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2화(2/110)
2
죽기 전.
또 한 번의 기회를 갈망했다.
그래서인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난 모양이었다.
그런데… 웬 물방울이 말을 건다?
‘사실은 살아난 게 아니라 미쳤나?’
로운은 비교적 침착하게 생각했다.
분명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을 때 머리를 크게 부딪쳤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근데 그럼 지금 보이는 건 또 뭔데?’
[사용자 ‘이로운’ 님, 접속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치성에 감복한 하늘이 당신의 진정성을 파악합니다!] [당신의 염원이 새로운 신격을 일깨웁니다!] [‘청화’가 당신의 수호자로 배정됩니다!]또 한 번의 ‘띠링!’하는 알림과 함께 반투명한 창이 눈앞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기다렸더는 듯 물방울이 바르르 몸을 떨며 잔소리를 했다.
[아이구, 이 구닥다리 시스템! 무슨 알림이 나보다 더 늦게 떠! 그러니까 업그레이드 좀 하자니까 말을 안 들어, 이 양반들. 어디 나만 좋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접속……?
수호자……?
새로운 기회는 뭔가 처음부터 스펙타클할 예정인가 보다.
또 한 번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 창들을 훑는데,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난리가 났다.
“아니, 로운아? 로운아! 얘가 왜 정신을 차렸는데도 조용해? 로운아? 괜찮니? 나 알아보겠어?”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에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누구세요?”
궁금한 건 물어야 인지상정.
더 이상 어리석게 참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방금 전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너무 친근하게 대하는게 이상했다.
그래서 참지 않고 물어봤는데…….
“허억, 허어억? 선, 선생님! 선생님! 우리 로운이가 이상해요!”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심장을 움켜쥐더니 숨넘어가듯 외쳤다.
남자의 부름에 소독약 냄새가 나는 웬 근엄해 보이는 중년인이 다가왔다.
“우리 로운이 죽을 병은 아닌 거죠? 술 때문에 잠깐 기억만 좀 오락가락하는 거죠?”
옆에서 남자가 호들갑을 떨든 말든, 중년인은 로운의 여기저기를 신중하게 체크했다.
눈도 까뒤집고 몇 가지 질문도 던져 보고 머리통을 신중하게 살펴보기도 하고, 일어나 걸어보라고 하는 둥. 시키는대로 착실히 하자 중년인은 한참 동안 뭔가를 고민하더니 곧 거울을 하나 가져왔다.
그리고 로운에게 쥐여주었다.
“……?”
거울을 본 로운이 당황하는 사이 중년인이 진단을 내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 높은 병명은…….”
“병명은요……?”
“기억상실증입니다.”
“기억상실증이라니……!”
둘의 대화가 마치 꽁트처럼 이어졌다.
“그, 그럼 선생님. 우리 로운이 죽는건 아니죠?”
“제가 알기로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기억은 돌아 올까요?”
“단기 기억상실 같은 경우엔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우선 안정을 취하게 하시고, 자세한 검사는 클리닉으로 방문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고오오오, 아이고오! 이게 무슨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람! 그러니까 내가 그놈들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그런 자리도 그만 나가라고 그랬건만! 그러게 왜 내 말을 안 들어서는! 아이고오오!”
두 사람의 심각한 대화와 곡소리가 이어졌지만.
거울을 쥔 로운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지?
이 예쁘게 생물은?
‘이게… 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메이크오버를 당한 사람 같은 대사를 내뱉은 로운이 거울을 살폈다.
그 안에는 잘생겼다기보다는 예쁜 얼굴에 가까운, 조금은 예민하고 초췌해 보이는 남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을 보며 더듬더듬 얼굴을 만지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더 알아차렸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손도… 곱잖아?’
깨진 곳 하나 없는 손톱은 잘 다듬어 윤기마저 돌았다.
굳은살은커녕, 아주 조그만 상처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매끈한 살결 또한 압권이었다.
팔랑팔랑.
로운이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부채같은 기다란 속눈썹도 함께 움직였다.
‘죽다 살아났더니 몸까지 달라질 수가 있나?’
그 의문은 다른 이가 대답해 주었다.
아까부터 그의 주위를 맴돌던 물방울이었다.
[엣헴. 어때. 마음에 드느냐? 이 몸이 심혈을 들여 열심히 조형해 둔 몸이니라. 드디어 본래 자리를 찾는구나. 원래는 네 것이어……. 으걉!]희한하게도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전기를 맞은 듯 부르르 떨더니만.
[아니, 이 정도를 가지고 무슨 천기누설이라고 그래! 이 빡빡하게 막힌 융통성 없는 영감탱이들 같으니라고!]혼자 씩씩거리며 빛을 번쩍번쩍 발광해 댔다.
[아무튼 그건 이제부터 네 몸이니라! 흠흠.]물방울의 말을 들으며 로운은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금 죽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살아났다는 얘기?’
그렇다면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그를 보고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라던가.
거울 속의 낯선 얼굴이 비치는 것도 말이 된다.
[……? 너 너무 적응이 빠른 것 아니냐? 이렇게까지 빨리 납득한다고? 널 위해 설명할 말을 잔뜩 준비해 뒀는데……!]그치만 미쳤다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왔다는 게 더 말이 되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게다가 이런 빠른 납득이 가능한데에는 로운의 지난했던 과거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온갖 사건 사고를 솔찬히 겪어 본 입장에서는 납득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사실 없기 때문이다.
부정해 봤자 현실이 바뀌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될 일이었으면 그룹이 터지는 것부터 막았겠지.’
어쩄거나 그 다사다난한 과거가 이런식으로도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그… 로운아. 괜찮아? 지금 기분은 어때? 혹시 뭐 생각나는 거라도 있니?”
클리닉으로 방문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먼저 자리를 뜬 중년인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눈가가 그렁그렁하고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게 곰처럼 후덕한 체구와는 다르게 몹시 여린 사람인 것 같았다.
“제 이름이 로운이에요?”
아까부터 남자가 부르던 이름이 로운이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하필이면 동명이인의 몸으로 들어오다니. 신기하네.’
그런데 상대의 반응이 심상치않았다.
“로운이 너……! 기억 잃은거 맞구나……! 네가 존댓말을 쓰다니……!”
“……?”
“흡… 내가 살면서 네가 그렇게 상냥하게 말하는 걸 들을 줄이야……!”
로운은 생각했다.
대체 이 몸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길래 반응이 이런 거지?
“맞아. 이로운. 네 이름이야.”
“형은 누구세요?”
“큽… 형이래……!”
남자가 솥뚜껑만 한 두 손을 모으더니 입가를 막으며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일단, 형. 진정해요.”
달래 봤지만 역효과였다.
“허엉…! 네가 이렇게 친절한 말까지 하다니…!”
티슈까지 건네줬더니 그는 거의 숨넘어갈 것처럼 헐떡대기까지 했다.
한차례 오열이 지나가고 한참 뒤에야 남자가 진정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박형우라고 소개하며 로운의 매니저라고 설명했다.
“저, 연예인이에요?”
이 외모라면 분명 유명할 텐데, 이상하게 낯설었다.
그래서 물었을 뿐인데…….
“로운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너는 포텐셜이 넘치는 배우란다. 단역부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는 걸 선호하는 노력파 배우지. 원래 탑스타들은 이렇게 밑에서부터 연기력과 인지도를 다지며 올라가는 게 더 드라마틱하거든?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은 혜성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로운이 너처럼 탄탄하게 필모그라피를 쌓아 가다 보면…….’
갑자기 숨도 쉬지 않고 쏟아내는 위로를 받아 버렸다.
그러니까 연예인, 그중에서도 배우라는 소리인데.
‘근데 왜 금시초문이람?’
동명이인이라면 한 번이라도 귀에 들어왔을 때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더 물어봤다가는 매니저 형이 또다시 대성통곡을 할 것 같으니 일단 참기로 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일단 혼자 천천히 자세하게 알아봐야겠다.’
그보다…….
“형, 저 배고픈데 혹시 뭐 먹을 거 있을까요?”
주린 배부터 채워야겠다.
굶주림도 참지 않기로 결심한 로운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 * *
‘진짜 이상한 집이네. 먹을 건 하나도 없고 술밖에 없다니.’
몸 주인에 대한 의문이 깊어졌다.
다행히 아무것도 모르는 로운을 대신해, 매니저가 식사를 챙겨줬다.
“네가 그런 걸… 먹겠다고?”
“네. 안 되나요? 너무 비싼가……? 그럼 특 아닌 것도 괜찮은데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 진짜로? 네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겠다고?”
뭘 먹고 싶냐고 물어서 대답하니 반응이 좀 이상하기는 했다.
‘너무 욕심 부렸나?’
하지만 기왕 살아난 김에 처음 먹는 식사는 기념비적인 거면 좋겠는데.
“네. 한정판으로 나온 건데 유명한 식품 회사랑 콜라보했거든요. 그래서 엄청 고급스럽게 나와서 양도 많아요. 근데 가격이 편의점 도시락치고는 좀 비싸긴 해도……. 그래도 맛있다는 평도 많고…….”
“아니, 아니. 설명 안 해 줘도 돼. 알았어. 그거 사 오면 되는 거지?”
“네! 아… 그리고 혹시 도넛도 있으면 사 와 주실 수 있으세요? 유명 도넛 브랜드랑 콜라보해서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들었다는데 그것도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형이 편의점 다 쓸어오마.”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한 게 도움이 되었는지 매니저가 갑자기 비장한 얼굴을 하더니 집을 나섰다.
곧 돌아온 그의 양손은 로운이 늘 침만 삼켰던 호화로운 도시락과 디저트들로 가득했다.
덕분에 로운은 내일 먹을 것도 모자라 내일 모레와 글피까지 풍요롭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얘기를 들은 매니저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미슐랭 투스타 이상 아니면 안 먹던 애가……!’
라며 중얼거렸던 게 좀 이상했지만 알게 뭔가.
알토란 같은 식량을 그것도 특으로 쌓아 둔 로운은 행복하기만 했다.
‘역시 죽다 살아나니 이렇게 배불리도 먹어 보고 좋다.’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야겠다며 매니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로운은 한정판이라 하나에 도시락 두 개 가격이라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도넛을 입에 물었다.
‘두 번째 기회, 최고다.’
그런 로운의 옆으로 물방울이 스윽 다가왔다.
[맛있느냐?]“네. 크림이 진짜 살살 녹아요. 완전 최고.”
[며칠은 적응도 못하고 헤맬 줄 알았더니만. 빠르니 좋긴 하다만.]“어차피 일이 터진 마당에 고민해 봤자 무슨 소용이에요?”
[아니,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만. 넌 궁금하지도 않으냐? 어떻게 하다가 네가 그 몸에서 눈 뜨게 되었는지?]궁금해하라는 투라 로운은 예의바르게 물어보기로 했다.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요?”
[끄응, 왠지 엎드려 절받기 같기는 하지만… 여튼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네게 빚을 졌다.]“네? 저희 초면 아니에요?”
[아니! 지금의 너 말고 전생의 너한테 말이다!]“아, 넵.”
[애가 맹한 건지 담대한 건지 원, 쯧.]혀를 찬 물방울이 말을 이었다.
중간에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물방울이 화를 내는 걸 보면 로운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나는 네게 보은을 해야 하고! 네가 죽어서는 곤란했기에 널 죽기 전에 옮긴 것이니라! 뭐어, 네가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너는 그 몸에서 그저 잘 살기만 하면 된다!]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생의 자신이 뭔가 선행을 했나 보다.
그런데 돌연 물방울이 심각해졌다.
[그런데 말이다.]“네?”
[문제가 하나 있다.]“……?”
[사실은 네가 죽을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죽게 생겨서 내가 급하게 다른 이들에게서 힘을 끌어다 썼지 뭐냐? 정확히는 후원이라지만, 어쨌든.]“……?”
[그래서 말인데, 끄응… 그걸 네가 좀 갚아줘야겠다.]“그… 제가요?”
[널 살리느라 갑자기 자다 깨서 수습하느라 기껏 모아 둔 덕을 홀라당 싸그리 다 써 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안 그래도 힘이 모자랐는데. 끙… 그러게 하필이면 왜 지금 죽을 뻔하고 그러느냐! 몇십 년만 더 있었으면 후원을 강매당하지도 않았을 터인데!]로운은 조금 억울해졌다.
“그런데 저기… 물방울님?”
[청화 님이라고 불러라.]“그럼 청화 님, 만약 안 갚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자체발광하던 물방울이 뚝, 움직임을 멈췄다.
[죽어.]“네?”
[죽는다고.]“예?”
[너랑 나랑 손잡고 사이좋게 소멸하게 되거든.]“…….”
아니, 잠깐만.
기껏 살아났는데 다시 죽는다고?
‘이거 실화냐?’