독님은 그냥 영화 성공시키는 것만 생각하시면 돼요. 보란 듯이 성공해서 다들 입 다물게 만들 거라면서요.”
조감독이 무심한 태도로 마우스 휠을 드르륵 내렸다.
“그리고 뭐… 이 정도면 준수한 거 아니에요? 뭐 대단한 메이저 언론사도 아니고 그냥 삼류 찌라시나 써 갈기는 곳이구만요.”
“하지만… 하지만 이로운 씨의 기사를 냈잖아!”
“…네?”
잘못슴다?
감독이 혼자 좁은 사무실 안을 뱅뱅 돌거나 말거나 모니터만을 쳐다보던 조감독이 드디어 감독을 바라보았다.
“이로운 씨가 왜요? 그 사람 뭐 기사 났어요?”
“넌 눈이 없니, 조감아? 나 때문에 이로운 씨가 같이 안 먹어도 되는 욕을 먹었잖아!”
“……?”
조감독이 또다시 드르륵 마우스 휠을 굴렸다.
“아니, 뭐……. 맞말인데요? 제가 그랬잖아요. 이 사람 평 별로 안 좋다고.”
“넌 애가 직접 보고도 그런 말을 믿어? 나만 해도 별별 이상한 소리 다 듣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 아닌 건 너도 알고 있잖아.”
“아, 감독님이랑은 경우가 다르다니까요?
“뭐가 달라? 너나 우리 애들이나 알지, 다른 사람은 아직도 그놈이 지껄인 말대로 알고 있을걸?”
“아니, 그건 그렇긴 하지만요.”
김성하 감독은 자신이 직접 본 로운을 믿었다.
그는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였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었다.
‘그만한 재능을 가진 배우가 그런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분명 누군가가 모함한 거겠지. 성격도 순해 보이던데 그 성격에 제대로 말도 못했을 거고. 그쪽 소속사는 제대로 하는 게 뭐야! 배우 보호도 제대로 안 해 주고! 후배라고 좋게만 본 게 문제였나?’
뭔가 생각의 흐름이 급발진했으나 김 감독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의 안에서 이로운은 그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도 빛을 보지 못한 가련한 피해자였으니까.
김 감독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도 동질감을 느끼고 이입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역시 전화해서 사과하는 것이 낫겠지?”
“예? 그건 좀 에바인데요?”
“나 때문에 혹시 이로운 씨가 하차라도 하게 되면 정말 곤란해지는데……. 혹시 전화를 안 받아 주면 어떡하지?”
“감독님? 저기, 감독님? 제 말 안 들리세요?”
“아무래도 소속사 케어를 제대로 못 받는 것 같으니 직접 연락하는 게 낫겠지? 중간에 무슨 분탕질을 칠지 아무도 모르니까?”
“후배라 하지 않았어요? 친하다면서요?”
“때로는 친분이 눈을 가릴 때도 있는 법이야. 내 뒤통수 때린 그 새끼도 한때는 친구라고 믿었던 놈인 거 기억 안 나?”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길 자신이 없다며 조감독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초조하게 좁은 방 안을 몇 번이고 뱅글뱅글 돌던 김성하 감독이 드디어 마음을 먹었다.
<네, 여보세요. 감독님.>
“아, 아아… 이로운 씨? 저, 저, 정말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이로운 씨가 그런 안 들어도 될 말을 들어서…….”
주절주절.
김성하 감독의 눈물 없이는 들어줄 수 없는 구구절절한 사과문이 수화기를 타고 넘어갔다.
비록 중간에 하차라는 단어가 나와 심장이 떨어질 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품이 올바른 청년이 다 있을 수가 있지?’
분명 억지 논란으로 비난을 받아 기분이 상했을 것이 분명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바닥에서 구른 김 감독은 배우라는 이들이 얼마나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지 잘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지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고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 이 바닥이기 때문이다.
그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논란에 굳이 발을 담그지 않고 피해 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기는 하니까.
‘분명 이미지가 훼손됐을 테니 하차한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인데…….’
아직 크랭크인도 하지 않은 영화다.
더구나 로운은 이 악질적인 기사 때문에 명백히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을 터.
안 그래도 안 좋은 평판에 고생하고 있을 이에게 더한 짐을 얹어 버렸다.
하차한다 하더라도 눈물을 머금고 보내… 지는 못하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릴 각오를 하고 있었건만.
<이 영화를 안 찍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면 이런 느낌일까?
김 감독은 이 배우의 그릇이 얼마나 큰 것인지 차마 짐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역시 이 사람은 크게 될 배우야.’
심지어 그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김 감독을 대신 믿어 주기까지 했다!
‘그래. 이 믿음에 보답해야 해.’
이렇게 크게 일을 벌리긴 했지만 김 감독 안에도 일말의 불안함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다.
사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그렇다.
언뜻 보기엔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불안감을 동원하는 직업이기도 했다.
‘경력이 쌓이고 연차가 쌓인다 해서 그게 흥행 보증 수표가 되어 주는 것은 아니니까…….’
언제나 대중에게 평가를 받고 언제나 증명해 내야 하는 직업.
그것이 바로 영화감독이다.
김 감독은 본인의 작품을 늘 사랑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용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특히 지금의 이 ‘귀로’는 더더욱 여러군데서 퇴짜까지 맞은 작품아니던가.
<네. 감독님만 믿고 있을게요.>
나긋하게 덧붙여진 그 신뢰 어린 목소리.
배우가 그렇게까지 작품에, 감독에게 신뢰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데 마음이 벅차지 않을 감독은 없었다.
“조감아……!”
“예, 예. 이로운 씨가 너무 착하고 믿어 줘서 너무 행복하다고요.”
“우리 꼭 성공하자. 우리 꼭 저 거지 같은 새끼들에게 엿을 먹여 주자고!”
“예, 예. 감독님. 이제 좀 쉬세요.”
비록 앞으로 이와 비슷한 더러운 수작질을 비롯해 여러 방해공작이 있겠지만…….
누가 보아도 빛날 것이 분명한 이가 그를 믿어 주다니 그따위 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진짠가? 그 이로운이 그렇게나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근데 그럼 소문이 대체 왜 그따위지? 아니, 진짜 감독님 말처럼 뭐 있던 거 아냐?”
홀로 감격에 빠진 감독의 귀에 조감독의 중얼거리는 소리는 닿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 뜬 음해성 기사들 때문에 모든 것이 최악이라고 생각했건만.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아졌다.
그 때문일까?
“엥? 감독님. 기사 다 내려갔는데요?”
다음 날 아침.
출근한 조감독이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뭐? 그놈들이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놈들이 아닌데?”
기사를 확인한 즉시 언론사에 기사 삭제 요청을 넣기는 했다지만.
경험상 이놈들은 이렇게 일처리가 재빠른 놈들이 아니었다.
“너 뭐 돈 준 거라도 있냐?”
“아뇨? 우리가 그럴 돈이 어디 있어요?”
“그럼 얘들이 왜 기사를 내려주는데?”
“저야 모르죠? 감독님 말 듣고 내린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있냐?”
“그렇죠? 저도 말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어요.”
“뭐지?”
이상한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좋은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손님 오시기로 했지?”
“아, 맞아요. LW 금융 쪽에서 오기로 했어요.”
얼마 전.
김 감독은 난데없는 연락을 한 통 받았다.
-예? 투자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아이고, 당연히 가능하지요!
LW 그룹.
해외 쪽에 뿌리를 둔 거대 기업이다.
주력 사업이 해운 무역과 방산 관련인 탓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순수 자본만 하더라도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는 집계될 수준이라는 얘기가 있다.
‘갑자기 이런 곳에서 우리를 왜……?’
김 감독은 조금 의아했으나 투자금은 언제나 환영이었으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자세한 얘기는 직접 만나서 나누자는 말에 그렇게 오늘.
방문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조감아… 나 지금 떨고 있니?”
“어후. 저도 떨려요. 대기업 인간들과는 체질적으로 안 맞아서.”
“그렇지? 또 금융 쪽이라니 엄청 깐깐할 것 같단 말야?”
“책 안 잡히게 준비해 볼게요.”
나름대로 둘은 작은 사무실을 열심히 쓸고 닦고 단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약속시간이 되었을 때.
“……?”
두 사람은 웬 서늘한 미남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미남자 옆의 ‘나 비서요!’ 하고 외치는 듯한 남자가 두 사람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본 두 사람의 눈동자가 지진을 일으켰다.
‘LW 금융… 상무?’
뭐지?
만나기로 한 사람은 금융에서 나온 투자 담당자일 텐데?
어째서 상무가……!
“저… LW금융의 상무님께서 여기는 대체 왜…….”
눈알이 튀어나올 뻔한 김성하 감성하 감독은 파스스 흩어지려는 정신줄을 애써 다잡았다.
비록 그가 재벌가에 대해 잘 아는 건 없지만.
LW 그룹이 인지도를 키우겠다며 전자와 금융 쪽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는 것은 귓동냥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LW 금융이라면 공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하여 곧 5대 메이저 은행사가 6대 메이저 은행이 되리라는 전망까지 있을 정도니까.
그 선두를 로열 패밀리 인원 중 한 명이 이끌고 있다는 것 또한 귓동냥으로 들은 정보 중 하나였다.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닙니까?”
“아뇨, 예. 예옙. 맞습니다.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찾아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문제야 많았다.
눈앞의 사람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은 일단 명함과 따라온 수행비서의 포스에서 느낄 수 있었다.
기껏해야 서른 중반이나 되었을까.
그럼에도 함부로 여길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진다고 김 감독은 생각했다.
서늘하지만 매우 잘생긴 생김새는 대기업의 상무가 아니라 무슨 기업물에 출연하는 배우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 로열 패밀리가 이렇게까지 잘생겼다고?’
일말의 의심은 허겁지겁 상대를 검색해 돌아와 귓가에 속삭인 조감독의 증언이 불식시켰다.
“감독님! 저 사람, 진짜예요! 여기 인물 사진도 나와 있는데 똑같은 거 보여요? 아무래도 동일인 맞나 봐요.”
그 와중에 조감독은 실물이 훨씬 낫다며 제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다.
“확인은 끝나신 것 같으니 그럼 일 얘기를 해 볼까요?”
빙긋.
그렇게 웃는 모습이 어딘지 기시감을 불러일으켰다.
‘뭐지? 내가 저런 로열 패밀리와 알고 지낼 일이 없는데?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들지?’
중요한 건 상대의 인물이 아니었다.
사람을 보내온 것도 아니고 이 로열패밀리가 직접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있을 터.
어째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투자라니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개인 사재를 털어서라도 제작에 들어가려던 김 감독이었지만 사실 넉넉한 형편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그, 그럼 우선 앞으로 예정된 제작 과정과 이에 책정된 예산 계획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 진행에 김 감독은 혼이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걸 잘해야 투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문제는 정작 투자하겠다고 찾아온 저 물주께서 굉장히 심드렁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 그럼 구체적인 항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섭외한 배우진의 명단은 이렇게 확정이 되었으며 대략적인 출연료는…….”
스탭들의 인건비라던가 보조 출연자의 숫자와 그에 따른 예산 그리고 세트 제작비와 장소 섭외 비용 등을 열심히 나열하고 있던 떄였다.
“이 사람.”
그 전까지는 김 감독이 무얼 말하던 심드렁하게 듣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얼떨떨해하는 김 감독의 손에서 마우스를 받아 간 비서가 몇 페이지 이전으로 화면을 돌렸다.
화면 한가득 예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화사한 얼굴이 가득 찼다.
바로 어제밤에 읍소하듯 구구절절하게 통화를 했던 상대, 로운이었다.
“이 사람. 연기 못 하지 않습니까? 왜 이 사람을 여기에 캐스팅했죠?”
허튼곳에 돈을 쓰는 거 아니냐는 질책이 묻어나오는 질문이었다.
그 순간, 김 감독은 상대가 거물 투자자라는 것을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